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유니티코리아 직원들에게 가장 긴 시간은 '내일'이었다. '내일 해고하겠다'는 통보가 몇 달째 이어졌다. 해고는 오지 않았다. 대신 더 나쁜 것이 왔다.
2025년 말 단행된 구조조정으로 직원 다수가 업무에서 배제됐다. 출근도, 이메일도, 사내 시스템 접근도 차단됐다. 고용은 유지됐지만 임금은 30% 깎였다. 메타버스 열풍에 올라타 공격적으로 팽창하다 실적 부진과 개발자 반발에 부딪힌 유니티가, 수차례 감원 끝에 선택한 방식이었다.
해고보다 더 나쁜 것이란, 바로 이 대기발령 상태를 말한다.
이에 맞서 노동조합 '스테이위드유니티'가 출범했다. 디스이즈게임은 최민우 사무국장을 만나 그 전말을 들었다. / 디스이즈게임 사장실 신동하, 김준수 기자

노조는 왜 생겼나, 반복된 구조조정이 만든 불안
디스이즈게임: 노조는 언제 어떤 계기로 설립되었나요?
유니티코리아 노조 최민우 사무국장: 수년간 계속해서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불안이 직원들 사이에 팽배하였고, 이에 전현직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중심으로 직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설립하였습니다. 이름은 우리 모두 유니티에서 같이 오래 근무하자는 의미로 "스테이위드유니티" 로 명명하였습니다.
Q. 설립 시점과 현재 조합원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A.실제 활동은 2025년 9월이며, 기업노조로 출범하였습니다. 순진하게도 처음엔 회사가 저희 말을 들어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저희가 교섭을 요청하자 보란듯이 한국지사를 포함하여 추가 감원을 단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저희는 선배 노동계의 도움을 받고자 서둘러 산별노조에 가입하였고, 현재는 과반노조에 가까운 가입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Q. 노조 설립을 넘어 장외 투쟁이라는 수를 두게 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한마디로, 실질적인 대화 상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측은 이번 구조조정이 본사 방침이라 한국 지사 차원에서는 결정권이 없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했습니다. 노조는 원래 조직이 유지되고 있는 대상자들을 원래 부서로 복귀시켜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제품 서비스 종료로 대기발령된 대상자들에 대해서도 유관 부서 재배치를 요구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사측이 제시한 것은 “현재 한국에서 채용 중인 포지션에 지원해 볼 수 있다”는 말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상자들의 직무와 맞는 포지션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4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실제로 재배치된 인원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사측이 재배치 노력의 외형만 갖추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 대상자들을 복귀시킬 의사가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부 협의만으로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 판단 하에 장외 투쟁을 선택했습니다
지난 4월 16일 역삼역 인근 유니티코리아 사옥 앞 시위 현장
하루하루가 고립, 대기발령자들의 현실
Q. 업무에서 배제된 조합원들은 실제로 하루를 어떻게 보냅니까? 사무실 출근 의무가 있나요, 회사 시스템·메신저·이메일 계정은 유지됩니까, 회의에 초대되거나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이어집니까?
A. 업무에서 배제된 경우 자택 대기발령이 됩니다. 회사에 출근하지 말고, 회사와 관련된 일을 진행하지 말것을 요구받습니다.
이와 동시에 이메일과 사내 시스템 접근이 차단되는데, 자부심을 갖고 일하던 직원들이 갑작스레 고립된 환경에 놓이고 경력이 단절되니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고용 관계는 유지되지만 직무는 완전히 정지된 상태입니다. 이 상태가 수개월째 지속되었고, 최근에는 휴업명령을 내려 임금의 30%를 삭감한 상황입니다.
Q. 대기발령 통보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나요? 대면 면담, 이메일, 메신저 중 어느 것이었고, 통보 시 제시된 사유와 문구는 무엇이었나요?
A. 처음에는 감원 대상임을 이메일로 통보하고, 이후 인사팀에 의해 권고사직 종용이 이루어집니다. 이를 거부할 경우 대기발령을 진행하겠다는 위협도 합니다. 앞서 설명드렸던 것처럼 여기에 휴업명령이 떨어지면 급여 또한 30%가 삭감됩니다.
Q. 가장 상징적이라고 보시는 사례를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회사는 그간 창의적인 방법으로 감원을 단행했습니다. 한번은 "3달 뒤 해고하겠다" "1달 뒤 해고하겠다" "1주 뒤 해고하겠다" "내일 해고명단을 통보하겠다" 를 주기적으로 알려주어 모두를 창의적으로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회사가 인수합병을 무분별하게 했다보니, 자체 매출로 인건비를 충당하고 이윤이 나는 정상 제품도 비전과 연속성 없이 마구잡이로 조정합니다.
그렇다보니 다른 회사에 이미 합격한 인원을, 헤드헌팅으로 고액의 주식보상을 약속하며 채용한 뒤 6개월만에 권고사직을 단행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분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인생이 망가지는 취업사기가 아닐수 없습니다.
Q.업무 배제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당사자들이 겪은 실질적 어려움(심리적·경력상·경제적)은 무엇인가요?
A.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큽니다. IT 업계에서 수개월간 실질적 업무 없이 대기 상태에 놓인다는 것은 기술적 공백이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이력서에 설명하기 어려운 공백기가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경제적 문제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광고 개발자 직군은 3개월간의 대기발령 이후, 남은 5명이 4월부터 임금 70% 수준의 휴업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심리적 소진과 경제적 압박이 동시에 누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사측과 공식·비공식적으로 협의를 시도한 경과와 결과는 어떠했나요?
