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요즘 여가 시간에 어떤 활동을 많이 즐기고 계신가요. 디스이즈게임 기사를 챙겨볼 정도의 분들이면 '게임'이 1순위 취미일까요?
시간 비중으로만 놓고 보면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 틱톡 같은 숏폼과 넷플릭스 시청, SNS 등을 사용하며 보내는 쪽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러닝이나 야구 직관 같은 야외 활동에 다시 취미를 붙인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 신상보호를 위해 ID는 지웠습니다. 깨쓰통 대폭발 채널에서 신작 게임을 소개한 라이브 스트리밍의 시청자 반응 일부입니다.
작년 12월 문체부와 콘진원이 발표한 게임 이용자 실태 조사에서는, 게임 이용률이 2022년 74.4%에서 3년 사이 50.2%까지 급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관련기사)
정확히는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다수'는 이탈하고, '집중적으로 플레이하는 소수'는 뚜렷해졌죠. 당시 응답자들은 게임 대신 선택한 여가로 OTT·TV·영화·애니메이션 등 영상 콘텐츠 시청(86.3%)을 많이 꼽았습니다.
사실 "유튜브나 숏폼, SNS에 밀려서 더 이상 게임 안 한다"는 말이 나온 지도 꽤 오래됐지만, 게임 업계가 이런 이용자 이동에 대처하는 방식이 더 정교해지거나 고도화되었는지는 다소 의문이 남습니다.
잘 팔리는 게임은 여전히 잘 팔리니까 괜찮은 걸까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게임이 나오려면 씬 전체에 활기가 돌아야 하고, 게임 씬의 생존을 이야기하려면 이용자들의 동향에 훨씬 더 기민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 자료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본지 창간 21주년을 맞아,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와의 인터뷰로 시작해, 여러 편의 기사를 통해 [더 이상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를 깊게 다뤄보려 합니다.
단순히 숏폼과 넷플릭스는 너무 강한 대체 여가라거나, 빠르게 도파민을 주는 측면에서 따라가기 어렵지 않을까 수준의 담론에 머무르려는 게 아닙니다.
넓은 의미에선 숏폼과 넷플릭스 시청도 사실 '게임의 경험'에 준하는 감각을 주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게임만 줄 수 있는 경험이라는 건 대체 뭘까? 하는 질문처럼 그 다음 단계의 이야기까지 나아가보려 합니다.
윤태진 교수는 "쇼츠나 릴스의 인기도 영원하진 않을 것"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게임 씬이 범주와 시야를 넓히지 않으면, 그 다음 흐름을 선도하거나,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
# 여가 생활을 즐길 여유도 없어진 걸까, 다른 여가 생활이 강력해진 걸까
Q. 1년 만에 뵙네요. 최근엔 어떤 게임을 즐기거나 주목하셨나요? 요즘에 게임은 많이 하고 계신가요?
A. 윤태진 교수: 요즘 나온 게임들을 많이 따라가진 못했어요. 캐주얼 게임 조금씩 즐기는 편이고요, 여럿이 같이 하는 MMO는 성격상 별로 안 좋아해서 전에도 안 했고 지금도 안 하는 편이네요.
그런 중에 관심을 가졌던 게임은 작년 초에 (얼리 액세스로) 나온 <인조이>였어요. 이 게임 때문은 아니지만, 작년 말경에 다른 이유로 큰 맘 먹고 컴퓨터를 구비했는데, 뒤늦게 <인조이>를 조금 해봤었네요.
혼자 할 수 있는 게임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혼자 연습하는 슈팅 게임 같은 거 재미 삼아 하는 정도였어요. 이런 게임이 화제라는데? 해서 한 건 잘 없는 편이네요.

Q. 저도 여가시간에 하는 걸 기준으론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그렇게 핫하고 <포코피아> 열풍이어도 아직 못해보고 있어요. 시간이 안 나더라고요. 그나마 <슬레이 더 스파이어 2> 정도만 했어요.
A. 윤태진 교수: 생각해보면 제가 극장도 잘 안 가고 있네요.
Q. <왕과 사는 남자>는 보셨나요? 설마 그것도 안 보셨어요?
A. 윤태진 교수: 영화도 잘 안 보고, 집에 텔레비전 켜본 것도 몇 년 된 것 같아요. 그나마 콘솔 연결해서 쓴다고 켰던 정도고요. 저도 아이패드로 유튜브나 쇼츠 많이 보고 그렇네요.
결국 처음 질문주신 게임을 많이 하는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일상 루틴에서 조금 벗어난 느낌이 들어요.
