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그린게임 캠페인 발대식’에서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호 한게임 대표는 “<한자마루>가 연간 50억 원의 매출은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능성 게임의 매출이 공개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 동안 기능성 게임은 수익보다는 출시 자체에 목적을 두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기능성 게임의 목적이 차츰 바뀌기 시작했다. 선두 주자는 바로 <한자마루>다.
<한자마루>는 오픈 베타테스트 한달 만에 가입자수 30만 명을 유치한 데 이어, ‘경기 국제 기능성 게임 페스티벌’ 뿐만 아니라, 230개 초등학교의 방과후 교실에 교재로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능성 게임이 달라졌다. 그 중심에는 <한자마루>의 산실인 NHN의 기능성 게임 연구소가 있다. 올해 4월에 모습을 드러낸 기능성 게임 연구소의 김창우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국순신 기자
TIG> 기능성 게임 연구소를 소개해 달라.
김창우 소장(오른쪽 사진): 말 그대로 ‘기능성 게임’을 연구하는 조직이다. 기능성 게임 관련 지식과 노하우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2007년에 게임시장의 돌파구를 고민했으며 2008년 8월 에듀테인먼트 TF를 구성했다. 그리고 2009년 4월 기능성 게임 연구소를 정식으로 열게 되었다.
TIG> 2007년 게임시장의 돌파구에 대해 고민했다던데… 기능성 게임 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과정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2007년 하반기에 캐주얼 게임 사업을 준비했을 때였다. 당시 게임시장이 포화됐다고 판단했다. 이미 MMORPG 시장은 어느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요즈음 괜찮은 신작들이 성공하려면 기존게임의 유저들을 빼앗아 오는 식이었다. 서로 다른 게임에 조금씩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서 게임 시장을 넓히려면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
때마침 2008년에 <한자마루> 서비스가 결정되면서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파이를 넓히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에듀테인먼트 TF까지 구성하게 됐다. 때마침 정부도 기능성 게임에 관심을 보였다.
TIG> 좀더 자세히 기능성 게임 연구소의 역할을 소개한다면?
기능성 게임 연구소의 역할은 크게 제작 파트와 서비스 파트로 나눌 수 있다. 게임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제작 파트와 유저에 접근하는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서비스 파트다. 조직 구성원은 모두 13 명이다.
다른 연구소는 연구하고 논문으로 제출하면 끝나지면 이곳은 연구하고 논문을 작성한 다음, 이를 사업으로 연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게임 제작 뿐만 아니라 실제 시장에 출시하고 유저들이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기능성 게임도 사업적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기능성 게임 연구소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TIG> 올해 <한자마루>가 나왔다. 향후 어떤 게임들이 나올 지 궁금하다.
한자마루에 이어, 두뇌건강, 재테크, 연애, 육아 등 종합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형태의 게임들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약 3종의 게임이 각자 스타일에 맞춰 등장할 계획이다.
TIG> 올해 GDC에서도 기능성 게임(Serious game)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기능성 게임 연구소에서는 기능성 게임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 지 궁금하다.
기능성 게임이란 이용자가 스스로에게 편익, 효용성을 가진 게임을 뜻한다.
물론 사전적인 뜻이다. 여기에서는 다르다. 기능성 게임이란 재미, 즉각적인 보상, 상호작용 등 게임적인 요소들이 이용자에게 실제로 이롭도록 반응해야 한다. 이를 얻는 과정에서 게임의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다면 이게 바로 기능성 게임이다.
예로 들자면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영어로 쓰인 RPG. 이런건 기능성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즐기는 느낌, 그리고 게임 종료 후 유저들에게 이익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게임이 주는 아이템과 캐릭터 그 이상의 무엇이 남아 있어야 한다.
TIG> 기능성 게임에 대해 고민이 많았나 보다.
기능성 게임 연구소의 사업보고서를 작성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기능성 게임에 대해 정의하는 것이다.
TIG> 한국에서는 ‘기능성 게임=교육용 게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나라마다 기능성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미국과 같은 국가는 기능성 게임을 체험과 시뮬레이션 중심으로 본다. 유럽은 공익적인 소재가 많다. 한국도 기능성 게임에 대한 관심은 많았다.
한국에서 초기 기능성 게임은 소방훈련과 같은 거였다. 제작 의도는 좋았지만 재미도 없었고 사업으로 진행하기도 힘들었다. 이런 과정에서 관심사는 당연히 교육분야로 시선이 옮겨갔다.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갈증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TIG> 여러 게임들이 선보인다니 기능성 게임을 제작하기까지의 고민이 궁금하다.
