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만 다운로드에 평점 4.7점.
- 출시 3개월 만에 1,000만 달러.
이 숫자들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베트남 개발사가 만들었고, 프랑스계 글로벌 기업이 파트너였다. 그리고 둘 다 외주 계약서 한 장으로 나온 결과가 아니다.
하나는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 모바일 버전이다. 유비소프트 다낭이 이식을 맡은 이 메트로베니아 액션 게임은 300만 다운로드를 넘기고 구글플레이·앱스토어에서 4.7점 이상의 평점을 받았다. 게임버스 어워드에서는 ‘최고의 게임플레이’와 ‘최고의 그래픽’을 동시에 수상했다.
다른 하나는 퍼카스 스튜디오가 부두와 함께 만든 <샌드 루프>다. 모래의 물리 움직임을 활용한 퍼즐 게임인데, 출시 3개월 만에 1,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을 들여 투자하고, 노하우를 심고, 함께 키운 결과다. 게임버스 2026 현장에서 두 회사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지만, 그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는 기자의 눈에 매우 크게 띄었다.
최근 베트남 개발자나 스튜디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한국 게임사들이 시사점을 얻길 바란다. / 호치민=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왜 지금, 왜 베트남인가

몇 년 전까지 베트남 게임 산업의 공식은 단순했다. 낮은 인건비, 빠른 프로토타입, 대량 출시.
글로벌 퍼블리셔가 아이디어를 던지면 베트남 개발사가 구현하고, 퍼블리셔가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혹은 완성된 게임을 가져다 마케팅하고 결과를 보는 퍼블리싱 모델. 하이퍼캐주얼 시장이 성장하던 시절에는 이 방식도 유효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하이퍼캐주얼 시장이 포화되고, 유저 획득 단가가 오르고, 광고 수익만으로는 게임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빠르게 내고 결과를 보는 방식의 성공 확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단순 외주 모델도 마찬가지다. 더 싼 나라가 나타나면 교체되는 하청 구조로는, 퍼블리셔도 개발사도 다음 단계로 갈 수 없다.
유비소프트와 부두가 다른 선택을 한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두 회사 모두 해외 스튜디오를 키운 경험이 있다. 부두는 2022년 쓰리매치 게임으로 뜨거운 튀르키예에서 하이퍼캐주얼 게임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유비소프트 역시 몬트리올, 키예프, 싱가포르 등 전 세계에 스튜디오를 일으킨 회사다.
‘현지 인재를 시간 들여 키우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가’를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시행착오도 겪었고, 노하우도 쌓았다. 그 결과가 베트남 전략에 녹아 있다.
베트남 인재 자체의 매력도 있다. 빠른 습득력, 성실함, 수학·공학 계열 인재 풀의 두터움. 여기에 문화적 친근감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베트남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고, 그 흔적은 지금도 쌀국수(phở)와 반미(bánh mì) 같은 일상 문화에 남아 있다. 완전히 낯선 나라가 아니라는 감각은, 장기 투자 결정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유비소프트 다낭: 노하우를 심은 대가로 글로벌 거점을 얻다