<왕과 사는 남자>도 사람들 얘길 많이 듣고, 쇼츠 몇 개 보고, 유튜브 해설 보고 이러니까, 이미 본 것 같은 기분이더라고요. 나중에 OTT로 볼까 하게 되기도 하고요.
대중문화 연구하는 사람으로선 자세가 점점 불량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웃음)
Q. 오히려 그게 대중적 문화 소비일 수도 있어요.(웃음)
A. 윤태진 교수: 천만 명 안에 안 들어간 사람이 됐네요.(웃음)
Q. 최근 조사를 보면, 라이트 게이머는 줄어든 추세고, 게임 대신 즐긴 여가 생활로 쇼츠 릴스 등 '보는 형태'의 가벼운 SNS가 많이 꼽혔어요.
또 게임을 하지 않게 된 이유는 '시간이 없다', '다 비슷비슷하더라'(흥미 감소) 등의 응답이 많았더라고요. 예전엔 "시간 남는데 게임이나 좀 할까"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질문은, 이제 게임은 가볍게 즐기기엔 부담스러운 취미가 된 걸까요? 세상이 살기 팍팍해지고 사람들이 너무 바빠져서 그런 걸까요? 게임 가격(모바일 가챠, 패지키 가격대 모두)이 오른 게 문제일까요?
A. 윤태진 교수: 일단 그 조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한 번 봐야 할 것 같아요. 통계치만 갖고 예단하긴 어려운 부분들이 꽤 있으니까요.
"시간이 없다"는 대답도, 사실 사람들이 그냥 대답할 게 없으면 시간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 않나요?
설문 조사의 한계도 분명 있겠죠. 아주 솔직한 대답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요. 그런 불성실한 답변을 필터링하는 장치도 물론 있지만, 대규모 조사에선 그러기 어렵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하게 나타난 것은, '게임 이용자 수는 줄었다'는 것입니다.
저도 몇 년 전에 게임이 얼마나 보편적 취미가 됐는지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인용하려고 보니, 게임백서가 새로 나왔는데 이용자 수가 줄기 시작한 거예요. 분위기가 좀 바뀌는 것 같아서, 인용을 해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도 있거든요.
처음엔 팬데믹 기간이 끝나서 일시적인 현상일 거다, 아니면 한 해쯤 조사 결과가 예외적으로 나올 수도 있지 하는 막연한 정서도 꽤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다음에도 뚝 뚝 떨어졌죠.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수가 줄어든 건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왜 특히 라이트 게이머들이 그만뒀을까. 이 지점은, 게임하던 사람이 왜 그만뒀지라는 것보단, 이용자가 안 줄어든 쪽이 어디지-라고 묻는 게 빠를 정도입니다. 다 줄어들었죠.
우리가 여가를 즐길 때 '선택'을 해야 하는데, 골프 치러 갈까 해도 너무 귀찮고 돈도 많이 드니까, 그러면 당구나 치자 하게 되는 것처럼요. 게임 대신 뭘 하나-가 아니라, 술 먹는 사람 수는 늘었나? 당구 치는 사람 수는 늘었나? 같이 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시점에서 그 모든 통계를 가지고 있진 않으니 정확한 답은 아닐 수 있지만, 이게 게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쇼츠나 유튜브, 릴스 이런 것들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 틱톡 예시. 포켓댄스(포켓몬 댄스) 챌린지 기사 때 올린 사진 중 하나입니다.
Q. 그런데 가볍게 즐기는 분들이 많아야 버티는 게임 장르들도 있거든요. 퍼즐 장르 같은 게 대표적일 텐데요. 라이트 게이머 의존도가 높은 장르를 만들고 서비스하는 곳들은 앞으로 어찌 해야 할까요.
A. 윤태진 교수: 저도 이 시장 조사를 해본 사람은 아니라서, 어떤 좋은 전략이 있을지 괜찮은 답을 하긴 어렵지만요. 가능하긴 할까-라는 생각은 들어요.
반대로 쇼츠나 릴스는 영원할까요? 아닐 겁니다.