‘어떤 것을 소재로 했을 때 사람들이 재미있고 즐거워할 것인가’에 대해 먼저 고민한다. 그리고 현실적인 제작 가능성, 이용자들의 편의,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해당 프로젝트의 기본 콘셉트를 잡은 뒤에 제작 단계에 들어간다.
게임의 재미, 보상, 이용자 간 상호작용 등 다른 게임에서 고민하는 부분과 함께 이용자들에게 편익을 줄 수 있는 메커니즘이 게임과 결합되도록 준비가 된다는 부분이 기존 게임과 다르다.
이후 개발 과정은 일반적인 게임 개발과 유사하나, 추가적으로 효용성을 줄 수 있는 부분의 연구가 내·외부를 통해 검증된다.
TIG> 교육용 게임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지루하다’는 인식이 많다.
교육과 재미라는 부분은 별개인 것 같지만, 사실 묘하게 서로 제약을 거는 부분이 많다. 교육과 재미에 타협점이 필요하다. 그 동안 교육적인 부분에 치중했던 것 같다. 이런 부분은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좀더 살펴봐야 했다.
TIG> 교육과 재미의 타협점이라면 어떤 걸 말하는가?
기존의 교육용 게임은 상호작용 등 게임의 기능에 중점을 뒀다. 결과적으로 재미를 놓쳤다. 게임은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 된다. 재미없으면 접속을 안 하니 교육도 안 된다.
재미있게 만들어야 되는데 교육용 게임 개발 환경은 그다지 윤택하지 못했다. 개발사들의 규모가 영세했다. 제작 과정만으로도 바빴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게임이 아이들에게 재미있었던가 학부모들에게 이 게임으로 교육이 된다고 알려줬어야 했다.
TIG> 그렇다면 이제 기능성 게임 연구소의 <한자마루>로 화제를 돌려 보자. <한자마루>의 광고를 볼 때마다 게임의 타깃층이 궁금했다.
기본적으로 ‘한자를 재미있게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다. 주로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한자마루>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TIG> 궁금했던 게 바로 그 부분이다. 타깃이 초등학생인가? 학부모인가?
타깃이 두 가지다. 이게 실은 어렵다.
시장에 학습게임을 선보이면 학생들은 이를 게임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부모들은 학습적인 효과를 기대한다. 아이들에게는 ‘재미’가 중요하다. 학생들은 <한자마루>를 공부보다 게임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려운 것은 학부모다. 부모에게는 아이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게임이기 때문에 갖는 선입견이 큰 장벽이다.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이 게임에 대한 걱정이 많다. 학부모가 인정해야 <한자마루>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매체의 특성에 따라 <한자마루>를 소개하는 방식이 달랐다.
네이버에 게재된 <한자마루> 배너 광고 이미지.
실제 엄마들의 소감을 인용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다가서려 하고 있다.
TIG> 여기에 덧붙여 학부모와 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기본적으로 <한자마루>는 플레이 자체가 학습이 되도록 유도했다.
이용자들에게 공부라는 인식을 주는 순간 플레이 자체를 꺼리고 흥미가 반감된다. 따라서 이것은 재미있는 놀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RPG 형태에서 기본이 되는 사냥과 보상이라는 부분이 한자와 결합되도록 해서 동기부여가 되도록 유도했다.
학부모에게는 가장 기본적으로 자녀들이 학습효과가 있다는 것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고, 하루 학습량을 넘지 않도록 하면서 과몰입을 방지하는 피로도 시스템이라든가, SMS(휴대폰 문자) 및 온라인을 통해 학습량을 확인할 수 있다는 등의, 안심하고 아이가 <한자마루>를 접할 수 있는 장치들을 제공했다.
TIG>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게임, 그래서 횡스크롤인가?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이며 ‘한자 학습’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RPG는 반복적인 활동이 많고, 보상이 즉각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언어학습에 좋은 형태라고 판단했고, 초등학생들이 가장 흥미있고 익숙하게 할 수 있는 장르다. 3D 그래픽이라면 한자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TIG> <한자마루>가 게임 방식이 초등학생에게 인기가 많은 게임과 매우 유사한 방식이란 지적이 있다. 이 부분 때문에 <한자마루>가 오히려 잘 만들어진 사람이라고 호평하기도 한다.
익숙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학습에 대한 고민, 한자라는 소재 때문에 추가적으로 들어간 글자의 조합이나 단어의 완성 같은 부분도 있다.
사실 이용자들에게는 전혀 새롭다는 느낌보다 익숙하지만 새롭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타깃이 초등학생인 만큼 이들이 많이 하는 게임에 대해 벤치마칭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