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급변하는 시대 안에 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게임 산업이 마주한 현실은 더 차갑죠. 게이머 수는 줄어들고 있고, AI 웨이브 앞에서 생태계 전체가 큰 영향을 받아, 모두가 새로운 시대의 생존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음악, 영화 등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눈을 넓혀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과 '관심'을 두고 서로 다른 플랫폼이 경쟁하고, 그 안에서 콘텐츠 또는 아티스트 및 생산자를 소비하고 사랑해줄 잠재 고객, 미래의 팬들에게 도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이번 NDC(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의 마지막 세션도 이 중요한 주제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다뤄줄 수 있는 인물들의 대담으로 채워졌습니다.
게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입장인 넥슨코리아의 채정원 본부장, 크리에이터의 입장으로 나온 유튜버 G식백과 김성회, K팝을 포함한 음악 업계도 게임 업계와 유사한 고충을 겪어왔다는 점을 전해준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가 한 곳에 모였습니다.
우리가 어떤 구조 안에서 경쟁하고 있는지, 그리고 AI 시대에 앞으로는 또 어떤 새로운 경쟁의 판이 형성될 것인지, 흥미로운 시각들이 많이 제시된 시간이었습니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왼쪽부터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 채정원 넥슨코리아 본부장, G식백과 김성회

# '시간'과 '관심'을 두고 하는 경쟁...숏폼과 넷플릭스라는 강자
넥슨코리아 채정원 본부장은 라이트 게이머가 줄어들거나, 게임 이용 시간이 줄어든 상황을 먼저 짚었습니다.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그들이 열광하는 콘텐츠나 방식을 게임도 제공해야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였죠.
도파민을 채울 수 있는 콘텐츠나 경로가 너무나 많아졌고, 게임보다 더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곳도 많은 상황이죠.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인 그가 넥슨에서 미디어 파트너십 본부장으로 온 뒤로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넥슨에 온 이유도 앞선 맥락에서 게임 콘텐츠를 어떤 크리에이터분들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지 고민하기 위해서였죠.
채정원 본부장은, 패키지 게임도 라이브서비스와 같은 형식을 많이 취하는 시대에서, 유저 커뮤니티, 개발사, 크리에이터, 2차 창작자 등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얼마나 잘 소통하고, 긴밀한 관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채정원 넥슨코리아 본부장
엔터문화연구소 차우진 대표는, K팝을 필두로 한 음악 시장도 커뮤니티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짚었습니다.
K팝의 경우 아티스트와 소비하는 팬, 그리고 회사(소속사)가 3개의 축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아쉬워하거나 미워하기도 하는 기묘한 텐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차우진 대표의 시선으로 볼 때는, 게임 콘텐츠 또한 개발사와 유저 사이에서 게임 매거진, 미디어, 유튜버, 스트리머 등이 또 하나의 축이 되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
G식백과 채널의 유튜버 김성회도 같은 맥락에서 크리에이터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는 것을 크게 체감한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가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에, 황재호 디렉터가 G식백과 인터뷰에 나와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후 게임대상 후보가 됐을 때 황재호 디렉터가 영상에 출연했던 당시의 기억을 말한 사례 등이 언급됐습니다.
한편, 콘텐츠 소비자들이 시간 대비 성능 일명 '시성비'를 따지게 됐다거나, 오히려 놀거리 과잉인 시대에 게임이 시간 점유율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어려운 상황도 다시 한번 강조됐습니다.
"넷플릭스를 볼 때 저희 15,000원 정도에 결제해서 무한하게 볼 수 있음에도, 쉽게 보지 못하잖아요. 5분만 보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썸네일만 넘기다가 차마 하나를 못 골라서 쇼츠를 보러 가곤 합니다. 진입 허들이 높아진 거죠."
