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버스 전날 밤, 소수의 VIP만 참여하는 웰컴 파티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베트남 게임 정책을 이끄는 ABEI 레꽝뜨조 국장이 둘째 줄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한국 측 고위 관계자들을 직접 첫째 줄로 안내했다. 공식 일정에는 없는 장면이었다.
행사 이튿날 오후에는 한국 측 관계자들을 따로 불러 점심을 대접했다. 한국 측도 움직였다. 인디게임 세미나와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준비해 베트남 현장에서 풀었다.
올해 게임버스는 LOI 체결, VIP 투어, 세미나, 게임 리터러시 교육, 민간 플랫폼 계약까지 한-베 게임 협력이 처음으로 여러 층위에서 동시에 작동한 자리였다.
올해 게임버스의 구호는 ‘Do Local, Go Global’이었다. 베트남의 문화와 이야기를 담은 게임으로 세계 시장에 나가겠다는 선언이었다. 베트남은 그 여정에서 한국을 파트너로 지목했다. 왜 한국이었을까. 한국은 제대로 손을 잡았을까. /호치민=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5,000명을 함께 키우자’…베트남이 콘진원을 선택한 이유

게임버스 개막 전날 오후, 한국-베트남 게임산업 교류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 베트남 문체부 산하 ABEI, VTC 총공사는 게임 인재 양성을 위한 3자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번 LOI는 베트남의 구체적인 니즈에서 출발한다. 베트남 공산당 정치국이 올해 1월 디지털 인재 육성을 강조하는 결의를 내놓자, 베트남 문체부는 이를 받아 게임 개발 인력 5,000명 양성을 구체적인 목표로 설정했다. 그 실행 파트너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선택된 셈이다.

레꽝뜨조 국장이 한국 측에 가장 강한 관심을 보인 두 가지가 인재 양성과 인디게임 지원이었다. 그는 지난해 지스타에서 콘진원의 게임인재원 모델을 직접 살펴본 뒤, 베트남에도 이와 같은 실무형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알려져 있다.
베트남이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빠르게 많이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오래 살아남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다운로드 숫자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매출을 만드는 역량이 필요하다.
그 전환을 위해 기획, 아트, QA, 라이브 운영, 수익화 설계, 글로벌 퍼블리싱까지 이어지는 더 두터운 인력층이 필요하다. LOI의 무게는 바로 거기에 있다.
VIP 투어·세미나·점심 회식…3일간 쌓인 협력의 온도

첫날 아침, VIP 투어의 주인공은 베트남 게임 정책의 컨트롤타워 레꽝뜨조 국장이다. 그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국게임문화재단 유병한 이사장을 투어 내내 챙겼다.

레꽝뜨조 국장이 직접 들른 한국공동관은 주베트남 한국문화원 주재로 꾸려졌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게임버스에 참가했다. 올해는 스토리타코, 클래게임즈, 라인 스튜디오, 엔엑스쓰리게임즈, 제로그램 등이 참여했고, B2B 미팅룸에서 베트남 업체들과의 실무 논의도 이뤄졌다.

같은 날 오후에는 한-베 인디게임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과 베트남이 인디게임 생태계를 주제로 함께 자리를 만든 것은 처음이었다.
콘텐츠진흥원 김성준 본부장은 한국의 인디게임 지원 정책을 소개했다. 베트남 측 발표자들은 자국 인디게임의 강점과 한계를 솔직하게 짚으면서, 한국의 글로벌 시장 경험과 기술·디자인 역량을 함께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베트남이 한국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자리였다. 세미나 상세 내용은 별도 기사로 다룬다.

둘째 날 오전에는 최정호 친절한정호쌤 심리상담연구소 소장이 베트남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했다. 게임 과몰입 예방, 개인정보 보호, AI를 활용한 사기 수법 경고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게임산업을 키우는 동시에 청소년 보호와 건강한 이용 문화를 함께 고민해 온 한국의 경험을 나눈 자리였다.

오후에는 레꽝뜨조 국장이 한국 기관 관계자들을 따로 초청해 베트남 전통 요리 점심을 대접했다. 공식 보도자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장면이다.
하지만 개막 전날 간담회에서 시작해 웰컴 파티, VIP 투어, 세미나, 리터러시 교육으로 이어진 3일간의 흐름 끝에 마련된 이 자리는, 베트남이 한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식사는 단순한 접대가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함께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비공식 대화의 장이 됐다.
민간은 더 확실히 움직였다…스토브, 베트남 시장에 첫 발
행사 기간 한국 게임사 차원의 활동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스마일게이트였다.

