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BIC(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BIC 2026의 출품작 라인업이 공개된 가운데, 근 몇 년 사이에 이 정도로 잔뼈 굵은 팀들이 다 모인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전시 작품과 개발사 구성이 화려하다.
매년 BIC가 점점 체급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만 주목하면 얼핏 당연한 결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인디 개발팀들과 자주 교류하는 기자 입장에선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다.
작년 지스타와 올해 플레이엑스포가 다소 아쉬움을 남긴 것도 한몫을 했고, 상반기에 이야기를 나눈 적잖은 인디 개발팀들로부터 비슷한 기회비용이라면 타이페이 게임쇼, 비트서밋, 도쿄게임쇼 등을 가겠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걱정과 달리 기대 이상의 라인업이다.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취재를 갔던 행사에서 기자의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게임 및 개발팀들이 이번 BIC 2026에 모두 모였다고 보시면 된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BIC 2026의 오프라인 행사는 8월 14일부터 8월 16일까지 3일 동안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되고, 온라인 전시는 8월 7일부터 8월 28일까지 이어진다.
# 왜 올해 행사가 유독 다르다고 느껴지는가
다른 게임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정 행사의 '가장 좋았던 때'를 꼽으라고 하면 사람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리라 생각한다.
여러분에게 BIC의 황금기라고 기억되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개인적으로 BIC에 대한 기억을 돌이켜보면 매번 우상향만 하진 않았다고 본다.
규모를 키워가는 과정 속에서 전시작이 너무 많아지면서 오히려 특색이 없다고 느껴지던 때도 있었고, 작품의 모수는 많은데 뇌리에 깊게 남는 작품이나 개발팀은 적었던 해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라인업만 봐도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이하 다른 중제에서 별도로 소개할 게임들을 빼놓고 이야기해도 벌써부터 고개가 끄덕여진다.
꾸준히 '쥐'에 진심인 카셀게임즈의 <래토칼립스>, 리듬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대작으로 손꼽을 수밖에 없는 <뮤즈 대쉬 2> 등, 이 행사를 찾아올 정도의 게이머들이라면 낯설어하지 않을 인지도를 가진 게임들이 많다.
▲ <래토칼립스>
▲ <뮤즈 대쉬 2>
심사 과정부터 치열했다고 한다. 올해 지원작들의 수는 역대 최대 규모로 57개국 856개 작품이 접수됐고, 그 중 41개국 180여 개 최종 선정작만 남겼다고 한다.
심사를 통과한 개발팀들의 국적이 다양하다는 건, 출품작들이 소개된 페이지를 조금만 넘겨봐도 금세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러시아, 핀란드, 슬로바키아,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등 정말 다양한 나라의 게임들이 한곳에 모였다.
▲ 커맨드를 타이핑해서 직접 입력해 조작하는 방식의 어드벤처 게임 <역 앞의 카프카>. 일본 게임이다.
사실 작품 수가 많은 건 전혀 중요한 지점이 아니다.(오히려 너무 많은 건 독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열의가 있는 루키, 노하우가 있는 기성팀,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얼마나 이 기회를 통해 잘 전달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봐도 올해 라인업은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유명한 팀이나 게임이냐 여부와는 조금 다른 관점이다.
가령 플레이엑스포 2026에서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기차 노선 관리 게임 <트랜스포트 트레인>도 이번 BIC 2026에 참가한다.
플레이엑스포 현장에 적잖은 인디게임이 있던 편이지만, 깔끔하면서도 괜찮은 게임을 하나 고르라면 이 게임을 추천할 정도였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 개발자들이 모인 인디게임 행사 '빌드 051'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비주얼노벨 게임 <댄싱 좀비>를 만든 1인 개발자 '바이러스'도 이번 BIC 2026에 다른 게임으로 참가한다.
'바이러스'가 이번에 출품하는 타이틀은 <페리오드 서바이벌: 마지막 시련>으로, 이 게임도 꽤 흥미로운 지점이 많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 번 해보셔도 좋겠다.
이 아래에서부터는, 기자가 생각하기에 이번 BIC 2026 출품작 중 주목할 만하거나 추천할 만한 작품 7개를 골라 소개해드리려 한다.
개인적인 장르 및 스타일 선호도가 조금 반영된 추천이긴 하지만, 7개 작품 모두 분명한 강점과 매력을 가진 타이틀이니, 온오프라인 전시를 통해 꼭 즐겨보시길 바란다.(작품 소개 순서엔 의미를 담지 않기 위해 가나다 순으로 정렬했다)
#1. <론 셰프>
'요리' 메트로배니아 액션 게임 <론 셰프>는, 게임플레이 안에서 직접 표현의 디테일을 봐야 더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중 하나다.
게임 아이콘 서울 2026 현장에서 기자가 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했을 때, 프로젝트 모름 유동윤 공동대표에게 여러 차례 물었던 질문이 "이게 다 그냥 손으로 찍은 도트라고요?"였을 정도로, 도트 표현이 정말 섬세한 작품이다.