A.사측에 상기한 이유를 제시하여 원직 복직 및 재배치 요구 등,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의 일관된 입장은 “본사 방침”이었습니다. 한국 경영진은 결정권이 없다고 했고, 본사는 방침을 바꾸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협의는 형식만 있고 실질은 없는 상태로 반복됐습니다.
2월 24일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지부의 첫 대표 교섭 상견례 현장 / 출처: 사무금융노조
"본사 방침"이라는 벽, 결정권 없는 한국 경영진
Q. 유니티코리아의 구조조정이 본사의 글로벌 4,000명 감원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시나요? 그렇게 보시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A. 그렇게 봅니다. 2025년 연말 발표된 조직개편은 한국 지사만의 일이 아니었고, 다른 해외 지사에서도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유니티는 2023년부터 글로벌 차원의 대규모 감원을 이어왔고, 이번 조치도 그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지금까지 특정 지사만 폐쇄하거나 감원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제품 및 기능을 중심으로 감원을 진행합니다. 이 경우에도 특정 제품 인력이 이스라엘 등 한 지역에 몰려 있으면 한번에 타격을 받기도 합니다.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영향받은 부서의 경우 미국과 영국, 한국 등 다양한 지역에 근무하던 조직이었고, 전수조사 결과 일정하게 50% 감축 혹은 전원 감원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해고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가에서는 이미 대상자들이 퇴직 처리됐다는 것입니다. 유니티코리아에서 해고가 아닌 대기발령·휴업이라는 형태를 취한 것은, 노조가 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본질적인 의도는 다르지 않습니다.
Q.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본사와 한국 지사 간의 의사결정 구조가 어떻게 작용했다고 보시나요? 한국 경영진의 재량 범위는 어디까지였나요?
A. 유니티는 지사장의 권한이 없고, 본사의 각 제품별 부사장(VP/SVP)이 자신의 글로벌 조직을 운영하는 구조입니다.
명의상 한국지사장의 경우에도 소규모의 본인 팀을 운영할 뿐, 단체협상에서도 본인이 권한이 없어 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문제입니다. 한국 노동법상 사용자의 의무는 본사 방침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 법인에 귀속됩니다. “결정권이 없다”는 말은 법적 책임 회피의 논리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은 본사가 각 지사에 재량을 부여하는 구조가 되어야 하고, 그 책임 역시 지사가 져야 합니다.
Q. 감원이 진행되는 동안 유니티코리아 경영진의 보수에도 인상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A.얼마전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보고된 파일에 따르면, 2025년 한 해에만 본사 임원들의 연봉이 3배 이상 인상되었습니다.
또한 일부 본사 경영진이 교체될때 엄청난 양의 보상을 받거나, 수년간 Garden leave 라는 명목으로 주식과 급여를 수령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유니티코리아의 경영진은 지사에 실권이 없는 한 팀의 매니저 정도이고, 연봉수준도 공개된 바는 없지만 본사 임원만큼 큰 차이가 있다 보기는 어렵습니다.
Q. 이 형평성 문제에 대해 사측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신 적이 있나요? 사측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A.단체교섭간 이 문제를 제기하였고, 미 본사의 임원이 나와 교섭에 임할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본사에서는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니티 본사의 임원 주식 보상 구조 (미 SEC 제출 문서)
2026년부터 PSU(성과 연동 주식) 비중을 25%에서 50%로 두 배로 높이고, 최대 수령 한도도 목표치의 150%에서 200%로 상향 조정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동안 본사 임원의 보상 패키지는 오히려 강화된 셈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 No more RIF
Q. 현재 노조가 사측에 요구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A.이미 회사는 50%의 인력을 감축했습니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No more RIF, 즉 더 이상의 인력감축을 중단하라는 것입니다. 회사는 오로지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노동조합을 시작한 이유도 이것입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각 제품의 부사장이 결심하면, 남아있는 인원들을 즉시 복직 혹은 재배치 가능합니다.
우리는 직원들이 마음편히 집중하며 성과를 낼수 있는 안정된 고용환경을 보장하기를 요구합니다.
Q. 이번 사태에서 한국 IT·게임 업계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지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외국계 IT 기업에서 “본사 방침”은 매우 강력한 면피 수단이 됩니다. 한국 법인은 결정권이 없다 하고, 본사는 한국 노조와 대화할 이유를 느끼지 못합니다. 이 구조 속에서 한국 노동자는 결과만 통보받게 됩니다. 이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고, 외국계 IT 업계 전반에서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의 노동법이 강하다고 말하지만, 직원 개인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노동법이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주지 않는 대기발령, 임의로 임금을 삭감할 수 있는 휴업명령을 기업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로 바라본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가해한 쪽은 사측인데 패널티를 받는 쪽도 노동자라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한번 채용한 인재는 "쓰고 버리는 도구"가 아닌 인간임을 명심하고, 특정 제품이 정리되더라도 재배치 노력을 기울이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지면을 통해 독자나 동료 노동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저도 디스이즈게임의 오랜 독자이며, 10년간 게임 업계에서 일했고, 개인으로서도 평생 게임을 즐겨온 게이머입니다. 게임 소개가 아닌, 게임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구조조정 소식을 기사로 접하게 해드려 게이머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노조 활동이라고 하면 고객에게 불편함을 주는 상황을 먼저 떠올리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니티의 어떤 직원도 고객에게 불편을 주고자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구조조정이 반복된다면, 유니티 제품을 사용하는 한국 고객들이 받는 서비스는 점점 더 위축될 것입니다. 노조가 적정 인력 유지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고객 서비스를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동료 직원분들께.. 지부장님을 비롯한 저희 집행부는 고통받는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노동조합을 시작했습니다. 고용안정을 보장받고 모두가 웃을수 있을 때까지 저희가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