<애니팡> 같은 게임들 이후로 중년 노년 그리고 여성들까지 게이머 인구로 크게 확대가 됐는데, 통계 사이의 직접적 인과가 있는진 몰라도, 이제 게임을 가볍게 즐기던 분들이 줄었단 말이죠.
만약 그런 분들이 쇼츠를 본다고 하면, 이 사람들이 앞으로 10년 동안 쇼츠를 볼까요? 또 분명히 다른 무언가로 바뀔 거라 생각하거든요.
캐주얼하고 가벼운 엔터테인먼트라는 건,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고, 쉽게 질리기도 하니까요. 게임 A에서 게임 B로 가는 것 만큼이나, 게임으로부터 쇼츠로 간다는 이동도 어려울 게 없죠. 그건 쇼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책임한 얘기일 수 있지만, 떠난 이들을 게임으로 다시 유입시킨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봐요. 오히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쇼츠 릴스를 보는 사람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게임 업계가 뭘 할 수 있을까 입니다.
이미 안 하겠다고 떠난 취미로 다시 오라고 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는 거죠.

Q. 저도 크게 공감합니다. 그래서 그나마 게임이 매번 보여주던 형식이나 틀이라도 많이 바뀌어야, 신선함으로라도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많이 하는데요.
잘 아시겠지만, 게임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레퍼런스 게임 A를 가져다가 "비슷하지만 다른 무언가를 해보자" 하는 경우가 절대다수라서, 이미 봤던 장르의 틀도 잘 안 벗어나더라고요.
A. 윤태진 교수: 예전에 <앵그리버드> 처음 나왔을 때가 그런 신선한 느낌이 아니었나 싶어요. 스마트폰 초창기였으니까요.
뭔가 비교하기 어려운 새로운 장르 때문에 새롭다고들 느꼈는데, 제가 그런 <앵그리버드> 같은 새로운 뭔가를 만들 능력이 있었다면 비즈니스를 했겠죠.(웃음)
그게 무엇이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기자님 말씀이 맞아요. 레퍼런스에서 조금씩 바꾸는 것만 가지고는 이제 경쟁력이 약해진 거죠.

Q. 유튜브 얘기로 돌아가보면요. '보는 게임'의 시대가 된 지 오래됐다고 사람들이 얘길 많이 하거든요.
물론, 유튜브 영상이나 스트리밍 등을 통해서 바이럴 홍보 효과를 보는 게임도, 그런 의존도가 높은 게임도 있지만, 반대로 스토리가 핵심인 게임이나, 중요한 연출이 영상으로 소비되어 버리면 피해를 보는 게임도 있어요.
유튜브와 게임 씬이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관계로 남는 게 아니라 공생하고 공존하는 게 가능할까요?
A. 윤태진 교수: 가능하냐-보다는 공존해야만 하는 당위에 가깝다고 봐요. 너무 좋은 선례들이 있죠. 야구, 축구만 생각하면 된단 말이죠.
야구 중계를 보는 거랑 야구를 하는 건 굉장히 분리된 행동이지만 관련이 깊기도 해요. 야구를 보기만 하는 사람 많지만, 그렇게 인기가 늘어나면 "아빠, 야구 배트 사줘"하는 아이도 나오는 거죠. 올림픽에서 스노우보드 금메달 따면 보드 인구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고요.
스펙테이터 스포츠(보는 스포츠)와 하는 스포츠를 분리해서 얘기하는 사람이 사실 별로 없거든요. 마케팅에서야 분리를 하겠죠. 야구 안 하고 보러만 오는 사람들에게 굿즈를 어떻게 팔까가 고민이겠지만요.
공생 공존이 가능한가-보다는 디폴트(기본값)라고 봐야 해요.
게임도 많이 할 거라고 기대하느냐와 다르게 e스포츠로서의 가치는 높을 것 같아 하며 만드는 타이틀도 있을 거란 말이죠. 저는 그게 예외적인 사례라거나 게임을 망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즐기는 방식이 바뀌는 겁니다. 프로 스포츠가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예요. 유튜브만 틀면 나오는 게 영화 요약, 비판, 해설인데, 그걸 보고 영화를 망친다는 얘기 이제는 많이 안 하잖아요.
