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에서 <007 퍼스트 라이트>가 어떤 작품인지, 그리고 짧은 시연을 통해 확인한 손맛은 어땠는지 상세히 다룬 바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게임은 정말 기대해도 좋다. 시연 시간이 마치 찰나의 순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 경험은 강렬했고, 무엇보다 행복했다.
하지만 짧은 시연만으로는 이 야심 찬 프로젝트가 품고 있는 무궁무진한 궁금증을 모두 해소하기엔 아무래도 부족했다. 그래서 이번 '빌리빌리 퍼스트룩' 현장에서 개발사 IO 인터랙티브의 로린 데샹(Laurine Deschamps) 글로벌 브랜드 매니저와 조나단 라카이(Jonathan Lacaille)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를 직접 만났다.
게임의 출시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팬을 대신해, 밤새 고민하며 준비했던 질문들을 아낌없이 던졌다. IO 인터랙티브가 새롭게 정의하는 제임스 본드의 기원, 그 내밀한 뒷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놓고자 한다.
🎮 빌리빌리 퍼스트룩에서 만난 게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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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O 인터랙티브의 로린 데샹(Laurine Deschamps) 글로벌 브랜드 매니저
# 가장 젋은 제임스 본드, '퍼스트 라이트'의 시작
Q. 2020년 최초로 공개된 이후 5년 뒤인 2025년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이번 작품이 깜짝 공개됐죠. 핵심 콘셉트를 확정하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나 도전 과제는 무엇이었나요?
A. 로린 데샹: 이번 프로젝트는 저희에게 정말 많은 기회를 열어주었어요. <007 퍼스트 라이트>는 새롭게 재해석된 오리진 스토리인데, IP 홀더들이 저희 IO 인터랙티브만의 독창적인 시각을 믿어주셨거든요. 창의적인 자유가 많았던 만큼 IP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첫 번째 도전이었죠.
특히 제임스 본드 영화 특유의 거대한 헐리우드식 액션 시퀀스와 플레이어가 직접 스타일을 선택하는 창의적인 게임플레이 사이에서 완벽한 비중과 조합을 찾는 데 정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Q. 기존 <007> 시리즈에서는 부제가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의 부제인 '퍼스트 라이트'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로린 데샹: 빛과 그림자의 대비는 고전<007>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예요. 이번 작품에는 역대 본드 중 가장 젊은 Z세대 본드가 등장하는데요. 과거의 본드들이 생사와 배신을 겪으며 다소 무거운 시각을 가졌다면, 젊은 본드는 아직 모든 걸 겪지 않았기에 더 희망적이고 '빛'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스파이 세계에 발을 들이며 세상을 발견해 나가는 희망적인 과정을 이 제목에 담았습니다.
Q. 가상의 인물을 모델로 하거나 대형 스타를 캐스팅할 수도 있었는데, 신인인 패트릭 깁슨을 선택한 배경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A. 로린 데샹: Z세대 본드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는 건 정말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젊은 본드의 성장과 진화를 보여줘야 해서 신체적 존재감은 물론 감정적 깊이와 연기 폭을 모두 갖춘 배우가 필요했죠. 패트릭 깁슨은 오디션 초기 단계에서 만났는데, 보자마자 독특하고 신선한 매력을 느꼈어요. 나이대도 캐릭터와 비슷했고, 젊은 배우 특유의 조급함과 깊이를 모두 갖추고 있어 완벽한 적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 <007 퍼스트 라이트>의 제임스 본드(왼쪽)과 성우를 맡은 배우 패트릭 깁슨
Q. 이안 플레밍의 소설 중 어떤 작품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았나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본드 배우는 누구인가요?
A. 로린 데샹: 저는 대니얼 크레이그를 보며 자랐지만, 최애 배우는 피어스 브로스넌이에요. 이번 게임을 만들며 기존 영화에 얽매이지 않고 저희만의 해석을 담을 수 있어 정말 즐거웠습니다. 외모는 원작 소설의 검은 머리와 파란 눈, 뺨의 흉터 묘사를 충실히 따랐지만, 캐릭터의 내면은 저희만의 독창적인 색깔로 채웠습니다.
Q. 역대 007 시리즈의 빌런과 위협 요소들은 냉전, 환경 문제, 사이버 테러 등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해 왔습니다. 이번 작품의 핵심 갈등 요소나 빌런의 설정에도 현대의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나요?
A. 로린 데샹: 네, <007>은 항상 시대를 앞서가는 주제를 다뤄왔죠.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이번에는 '인간 대 기술(AI)'의 대립, 그리고 냉혹한 세계 속에서도 인간적인 마음과 감각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 이번 작품의 핵심 악역으로 등장하는 '009'
# <히트맨>을 넘어선 완벽한 스파이 액션 판타지
Q. 개발사의 전작인 <히트맨> 시리즈가 주어진 요소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표적을 암살하는 잠입 액션 게임이었다면, 이번 게임은 3인칭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잖아요. 완전히 다른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 또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로린 데샹: IO 인터랙티브가 지난 25년간 <히트맨>으로 전문성을 쌓았지만, 이번 작품은 근본부터 다른 게임이에요. <히트맨>에서는 전투 모드에 진입하는 게 곧 실패를 의미할 정도였지만, <007>은 스파이 액션물인 만큼 전투가 당연히 기대되는 요소거든요.
