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 개발이라는 게 원래 배고프고 고독한 법이지만, 아무래도 지방에서 그 열정을 이어가시는 분들께는 조금 더 어려운 환경일 때가 더러 있습니다.
개발자들끼리 정보를 교류하는 측면에서도, 자신들의 게임을 다른 업체, 퍼블리셔, 미디어, 스트리머 등에게 알리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다고 느껴질 때가 있죠.
그런 의미에서 인디부(인디라 부산)가 벌써 4회째 개최 중인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지역 인디 개발자들의 행사 '빌드 051'은 주목할 만한 공간입니다.
단순히 서로의 게임을 전시하고 교류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노하우나 취지를 공유하는 알찬 세션들, 그리고 특히 올해는 작고한 '똥똥배' 故 박동흥 인디 개발자의 온오프라인 추모의 의미도 더해져 더 뜻깊었습니다.
원래도 핫한 공간인 부산 서면에서, 가장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던 '빌드 051'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봤습니다./부산=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이게 진짜 게임 행사의 열기죠
▲ 부산 서면 상상마당 1층 공간에서는 "진짜로 내가 만들고 싶었던 걸 만들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부울경 지역 인디 개발자들의 행사 '빌드 051'이 6월 25일과 26일 양일 동안 진행되고 있습니다.
▲ 아무래도 서면 안에서도 상상마당은 접근성이 좋은 곳이기도 하고, 여러 개발자들의 열기가 건물 안팎에서도 느껴지다 보니, 지나가던 분들 중에서도 "무슨 행사가 열리고 있나봐"하고 들어와서 구경하고 가시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발표 세션 및 네트워킹이 진행된 어제(25일)과 시연 중심으로 서로의 게임을 소개하는 오늘(26일) 양일 모두 무료라서 문턱도 낮은 행사입니다.
▲ 인디부(인디라 부산)이 주최 및 운영을 맡고 있고, 동서대, 부산시,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등의 후원이 이어졌습니다.
▲ 시연 현장의 모습입니다. 생각보다 사람이 엄청 많죠? 올해는 무려 50여 팀이 참가해 그 열기가 더 뜨거웠습니다. 학생 팀들도 있고, 이제 갓 졸업한 젊은 팀들, 연차가 꽤 있는 베테랑 개발팀 등 인원 구성도 다양합니다.
▲ 아스테로이드 제이 장원선 대표의 타이틀도 시연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고요.
▲ <소희>를 만들었던 동서대 출신 팀의 신작 <M.Y.O>의 초기 버전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 <8번 출구> 스타일의 이상현상을 찾는 플레이를, 미술관 안에서 제한된 스캔으로 진행하는 게임도 있었고요.
▲ 이런 식으로 모든 오브젝트를 '공중에 떠있는 텍스트'로 표현하는 3D 게임도 있었습니다. 벽은 '벽'으로 움직이는 인간 형태의 적은 '머리', '몸통' 등 부위마다 다른 텍스트로 표시가 된 게 눈길을 끌었네요.
▲ 당구를 기반으로 로그라이크 형태로 풀어낸 게임도 있었고요.
▲ 카지노 안에서 보이는 슬롯머신, 칩 배팅, 주사위 등의 게임 요소를 덱빌딩과 연결시킨 게임도 있었습니다.
▲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게 했던 <댄싱 좀비>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비주얼노벨 게임도 강렬했습니다. 1인 개발로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데, '춤'이 소재로 등장하는 만큼 음악도 중독성 있고,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마성의 매력을 가진 게임이었는데요.
이 <댄싱 좀비>는 별도 기사로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그래픽 스타일 및 플레이 구성을 가진 게임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확실히 이제는 상대적으로 연차가 낮은 팀들도 꽤 높은 완성도를 목표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 우리는 이 씬에 어떤 기억을 남기고 어떤 교류를 하고 있나
▲ 올해 '빌드 051' 행사는 '똥똥배' 故 박동흥 인디 개발자의 발자취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온오프라인 공간이 함께 마련되어 더 의미가 남달랐는데요.
▲ 서면 상상마당 1층 라운지 안에는 '똥똥배'의 생전 작품들을 소재로 한 팬아트 전시부터, 추모의 글을 남긴 공간까지 함께 있었습니다.
▲ '똥똥배'의 일생을 우리가 기억하고 그의 창작 정신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소개를 해준 인디부 소속 겸 동서대 대학원 출신의 정유경 님입니다.
▲ '똥똥배'의 부친을 포함한 유족들도 현장에 방문해, 젊은 개발자들의 열정을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 실험적인 게임들을 선보이는 게임쇼 '아웃 오브 인덱스', 도쿄 인디즈에 영감을 받아 만든 개발자 월간 모임 '서울 인디즈', 인디 개발자들의 모임 '노랑던전' 등 여러 행사와 모임을 만든 박선용 개발자 또한 개발 커뮤니티와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 유튜브 채널 '미나미'를 통해 게임 업계인들과의 인터뷰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플레이메피스토왈츠 홍미남 대표도, 그간 만나온 인터뷰이들이 어떤 후회와 소망을 가지고 임해왔는지, 개발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전해줬습니다.
▲ 매출이 괜찮았던 기존 회사에서 자신의 발로 나온 후, 창작의 꿈을 펼치기 위해 열의가 있는 인원들과 소규모 그룹 '거실'을 만들어 개발 열정을 나누며 자신의 게임을 개발 중인 개발자 '카골드' 님의 세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8년의 개발 끝에 출시를 앞두고 있는 <쿠산: 늑대들의 도시>를 만든 써클프롬닷 염정규 대표의 경험과 인사이트도 빼놓을 수 없었고요.
▲ <라이트 오디세이>를 개발하며 국적이 다양한 팀원들과의 호흡을 맞춰온 썬게임즈 김선호 대표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 부울경 개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빌드 051' 현장을 찾은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부문 백영훈 대표도 빼놓을 수 없었죠.
▲ 단순히 기술적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서로의 게임을 홍보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개발 커뮤니티와 어떤 열정과 아젠다를 함께 나눠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여실히 보였던 '빌드 051' 행사였습니다.
내년 '빌드 051'도 올해에 못지않게 뜻깊은 행사로 준비 중이라고 하니, 어떤 열정과 참신한 게임들을 또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