물론 만든 사람은 속상하죠. 2시간짜리 영화를 극장에서 온전히 봐주길 원하는데, 10분으로 줄여둔 걸 보고 본 척만 하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하지만 그건 창작자와 예술가로서의 문제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산업의 측면에서 보면,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환경에선 이제 너무 당연한 모습이 됐어요.
▲ 그렇게 흥행한 <왕과 사는 남자>조차도 결말까지 다 있는 요약본들이 많습니다. 영상을 특정하지 않기 위해 채널명과 조회수는 가렸습니다.
실제로 영화도 반대로 유튜브를 어떻게 활용할까를 고민하고 생각하죠. GV(Guest Visit, 관객과의 만남)를 하잖아요? GV도 사실 영화 본편은 아녜요. 영화 흥행을 위한 이벤트죠. 그런데 분리되어 해석할 수 없잖아요.
영화라는 생태계 안에서 GV도 있는 것이고, 감독들이 예능 나가서 토크하는 것도, 유튜브 영상으로, 쇼츠로 소비되는 것도 모두 하나의 생태계로 봐야 하듯이, 게임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게임을 잘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좋은 평가도 받고, 돈도 번다. 이것만이 지고지순한 목적이고 이 단 하나의 목적을 달성해야만 성공한 거다. 이 패러다임을 조금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Q. 투입되는 단위가 다른 것도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영화도 시간, 돈, 인력이 많이 드는 예술이지만, 게임은 수십 수백 많게는 수천 명의 개발자들이 몇 년을 투자해 만드는 경우도 꽤 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쇼츠나 릴스는 크리에이터가 한 명인 경우도 많고, 작은 단위에서 만들어 가니까 실패에도 유연하고, 유행이나 사람들의 반응에도 더 빨리 대응하기도 더 쉬워지는 것 아닌가 싶어요.
▲ 이미지 출처: 이라스토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만, 유행의 주기가 많이 짧아졌어요. 사람들은 '도파민'이라는 단어를 매일 사용하고요. 그래서 쇼츠나 릴스가 주는 도파민의 밀도나 속도를 게임이 따라잡고 경쟁하기 어렵다는 말도 많아요.
AI를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써서 더 가볍고 빠른 출시 전략을 가져가야 하는 걸까요? 반대로 게임만 제공할 수 있는 상호작용의 경험을 더 확고하게 만들고, 도파민을 제공하는 개별 세션 단위를 촘촘하게 해야 할까요? 그렇게 해야 게임이 살아남을까요?
A. 윤태진 교수: 기자님이 그 주제로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이미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을 가지고 계신 것 같기도 하고요. 어떤 무력감 같은 것도 조금 느껴져요.
변화라는 게, 사람들의 일상 문화가 바뀌는 건데, 그걸 거슬러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이전엔 캐주얼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그런 얘기를 십 몇 년 전부터 계속 해왔는데요. 그때부터도 이미 대작과 가벼운 게임 사이의 이원화가 생길 것이라고도 생각을 했었고요.
그런데 차이가 있다면 이제 간단하게 즐기는 영역이 게임이 아니라 다른 걸로 대체가 되어가는 거죠.
거꾸로 말하면, 아주 큰 대작이나, 소수라 하더라도 마니아가 좋아할 수 있는 그런 게임 시장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봐요. 그 시장 자체가 축소될 수는 있겠죠.
그렇지만 콘진원 조사에서도 PC/콘솔은 조금 증가세였죠. 팬데믹 이전부터 PC/콘솔 쪽에 기미가 있어왔는데, 그 수요도 꽤나 있는 것이죠.
아무리 사람들이 극장을 안 간다고 하고 유튜브만 본다고 해도, <왕과 사는 남자> 같은 게 나오면 1,200만 명이 보기도 하는 거죠. 예전처럼 그런 일이 자주 벌어지진 않는 게 문제지만요.
▲ <왕과 사는 남자> 공식 이미지 중 일부
여기부터는 시장 논리와 예술가의 혼으로 갈릴 것 같아요. 돈이 안 되어도 유화 그리고, 조각하면서 만족하고 즐기는 사람들 인류 역사상 늘 있어왔습니다. 시장 규모가 그들에겐 중요한 게 아닌 거죠.
