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인디게임이라는 단어가 제대로 정착하기도 전부터, 1인 개발자 겸 만화 창작자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 사람이 있었다. '똥똥배'라는 닉네임으로 익숙한 故 박동흥 개발자에 대한 이야기다.
1인 개발 중심으로 자신의 이야기 및 사회 풍자적 내용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룬 40편이 넘는 만화와 30개 이상의 게임을 만들고 남긴 그는 2024년 향년 41세의 나이로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의 발자취를 기록하고 추모하기 위해 인디라 부산(인디부)과 동서대 등 많은 사람들이 나섰다. 온라인에서의 추모 행렬과 아카이빙은 물론이고, 4회째를 맞은 부울경 지역의 개발자 행사 '빌드051' 현장에도 '똥똥배'를 기억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기자 본인을 포함해, 서울에서 한달음에 부산까지 온 개발자들도 여럿 있었을 정도다. 인디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그의 자취를 다시 한번 따라가본다./부산=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우리가 '똥똥배'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똥똥배'는 1인 개발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자신의 이야기와 개발일지를 1999년 개설한 '혼돈과 어둠의 땅'이라는 홈페이지나 창조도시, 루리웹 등의 공간에 많이 남겼던 인물이다.
PC 통신 시절부터 개발을 이어왔고, 초기부터 개발자들과 온라인 공간에서 소통하며, 잡지 예제를 보며 개발을 배워가던 경험 등 많은 정보를 공유해왔던 '똥똥배'다.
1인 개발 중심의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고 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게임로프트의 개발 팀장을 역임하기도 했고, 콩스튜디오의 대표작 <가디언 테일즈>의 초기 중기 멤버이기도 했다.

그는 게임 개발과 만화 창작을 병행했는데, 그의 작품들에는 현실의 이야기가 가감 없이 들어갔다는 특징이 있다.
사회 풍자적인 내용이 담긴 만화 <임금체불 시뮬레이션>이나 <복무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2018년부터 혈액암 투병을 하며 건강이 좋지 못했던 상황이나, 완치까지의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들도 그에겐 열정적인 창작의 소재 중 하나였을 정도다.
▲ 생전에 암 투병 과정에서 '똥똥배'가 남겼던 수많은 만화 중 일부다.
암 완치 후에 운동을 열심히 하며 건강을 열심히 챙기던 시기도 있었고,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암은 아니었음에도, 생사의 기로 앞에서도 창작 혼을 불태웠던 그의 모습을, '똥똥배'가 하늘의 별이 된 현재 시점에서 돌아보면 가슴 한 켠이 시리다.
그의 작품에는 특유의 B급 감성의 개그나 풍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대표작 중 하나인 RPG 쯔꾸르로 만든 <사립탐정 이동헌>도 B급 감성을 지향하고 있고, 아이를 낳으면 1억을 준다는 정치인의 발언에서 시작된 게임 시리즈 <대출산시대>, <대출산왕국>, <대출산부족>, <대출산왕국 2> 등도 풍자적 성격이 짙다.
리메이크 패러디 작품도 많이 선보였다. <역전재판>의 패러디 <역전심판>, <록맨>의 패러디 <로크10000>이 대표적이다.
▲ 똥똥배의 <대출산시대>를 하고 영감을 받아 동서대 학생들이 그린 팬아트다.
그는 기성 엔진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로우 레벨에서부터 개발을 하면서 아이디어 중심으로 작품을 전개해나갔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어 모바일로 게임을 낼 때도 가급적 인앱 결제나 배너 광고를 넣지 않기도 했다. 동시에 앞서 소개한 것처럼 사회 풍자적 성격이 짙은 작품도 여럿 선보였다.
국내에서 1인 개발자가 어디까지 도전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지, 앞서 걸어가본 인물 중 하나다.
동시에 개발 커뮤니티에 자신의 재능을 환원하는 데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사비와 텀블벅 후원만으로 '똥똥배 게임 대회'를 열어 소소하지만 시상을 하며 개발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 '똥똥배'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사람들
인디부(인디라 부산)과 동서대는 '똥똥배'의 작품과 기록들을 아카이빙하며 그가 남긴 정신을 기억하고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 인디부 소속 겸 동서대 대학원 출신의 정유경 씨가 이날 발표와 진행을 맡기도 했다.
온라인에서의 추모 방식 외에도, 부울경 지역의 인디 개발자들의 행사 '빌드051' 현장에서는 '똥똥배' 故 박동흥 개발자의 유족들을 모시고 감사패를 전달하고,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추모 전시가 이어지기도 했다.
故 박동흥 개발자의 아버지는 "아들이 헛된 삶을 살지 않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습니다. 아들은 새벽 2~3시까지 매번 작품을 만들곤 했었는데, 생전에 둘째 아들이 뿌린 마음을 이어받겠다는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꼭 건강을 잘 챙겨가며 창작을 하셨으면 하고, 좋은 작품이 해마다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 '똥똥배' 故 박동흥 개발자의 아버지
상업적 성공보다 창작 그 자체에 집중했던 그의 정신을 기리며 빌드051 행사에는 '똥똥배 어워드'를 올해부터 신설해 매년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빌드051' 현장에는 똥똥배를 기억하며, 동서대 학생들이 '똥똥배'의 작품들에 영감을 받아 남긴 팬아트와 그를 기억하며 사람들이 남긴 추모의 글들을 함께 전시되기도 했다.

▲ 동서대학교 게임개발 모임 '닻을 올리자'와 인디부(인디라 부산)이 함께 기획한 전시 중 일부다. <조선 앤 드래곤> 등 그의 대표작들에 대한 팬아트 전시가 함께 진행됐다.
▲ <대출산시대>, <임금체불 시뮬레이션> 등 여러 작품들의 팬아트가 눈길을 끈다.
▲ 오프라인 추모 공간에는 포스트잇에 남긴 추모글이 많이 이어지기도 했다.
▲ "하늘나라에서도 행복하세요", "똥똥배님 기억하겠습니다"
▲ "좋은 작품들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와 같은 진심 어린 마음들이 한곳에 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