유비소프트 다낭은 2020년 H5 인스턴트 게임 개발을 위해 문을 열었다. 시작은 소박했다.
그런데 5년 뒤, 이 스튜디오는 글로벌 콘솔·PC 타이틀인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을 모바일로 이식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이 게임은 캐주얼 앱이 아니다. 빠른 전투 판정, 정밀한 점프, 복잡한 조작 체계를 가진 메트로베니아 액션 장르다. 이걸 터치 인터페이스로 옮기려면 UI 설계부터 난이도 조정, 접근성, 플랫폼 최적화까지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외주를 주듯 요구사항을 던지고 결과물만 받는 방식으로는 나오기 어려운 프로젝트다.
유비소프트 다낭이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전 5년 동안 유비소프트가 이 스튜디오에 실제로 기술 스택과 프로세스, 품질 기준을 내재화하는 데 투자했기 때문이다.
유비소프트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글로벌 IP를 모바일로 확장하는 역량을 갖춘 내부 스튜디오다. 베트남의 개발 비용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기획·품질 수준은 본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거점이다.
베트남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고난도 글로벌 IP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한 경험과, 그 과정에서 축적된 모바일 이식 기술이다. 이 경험은 다낭 스튜디오가 다음 프로젝트에서 더 높은 협상 지위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성장은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의 초기 모습을 연상시킨다. 몬트리올 스튜디오는 현재 유비소프트의 핵심 개발 축이지만, 처음부터 AAA 스튜디오였던 것은 아니다. 개발력이 약했던 초기에는 디즈니 IP를 활용한 키즈 게임을 만들었다. 반복 제작, 내부 기준의 내재화. 그 과정이 쌓여 지금의 몬트리올이 됐다.
다낭이 그 경로를 그대로 따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가능성이 허구가 아님을 이번 프로젝트는 보여줬다.
부두: 발굴하고, 훈련하고, 함께 시장에 나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두의 베트남 접근은 더 속도감 있고 적극적이다. 글로벌 퍼블리셔가 완성된 게임을 받아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를 처음부터 훈련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프로덕트를 함께 만드는 구조를 택했다.
부두는 Gaming Academy와 함께 베트남 개발자 대상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토타이핑, 멘토링, 자사 시장 분석 툴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하고,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에는 장기 재정 지원과 글로벌 퍼블리싱 연계까지 연결한다.
올해 게임버스에서도 <샌드 루프>의 개발 과정이 발표됐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두 차례 완료됐다. 그리고 올해 4월 10일, 세 번째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10월 31일까지 파트너십을 맺고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부두가 베트남 개발사 생태계를 향한 투자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연속적인 구조로 설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임버스 2026을 전후해 아카데미, 게임잼, 현지 PM 및 리드 배치, 공식 세션, 퍼블리싱·펀딩 연결을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묶은 생태계 전략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샌드 루프>는 그 전략이 낳은 첫 번째 가시적 성과다. 인앱광고에만 의존하던 기존 하이퍼캐주얼 모델에서 벗어나, 인앱결제 기반 하이브리드캐주얼 수익화를 실현한 사례다.
부두가 얻은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히트 타이틀과, 그 타이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스튜디오를 선점한 것이다.
퍼카스 스튜디오가 얻은 것은 다운로드 경쟁에서 벗어나 장기 LTV를 설계하는 수익화 문법이다. 다음 프로젝트에서 퍼카스는 이전과 다른 협상을 할 수 있다. 부두는 더 많은 개발사들로부터 구애를 받을 것이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베트남으로 모이는 이유
이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포착하는 것은 솔루션·퍼블리싱 회사들이다.
엑솔라와 몰로코가 VIP 파티를 공동으로 열고, EnjoyPay가 포켓게이머와 네트워크 파티를 개최하고, 글로벌 퍼블리셔 스코플리가 게임버스에서 처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숫자가 이미 움직이고 있다.

게임버스 2026에서 공개된 베트남 모바일게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베트남 모바일게임의 인앱결제 매출은 전년 대비 약 83% 증가했다. 구글 오세아니아·동남아 담당자가 같은 자리에서 베트남 게임의 인앱결제 수익 성장을 별도로 강조한 것도 같은 방향의 신호다.
다운로드는 원래 많았다. 49억 회 다운로드의 나라가 이제 돈도 벌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엑솔라다. 엑솔라는 게임버스 1회부터 이 행사에 투자해 온 회사다. 결제 솔루션 회사 입장에서 베트남 게임 생태계의 하이브리드 전환은 가장 반가운 시나리오다.
인앱광고 중심의 하이퍼캐주얼 시장에서는 결제 인프라가 필요 없다. 하지만 인앱결제가 수익화의 한 축이 되는 순간, 결제·정산·구독 관리 수요가 폭발한다. 엑솔라가 게임버스 초창기부터 자리를 잡은 것은 바로 그 전환점이 올 것을 일찍 읽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게임버스 전야 VIP 웰컴 파티는 엑솔라와 몰로코가 후원했다.
개발사가 다운로드만 쌓는 단계에 머무르면 필요한 솔루션은 단순하다. 광고 네트워크, 기초 분석 도구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캐주얼, 라이브 운영, 글로벌 퍼블리싱, 인앱결제 최적화가 중요해지면 결제, UA, 데이터 분석, 라이브옵스, 커뮤니티 운영까지 전체 솔루션 스택이 필요해진다.
베트남이 바로 그 전환점 직전에 있다는 것을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먼저 읽은 셈이다.
한국 게임업계가 놓치고 있는 질문
한국 게임업계 입장에서 베트남은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인접 게임 생태계 중 하나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기업이 “인건비가 싸다”는 낡은 프레임으로 베트남을 본다.

유비소프트와 부두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다른 질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이 개발자들과 함께 성장할 것인가.”
외주를 주고 결과물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시스템을 심고 파트너의 역량이 높아질수록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 구조를 먼저 만드는 회사가 베트남 개발사를 선점한다. 그리고 베트남 개발사가 성장할수록, 그 파트너십의 가치도 함께 높아진다. 하청 구조가 언제나 더 싼 대체재를 찾아 옮겨가며 끝나는 것과는 반대다.
베트남 게임은 많이 깔리는 게임에서 오래 버는 게임으로 가고 있다.
그 전환을 누구와 함께 만드느냐가, 다음 5년을 가를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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