영화 산업도, 돈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빚을 내며 독립 영화를 만들고, 남들은 유튜브로 돈 버는데 혼자 쓸쓸히 단편 영화 만들고 영화제 나가는 분들 절대 안 없어지고 계속 있거든요. 그런 영화제에도 사람들이 꽤 있고요.
한편, 시장의 논리 얘기를 하면요. 게임을 몇 년에 걸쳐 수십 수백 수천 명을 투입하고 수백 수천억 원을 들여 만든다. 사업상의 판단일 텐데, 이렇게 했을 때 성공할 수도 있어-라고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었으면 좋겠어요.
<왕과 사는 남자>처럼 어쩌다 한 작품씩 그런 게 있을 것이고, 완전히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제가 게임사를 운영한다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너무 어려운 확률이니까요.
영화도, 독립 영화 단편 영화 만드는 분들이 있어야, 나중에 이런 분들이 대작도 만드는 시도를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게임 업계도 실패하더라도 뭔가 의미 있는 시도는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은 있어요.
▲ <왕과 사는 남자> 공식 이미지 중 일부
# 그런데 사실 숏폼과 SNS, OTT도 큰 범주에선 '게임'의 상호작용을 이미 가져간 건 아닐까요?
Q. 다시 숏폼 얘길 드리면요. 정말 느슨한 의미의 '상호작용'으로는 숏폼, SNS, OTT를 즐기는 방식도 아주 캐주얼한 게임을 즐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하거든요.
댓글, 평점 없이 추천만 있는 개인화된 알고리즘을 가진 넷플릭스는 마치 싱글플레이 게임 경험 같기도 하고요. 댓글, 좋아요, 조회수도 다 보이고,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빠르게 영상을 올리거나 스트리밍을 하는 유튜브, 인스타 등은 멀티플레이 소셜 게임 같이 느껴질 때도 있어요.
UI/UX가 고도화되면서, 전에는 단순히 '보기만 한다'고 여겼던 여가 생활이, 이미 게임이 줄 수 있는 '상호작용'의 재미까지 어느 정도 가져간 게 아닌가 싶거든요. 교수님 생각은 어떤가요?
A. 윤태진 교수: 굉장히 동의합니다. 매우 예리하신 거예요.
저는 학과로 예시를 들어볼게요. 정치학과나 사회학과는 제가 학생 때 수업이나 지금 수업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정치 사상, 정치론, 한국 정치사 등을 다루죠.
그런데 커뮤니케이션 분야, 예전엔 신문방송학과였고, 지금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과로 주로 불리는 곳들은 옛날과 과목이 겹치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예전엔 저널리즘, 매스 커뮤니케이션, 뉴스, 다큐멘터리, 미디어 사회학, 미디어 정치학 등을 많이 다뤘죠. 그래서 학생들도 전공을 살리면 졸업 후에 기자나 PD, 조금 더 넓게는 광고, 홍보 정도로 갔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신문의 위상은 점점 낮아졌죠. 동시에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게 방향을 바꾸면 할 수 있는 게 많은 거예요. 기자하다가 광고, 홍보 가듯이, 그 다음은 정치 캠페인, 헬스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보건 쪽도 가고요.
그러던 중에 네이버, 다음이 나왔습니다. 영화도 뉴스도 아닌데 사람들이 네이버를 다 보고 검색을 하죠. 정보가 모이는 곳이니 문헌정보학과가 네이버 다음을 가야 하나요? 꼭 그런 게 아니거든요.
넷플릭스, 유튜브가 나온 시대에 이제 텔레비전론 같은 수업은 폐강이 됩니다. 학생들이 안 와요. 넷플릭스론, 유튜브의 이해 같은 강의를 열면 아마 인기가 많을 거예요. 이젠 언론사, 방송사 가겠다는 사람보단 유튜브하거나 창업하겠다는 사람이 많단 말이죠.

이야기가 돌아 왔지만, 저는 게임이야말로 그래야 된다고 생각해요. 신문방송학과가 언론인 배출이 우리의 유일한 목적이야-라고 했다면, 지금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과는 없었겠죠.
