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새 게임 인구 3명 중 1명이 떠났다. 2022년 74.4%였던 게임 이용률은 2025년 50.2%까지 떨어졌다. 팬데믹이 일시적으로 부풀린 시장이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유저가 줄자 연쇄 반응이 시작됐다. 신작 흥행은 어려워지고, 투자 시장은 얼어붙었다. 구조조정과 서비스 중단이 잇따랐다. 게임사가 어려워지자 그에 기대던 업계도 함께 흔들렸다.
유니티의 위기는 이 순망치한의 압축판이다. 런타임 요금제라는 무리수도, 반복된 구조조정도, 쪼그라드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런데 한 축이 무너지는 자리에서, 다른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디스이즈게임은 유니티 사태를 계기로 B2B 생태계 곳곳의 관계자들을 만났다. 오픈소스 엔진에 주목하는 개발자들, 광고 전략을 바꾸는 마케터들, 수수료 장벽이 무너지는 틈을 노리는 결제 솔루션 업계까지. 이 시장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디스이즈게임 사장실 신동하, 김준수 기자
취재 과정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대부분 본사의 승인 절차를 이유로 실명 공개를 사양했다. 소수의 예외가 있었으나, 일관성을 위해 등장하는 모든 관계자의 신원은 익명으로 갈음한다.
런타임 요금제의 역풍, '고도 엔진'
구조조정 소식을 전했을 때, 한국 인디씬의 반응은 단순했다. "올 게 왔다." 유니티의 위기는 런타임 요금제가 터지던 순간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정책은 한 달 만에 철회됐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정책 하나가 무너뜨린 것은 요금 체계가 아니라 신뢰였다. 국내 게임 개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다.
"런타임 요금제 사태 이후 현장 여론은 완전히 돌아섰다고 볼 수 있어요. 그 전까지만 해도 유니티는 불편하더라도 익숙하고 생태계가 탄탄하니까 계속 쓰자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언제든 정책이 바뀔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굳어졌습니다. 특히 인디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유니티가 더 이상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 틈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고도(Godot) 엔진이다. 오픈소스 기반의 완전 무료 엔진으로, 무엇보다 가볍다는 점이 한국 인디 개발자들의 환경과 잘 맞아떨어졌다. 노트북 한 대로 카페와 집을 오가며 작업하는 개발자들에게, 고사양 데스크탑이 사실상 필수인 언리얼 엔진은 애초에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2023년 한동안 고도 관련 커뮤니티가 활성화됐고, 국내에서도 입문서가 두 종이나 출판됐다. 최근 화제를 모은 메가크리트의 <슬레이 더 스파이어 2>가 고도로 개발된 것은 커뮤니티 내에서 기념비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관계자는 고도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고도는 오픈소스이고 완전히 무료라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낮아요. 노트북 한 대로 어디서든 작업할 수 있고, 라이선스 걱정 없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인디 개발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조건이죠. 런타임 요금제 사태 이후 '그럼 대안이 뭐가 있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 고도가 가장 먼저 거론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 (출처: 메가크리트)
다만 고도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한국 인디씬이 모바일에서 PC와 콘솔로 플랫폼을 넓혀가는 추세인 만큼, 이 문제는 결정적인 약점이 된다.
"고도의 가장 큰 약점은 콘솔 지원이에요.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닌텐도 스위치에 게임을 올리려면 별도의 포팅 작업이 필요한데, 지원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제한적이거든요. 특히 요즘 한국 인디씬은 스위치를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졌잖아요. 콘솔 확장을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는 개발자라면 솔직히 고도는 현실적인 선택이 되기 어렵습니다."
엔진 선택의 기준을 근본적으로 바꿀 변수도 등장하고 있다. AI다. 과거에는 엔진 도입 초기에 교육과 기술 지원 인력이 필수였지만, AI 기반 코딩 어시스턴트와 문서 자동화 도구가 그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나아가 엔진이라는 개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어떤 관계자는 이렇게 전망하기도 했다.
"구글의 지니3, 텐센트의 시댄스 같은 AI 기반 생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지금까지 엔진이 담당하던 역할의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하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어떤 엔진을 쓰느냐보다 어떤 AI 툴을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도 있죠. 유니티든 고도든, 지금과는 전혀 다른 판 위에서 경쟁하게 될 겁니다. 5년 뒤 게임 엔진 시장의 지형도가 지금과 같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 (출처: 고도)
새 유저보다 기존 유저, 광고의 목적이 바뀌었다
유저가 줄어드는 시장에서 광고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새 유저를 데려오기 어려워진 지금, 업계의 답은 하나로 모이고 있다. 이미 있는 유저를 잃지 않는 것. 모바일 광고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다.
