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8일 밤 10시 52분, 호치민 3군 센텍타워 23층의 고급 루프탑 레스토랑 겸 바 ‘Shri Lifestyle Dining’에 정장을 입은 한 사내가 등장했다.
갑자기 그 주변으로 발자국 소리가 몰렸고, 여러 대의 카메라 플래시가 그를 비쳤다. 맥주 또는 칵테일 잔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던 글로벌 게임 업계인들도 그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열대성 기후의 호치민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밤 행사가 상대적으로 일찍 마무리되는 이유다.
게임버스 2026의 첫날 밤, 인조이페이가 주최한 네트워크 파티는 이미 끝난 후였다. 그중 일부가 이 루프탑에서 열리고 있던 엑솔라 커넥트에 합류했고, 이 행사도 막바지 시간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다.
베트남 게임 생태계의 컨트롤타워가 이 시간 이곳에 등장할 것이라고는.

ABEI 레꽝뜨조 국장은 “게임버스 첫날 일정이 많아서 좀 지쳤지만 글로벌 게임 인사들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밝혔다.
전날 하노이에서 내려온 그는 계속 정신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이하 기자가 직접 확인한 수준이다. /호치민=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그는 내내 거기 있었다
5월 7일 행사 전날
오후 4시 30분

그의 첫 일정은 호치민 1군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게임산업교류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참가였다.

한국 게임 기관 인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ABEI, VTC 총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3자 간 베트남 게임인재 양성 협력의향서(LOI) 체결식을 가졌다.
저녁 6시 45분
롯데호텔 행사를 끝낸 뒤 그는 호치민 7군 지역의 고급 레스토랑 ‘메종 드 샤름’(Mason De Charme)으로 이동했다.

ABEI와 베트남 게임개발 연맹 등이 주최하고 엑솔라와 몰로코가 후원한 VIP 웰컴파티가 이곳에서 열렸다.
5월 8일 게임버스 1일차
오전 8시

매년 그런 것처럼 게임버스 2026은 그와 VIP들이 테이프 커팅을 해야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VIP들과 함께 각 부스 투어를 돌며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오전 9시

그의 개회식과 함께 베트남 게임 포럼이 시작됐다.

다른 인사의 발표 속에서도 그가 나왔다.
낮 12시

개회식 이후 주요 강연을 듣던 레꽝뜨조 국장은 11시 이후 잠깐 포럼 공간을 떠났다. 낮 12시 스토브 베트남 플랫폼 전략적 파트너십 서명식이 시작되기 전에 다시 포럼 공간으로 돌아왔다. 스토브 베트남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
오후 2시
한-베 인디게임 세미나가 행사장 3층 컨퍼런스 공간에서 열렸다.


맨 앞줄에 앉은 레꽝뜨조 국장은 세미나를 열심히 청강하고, 프레젠테이션 중간중간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오후 4시 무렵
게임허브 결선에 다시 그가 등장했다.
오후 4시 4분

그는 게임허브 결선이 열리는 무대 옆에 있던 B2B존에 들어와 현장 상황을 살폈다. 당일 행사가 끝나는 5시 30분까지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밤 10시 50분 이후

호치민 3군의 루프탑 공간에서 열린 엑솔라 커넥트에 그가 등장했다.
5월 9일 게임버스 2일차
오전 10시

한국게임문화재단에서 주최한 게임 리터러시 트레이닝 교육에 참여했다.
낮 12시
그는 호치민 7군 푸미흥 해피밸리의 베트남 식당 'Chuồn Chuồn Kim'으로 한국 게임 기관 관계자들을 초청해 점심 회식을 가졌다.

이곳에서는 “못, 하이, 바, 요!”(Một, hai, ba, dzô!)라는 베트남어가 계속 들렸다. 베트남에서는 술을 마실 때 “하나, 둘, 셋, 마시자!” 하며 건배를 하는 문화가 있다.
오후 1시 56분

그는 다시 게임버스에서 열렸던 심층 e스포츠 세미나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2시 10분 무렵
베트남 게임개발 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아이카메 글로벌 응우옌마인꾸엣 대표(Nguyen Manh Quyet)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기자가 목격한 마지막 장면이었다.
베트남 게임산업의 헤드쿼터
루프탑에서 그를 알아본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가 어디서 오는지를.
레꽝뜨조는 문화체육관광부 라디오·방송·전자정보국, 즉 Authority of Broadcasting and Electronic Information 국장이다.
원래 정보통신부 산하에 있던 ABEI는 베트남 정부 조직 개편으로 2025년 3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됐다.

ABEI는 게임뿐 아니라 방송, TV, 온라인 정보, 소셜 미디어, 해외 인터넷 플랫폼, 온라인 광고까지 관할하는 디지털 콘텐츠 진흥·규제·정책 기관이다.
한국식으로 비교하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상당 부분, 문체부 콘텐츠 정책, 게임물관리 기능, 온라인 플랫폼·광고 규제 기능이 한데 섞인 조직에 가깝다.
게임 서비스 신고·허가, 이른바 판호, 게임 관련 규제 집행, 해외 사업자 대응, 산업 육성 정책 기획 등도 이 기관의 소관이다.
그가 만들어온 것들
레꽝뜨조 국장은 게임을 “규제해야 할 오락”에서 “육성해야 할 문화산업”으로 바꾸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게임버스, 베트남 게임개발연맹, 대학 내 게임 전문 과정은 모두 그가 ABEI 수장이 된 2022년 10월 이후 생겨났다.
4년 동안 ABEI는 게임버스를 베트남 최대 게임산업 플랫폼으로 키웠고, 게임개발연맹(VGDA)의 결성을 독려했고, 우정통신대학(PTIT)에 게임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지난해 지스타 때 베트남 게임계 인사들과 회식하는 모습.
한국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과도 연달아 협약을 맺었다.
여기에 2025년 11월 베트남 정부가 게임을 6대 핵심 문화산업 중 하나로 지정하고, 2026년 정치국 결의까지 이어지면서 게임은 더 이상 단순 규제 대상이 아니라 국가 문화산업의 전략 분야로 올라섰다.
특히 역사·문화 콘텐츠를 담은 게임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까지 제시되며, 베트남 게임정책의 무게중심은 ‘관리’에서 ‘진흥’으로 이동하고 있다.
루프탑이 남긴 질문
이재명 정부도 글로벌 사우스를 말한다. 미·중 사이에서 새로운 축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다.
글로벌 사우스 전략은 결국 그 나라들과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느냐의 문제다. 경제만으로는 부족하고, 문화와 콘텐츠가 그 연결의 깊이를 만든다.

그중에서 베트남은 게임 산업에 진심이다. ABEI 레꽝뜨조 국장은 게임버스 기간 내내 그것을 명확히 보여줬다.
밤 11시 호치민의 루프탑, 거기에는 두바이와 텐센트 쪽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베트남에 지사를 둔 한국 하이퍼캐주얼 개발사도 있었다.
글로벌 사우스의 자본과 플랫폼이 만나는 그 자리에, 베트남은 국장이 직접 나왔다.
글로벌 사우스 전략이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 되려면, 우리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레꽝뜨조 국장은 만날 준비가 돼 있다.
우리의 준비는 어디까지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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