광고도 쇼츠도 모두 그들의 영역으로 가져갔고, 연구의 영역도 교육의 영역도 확장시켰기 때문에, 졸업생들의 취업도 확장시켜 나간 것이고,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과가 지금도 인기가 있는 편인 겁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예요. 기자님이 좋은 얘길 해주셨는데, 넷플릭스를 보는 행위도 사실 게임하는 것과 유사한 것 같다. 저도 똑같이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그걸 게임 연구의 영역 안에 넣을 수도 있는 거죠. 원리가 비슷하다면 게임 산업에서도 이걸 주목해야죠.
스스로 계속 변태해야 하고 확장해야 돼요. 진화를 해야 하는 겁니다. 요즘 사람들은 유튜브만 보고 게임을 안 해-에서 끝난다면 새로운 뭔가가 또 나타났을 때도 경쟁하기 어려울 겁니다.
앞서 제가 쇼츠 또한 영원무궁하진 않을 거라 말씀드렸는데, 그 다음 변화의 시기에 사람들이 무엇을 할까 예상하는 것도, 저는 그 주체도 게임 업계고 게임꾼들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미리 빨리 알고 준비를 하는 게 마땅한 거죠.
결국 게임의 정의와 범주가 굉장히 넓어졌고, 넓혀야만 한다는 겁니다. 사실 이제 전통적 의미의 게임이 아닌 것도 참 많잖아요. 방치형 게임도 그렇고, 모니터 하단이나 측면에 바처럼 있어서 실행하는 게임들도 그렇고요.
유튜브 알고리즘 안에서 여러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그것까지도 일종의 게임일 수 있는 거죠.
▲ 이미지 출처: 이라스토야
# 게임을 안 해보고 욕만 하는 사람들
Q. [게임을 안 하는 사람들]이라는 측면에서 이 주제도 한 번 여쭤보고 싶었어요. 게임 커뮤니티 용어 중에 '겜안분'(게임을 안 하고 분탕만 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어요.
다른 문화 생활에도 물론 "아는 척"하는 분들, "욕하는 걸" 즐기는 분들 계시긴 하지만요. 유독 게임은 이런 사람들의 수도 많고 입김도 세다는 느낌이거든요.
교수님 보시기엔, 다른 콘텐츠 산업에도 동일하게 많은 것 같나요? 게임이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취미가 된 게 이 경향에 한몫을 하는 걸까요? 아니면 단순히 욕하고 싶은 건 인간 본성일까요?
A. 윤태진 교수: 냉정하게는 인간 심리의 이야기고요. 게임 판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거라는 걸 기자님도 아실 거예요.
그런데 왜 게임 쪽에서 특히 가시적인가 하면, 진성 게이머라고 스스로를 칭하거나, 게임 전문가가 되고 싶은 그런 척하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심리가 "텅 빈 자존심" 같거든요.
가령 다른 대중문화, 영화나 드라마, 가요는 아는 척하는 문턱이 높다는 인상이 있어요. 다르게 말해, 잘난 척은 하고 싶은데, 잘난 척했다가 망신당할 공포도 있다는 거죠.
그런데 게임 쪽에선 그런 망신당할 공포를 무시하는 분들의 비율이 높은 게 아닌가 싶어요. 정치 토론 게시판 이런 곳은 훨씬 심하지만요. 게임에서도 다른 대중문화에 비해 전문성이 없지만 있어 보이고 싶거나, 남을 공격하면서 쾌락을 얻는 심리가 크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이를 없애야 하느냐. 저는 그렇게 보진 않습니다. 바람직한 건 아니지만, 이 또한 게임 문화의 일부일 수 있거든요. 그분들은 실제 게임은 안 해도, 그런 행위를 게임처럼 느낄 수 있어요.
제가 게임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아까 말씀드렸는데, 아주 심하게는 이런 영역까지도 들어간다고 봅니다.
예전에 현지화가 제공이 안 되거나, 일본 게임과 왕래가 잘 없던 시기에, 번역하고 자막 입히고 그걸로 또 이야기나 토론이 활성화되고 했던 모습들도, 게임의 일부였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음에 안 들어도 게임 문화의 일부일 수 있는 겁니다. 마치 영국 축구에서 훌리건이 없어지지 않듯이요.
