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이 MMO ‘가뭄’ 속에 ‘단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오른쪽 사진)는 23일 저녁 국내 게임매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이온>이 히트작 부재의 늪에 빠진 국내 게임시장에 활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간만에 기자들과 만나 <아이온>을 런칭하는 소감, 국내 시장에 대한 생각, 향후 비전 등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김 대표는 “요즘 (아이온 런칭 생각에) 잠을 못 잔다. 모든 사안을 두 번씩 점검하면서 준비하고 있다”며 <리니지2> 이후 5년 만에 국내개발 MMORPG를 내놓는 심경을 전했다.
그는 “<리니지2>가 일직선 느낌의 심플한 플레이를 선보였다면, <아이온>은 파티플레이도 해보고, 채집도 해보고, RvR도 해볼 수 있도록 다양한 플레이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넣어야 할 것들’을 모나지 않게 녹여내기 위해 <아이온>의 개발팀만 3번 교체했으며, 김 대표는 개발에 대한 중요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 “아이온으로 MMO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
<아이온>의 타깃층에 대해서 김 대표는 “<리니지2>가 MMO를 아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이었다면, <아이온>은 관심은 있었지만 직접 해보지 않던 사람들에게 MMO를 소개시키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MMO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그는 <아이온>의 대규모 전쟁을 ‘사람냄새 나는 RvR’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나오는 요즘 MMORPG들의 RvR 시스템은 아시아 유저들에게는 ‘너무 과도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온>은 RvR을 동양적으로 해석해 ‘시스템과 사람관계를 함께 즐기는’ 게임을 지향했다고 한다. ‘위트’가 느껴지는 게임으로, 같은 종족끼리 돕고 같이 성장하고 커뮤니티를 이루어 ‘규칙’이 있는 RvR로 대결을 벌이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었다.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아이온>의 완성도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김 대표는 “지금까지 나왔던 엔씨소프트 개발 게임의 런칭 시기는 모두 내가 정했다. 하지만 <아이온>은 QA팀에서 11월11일 오픈을 결정했다. 꼼꼼하게 점수를 매겨 평가했고, 최근 <아이온>이 모든 면에서 ‘커트라인’을 넘겼다”고 밝혔다.
23일 기자간담회의 명칭은 ‘아이온 글로벌 론칭 발표회’였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의 국내 런칭 이후 2~3개월 주기로 해외에 계속 진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2009년 안으로 중국 미국/유럽 일본 대만의 순서로 <아이온>을 해외에 진출시킬 계획이다. 중남미 등 나머지 지역까지 모두 진출하는 2010년 이후에는 <아이온>을 전세계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언급했던 ‘MMO 시장의 흥행 가뭄현상’을 타계하기 위해서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물량으로만 승부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제대로 구현해낼 ‘원천기술’의 개발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게임의 원천기술에는 ‘엔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 위해 엔씨소프트는 ‘자체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블레이드앤소울>이 외산 엔진(언리얼 엔진 3)을 사용하는 마지막 엔씨 게임이 될 것이다. 게임엔진을 만들 수 있는 내부 개발환경을 갖췄다”고 밝혔다. 그는 엔진 개발이 잘 진행될 경우 ‘라이선스 판매’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북미와 유럽의 지사를 아우르는 통합법인 ‘엔씨 웨스트’(가칭)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길드워>를 만든 아레나넷의 수장들이 요직을 맡았다. 현재 휴직 중인 리차드 게리엇의 거취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타뷸라라사>의 실패 이후 그에 대한 평판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김 대표는 ‘새옹지마’라고 표현했다. 리차드 게리엇이 프로젝트(타뷸라라사)를 만드는 것은 실패했지만, 엔씨소프트가 해외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는 공헌을 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리차드 게리엇의 인맥 덕분에 <시티 오브 히어로>를 만든 개발사를 만나 엔씨의 브랜드 기반을 닦았다. 그렇게 형성된 브랜드 인지도 덕분에 <길드워>의 아레나넷도 만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리차드 게리엇과 함께 한 7년 동안 ‘많은 논쟁’을 벌였다고 했다. <타뷸라라사> 프로젝트를 4번이나 ‘갈아엎었던’ 것도 김 대표였다. 그는 리차드 게리엇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나빴는가? 좋았는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