그래서 풍부한 근접 전투와 총격전이 자연스럽게 결합되도록 시스템을 아예 처음부터 새로 구축해야 했습니다. 건물 등반 같은 민첩성 시스템이나 카체이싱 장면 등 히트맨에는 없던 시스템들을 이번 작품만을 위해 새롭게 제작했죠.
Q. 자동차 추격, 보트 이동, 소셜 상호작용 등 다양한 게임플레이를 게임 내에 균형 있게 적용할 수 있게 만드는 내부 규칙이 있나요?
A. 로린 데샹: 딱딱하게 고정된 규칙은 없어요.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일반적인 스파이에게 기대하는 모든 행동을 통해 궁극의 스파이 액션 판타지를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007> 게임들이 슈팅 중심이었다면, 저희는 플레이어가 언제나 슈퍼 스파이 요원이 된 기분을 느끼도록 다양한 옵션과 스타일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죠. 그래서 영화 같은 선형적 장면과 자율적인 장면을 적절히 섞어 배치했습니다.

Q. 정원 호스를 켜서 NPC의 경로를 바꾸거나 배관을 타는 등 다양한 게임 진행 방식의 예시를 보았습니다. 구역마다 몇 가지 접근 방식을 설계하며, 의도된 경로와 플레이어의 자율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나요?
A. 로린 데샹: 내부적으로는 '호흡하는 게임플레이(Breathing gameplay)'라고 부르고 있어요. 특정 내러티브를 경험하게 할 때는 선택지를 좁혀서 길을 유도하지만, 목표에 도달하는 자율성을 줄 때는 선택지를 대폭 넓히는 식이죠. 정해진 정답의 개수는 없어요. 구역에 따라 2가지가 될 수도, 5가지 이상이 될 수도 있죠. 플레이어분들이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기회를 누리길 원했습니다.
Q. 플레이어들이 스텔스 대신 시끄럽게 행동하는 등 예상 밖의 방식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이탈을 허용하나요?
A. 로린 데샹: 그것이야말로 저희가 제공하고 싶었던 점입니다. 목표에 도달하는 다양한 기회를 가지는 것이죠. <히트맨>과 달리 플레이어가 스타일과 액션을 자유롭게 섞어 쓸 수 있도록 만들었죠. 가젯 역시 스텔스 용도뿐만 아니라 전투 상황에서도 직접 적을 제압하는 용도로 쓸 수 있게 다목적으로 설계했습니다.
Q. 내러티브 중심의 선형 액션 어드벤처를 위해 엔진 업그레이드를 했나요? 발매일까지 최적화가 완료될까요?
A. 로린 데샹: 자체 엔진인 글레이셔 엔진은 산업의 발전과 유저들의 기대에 맞춰 계속 진화 중입니다. 이번 작품을 위해 <히트맨>에는 없던 민첩한 기동이나 드라이빙, 새로운 전투 기능을 추가하면서 엔진 개발도 병행했거든요. 플레이어분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살인면허'부터 '블러핑'까지, <퍼스트 라이트>의 독창적 메커니즘
Q. '살인 면허(License to Kill)' 시스템의 작동 로직과 선제적 발동 여부가 궁금합니다.
A. 로린 데샹: 이 시스템은 본드가 아직 미숙한 요원이기에 총기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설정과 맞물려 있어요. 현실의 스파이처럼 적이 명확한 살해 의도를 보일 때까지 기다려야 시스템이 발동되죠. 평화로운 구역에서는 비활성화되어 있다가, 적대적인 구역에서 적이 무기를 꺼낼 때 활성화됩니다.
조나단 라카이: 들켰다고 바로 게임 오버가 되는 건 아니에요. 블러핑이나 전투로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고, 빠르게 대처하면 다시 스텔스 모드로 돌아갈 수도 있어 훨씬 역동적입니다. 구석에서 가만히 기다리기보다 즉각적인 임기응변을 발휘하는 재미를 강조했습니다.

▶ '살인 면허'는 상대가 명확한 살해 의도를 보일 때만 발동된다.
Q. 앞서 많은 인터뷰에서 '블러핑'에 대해 많이 강조하셨는데요. 실제 게임에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기능하는지 궁금합니다. 히트맨 시리즈의 '변장' 시스템을 대체하는 걸까요?