"그런 상황에서 만약 누군가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가 재밌다고 하면, 그 고민의 시간이 줄어들고 눌러는 보겠죠. 게임 시장에서 크리에이터의 역할도 그런 거라고 봐요. 큰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이 많이 있음에도 장벽이 있는데, 마중물 역할을 하는 거죠."
김성회는 스트리머들이 하면서 유명해진 게임의 사례로 <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일명 항아리 게임), <수박 게임>, <슬레이 더 스파이어>, <하스스톤> 등의 예시를 들었습니다.
▲ G식백과 김성회
채정원 본부장과 김성회는 '보는 게임'과 '하는 게임'의 형태와 소비 문화 사이에서 게임을 만들고 제공하는 입장과 크레이이터 입장에서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짧게 언급했습니다.
소비자들의 한정된 시간을 두고 이뤄지는 경쟁에 대해서는 본지의 창간 21주년 기획 기사들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했으니, 내용을 함께 살펴보셔도 좋을 것입니다.
# 음악 시장은 게임 시장의 미래시?
차우진 대표는 음악 시장 쪽에서 10년, 15년 전에 먼저 겪은 상황들이 게임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펼쳐지는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MP3의 등장 이후 음반 판매 시장이 수직 하락했고, 이후 싱글을 팔거나, 뮤직비디오, 프로모션, 오프라인 이벤트 등으로 이어지며 앨범을 티켓처럼 팔거나 포토 카드나 굿즈 중심으로 판매와 소비가 옮겨가기도 했죠.
2026년 음악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은 '오프라인 비즈니스'로 옮겨와있다고 그는 진단했습니다. 공연을 하며 월드 투어를 하고,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6회~10회 이상의 루틴한 콘서트 구조를 짜야 수익화 모델이 완성되는 구조라는 것이죠.
그러나 공연 시장도 포화 상태고, 티켓 가격은 계속 오르는 상황인데다, 팬 한 명이 갈 수 있는 공연의 횟수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죠.
결국 IP를 어떻게 확장해나갈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합니다. 굿즈 하나 사고 끝나는 방식이 아닌 브랜딩을 통해 긴 시간 팬 생태계 안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죠.

그는 이러한 맥락 위에서는 게임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아티스트는 사람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늙어갈 수밖에 없고, 마찬가지로 사람이기 때문에 사회적 변수도 생기는데다, 일반적인 계약 기간이 7년 안팎인 제약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반면, 게임은 디지털 IP라서 하나의 IP가 사랑 받을 수 있는 시간도, 그 고점도 더 높을 수 있다는 시선이었습니다.
▲ <포켓몬>, <마리오>, <젤다>, <소닉> 등 오랜 기간 사랑 받아온 IP들이 여럿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 AI가 바꾼 분위기, 앞으로 개발자는 크리에이터처럼 변해갈 수도 있다
세 사람은 음악과 게임 업계에서 모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동시에 AI가 만든 콘텐츠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소비자들도 여전히 있다는 점에 대해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특히 음악 시장에서는 사람이 만든 음악과 AI가 만든 음악을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와있다는 이야기도 이어졌죠.
김성회는 AI에 의한 콘텐츠 업계의 변화는 "막을 수 없는 쓰나미"와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AI가 주는 재미에는 한계가 분명 있다는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죠.
"AI가 한창 유행하면서 석 달 정도는 게임을 안 했어요. 게임은 영화, 소설, 웹툰 같은 단방향 콘텐츠가 아니라 양뱡향의 반응을 만들 수 있어서 재밌다고 보는데, 대화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AI가 그런 욕구를 채워주는 면이 있었던 거죠. 심지어 핵심을 찔렀다고 칭찬도 해주면서요.(웃음)"
"칼바람에서 욕 먹거나, SLG에서 과금을 더 해야 한다는 부담과는 달리, AI는 그런 부담도 없었죠. 하지만 그런 만족감은 3개월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아첨 편향'이라 해야 할까, 입바른 말만 하고 칭찬만 해주는 AI는 이지 모드 치트키를 쓴 것처럼 재미가 없게 느껴졌어요."
