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과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라디오·방송·전자정보국(ABEI), VTC 총공사가 게임버스 2026 개막 전날인 7일 오후 호치민 롯데호텔 사이공에서 ‘게임 인재 양성을 위한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번 의향서 체결은 베트남 게임산업이 ‘빠르게 많이 만드는 단계’를 넘어, 인재 양성과 제작 역량 고도화라는 다음 과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호치민=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배경: 레꽝뜨조 국장의 문제의식
이번 협력은 갑자기 나온 일이 아니다.
베트남 게임산업 정책을 이끄는 ABEI 레꽝뜨조 국장은 지난해 지스타 현장을 방문해 한국 공공기관의 게임 인재 양성 시스템을 직접 살펴봤다. 그는 이전부터 베트남 내 게임 인재 양성에 강한 관심을 보여 왔고, 대학 내 게임 관련 학과 개설과 실무형 교육 확대를 추진해 온 인물이다.
지난해 지스타 때 한국 기관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레꽝뜨조 국장.
그가 지스타에서 확인한 것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게임을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한국의 지원 시스템이었다. 베트남은 한국의 콘텐츠진흥원 같은 조직이 없다. 레꽝뜨조 국장은 콘진원의 지원 사업 중 게임인재원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 한국과의 협업 분야에서 인재 양성이 1순위로 급부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이를 위해 국영기업인 VTC 총공사에 한국의 게임인재원과 같은 인재 양성 기관 설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협약은 그 문제의식이 한국 공공기관과의 협력으로 이어진 결과다.
더 큰 배경: 정치국 결의에서 현장까지

베트남 공산당 정치국은 또럼 총서기 등 19명으로 구성돼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공산당이 정부에 앞선다. 당이 방향을 제시하면, 정부는 구체적인 전략과 계획을 세우고, 국영기업이 이를 1차적으로 실행한다. 민간 기업은 그 흐름 안에서 움직인다.
공산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정치국이다. 정치국의 ‘결의’는 “이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겠다”는 당의 공식 선언이자 명령이다. 정치국 결의가 방향을 정하면 법과 정책이 그에 맞춰 따라간다.

베트남 공산당 정치국은 올해 1월 7일자 결의 제80-NQ/TW호 제3절 제7항에서 다음과 같이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문화산업 분야의 고급 인력, 특히 문화 분야의 과학·기술, 혁신, 디지털 전환에 관한 심층 전문 인력 및 디지털 콘텐츠 창작 인력의 양성·육성에 중점을 둔다.”
이 결의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2026년 3월 27일자 결정 제1599/CT-BVHTTDL호가 나왔다. 이 결정의 부록 과제 91호는 인재 육성의 목표를 구체화했다.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 교육에 기여하는 베트남 게임 개발 인력 5,000명 양성 프로그램을 구축한다.”
이에 따라 국영기업 VTC는 라디오·방송·전자정보국, 과학기술·교육·환경국과 함께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이를 수행해야 하는 주요 협력 기관으로 지정됐다. 이번 한국콘텐츠진흥원과의 협력 의향서는 이 실행 계획의 일부다.
왜 중요한가: 베트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베트남 입장에서 이 협력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많이 만드는 것과 오래 지속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 다운로드를 만드는 역량과 매출을 지속시키는 역량도 다르다.
베트남 게임 산업은 하이퍼캐주얼의 빠른 프로토타이핑에는 강하지만, 코어 장르 개발, 장기 라이브 운영, IP 확장, 글로벌 퍼블리싱에서는 아직 축적이 필요하다.

한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급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 게임산업은 개발비 상승, 인력 고령화, 젊은 개발자 유입 둔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중견 개발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신규 인력 유입은 줄고 있다.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글로벌 현지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 게임산업이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인재풀이 필요하다.

베트남은 그 답이 될 수 있다. 젊은 인구, 빠른 학습 속도, 모바일 친화성, 성장하는 내수 시장을 갖춘 나라다. QA, 운영, 현지화, 데이터 분석, 라이브 서비스 보조, 캐주얼·미드코어 공동 개발에서 현실적인 접점이 많다.
인재 양성 협력은 단순한 교육 지원이 아니다. 한국이 함께 키운 인재가 결국 한국 게임사와 협업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인재를 키우는 것이 다음 협력의 토대가 된다.
현장에서 나온 말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이후 최초의 후속 성과다.”
— 한국 문체부 김정윤 사무관
2026년 4월 22일 한-베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양 정상이 “과학기술·디지털, 인재 양성”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고, 특히 AI·반도체·바이오 등 공동연구와 “연구 인재 양성 지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과 베트남의 인재 양성 니즈가 매칭되는 지점이었다.

