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날씨를 기준으로 때 이른 여름이 찾아와서일까. <서브노티카 2>의 심해에 발을 담가보려는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출시 전 스팀 위시리스트만 무려 500만, 얼리 액세스 출시 12시간 만에 200만 장 판매, 스팀에서만 최대 동접 46만 명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달성한 <서브노티카 2>다.(Xbox와 에픽 스토어까지 합치면 65만 동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니, "왜 전부 완성시켜서 내지 않고 미완의 상태인 얼리 액세스로 낸 거지?"라는 의문이나 아쉬움을 갖는 유저들도 적잖게 있던 게 사실이다.
코어 게이머들에겐 익숙한 주제일 수도 있겠으나, 새삼스럽게 "왜 얼리 액세스가 필요한가"에 대한 담론도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그만큼 이 작품에 모인 시선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서브노티카 2> 개발진이 왜 얼리 액세스를 선택했는지 그 배경을 이해하려면, 1편에서의 경험과 생존 장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개발진이 직접 밝힌 철학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1편은 정식 버전이 될 때까지 4년이 걸렸다
<서브노티카> 1편은 무려 스팀 리뷰 36만 개 중 97%가 긍정적인 불세출의 명작 중 하나다.
지금에 와서 보면 해양 생존 공포 게임의 대명사가 된 <서브노티카> 1편이지만, 이 1편은 2014년 12월 얼리 액세스를 시작해 4년 뒤인 2018년 1월에 정식 출시 버전으로 거듭나는, 긴 도움닫기의 시간을 거친 작품이기도 하다.
▲ <서브노티카> 1편
물론, <서브노티카>의 대흥행 이전과 이후 개발사 언노운 월즈의 규모도 재정적 안정감도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1편의 얼리 액세스 당시와 현재 2편의 얼리 액세스 시작 시점을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긴 하다.
그럼에도 1편과 2편의 시작을 나란히 두고 보면, "팬들의 목소리가 이정표가 된다"는 언노운 월즈의 개발 철학을 느껴볼 수 있다.
이번 <서브노티카 2>가 1편과 가장 큰 차별점을 두고 있는 지점은 '최대 4인까지 지원하는 멀티 플레이'가 있다는 점 또한, 시리즈 팬덤이 지난 10년 동안 가장 강하게 요청해온 요소 중 하나였다.
1편 당시 모더들이 비공식 코옵 모드를 만들 정도로 갈증을 느끼던 지점이었는데, 결국 이번 2편에서는 그런 유저들의 의견에 맞춰 시리즈 최초로 멀티 플레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 <서브노티카 2> '멀티 플레이' 예시
유전자를 개조해 생물학적으로 적응하는 영구 적용 특성인 '바이오모드' 또한, 1편 개발 당시 '트랜스퓨저'라는 이름으로 기획되었다가 빠졌던 시스템이 10년 만에 부활한 사례다.
이 시스템 또한 팬들 사이에선 긴 시간 회자되어 온 내용이다. 이번 <서브노티카 2>의 실제 플레이에서는 이런 생물학적 적응 방식이 SF적인 요소인 동시에,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서사적 장치로도 잘 녹아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서브노티카 2> 얼액에서 식생과 교류해 생물학적 적응을 하고, 새로운 능력을 해금하는 장면들
▲ 어떤 유전 적응이 해금될 것인지 기대하며 나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 유전 적응을 찾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포자 감염과 같은 위협으로부터 식생을 구해야 한다는 목표 및 목적의식으로도 이어지게 되는 구조로 만들어진 <서브노티카 2>다.
# 왜 '생존 게임'에는 특히 '얼리 액세스'가 필요한가
아마 <서브노티카> 시리즈를 한 편이라도 해본 분이라면 더 크게 공감하시겠지만, '생존 크래프팅'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누가 뭐래도 '절묘한 레벨 디자인'이다.
<서브노티카>가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도, 이 '레벨 디자인'으로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플레이 흐름을 잘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1편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매우 자연스럽게 여러 질문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산소가 계속 부족한데 어떻게 해야 이걸 해결할 수 있지?", "해수면 위에서 멀리 보이는 저 난파선 너머엔 뭐가 있을까?", "방사선에 강하게 노출되는 지역이 있는데, 여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거지?"
▲ <서브노티카> 1편
앞서의 그 질문들이 끊기지 않는 호흡으로 계속 이어지려면, 어떤 아이템을 어느 시점에 제작할 수 있게 할 것인지, 어떤 재료를 어디서 어떻게 획득하게 할 것인지, 어디에서 위협과 의문을 느끼게 만들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서브노티카>는 특히 다른 생존 게임과는 달리 첫 시작 지점으로부터 동서남북 2차원 평면으로만 넓은 게 아니라 Z축 심해로의 방향으로도 넓기 때문에, 유저 경험에 귀를 기울이며 레벨 디자인을 다듬는 게 더더욱 중요한 게임이었다.
▲ <서브노티카> 1편
바꿔 말하면 이 넓은 바다에서의 경험을 유기적으로 매끄럽게 연결되게 만드는 데 있어, 실제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다른 그 어느 장르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다른 게임들에서 미완의 상태 그대로 시계가 멈춰 버린 경험을 했던 사람들은 '얼리 액세스'에 대해 좋은 기억만 갖고 있을 순 없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얼리 액세스'에 대해 완제품을 곧바로 낼 수 없는 팀 구성 또는 자본 규모를 가진 개발팀의 전유물로 느끼는 경향이 있는데, 장르에 따라서는 오히려 '완성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개발진은 <서브노티카 2>의 스팀 페이지를 통해서도 '얼리 액세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고 있기도 하다.
"<서브노티카 2>는 현재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얼리 액세스 단계의 게임입니다. 생물군계, 생물체, 제작 아이템, 스토리 등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확장될 예정이며, 버그, 미완성 기능, 성능 문제 등의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분의 피드백은 <서브노티카> 시리즈의 다음 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핵심적인 밑거름이 됩니다."
▲ <서브노티카 2>
# '오픈 디벨롭먼트' 철학
<서브노티카 2> 리드 디자니어 앤서니 가예고스는 인터뷰를 통해, 많은 개발자들이 미완성 상태로 게임을 공개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만, 언노운 월즈는 플레이어와 함께 개발할 때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언노운 월즈는 이를 '오픈 디벨롭먼트'라 부르며, <서브노티카 2> 얼리 액세스 콘텐츠 설계에도 적용했다.
"저희에게 이 게임은 본질적으로 탐험 게임이며, 서바이벌 요소들은 그 탐험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기 위한 장치입니다."
"새로운 행성, 새로운 스토리, 새로운 생물, 새로운 시스템을 갖추면서도 기존 코어 팬층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출시 시점에 이미 수십 시간 분량의 스토리 콘텐츠가 들어 있습니다. 뼈대만 있는 게임이 아닙니다."
이러한 몇 가지 핵심 원칙들 안에서, 기존에 없던 멀티 플레이를 도입하고, 새로운 캐릭터와 함께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서브노티카 2>는 현재 얼리 액세스 단계로 스팀 기준 33,700원에 만나볼 수 있으며, 정식 출시 시점에는 풀 프라이스로 가격이 인상될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오픈 디벨롭먼트' 기조 아래에서 최소 2년, 길면 3년 정도의 얼리 액세스 기간이 이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개발진은 설명했다.
과연 1편이 보여줬던 강렬하면서도 매끄럽게 이어지는 생존 경험을, 2편에서도 더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