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각자 어떻게 개발을 잘 할 것인지에 대한 담론도 많이 거론되곤 하지만, '씬'과 '생태계'의 중요성도 매우 자주 언급된다.
반면, 개발자들 중엔 내향적인 사람들도 꽤나 많을 뿐더러, 행사나 인디 씬, 커뮤니티와 같은 이야기는 너무 큰 주제라 개인 개발자들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잖게 있다.
그러나 실험적인 게임들을 선보이는 인디게임 행사 '아웃 오브 인덱스', 인디 개발자들을 위한 월간 모임 '서울 인디즈' 등 많은 행사와 모임을 만들고 기획해온 터틀크림 박선용 대표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그는 "인디게임 씬은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행사에 참여해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행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강조했다./부산=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부울경 지역의 인디 개발자들이 모인 행사 '빌드 051' 현장에 오기 위해, 박선용 개발자가 서울에서 한달음에 달려와 연단에 섰다.
# 해외의 수많은 행사들, 우리도 우리 것을 만들면 어떨까

박선용 개발자는 게임을 만드는 일과 씬을 만드는 일이 아주 멀리 있지 않다고 입을 열었다.
박선용 개발자 본인 또한 <RP7> 등 여러 독창적인 게임을 많이 선보인 인디 개발자다.
동시에 그는 씬을 만드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도쿄 인디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월간 모임 '서울 인디즈'를 긴 시간 운영해왔고, 실험적인 게임들을 모은 페스티벌 '아웃 오브 인덱스'를 주최해왔으며, 인디 개발자 그룹인 '노랑던전'을 비롯해, '글로벌 게임잼' 등 여러 모임과 행사를 만들어왔다.
▲ 박선용 개발자의 <RP7>

그는 2010년 쯤부터 정말 많은 해외 게임쇼와 행사들을 가봤다고 회고했다. 해외 개발자들이 모이는 모임에도 많이 나갔다.
이유는 하나다. 자신의 게임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 많이 알리려면 해외에 사람이 더 많으니 그런 곳들에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상도 타고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되는 경험들도 여러 차례 했지만, 매번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작은 후회가 남았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더 홍보물을 돌릴 걸, 저 사람과 더 친해졌어야 하는데, 친구를 더 많이 만들었어야 하는데와 같은 후회였다.

그리고 생각은 이내 한국에도 이런 행사를 만들면 어떨까-로 이어졌다.
해외의 행사들을 많이 다니며 그가 얻은 교훈이 있었다. 행사는 끝나도 사람은 남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사람들을 모아 씬을 만들어보자는 용감한 도전으로 발을 옮겼다.
마침 SNS도 태동하던 시기라, 그 사람들 사이의 연결도 용이해지고 있던 때였다.

그렇게 그는 개발자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서울 인디즈'를 만들었고, 인디 페스티벌 BIC(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게 됐다.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미국)에는 인디를 다루는 세션들이 다 있는데, NDC(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 인디 트랙이 없다는 의견에 발 벗고 나서 도움을 주기도 했다.
실험 게임 페스티벌 '아웃 오브 인덱스'를 기획해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고, '글로벌 게임잼' 및 '노랑던전'도 만들어왔었다.
모두 2014년과 2015년 국내에 인디 행사들이 태동하기 시작했던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이런 노력들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아마 가장 유명한 사례는 스팀에서 큰 인기를 끈 4인 협동 게임 <피크(PEAK)>가 서울 인디즈 게임잼 과정에서 알파 단계를 만들며 시작된 게임이라는 비화가 아닐까 싶다.
BIC도 어느새 전 세계적으로 큰 규모에 속하는 인디게임 행사가 됐다.
그는 "연결이 연결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인간적 연결을 말하는 것이기도 했고, 서로 다른 장르와 특징들의 벽이 허물어지는 과정을 말한 것이기도 했다.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게임 같은 형태의 무언가를 만들기도 하고, 게임도 장르의 벽을 허물어왔다.
행사에서 만난 서로 다른 사람들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확장을 경험하게 해줬다.
# 씬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

그는 큰 의미에서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이 게임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것과 흡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험의 설계'라는 측면에서 통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고, 어떤 콘텐츠를 어떤 시점에 어떻게 접하게 할 것인가.
그래서 그는 게임 개발자인 동시에, "플레이할 수 있는 걸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기도 한다.

씬을 함께 만들자는 의미에 대해, 그는 너무 큰 부담이나 목표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당장 제2의 BIC를 만들라거나 하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은 모임이나 소규모 행사, 게임잼이어도 좋다고 그는 말했다.
게임잼이라고 모여도 대단한 지원을 할 필요 없이, 먹고 마실 정도의 음식만 편의점에서 사오는 방식이든 카레를 큰 솥에 끓여가며 하는 방식이든, 경제적 모험을 하지 않는 선에서 작게 시도해보라는 조언을 했다.
'아웃 오브 인덱스'도 '서울 인디즈'도 모두 그렇게 시작됐었다. 사비를 투입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서로 만나고 모이게 되면서 씬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자신의 게임을 알리고 싶은 마음, 다른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듣고 싶은 마음으로 첫 발걸음을 떼어 보시라고 말했다.
▲ 박선용 개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