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에서 다룬 <맨데이트 오더>에 이어, 이번 '빌리빌리 퍼스트룩' 행사에서 만나본 두 번째 타이틀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중국의 인디 개발사 사이클로스(Cyclos)가 개발 중인 2D 메트로배니아 액션 게임 <카르마 엑소시스트>다.
최근 국내는 물론 글로벌 인디 씬에서 메트로배니아 장르는 그야말로 황금기를 맞고 있다. 중국 게임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유의 탐험 요소와 직관적인 액션성이 유저들에게 검증된 재미를 선사하며, 개발자 입장에서도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레벨 디자인과 아트워크를 뽐내기에 이만한 장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연 현장에서도 참관객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금세 게임에 빠져들어 패드를 놓지 못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쏟아지는 신작들 속에서 유저들의 뇌리에 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경쟁작 사이에서 군계일학(群鷄一鶴)으로 돋보이려면, 결국 장르의 익숙함을 깨트릴 자신만의 특별한 '한끗'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카르마 엑소시스트>가 품고 있는 비장의 무기, 그 특별한 '한끗'은 무엇일까?
🎮 빌리빌리 퍼스트룩에서 만난 게임들
▶ [핸즈온] 토탈워+문명+심시티? 중국산 인디 시뮬레이션 게임 '맨데이트 오더' (바로가기)

# 악업을 베고, 명계를 구하라
<카르마 엑소시스트>가 내세운 첫 번째 차별점은 바로 중국 신화의 사후세계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매력적인 세계관과 이를 그려낸 2D 핸드 드로잉 아트 스타일이다.
게임의 무대인 '명계'는 인간계의 끊임없는 전쟁과 기근, 폭정으로 인해 흘러들어온 거대한 악업(惡業)으로 인해 질서가 붕괴된 상태다. 명계의 여신인 '후토'가 이 악업을 자신의 궁전에 모아 봉인하려다 끝내 타락해버리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명계의 지배자 '풍도대제'가 그녀의 손을 베어 봉인하면서 명계는 완전히 통제 불능의 무법지대로 전락하고 만다.
▶ 후토의 잘린 손가락에서 태어나는 주인공
흥미로운 점은 플레이어가 바로 이 후토의 잘린 손가락에서 태어난 존재라는 것이다. 아무런 기억 없이 오직 악을 멸하라는 풍도대제의 사명만을 안고 깨어난 주인공은 '업을 베는' 능력을 활용해 타락한 명계를 정화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 또 다른 손가락에서 태어나 '업을 담는' 능력을 지닌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악을 대하는 방식이 서로 달라 초반에는 대립하지만 유저의 선택과 스토리에 따라 결국 협력하여 진엔딩으로 향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핵심인 맵 디자인 역시 신화적 고증과 상상력을 결합해 완성했다. 게임은 귀문관부터 황천길, 염라전 등 11개의 주요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구역들은 죽은 영혼이 심판과 환생을 위해 명계를 거쳐 가는 영혼의 이동 동선을 따라 유기적으로 설계되었다. 특히 내하교(奈何橋)에서 전생의 기억을 지우는 맹파탕(孟婆湯)을 마시는 등 널리 알려진 민속 전설들이 맵 곳곳에서 서브 퀘스트로 등장해 이야기를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 다양한 명계의 지역들이 유려한 핸드 드로잉 스타일로 그려졌다.
전투에서는 무기의 역할을 하는 '법보'를 활용하게 된다. 중국 문화에 뿌리를 둔 20여 종의 법보 중 3개를 동시에 장착할 수 있으며 전투 중 최대 8개까지 실시간으로 교체하며 싸울 수 있다. 각 법보마다 고유한 공격 모션과 특수 기술을 가지고 있어 몬스터의 패턴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며, 이 외에도 패시브 효과를 부여하는 '혼옥'과 소비 아이템인 '부적'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여기에 방점을 찍는 것이 바로 '구혼쇄(勾魂锁)'라 불리는 그래플링 훅 메커니즘이다. 구혼쇄를 사용하면 짧은 불릿 타임과 함께 360도 전방향으로 승표를 던져 부착된 곳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점프로는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하거나, 전투 중 적의 배후로 빠르게 이동하는 등 시원시원한 액션 플레이가 가능하다.

