‘Do Local, Go Global.’
행사 모토는 구호에 그치지 않았다. 5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호치민에서 열린 베트남 최대 게임 행사 ‘게임버스’(GameVerse 2026) 곳곳에서 올해의 주제는 계속 보였고, 들렸고, 확인됐다.
2023년 4월 실내체육관에서 시작된 1회 행사 이후 게임버스는 매년 규모를 키워 왔다. 올해도 성장은 이어졌다. 전시 공간은 더 커졌고, 행사의 운영 방식은 한층 상업 게임쇼에 가까워졌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게임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역대 가장 많은 기관과 업체가 이 행사에 참여했다. 글로벌 게임사와 결제·기술 기업들의 관심도 더 뚜렷해졌다. 올해 게임버스는 베트남 게임산업이 단순히 ‘많이 만드는 공장’을 넘어, 자기 색깔을 갖고 세계 시장으로 나가려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 행사였다. /호치민=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현장 이모저모와 분위기는 「베트남 게임 생태계의 축소판, 게임버스 2026 한눈에 보기」에서 따로 전한다.
유료화, B2B 분리, 네트워킹 확대…게임쇼의 모양새를 갖추다
올해 게임버스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유료화다. 지난 3년 동안 게임버스는 무료 행사였다. 올해부터는 1일권 5만 동, 2일권 7만 9,000동을 받았다. 우리 돈으로 각각 약 2,770원, 4,380원 수준으로 비싼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무료 축제에서 정식 상업 게임쇼로 넘어가는 상징적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B2B 공간도 처음으로 B2C 전시 공간과 물리적으로 분리됐다. 아직 규모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참가 게임사마다 테이블 하나가 배정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 3년의 게임버스와 비교하면 비약적 도약이었다. 관람객 중심의 행사에서 산업 관계자들이 만나 거래를 논의하는 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게임쇼는 행사장 안에서만 열리지 않았다. 행사장 밖에서도 다양한 네트워킹 행사, 즉 사이드 네트워킹이 열렸다. 지난해까지 게임버스 기간 네트워크 파티의 주요 호스트는 엑솔라 정도였다. 올해는 여기에 스코플리와 인조이페이 등이 합류했다. 기자가 확인한 공개형 네트워크 파티만 세 차례였다.
베트남 게임 산업의 성장과 함께, 게임버스가 단순한 전시 행사를 넘어 베트남 게임 산업 관계자와 해외 기업이 만나는 플랫폼으로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Do Local’은 베트남산 게임을 넘어 베트남의 정체성을 뜻했다
올해 모토의 앞부분인 ‘Do Local’은 단순히 ‘Made in Vietnam’을 뜻하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만들었다는 의미를 넘어,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 생활감, 정체성을 게임 안에 담겠다는 방향에 가까웠다.

베트남 게임 생태계의 컨트롤타워인 ABEI 레꽝뜨조 국장(사진)은 게임 포럼 개회사에서 베트남 게임 산업은 유리한 시기, 지리적 이점, 풍부한 인적 자원 등 모든 필수 조건을 갖춘 “백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전환점”에 있다며 “모든 관련 부서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손을 맞잡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해줄 것을 강조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디지털 콘텐츠 개발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게임버스 때부터 이런 기조는 뚜렷해졌고, 올해 행사에서는 더 전면으로 나왔다.

상징적인 사례는 지난해 이후 베트남 현지에서 수많은 밈을 만들어낸 <하이 형의 쌀국수 식당>(Brother Hai’s Pho Restaurant / Tiệm Phở Của Anh Hai)이다. 이 게임은 올해 게임버스 어워드에서 ‘올해의 베트남 게임’ 등 2개 부문을 수상했다. 베트남의 일상적 공간과 문화적 정서를 게임으로 풀어낸 작품이 현지에서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게임 포럼에서도 베트남 문화와 역사를 담은 게임에 관한 내용이 다수의 발표 주제를 차지했다. 프로젝트 피칭 행사 게임허브(GameHub)에서도 베트남 정체성을 담은 프로젝트들이 상위 5위 안에 다수 포함됐다. 상위권 프로젝트들은 투자 및 상용화 지원을 받는다.
베트남 게임산업은 그동안 하이퍼캐주얼과 모바일 다운로드 경쟁력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올해 게임버스에서 보인 ‘Do Local’은 그 다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많이 만드는 것 다음에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 세계 시장에서 베트남 게임이라고 부를 만한 색깔은 무엇인가.
이 흐름은 「쌀국수집에서 전쟁의 역사까지…베트남 게임, 로컬을 무기로 꺼냈다」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With Korea’ 한국은 인재 양성과 공동사업으로 들어왔다
한국의 존재감도 예년보다 커졌다.
베트남 게임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레꽝뜨조 국장은 지난해 지스타를 방문했다. 당시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한국 게임 유관 기관과 회의를 갖고, 게임 세미나 개최, 게임버스 참여 등을 요청했다. 올해 게임버스에서 그 후속 흐름이 구체화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게임버스에 참여해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라디오·방송·전자정보국(ABEI), VTC와 베트남 게임 인재 육성에 관한 협력 의향서(LOI)에 서명했다. 베트남 정부가 게임 산업의 다음 단계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과제 중 하나가 인재 양성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LOI 체결의 배경과 의미는 「베트남 게임 인재 5,000명, 한국이 함께 키운다」에서 자세히 다룬다.
한국문화원과 ABEI가 주최한 ‘한-베 인디게임 세미나’도 열렸다. 친절한정호쌤 심리상담연구소 최정호 소장은 게임 과몰입 예방과 건강한 게임 이용 습관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했다. 한국의 개발, 산업, 이용 문화까지 포괄하는 협력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세미나의 내용과 평가는 「지스타의 요청, 게임버스에서 답하다 — 한-베 인디게임 세미나가 남긴 것」에서 따로 다룬다.
기업 차원의 움직임도 있었다. 스마일게이트는 VTC 온라인과 ‘스토브 베트남’ 공동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5월 말 또는 6월 초 론칭할 예정이다. 스토리타코, 클래게임즈, 라인스튜디오, 엔엑스쓰리게임즈, 제로그램 등 국내 게임사들도 한국공동관, 이른바 K Pavilion을 통해 B2C와 B2B 공간에 참여했다.