A. 로린 데샹: 블러핑은 스텔스 행동을 성공했을 때 쌓이는 '본능' 자원을 소모하는 시스템이에요. 예를 들어 침입하다 들켰을 때 "보안 점검 중입니다"라고 능청스럽게 속이고 위기를 넘기는 식이죠. 하지만 모든 적에게 통하는 건 아니니 늘 다른 대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Q. 게임 속 'Q'는 본드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로린 데샹: Q는 본드의 든든한 멘토예요. 미션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Q랩에서 새로운 가젯을 잠금 해제하고 장비를 선택하는 베이스 역할을 하죠. Q는 늘 기지에 상주하며 플레이어와 계속 소통할 겁니다.
조나단 라카이: 본드의 고급스러운 취향, 이를테면 오메가 시계나 애스턴 마틴 같은 것들이 사실 Q의 영향이었다는 설정도 숨겨져 있습니다.
Q. 신규 콘텐츠인 '전술 시뮬레이션(Tactical Simulation)' 모드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A. 로린 데샹: 이미 깬 미션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모드예요. '발각되지 않기' 같은 다양한 조건을 걸고 도전하는 건데, 난이도 설정에 따라 체력이나 자원 수급량이 달라져서 반복 플레이의 재미가 쏠쏠할 겁니다.
▶ 원하는 암살 대상과 방식을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었던 <히트맨 앱솔루션>의 '컨트랙트 모드'. 이번 전술 시뮬레이션 모드도 이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 기존 팬과 새로운 세대를 모두 만족시킬 작품
Q. 공개된 게임 플레이 트레일러 영상을 보면 연출이 정말 블록버스터 영화 같아서 놀랐습니다. 치열한 카체이싱 장면이라든지, 상공에서 낙하하며 열린 자동차의 문 틈으로 들어가는 장면 같은 것들이요. 이런 장면들을 어떻게 연출하셨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IP 홀더인 EON 프로덕션과 MGM의 도움이 있었나요?
A. 로린 데샹: 저희 팀원 모두가 <007> 영화를 보며 자란 열렬한 팬이라 플레이어분들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웅장하고 강렬한 순간들이 왜 필요한지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었죠. 권리자분들도 저희의 창의적인 비전을 신뢰하며 많은 자유를 주셨고요. 데이비드 아놀드(작곡가)나 수티르타(의상 디자이너) 같은 시리즈 전문가분들과 협업하며 그분들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Q. 젊은 본드라는 설정이 기존의 장기 팬들에게는 조금 낯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A. 로린 데샹: 오히려 저희가 가장 큰 기회라고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저희 스스로가 팬이기 때문에 진정한 <007> 게임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거든요. 세계 여행, 차 추격, 가제트 등 핵심 요소를 모두 담았기에 기존 팬분들도 단번에 시리즈의 정통 후속작임을 알아보실 거예요. 동시에 이 오리진 스토리는 지난 14년간 게임을 접하지 못했거나 영화를 본 적 없는 새로운 세대에게도 완벽한 입구가 되어줄 겁니다.
Q. 그 인기만큼이나 007 시리즈를 상징하는 시그니처가 정말 많습니다. 총열 시퀀스라거나, ‘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 같은 명대사도 있죠. 이렇듯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찾아볼 수 잇는 특별한 오마주도 준비되어 있는지, 반대로 <히트맨> 시리즈 같은 IO 인터랙티브의 대표작의 팬들을 위한 오마주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로린 데샹: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MI6 본부나 <Dr. No(한국에선 <007 살인번호>라는 이름으로 개봉했다)> 테마, 그리고 마지막의 총구 포즈 등은 본드 팬분들을 위한 진정한 선물이에요. 카체이싱이나 가젯, 그리고 음악에 녹아든 <Dr. No> 모티브 등은 조만간 게임을 플레이하시면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Q. 본드 걸 개념이 구식일 수 있지만, 이번 작의 여성 캐릭터들도 중요해 보입니다. 어떻게 묘사했나요?
A. 로린 데샹: 여성 캐릭터는 언제나 프랜차이즈의 핵심이었고, 이번 작에서도 멘토나 파트너 등 강력하고 흥미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해요. 저희는 시리즈가 여성을 묘사해 온 진화된 방식을 존중하며, 깊은 배경과 명확한 동기를 가지고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들을 통해 플레이어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했습니다.

Q. 발매일이 더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5월로 연기되었습니다. 이 두 달 동안 무엇이 가장 많이 바뀌었나요?
A. 로린 데샹: 비전 자체가 바뀐 건 아니에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준비한 야심 찬 결과물을 플레이어분들에게 최고의 상태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래서 지난 두 달은 최적화와 폴리싱 작업에 온전히 전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Q. 한국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감각을 느끼길 바라나요?
A. 로린 데샹: 한국 유저분들에게 이번 오리진 스토리는 정말 흥미로운 출발점이 될 거예요. <007> IP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도 <퍼스트 라이트>는 이 세계를 발견하는 완벽한 통로가 될 거니까요. 제임스 본드가 요원 번호를 얻고 스파이 세계의 일원이 되어가는 그 설레는 기분을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