스마일게이트는 첫날 오전 게임 포럼 후반부에 VTC 온라인과 ‘스토브 베트남’ 공동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VTC 온라인은 국영기업 VTC 총공사 산하의 핵심 관계사다.
베트남 정부는 스팀에 대항할 플랫폼에 관심이 많다. 그런 관심을 반영하듯 ABEI 응우옌티탄후예 부국장이 이 계약식의 증인이 됐다.
스토브 베트남은 올해 5월 말 또는 6월 초 론칭할 예정이다. 이는 향후 이어질 스토브의 국가별 글로벌 확장의 첫 번째 시도로도 의미가 크다.

계약식 직전 무대에 선 스마일게이트 플랫폼사업본부 양성열 본부장은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스토브 베트남은 플랫폼 론칭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양사는 베트남 유저에게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는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한다. 게임 서비스 너머 베트남 게임 생태계와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 베트남 개발사의 훌륭한 게임을 한국 등 글로벌에 진출하는 데도 기여하겠다. 오늘이 베트남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과 글로벌 진출 이정표가 될 것을 기대한다.”
계약 이후 스토브 베트남 론칭과 함께 올라올 **

<재앙: 더 스커지>(The Scourge)는 90년대 사이공을 뒤흔든 유명한 도시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퍼즐 요소가 결합된 생존 공포 게임이다. 2024년 스팀에 출시됐고, ‘매우 긍정적’(Very Positive)인 평가를 얻은 게임이다.
게임버스 전시장 내에서 <로드 나인>을 전면에 내세운 스토브 베트남 부스는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었다.
향후 스토브를 통해 한국의 많은 게임들이 베트남으로 진출하고, 반대로 한국 게이머들도 스토브를 통해 베트남 게임을 접할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아쉬운 대목, 구성의 미스매치
이번 한국 측 활동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구성과 역할 배분이었다.
베트남 측은 게임 컨트롤타워인 ABEI 레꽝뜨조 국장과 레투하 게임 담당 과장은 물론 VTC 총공사 및 관계사, 가레나, 가모타, 펀탭 등 주요 기업의 대표들이 테이블에 함께 앉았다. 정책과 산업이 같이 움직인 셈이다.
반면 한국 측은 공공기관 중심이었고, 그중에서도 게임문화재단 5명과 게임물관리위원회 4명의 비중이 가장 컸다. 지난해 두 기관이 ABEI와 협력의향서를 맺은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반면 올해 인재 양성 협력의향서를 체결했고, 향후 실질적인 협의를 더 많이 가져야 할 한국콘텐츠진흥원은 3명만 참석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인사 등의 이슈 탓에 전년 과장급 참석에서 올해는 사무관급으로 무게가 줄었다.
이런 구성은 협력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쳤다. 베트남이 원한 것은 인재 양성, 인디게임 지원, 개발 노하우, 한국 게임사와의 협업, 글로벌 진출 경험이었다. 그러나 한국 측 프로그램에서는 게임문화와 등급분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게임 이용 문화와 심의 제도는 분명 필요한 주제다. 하지만 올해 게임버스에서 베트남이 가장 필요로 한 것은 “게임을 어떻게 안전하게 이용할 것인가”보다 “게임을 어떻게 더 잘 만들고, 어떻게 글로벌로 나갈 것인가”에 훨씬 가까웠다.
‘Do Local, Go Global’.
LOI 다음은 실행이다
게임버스 2026은 한-베 게임 협력의 가능성을 실제로 확인한 자리였다. 베트남은 자신들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한국을 파트너로 보고 있었다.
필요한 것은 공공의 후퇴가 아니라 역할의 재정렬이다. 문체부와 콘진원이 더 적극적으로 산업 협력의 틀을 설계하고, 게임산업협회와 주요 게임사, 퍼블리셔, 플랫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관이 판을 만들고, 민간이 실제 협력과 사업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LOI는 MOU로, MOU는 공동 프로그램으로, 공동 프로그램은 실제 프로젝트와 인재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한-베 공동 데브캠프, 베트남 개발자 대상 멘토링, 한국 인디게임 행사와의 연계, 베트남 인디게임의 한국 쇼케이스 같은 구체적인 후속 협업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베트남 게임사 고수 온라인은 <실크로드 온라인>의 모바일 버전을 개발했다.
베트남은 올해 게임버스에서 ‘Do Local, Go Global’을 외쳤다. 그 구호는 전시장 벽면에만 붙어 있지 않았다. 간담회에서, 웰컴 파티에서, VIP 투어에서, 점심 자리에서도 같은 메시지가 반복됐다.
베트남은 위에서부터 움직였다. 공산당 정치국이 방향을 잡았고, 정부가 5,000명이라는 목표를 세웠고, 현장에서 한국을 파트너로 골랐다.
4월 양국 정상이 디지털·인재 양성 협력 확대에 합의했을 때, 베트남은 이미 게임버스에서 그 첫 실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흐름은 만들어졌다.
이제 한국이 그 흐름에 얼마나 진지하게 올라탈 것인지가 남은 질문이다.
🍜 함께 보면 좋은 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