"모바일 하나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모바일+PC'를 동시에 아우르는 크로스 플랫폼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게임사들이 많아졌어요. 플랫폼에서 떼가는 수수료가 아쉽기도 하고, 콘솔이나 PC에서 플레이하는 유저가 조금 더 코어하다는 판단하고 접근하는 것 같아요. 대기업은 물론이고 다수의 중견 게임사까지 포함해서 이게 이미 업계의 기본값이 됐다고 봐요."
데이터를 읽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구글은 2020년부터 서드파티 쿠키 폐지를 추진해왔지만 결국 철회했고, 당분간 기존 웹 기반 추적 방식은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크로스 플랫폼 환경이 표준이 되면서 문제는 오히려 복잡해지고 있다. 모바일, PC, 콘솔에 흩어진 유저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보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트리뷰션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다.
"요즘은 개별 유저를 하나하나 추적하는 것보다 캠페인 단위로 경향성을 보는 방식이 현장에서는 이미 일반적이에요. 어떤 채널에서 온 유저가 오래 남는지, 어느 시점에 이탈하는지를 집계 데이터로 파악하는 거죠. 여기에 AI를 접목해서 패턴 분석을 고도화하면, 정밀 추적이 어려워지는 환경에서도 오히려 더 정교한 인사이트를 뽑아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광고의 목적 자체도 변하고 있다. 리타겟팅, 리워드, 브랜딩 광고가 무게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게임 광고 시장도 전반적으로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이 영역은 그나마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AI 툴들이 많이 나오면서 시장이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어요. 유니티 입장에서는 조금씩 저물어 가는 시점을 맞이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새 유저를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존 유저를 붙잡는 쪽으로 광고의 목적이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는데, 이 영역은 그나마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반응입니다."
광고 업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는 건 HTML5 게임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틱톡, 위챗 안에서 별도 앱 설치 없이 바로 즐기는 미니게임이 대중화됐고, 국내에서는 카카오, 토스 같은 플랫폼이 이 흐름을 이어받고 있다.
광고 입장에서 HTML5가 매력적인 이유는, 유저가 게임을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이미 유저가 있는 플랫폼 안에 게임이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앱 설치라는 허들 없이 광고 노출과 전환이 바로 이어질 수 있다. 어떤 관계자는 이렇게 언급하기도 했다.
"새로운 플랫폼의 흥망성쇠가 계속 있잖아요. 그중 하나가 HTML5 플랫폼인데, 여기서 무언가를 해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공수 대비 수익이 나지 않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던 영역이었거든요. HTML5 플랫폼이 몇몇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면서 안착한다면 이쪽으로도 광고 수익 모델이 더 들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여요."

▶ 중국 게임 시장의 신흥 강자 '미니게임'.
30%의 벽이 무너지다, 결제 솔루션의 봄
게임사들은 오랫동안 구글과 애플이라는 두 개의 문 앞에서 30%를 내야만 통과할 수 있었다. 그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미국 법원이 애플의 외부 결제 차단을 반독점으로 판단했고, 유럽과 일본도 잇따라 외부 결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바꿨다. 사실상 글로벌 주요 시장의 인앱 결제 장벽이 동시에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글로벌 결제 솔루션사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다.
"기존 고객분들도 타이틀을 늘려 가시고, 신규 런칭 때는 당연히 구글·애플이나 스팀 같은 큰 플랫폼과는 다르게 진행할 수 있는 게 있는지 문의해 주시는 부분이 많아졌어요. 고객사가 많이 늘었죠. 모바일 쪽도 플랫폼이 오픈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D2C 쪽으로 가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저희 입장에서는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D2C를 대하는 게임사들의 태도다. 한때 런칭 후 매출이 꺾이면 그제야 찾던 D2C가, 이제는 기획 단계부터 기본 전략으로 고려되고 있다.
"예전에는 런칭하고 매출이 조금 줄어들면 '추가로 해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라고 고민하셨다면, 요새는 그 전 단계부터 '이것(스토어) 말고 같이 시작해야겠다'며 런칭 단계부터 그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정책도 바뀌고 국가별로 상황도 다르다 보니,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아요."
다만 한국 게임사들은 여전히 이 흐름에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마다 세금 규정과 결제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확장을 원하는 게임사가 이를 직접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중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는 D2C를 통해서 글로벌로 요새 많이 진출하고 있어요. 한국은 아직 이 부분에서 조금 보수적인 것 같아요. 규제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글로벌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잘 알고 준비하시는 게 앞으로 1~2년 사이에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은 인앱 결제 장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