▶ '구혼쇄'를 이용한 화려한 그래플링 액션이 가능한 것도 특징.
# 아쉬운 '무난함'... 관건은 내러티브에
이번 행사에선 게임의 초반부를 짧게 시연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소감을 먼저 말하자면, "크게 모난 부분이 없는, 무난한 메트로배니아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전체적인 난이도는 적당히 도전적인 수준이다. 주인공의 체력은 5칸으로 그리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탐험 도중 사망하면 그 자리에 영혼을 떨어뜨리게 되는데, 이를 회수하지 못하면 최대 체력이 3칸으로 감소하는 혹독한 페널티가 주어졌다. 다행히 적을 처치해 좌측 상단의 호리병 게이지를 채우면 언제든 체력을 회복할 수 있어, 전투에 대한 부담은 적은 편이었다.
▶ 죽으면 혼을 되찾기 전까지 최대 체력이 감소하는 패널티를 받게 된다.
▶ 호리병을 사용해 언제 어디서든 체력을 회복할 수 있어 전투의 부담은 비교적 적은 편.
초반 구역임에도 등장하는 적의 종류가 다양하고 공격 패턴이 제각각이었다. 방어나 패링 기능이 없어 오직 점프와 구르기로만 회피해야 하지만, 적의 공격 전조 모션이 확실해 보고 대처하는 맛이 훌륭했다.
전투 조작에서 눈에 띄는 점은 주인공의 공격 판정이 좌우와 상단으로만 한정된다는 것이다. 하단 공격이 불가능해 바로 아래에 적이 있을 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점이 까다로웠다.
대신 적과 싸우다 보면 화면에 붉은 구슬(특수 게이지)이 생성되는데, 이를 소모해 법보마다 고유한 특수 공격을 구사할 수 있다. 기본 무기인 '참혼도(검)'는 전방으로 빠르게 돌진하며 적을 베고, 상점에서 얻을 수 있는 '개산부(도끼)'는 기를 모아 넓은 범위를 타격한다. 원거리 견제가 가능한 '참선비도(단검)' 역시 이 게이지를 소모해 발동하는 식이다.
▶ 평소에는 징으로 공격을 막다가 공격 이후 짧은 순간에만 공격이 가능한 적. 전조 모션이 잘 보여서 피하기는 어렵지 않다.
▶ 무기별로 특수 공격이 다르다.
메트로배니아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조작감은 제법 훌륭했다. 입력 지연이 거의 없었고, 버튼을 누르는 시간에 따라 점프 높이가 달라져 적의 공격을 살짝 피한 뒤 반격하거나 아예 등 뒤로 넘어가는 유연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벽 타기와 반동 점프, 공중에 매달린 고리를 그네처럼 타고 넘어가는 플랫포머 기믹도 깔끔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복잡하게 얽힌 맵을 탐험하는 재미도 충실했다. 특정 구역에 도달하기 위해 퍼즐을 풀거나, 구르기로만 통과할 수 있는 좁은 틈새에서 숨겨진 요소를 발견하는 등 장르적 문법을 충실히 따랐다. 다만, 일종의 세이브 포인트 역할을 하는 '신단'의 배치가 꽤 듬성듬성해 죽었을 때 같은 구간을 반복해서 뛰어야 하는 피로감이 다소 아쉬웠다.
▶ 고리를 그네처럼 타고 넘는 등 플랫포머 기믹도 잘 구현됐다. 다만 신단이 너무 적은 건 좀 아쉽다...
다만 앞에서 이야기했듯, 게임은 메트로배니아 치고 너무 '무난하다'. 잘 만든 메트로배니아 게임은 정말 많고, 게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요소들도 결국 어디선가 한번쯤 본 것들이다. 워낙 쟁쟁한 경쟁작이 많은 장르이기에 시스템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이 게임의 진정한 '한끗'은 중국 신화에 뿌리를 둔 독특한 내러티브에 있다. 개발진 역시 이를 자신들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파편화된 고대 신화를 직접 조사해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으로 엮어내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이승의 인연을 잊지 않기 위해 맹파탕을 거부하고 망천하(忘川河)에 뛰어든 연인의 애절한 사연처럼, 맵 곳곳을 흥미로운 전설과 설정들로 가득 채워 넣었다고 개발진은 강조했다.
'무난하다'는 평은 역설적으로 메트로배니아로서의 기본기가 그만큼 탄탄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잘 닦인 토대 위에 이들이 준비한 매력적인 서사들이 온전히 녹아든다면,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무난함'을 넘어선 확실한 한 방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


▶ 독특한 세계관과 이를 그려낸 비주얼은 정말 좋았다. 그에 걸맞은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