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데이트 오더>, <카르마 엑소시스트>에 이어 이번 '빌리빌리 퍼스트룩' 행사에서 만난 세 번째 게임을 소개할 차례다.
이번 주인공은 스스로를 '아마추어'라 칭하는 개발사, 플라잉 아마추어스(Flying Amateurs)가 개발 중인 신작 <어보브랜드: 랩소디(Aboveland: Rhapsody)>(이하 어보브랜드)다.
<어보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속된 말로 "쌈마이"라 부르는 'B급' 테이스트를 게임 전반에 여과 없이 녹여냈다는 점이다.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게임의 비주얼부터 시놉시스, 등장하는 무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에서 특유의 키치함과 엉뚱함이 묻어났다.
덕분에 <어보브랜드>는 이번 행사에서 만난 게임 중 가장 신선하고 특이한 인상을 남겼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짙은 아쉬움을 남긴 게임이기도 했다.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하겠다.

# 농구공으로 맞아봤니?
<어보브랜드>는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해 하늘을 부유하는 거대한 해양 생물의 등에 자리 잡은 고대 문명을 배경으로 한다.
겉보기엔 장엄하고 진지한 판타지 게임처럼 보이지만, 플레이어가 손에 쥔 무기를 보는 순간 앞서 언급한 B급 감성이 무엇인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일본도나 창, 석궁 같은 멀쩡한 무기도 있지만, 이 게임의 진가는 농구공, 요요, 기타, 주사위, 심지어 '접이식 의자' 같은 기상천외한 무기들에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프로레슬링의 그 접이식 의자가 맞다.
레슬링 링을 소환해 의자로 적을 패대기치거나 농구공으로 덩크슛을 꽂아 넣는 등 , 웅장한 배경과 전혀 맞지 않는 분위기의 전투가 빚어내는 언밸런스가 이 게임의 확실한 정체성이라 할 수 있겠다.
게임의 기본 뼈대는 3인칭 백뷰 시점의 액션 RPG에 로그라이크의 빌드 크래프팅 요소를 결합한 형태다.
플레이어는 30가지 이상의 다양한 무기 중 2개를 선택해 교체하며 사용할 수 있으며 , 1,000여 개에 달하는 다양한 특성을 조합해 자신만의 빌드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
여기서도 머리가 폭탄으로 바뀌며 주기적으로 주변 적들에게 폭발 피해를 입힌다든지, 실제 마이크에 대고 "엄마!"라고 외치면 주변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등 특유의 B급 감성이 도드라진다.
▶ 접이식 의자로 있는 힘껏 패고
▶ 머리에 폭탄을 달고 달리는 등 기상천외한 전투가 펼쳐지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만 보면 평범한 로그라이크 액션 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어보브랜드>는 독특한 게임의 흐름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특히 이번 데모 빌드에서는 맵 한가운데 배치된 베이스캠프를 몰려오는 적들로부터 지켜내는 타워 디펜스 요소를 핵심 메커니즘으로 내세웠다.
정해진 시간마다 찾아오는 웨이브 사이의 막간을 이용해 주변 지역을 탐색하며 특성과 아이템을 파밍하는 구조인데, 이는 이번 시연 버전에서 핵심 게임플레이 루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개발진에 따르면 이번 데모의 중심인 디펜스 요소는 전체 게임의 일부분이며,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더욱 방대한 지역 탐험과 다채로운 게임플레이 요소들이 추가되어 액션 RPG로서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진하게 묻어나는 B급 테이스트는 <어보브랜드> 특유의 세계관 설정에 기인한다. 이 모든 것이 사라진 엄마가 남기고 간 만화책을 읽다 잠든 아이의 상상이 만들어낸 꿈속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맹목적인 경쟁이나 소모적인 스펙업보다는,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어떤 방식으로든 게임에 참여하는 것 자체로 격려받는 '동심'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것이 개발진의 설명이다.
▶ 만화책 한 권만 덩그러니 두고 사라진 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정
# 독특한 무기와 호쾌한 전투의 손맛, 문제는...
이번 시연에서 공개된 <어보브랜드>의 게임 플레이는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밀도 높은 루프를 지향한다.
게임은 약 1분간 베이스캠프로 밀려오는 적들을 막아내는 디펜스 단계와 이후 8분 동안 주변 지역을 탐색하는 파밍 단계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처음에는 8분이라는 탐사 시간이 다소 길게 느껴졌으나, 맵이 생각보다 광활하고 곳곳에 배치된 적들과 보스 몬스터의 방해가 거세 실제 플레이 체감 시간은 상당히 타이트했다.