'요리'를 중심으로 한 독특한 소재, 출시 예정 스펙 기준 20시간이 넘는 넉넉한 분량, 디테일하다 못해 예술의 경지에 오른 아트까지, 분명 이 게임이 취향에 맞는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2. <보이드 다이버>
로드컴플릿 산하 개발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네모의 작품 <보이드 다이버>도 만만치 않게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개인적으론 '익스트랙션 <이환>'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로, 이상현상과 도시,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집단, 전화 부스로 이동하는 방식, 스크린 안에 갇힌 캐릭터(타기도보다 더 예쁜...)가 있다는 점 등 매력적인 설정이 많이 보였다.
데모 공개에서부터 유저들에게 꽤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 만큼 이번 BIC 2026에서도 여러 사람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3. <보존계>
<서울 2033>, <수확의 정석>, <페이크북> 등으로 익숙한 반지하게임즈의 독특한 신작 <보존계>는, 기자가 이번 기획 기사를 써야겠다 마음 먹게 만든 핵심 타이틀 중 하나다.
아직 외부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지만, 운이 좋게도 기자는 이 게임의 초기 개발 단계 때부터 이번 출품 때까지의 발전 과정을 여러 차례의 알파 플레이를 거치며 지켜봐왔었다.
아주 쉽게 콘셉트를 설명하면 '단어'를 검색해 숨겨진 '문장'을 해금하면서 진행하는 추리게임이다.
밝혀내야 할 문장의 수가 꽤 많아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피해자, 용의자, 이름, 주소 등의 키워드는 물론이고, 내용을 파악하면서 알게 되는 정보들, 이 인물이나 상황이라면 사용했을 법한 단어나 말투들까지 검색하며 찾게 되는 재미가 있다.
최신 데모가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이번 BIC가 처음이니,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 중 하나다.
#4. <스테퍼 레트로>
이 작품은 BIC가 아니더라도, 곧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기다리고 계신 팬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스테퍼 케이스>, <스테퍼 리본>에 이어 신작 추리게임 <스테퍼 레트로>로 돌아온 팀 테트라포드다. 이번 작품은 <스테퍼 케이스>의 정식 후속작인 동시에, 같은 세계관의 다른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특히 초능력 그 자체보다 '스태프'라는 초능력 도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더 많이 등장하는 점, 출시 시점부터 일본어 음성이 지원되는 점이 특징이며, 전작들을 재밌게 즐긴 분들이라면 <스테퍼> 시리즈 특유의 추리와 확장의 맛을 분명 좋아하실 것이다.
<스테퍼 레트로>는 7월 23일 정식 출시 예정인 게임이기 때문에, BIC 현장에서는 게임플레이에 대한 수요에 못지 않게 팬 미팅과 비슷한 분위기가 많이 형성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5. <전국퇴마사협회>
첫 플레이 이후 시간이 지나도 잘 잊혀지지 않는 게임, 전체 챕터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는 게임을 하나 말하라면 <전국퇴마사협회>를 꼭 언급하고 싶다.
<전국퇴마사협회>는 귀신을 보는 소녀 '혜성'이 '전국퇴마사협회'와 '조월회'라는 조직과 마주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퇴마 어드벤처 게임이다.
굉장히 한국적인 소재와 배경, 개성 있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플레이, 눈길을 사로잡는 아트까지 정말 잘 만든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는 듯한 감각이 일품인 작품이다.
<전국퇴마사협회> 게임 자체는 유니티로 만들어졌지만, 지향하고 있는 플레이 구성이 <이브>, <아오오니>, <살육의 천사> 등과 유사하기에, 쯔꾸르 스타일의 공포게임 명작들을 좋아한 유저라면 이 작품을 주목할 만하다.
이번 BIC에서는 온라인 전시만 진행하지만, 많은 온라인 전시작들 사이에서도 여러분이 꼭 놓치지 않고 플레이해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한 번 더 힘주어 소개한다.
#6. <킬라>
사실 <킬라>는 기자처럼 인디게임 행사를 많이 다닌 사람이라면, 여러 행사에서 이미 봤을 가능성이 높은 타이틀이다. 그만큼 개발 단계에서부터 여러 차례 주목받은 게임이다.
그럼에도 이번 BIC 2026에서 다시 이 작품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최신 빌드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물론이고, 토에이 게임즈가 첫 퍼블리싱 라인업으로 한국 게임인 <킬라>를 들인 이후, 일본에서 열린 비트서밋을 제외하면 국내의 규모가 있는 행사에서 대중들을 만나는 첫 자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 사이 많은 피드백을 받고 여러 개선 작업도 거쳐온 걸로 알고 있기 때문에, 과연 이번 BIC에서는 어떤 좋은 인상을 남길 것인지 궁금해지는 추리게임 <킬라>다.
#7. <할로원더밴드>
앞서 소개한 작품들 중 추리게임들이 조금 많았다면, 이번 <할로원더밴드>는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리듬게임'이다.
'리듬게임'이라고 하면 어려운 난이도로 마니악한 장르가 아닐까 싶겠지만, 이 게임은 초심자가 입문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게끔 많은 신경을 써 여러 게임 행사 현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특히 최근 출시된 <리듬 천국>의 장점인, 상황에 맞는 리듬 연출이 다양하게 등장하는 게 <할로원더밴드>의 최대 장점 중 하나다.
비트서밋 2026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던 타이틀인 만큼, 이번 BIC 2026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할로원더밴드>의 매력에 퐁당 빠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