한국 입장에서 베트남은 더 이상 단순한 퍼블리싱 시장이나 저비용 개발 거점만은 아니다. 젊은 개발 인력, 빠른 습득력, 모바일 게임 제작 경험,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결합된 게임 생태계다. 올해 게임버스는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이 단순 교류를 넘어 인재와 플랫폼 공동사업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물론 아쉬운 지점이 없지는 않다. 이 부분은 「베트남은 왜 한국을 극진히 맞았나…게임버스 2026, 협력의 첫 성과와 숙제」에서 짚는다.
‘Go Global’의 현장에는 부두, 헝그리 스튜디오, 바이트플러스가 있었다
베트남은 이미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나라다. 젊고 습득력 좋은 개발 인력이 많고, 하이퍼캐주얼 장르에서 특히 강점을 보여 왔다. 베트남산 게임은 2024년 구글플레이 전 세계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GameGeek 집계 기준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다만 시장은 바뀌고 있다. UA 비용은 올라가고, 단순 광고 수익에 기대는 하이퍼캐주얼 모델은 예전만큼 쉽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앱 결제와 장기 플레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캐주얼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이 전환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 글로벌 회사 중 하나가 프랑스 게임사 부두(Voodoo)다. 부두는 올해 게임버스에서 처음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행사 첫날에는 ‘Voodoo x GameVerse 2026 - 베트남산 글로벌 퍼즐 & 미드코어 히트 론칭’ 세션을 열고 베트남 개발자들을 향해 메시지를 던졌다. 베트남 개발사와 함께 글로벌 히트작을 만들겠다는 신호였다.

중국계 글로벌 캐주얼 게임사 헝그리 스튜디오(Hungry Studio)도 <블록 블라스트!> 대형 부스로 참가했다. 글로벌 퍼즐 게임 시장에서 성과를 낸 회사가 베트남 게임쇼에 대형 부스를 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베트남이 단순히 개발 인력을 공급하는 지역이 아니라, 글로벌 캐주얼 게임 생태계의 중요한 접점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바이트댄스의 B2B 기술 사업부인 바이트플러스(BytePlus)도 AI 솔루션을 들고 나왔다. 게임 개발, 운영, 마케팅, 데이터 분석에서 AI와 기술 솔루션의 중요성이 커지는 흐름이 베트남 게임쇼에도 반영된 것이다.
결제 솔루션 회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엑솔라는 B2B 공간을 스폰서했다. 엑솔라와 인조이페이 등 결제 기업들은 별도 네트워크 파티를 열었다. 베트남 게임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려면 개발력뿐 아니라 결제, 유통, 데이터, 운영, 마케팅 인프라가 필요하다. 올해 게임버스에는 그 인프라를 제공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글로벌 기업들의 시선과 전략은 「베트남 게임, 이제 다운로드 공장이 아니다 - 유비소프트·부두가 먼저 알아본 파트너십의 문법」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많이 만드는 나라에서, 자기 색깔로 세계에 나가려는 나라로
게임버스 2026은 아직 지스타나 게임스컴 같은 대형 게임쇼와 비교할 규모는 아니다. B2B 공간도 작고, 네트워킹 지원 프로그램도 없다. 전시 구성도 성장 중인 행사 특유의 투박함이 남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성장세다. 2회부터 매년 참여해 온 기자는 매년 놀라고 있다.
“베트남, 글로벌 무대를 향해 비상하다” Google Play 동남아시아·호주·뉴질랜드 생태계 총괄 주세페 스타솔라(Giuseppe Stasolla)는 게임포럼 강연 마지막 장표에 구글과 함께 베트남 게임이 글로벌에 나가자는 메시지를 베트남어로 어필했다. 베트남 게임사를 향한 해외 게임 플랫폼의 구애는 이처럼 강력하다.
무료 행사에서 유료 행사로 바뀌었고, B2B 공간이 분리됐으며, 행사장 밖 네트워킹이 늘었다. 베트남 문화를 담은 게임들이 주목받았고, 한국 기관과 기업들이 인재 양성과 공동사업의 이름으로 들어왔다. 부두, 헝그리 스튜디오, 바이트플러스, 엑솔라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베트남 개발자와 시장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올해 게임버스의 모토는 ‘Do Local, Go Global’이었다.
이 말은 베트남 게임 산업의 지금을 꽤 정확하게 짚는다. 베트남은 이제 단순히 많이 만들고 많이 다운로드되는 게임의 나라에서, 자기 문화와 이야기를 담아 세계 시장에 나가는 나라로 이동하고 있다.
게임버스 2026은 그 변화가 선언이 아니라 현장에서 진행 중임을 보여준 행사였다.
게임버스 기간 내내 현장을 직접 누빈 레꽝뜨조 국장의 행보는 「밤 11시, 베트남 게임 컨트롤타워는 왜 루프탑에 있었나」에서 따로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