파밍 단계에서 플레이어는 적을 처치해 얻은 자원으로 특성을 구매하거나 맵 곳곳의 거대 조각상과 상호작용하여 체력, 공격력 등 기본적인 스탯을 강화하며 다음 공세를 준비하게 된다.
8분이 지나면 경고 메시지와 함께 다음 웨이브가 시작되는데, 다행히 맵 어디서든 베이스캠프로 즉시 귀환할 수 있는 기능 덕분에 방어 시점을 놓치는 일은 없었다.
▶ 웨이브 이후에는 주변 필드를 탐색하며 특성과 아이템을 파밍해야 한다. 가끔 이런 강력한 보스가 등장해 파밍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렇게 총 4번의 웨이브를 성공적으로 막아내면 해당 스테이지의 최종 보스와 대면하게 된다. 만약 성장이 충분히 끝난 숙련자라면 뿔피리를 불어 대기 시간을 건너뛰고 곧바로 다음 전투를 시작할 수도 있다.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무기마다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독특한 메커니즘이다. 가령 접이식 의자는 실제 프로레슬링을 연상시키듯 의자 다리를 붙잡고 휘두르거나 아예 레슬링 링을 깔아 적들을 가둬버린다.
기타는 리듬 게임처럼 특정 노트에 맞춰 공격을 입력해야 제 성능을 발휘한다. 주사위 역시 두 개의 주사위를 던져 나온 눈금의 합이나 족보에 따라 대미지와 버프 효과가 결정되는 등 장비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돋보였던 무기는 농구공과 팽이였다. 농구공은 24초 내에 드리블과 밀치기로 콤보 점수를 쌓은 뒤 골대에 덩크슛을 꽂아 넣는 화끈한 한 방을 보여준다.
팽이는 특정 지역에 설치해 지속 피해를 주면서, 팽이끈을 이용해 팽이를 당겨오거나 반대로 플레이어가 팽이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변칙적인 기동을 선보여 조작하는 재미가 상당했다.
▶ 콤보를 최대한 쌓아서 덩크슛! 타격감이 굉장하다.
▶ 팽이끈으로 팽이를 때리면 팽이가 날아간다. 적들이 찰싹찰싹 맞는 것도 덤.
공격은 기본 공격과 특수 공격으로 나뉘는데, 이 역시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른 콤보 공격이 발동된다. 격투 게임에서 볼법한 콤보 시스템과 유사한데, 막 눌러도 어느 정도 공격이 되지만 효과적인 공격을 위해서는 여러 콤보를 적절하게 조합하는 게 중요했다.
여기에 무기별 두 가지 액티브 스킬까지 조합하니, 다양한 기술과 콤보로 적들을 시원시원하게 공격하는 재미는 쏠쏠했다. 게임 도중에 얻을 수 있는 특성도 중요한 변수였다.
대부분의 로그라이크 게임이 그렇듯 3개의 특성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무기의 성능을 강화하는 특성과 캐릭터에게 추가 효과를 부여하는 특성으로 나뉘는 듯했다.
흔히 볼 수 있는 보호막 부여, 공격 시 추가타 효과 같은 특성도 있지만,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특이한 특성도 정말 많았다. 다 큰 어른이 마이크에 "엄마!"라고 외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실소가 절로 나오지 않는가.
▶ 접이식 의자의 액티브 스킬로 링을 소환한 후 탑로프에 올라가면 적을 향해 엘보 드롭을 날릴 수 있다.
이렇듯 <어보브랜드>는 분명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훌륭한 플레이 경험을 품고 있었으나, 서두에서 언급했듯 이번 시연에서 가장 큰 아쉬움을 남긴 게임이기도 했다.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연 시간 동안에도 수많은 시스템 오류와 버그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개발진 또한 현재 빌드의 완성도가 약 50% 수준이며, 테스트 중 많은 버그가 발견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원활한 플레이를 저해하는 요소가 많았다.
또한, 게임이 가진 매력적인 설정이 게임 내 내러티브나 비주얼 요소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했다는 인상이 강했고, 멀티 플레이 시스템의 안정성 또한 아직 개선할 점이 많아 보였다.
개발진은 이러한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여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으나, 근시일 내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선뜻 기대해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다만 독특한 게임 진행과 다양한 무기별 메커니즘에 대한 아이디어는 정말 좋았다. 스스로를 '아마추어'라 부르는 이들의 발칙한 상상력이 잘 다듬어져 나온다면, <어보브랜드>는 게이머들에게 전례 없는 신선함을 선사하는 게임으로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지금은 거친 원석의 상태지만, 개발진이 약속한 동심이 온전한 형태로 구현될 정식 출시 버전을 조심스럽게 기다려본다.
▶ 정식 출시 버전에선 공개된 스크린샷처럼 광활한 월드를 만나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