“한국 게임산업에서 많이 배웠다. 콘진원이 인디게임 육성해서 글로벌로 진출하도록 지원하는 것에 영감을 받았다.”
— ABEI 레꽝뜨조 국장
“VTC는 〈오디션〉, 〈크로스파이어〉 등 한국 게임 덕분에 성장했다.”
— VTC 총공사 추티엔닷 회장
사실이기도 하고, 한국 측을 띄워주는 멘트들이었다.

“레꽝뜨조 국장이 겸손해서 이야기하지 않으시지만, 베트남에서 게임 산업을 6대 핵심 문화 산업으로 만드는 데 노력을 많이 하셨다. 라디오·방송·전자정보국이 두뇌이고, VTC는 시키는 대로 한다.”
— VTC 총공사 추티엔닷 회장
ABEI는 방송과 인터넷은 물론 게임을 총괄 관리하는 기구고, 그 수장 레꽝뜨조 국장이 게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베트남 게임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VTC 온라인, VTC 모바일 등을 거느린 국영기업 VTC 총공사는 ABEI의 게임 쪽 파트너 기업이다.

“5,000명 인재를 양성하는 데 일조하도록 하겠다.”
— 콘진원 김성준 게임본부장
베트남 측으로부터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발언이었다.
“첫 번째 할 일은 게임 인력 양성 관련 MOU 체결을 위한 후속 협의를 바로 진행하는 것이다.”
— ABEI 레꽝뜨조 국장
한국과 베트남 간담회의 마지막 발언이었다. 속도감 있는 실행을 강조했다.
한국에게 필요한 것: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드는 것
이번 협력을 “한국이 베트남을 가르친다”는 단순한 구도로 보면 출발점부터 틀어진다. 교육 지원 사업 수준으로만 한정해도 마찬가지다. 콘진원 혼자 커리큘럼을 짜서 전달하는 방식으로는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더 넓은 판이다.
콘진원 외에도 한국의 게임 교육기관과 게임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커리큘럼 제공이나 강사의 파견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베트남 인재를 채용하거나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협력의 무게가 달라진다.

이 구조가 작동하려면 한국 측에도 지속적인 동기가 있어야 한다. 교육과 채용과 협업이 하나의 순환으로 연결될 때, 베트남은 젊은 인재를 공급하고 한국은 제작·운영 경험을 공유하며 그 결과물은 양국 모두의 성과가 될 수 있다. 일방적 지원이 아닌, 서로에게 실익이 있는 구조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사우스 전략의 지향도 그렇다.
이번 LOI가 단발성 협약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런 윈윈 생태계를 함께 설계하고 구축하는 것이 다음 과제일 것이다.
다음 단계
협력 의향서 체결 다음 날 오전부터 콘텐츠진흥원과 VTC 총공사 사이에 후속 협의가 바로 진행됐다.
VTC 총공사 추티엔닷(Chu Tien Dat) 회장은 협력 의향서 체결 이후 원래 하노이로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후속 협의를 위해 호치민에 남았다. 그만큼 베트남은 적극적이다.

양측은 이후 협의와 회식을 이어갔고,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들은 VTC 아카데미 호치민 지점을 방문하기도 했다.
베트남 측은 커리큘럼 제공은 물론 한국 강사진 파견을 요청하고 있다. 양측은 올해 지스타 이전에 MOU를 맺을 예정이다.
결론
이번 협력 의향서를 단순한 기관 간 협약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본문에서 짚었듯이, 한국 게임산업은 구조적 전환점에 와 있다. 개발비는 오르고, 신규 인력 유입은 줄고, 기존 성공 공식의 수명도 길지 않다. 베트남은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젊은 인구, 빠른 학습 속도, 성장하는 내수 시장. 단순한 저비용 거점이 아니라, 함께 다음 세대의 제작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파트너다.

이 협력이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려면, “가르치는 구조”가 아닌 “함께 만드는 구조”여야 한다. 커리큘럼 전달에서 그치지 않고, 베트남 인재가 한국 게임사와 실제 프로젝트에서 협업하고, 그 경험이 다시 베트남 현장으로 돌아가는 순환이 설계되어야 한다.
교육과 채용과 공동 개발이 하나로 연결될 때, 이번 의향서는 비로소 양국 게임산업 모두의 다음 챕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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