"<엘든 링> 말레니아를 27트 끝에 손 떨리며 잡는 경험과는 절대 직접적인 경쟁이 안 된다고 봐요."

채정원 본부장도 AI 등장과 함께 콘텐츠 제작의 허들이 많이 낮아졌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동시에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게 모두가 잘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발견'과 '선택'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죠. 콘텐츠는 더 쏟아지게 됐지만, 그 중에 옥석을 가리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채정원 본부장과 김성회 모두 '큐레이션'이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 봤습니다.
# 그러면 앞으로 어떤 콘텐츠와 생산자가 '선택'받게 될까
김성회는 AI의 발전과 함께, 주전자닷컴에 올리던 플래시게임 수준의 게임은 제미나이만 있어도 5분 만에 나오게 됐다며,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퀄리티의 게임도 기술만 발전하면 일주일 만에 손쉽게 나오는 시점이 올 수 있다고 예견했습니다.
그래서 게임 개발자가 유튜버와 비슷한 속도로 콘텐츠를 쏟아내는 시점도 올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죠. G식백과나 김실장 채널의 영상이 재밌어서 구독하는 사람들처럼 '이 개발자 재밌네, 일주일마다 게임이 나오네' 하고 구독하는 시대도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크리에이터들을 모아 영상 제작에만 집중하게 여러 업무를 대행해주는 MCN처럼, 개발자들을 모아 콘텐츠 생산에만 집중하게 해주는 MDN(멀티 디벨로퍼 네트워크) 같은 비즈니스 개념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예측이었습니다.
마치 유튜버가 영상 만드는 것처럼, 게임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이었죠.
▲ G식백과 김성회
차우진 대표 또한 음악 시장에서 지난 20년 동안 매해 사람이 생산하고 올리는 음악의 수가 늘어왔던 폭에 못지 않게, AI가 지난 1년 사이에 생성해 올리는 음악의 수가 많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렇게 공급 과잉인 시대엔,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나 엣지도 중요하지만, 콘텐츠를 만들고 공급하는 사람 즉 아티스트도 멋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멋'은 단순한 외모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고유한 개성, 독특한 서사까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소비자의 눈에 띌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었습니다.
▲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
채정원 본부장 또한 이러한 이야기에 크게 동의했습니다. 설령 AI로 만들어진 결과물일지라도 서사가 있는 사람이 만든 것에 더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내용은 이번 NDC 2026에서 넥슨코리아 강대현 공동 대표이사가 한 강연에서도 명확하게 제시되었습니다. 공급 과잉의 시대에는 이용자들의 소비 문화, 함께 쌓아온 시간과 추억, 만드는 사람들이 축적해온 노하우처럼 '맥락 자본'이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진다는 내용이었죠.
채정원 본부장은 그렇기 때문에 '신뢰'와 '평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만드는 쪽도 소비하는 쪽도 24시간의 유한한 시간을 가진 것이 중요한 만큼,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게 '관심도'라는 취지였습니다.
▲ 채정원 넥슨코리아 본부장
채정원 본부장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통에 더 적극적인 디렉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넥슨을 포함해 여러 개발사들이, 어떤 로드맵을 가지고 있고, 유저와 어떤 교감을 쌓아가고 있는지, 라이브 방송 앞에 서는 디렉터들의 소통 과정 안에서 공감대를 쌓아가고 있다는 것이었죠.
G식백과 김성회는 그런 의미에서 소통에 앞장서고 있는 <메이플스토리> 김창섭 디렉터 같은 사례가 넥슨에게 매우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영화 시장의 박찬욱, 봉준호 감독처럼 예술적 생산자의 입장에 가까웠던 디렉터가 게임 시장에서도 더 많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는 것이었죠.
▲ 작년 12월 겨울 쇼케이스 당시 <메이플스토리> 김창섭 디렉터의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