▲ 이미지 출처: 이라스토야
# 세상이 팍팍할수록 여가 생활은 '위로'가 되나 '죄악'이 되나
Q. 작년 인터뷰(바로가기) 때도 비슷한 질문을 드렸는데, 게임은 “시간을 죽이는 고상하지 못한 취미”라는 얘길 하는 사람도 많고, 학생·직장인 중엔 게임을 하면 “생산적이지 못한 활동에 시간을 썼다”며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한편으론, 지구 반대편에선 전쟁이 일어나면서 사람이 죽어가는데, 주가가 요동치니까 주식 얘기만 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분도 봤거든요. 비슷하게 이런 때에 “게임 따위나 해서야 쓰겠냐”,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해라” 식의 반응도 봤습니다.
한 번 더 여쭤보고 싶어요. 게임은 정말 생산성 없는 유희에 불과한 걸까요. 그리고 세상이 힘든 때, 게임 같은 여가 생활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거나 소비하는 사람들은 비난 받아야 하는 걸까요?
A. 윤태진 교수: 작년과 다른 건 윤리적인 당위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는 것이겠네요.
생각해보면 전쟁이 나서 몇천 명이 죽었다는데, 미사일 로켓을 만드는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어서 좋아한다, 이거는 문제가 될 것 같아요. 그건 스스로 모순적이라는 걸 인정해야겠죠.
그런데 예를 들어, 정유사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전쟁으로 주가가 오르내린다면, 세계 경제는 다 연결돼 있으니까요. 그런 사람까지, 지금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 주식 얘길한다고 비난하면 그건 정당하진 못한 것 같습니다.
흔히 하는 얘기 있잖아요. 장례식에서 그러면 계속 울고 있어야 하나. 어머니 돌아가셨는데 웃으면 안 되냐. 옛날 드라마 대사에서도, 맨날 맞고 사는 년은 웃지도 못해요, 이런 대사도 있었죠.
제 친구 중에 되게 고생하다가 죽은 친구가 있었는데, 상갓집에 갔더니 와이프가 문상객들을 맞이하다가 조금 웃었는지 미소를 지었는지, 죽은 애들 동창이라는 사람들이 남편 잡아먹은 년, 뭐가 잘 났다고 웃고 있나, 이런 얘길 해서 크게 화를 낸 적이 있어요.
저는 인간의 본성이 생명을 중요시하고 누군가가 죽으면 슬퍼하는 것도 있지만, 동시에 작은 즐거움이라도 항상 얻으려고 하는 것도 있다고 봐요.
편하고자 하고 행복하고자 하는 것만큼, 정말 좋은 의미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것만큼 솔직한 본능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
이제 그러면, 오페라를 봐라,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명작들을 보고 예술적 고양을 높이며 즐거움을 얻어라 하는 사람도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나요? 돈이 없기도 하고, 그 사람의 아비투스(환경적으로 형성된 성향)가 다를 수도 있죠.
가령 부모님도 친구도 그런 쪽에 관심이 없어서 음악 들으면 졸기만 하는데 그게 나쁜 걸까요? 그런데 걸그룹 노래를 들으면 잠이 번쩍 깨고 즐겁다면 그걸 저속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는 즐거움이라는 것도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즐거움을,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봐요.
게임할 바엔 나가서 축구나 해, 똑같이 취미 생활 하더라도 너는 무슨 짬난다고 그 시간에 게임이나 하고 앉았냐 식의 모습들은, 가만 놔둬도 바뀔 것 같고요, 바뀌고 있다고 봐요.
게임을 여전히 무가치한 오락거리로 보는 사회적인 경향이 있다는 걸 부정은 못하는데, 저는 1년 전하고 지금만 비교해도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고요.
이게 제가 말한다고 바뀔 건 아니겠지만요. 영원히 없어지진 않겠지만, 과연 인간이 어디서 즐거움을 찾고 행복을 찾고 위로를 찾는지 이해들을 하기 시작한다면, 아마 그런 일은 훨씬 빠르게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다음 편에 계속)
TIG 창간 21주년 특집 기사 [더 이상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
▶ ① 숏폼에 밀리는 게임? "영원한 제국은 없어요, 경계를 넓혀야죠" (현재 기사)
▶ ② 넓은 의미에서 숏폼도 게임적 경험을 주고 있는 게 아닐까 (바로가기)
▶ ③ 형식과 IP,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