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게임 개발 민주화의 대명사였던 유니티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무리한 M&A로 인한 재정 부담, 신뢰를 무너뜨린 런타임 요금제의 역풍, 그리고 AI 기술의 급부상으로 인한 엔진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까지. 이 세 가지 위기가 맞물리며 유니티는 지금 '성장'이 아닌 '생존'의 기로에 섰다.
런타임 요금 정책 철회라는 뒤늦은 수습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작된 개발자들의 이탈과 기술력 축소는, 거대 엔진사가 어떻게 순식간에 신뢰를 잃고 산업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위기의 서막부터 현재까지, 유니티의 자승자박을 짚어본다. / 디스이즈게임 사장실 신동하, 김준수 기자

# 공격적 확장이 초래한 구조적 위기의 서막
유니티의 위기는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유니티 자체의 전략적 실수, 게임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 그리고 업계를 덮친 혹한기.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위기가 증폭됐다.
유니티는 2020년 5월 처음 나스닥에 상장했다. 유니티는 한때 게임 개발 민주화의 상징이었다. 비싼 라이선스 비용과 높은 진입장벽으로 대형 스튜디오의 전유물이던 3D 게임 개발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만든 엔진이기 때문이다. C#이라는 비교적 쉬운 언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무료로 시작할 수 있는 가격 정책 덕분에 전 세계 인디 개발자와 중소 게임사의 표준 도구가 됐다.
당시 모바일 게임 상위 1000개 중 71%가 유니티로 만들어졌고, <포켓몬GO>,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같은 글로벌 히트작도 유니티 엔진 위에서 탄생했다.

▶ 모바일게임 상위 1000개 중 70% 이상이 유니티 기반 제작임을 알리는 공식 홈페이지 설명. (출처: 유니티 공식 홈페이지)
코로나 시기 게임·메타버스 붐을 타고 유니티는 인력 확장과 함께 공격적인 M&A에 나섰다. 2021년 한 해에만 7건의 인수를 단행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피터 잭슨의 영화 VFX 기술회사 웨타 디지털을 16억 2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듬해인 2022년 7월에는 모바일 광고 플랫폼 아이언 소스를 44억 달러 규모의 전액 주식 거래로 합병했다.
"게임 엔진을 넘어 창작 전반의 플랫폼이 되겠다"는 야심이었지만, 막대한 인수 비용은 재정 부담으로 이어졌다.
# 신뢰를 저버린 무리한 수익화
결정타는 2023년 9월에 발표한 런타임 요금 정책이다. 매출 20만 달러, 설치 20만 건을 넘긴 게임에 건당 최대 0.20달러를 청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재정 압박을 돌파하기 위한 수익화 시도였지만, 개발자 커뮤니티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격렬했다.
반발은 조직적으로 번졌다. 수천 명의 개발자가 공개 서한에 서명했고,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메가크리트, <컬트 오브 더 램>의 매시브 몬스터, <어몽 어스>의 이너슬로스, <마블 스냅>의 세컨드 디너 등의 개발사들은 대거 성명문을 발표하고 보이콧 및 엔진 교체, 게임 판매 종료 등을 선언했다. 당시 CEO 존 리치텔로는 사태 초기 반발하는 개발자들을 "맥락을 모르는 것들"이라고 비하했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 유니티의 런타임 요금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메가크리트.
유니티는 한 달도 안 돼 정책을 전면 철회했다. 그러나 신뢰는 이미 무너진 뒤였다. 기존 개발자들의 신뢰를 잃은 유니티는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힘을 상실했고, 기존 고객들도 언리얼, Godot, 자체 엔진으로 조용히 이탈했다. 신규 클라이언트는 없고, 기존 시장마저 내주는 구조가 된 것이다.
# 구조조정과 고사양 기술 개발 중단
같은 시기, 모바일 게임 시장도 꺾였다. 2022년을 정점으로 성장이 둔화됐고, 투자 시장도 함께 얼어붙었다. 신규 모바일 게임 프로젝트가 줄면서 유니티를 비롯한 솔루션 업계 전반의 신규 클라이언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 AI도 빠르게 판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엔진 도입 초기에 교육·기술 지원 인력이 필수였지만, AI 기반 코딩 어시스턴트와 문서 자동화 도구가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솔루션 업체 입장에서는 사람이 해야 했던 일이 AI로 해결되면서 인력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니티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6차례에 걸쳐 누적 3,200명을 감원했다. 2024년 1월 단행한 1,800명 감원은 역대 최대 규모로, 전체 인력의 25%가 한 번에 사라졌다. 구조조정 비용만 2억 500만 달러에 달했고, 이 중 영업·마케팅 부문 인건비 정리에만 5,200만 달러가 투입됐다.
2025년 2월에는 공식 발표도 없이 추가 감원이 진행됐다. NPC 스크립팅 도구를 담당하던 Behavior 팀 전체가 해체됐고, 전직 직원들이 링크드인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 유니티 커뮤니티 포럼에 Behavior 팀 전체 해고 소식을 알린 한 직원의 게시물.
기술도 축소하고 있다. 유니티가 고사양 3D 시장에서 언리얼에 맞서기 위해 꺼내든 HDRP가 대표적이다. "유니티로도 AAA급 그래픽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기술이었지만, 언리얼 엔진 5가 Nanite와 Lumen을 앞세우면서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2026년 2월 유니티는 HDRP를 유지보수 모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콘솔·PC·AAA 시장을 사실상 언리얼에 넘긴 것이다.
법인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2025년 4월 중국·홍콩·마카오에서 Unity 6 제공을 종료하고 Tuanjie(단결엔진)로 완전 분리한 Unity China가 대표적이다. 블룸버그 로(Bloomberg Law)는 2026년 2월, 유니티가 중국 법인 매각을 검토 중이며 매각 가치는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수 후보로 텐센트가 거론되고 있지만, 협의는 아직 초기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 한국지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니티의 위기는 한국에서 유독 선명한 형태로 가시화됐다. 글로벌 본사의 구조조정 파고가 한국 지사를 강타하면서, 수치로만 존재하던 위기가 사람의 문제로 바뀐 것이다.
230명대였던 유니티 코리아의 인력은 현재 120명 수준으로 줄었다. 절반이 사라진 셈이다. 그런데 그 방식이 논란이 됐다.
한국에서는 근로기준법상 해고 요건이 엄격한 탓에, 본사처럼 직접 감원하는 대신 '대기발령'이라는 우회로를 택했다. 업무에서 배제하고 임금을 70% 수준으로 삭감해 사실상 자진 퇴사를 유도하는 구조다. 법적으로는 해고가 아니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해고와 다를 바 없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반발은 조직화됐다. 지난해 말 사무금융노조 산하에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지부가 출범했다. 노조는 대기발령 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역삼역 부근 사옥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사옥 앞에서 시위중인 유니티 코리아 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