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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와 적극성으로 미국을 공략하다”

아에리아 게임즈 조현선 본부장

임상훈(시몬) 2009-05-11 16:18:32

얼마 전 소개했던 미국 온라인게임 퍼블리셔 아에리아(Aeria Games & Entertainment, 관련기사 [원문보기])에는 딱 한 명의 한국인이 있습니다. 비즈니스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조현선 본부장은 현재 아에리아에서 대체 불가능한 인물입니다. 영어만 쓰는 60명 중의 단 한 사람. 미국에서 공부한 적도 없고, 살아본 적도 없는 조 본부장이 도 없는 미국 회사에서 들어갈 수 있었던 사연과 서바이벌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산호세(미국) = 디스이즈게임 시몬 (임상훈 기자)


 

 

TIG> 게임 쪽 일을 하게 된 배경은?

 

맨 처음 아르바이트로 들어간 회사는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운영하던 배틀탑이었다. 그 뒤 에듀테인먼트 MMO(디미어즈)를 만들겠다고 대교가 투자했던 재미창조에서 마케터로 있었다. 두 회사 다 잘 되지 못했다. 그래서 업종을 바꾸려고 했는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네오위즈에 들어가게 됐다. 5년 간 PM으로 일 하다가 브랜딩 관련 일을 하게 됐다. 브랜드 매니저로 8개월 정도 일하다가, 2006년 여름, 조직개편 이슈도 있던 차에 네오위즈에서 <샷 온라인> 담당하던 인연으로 김경만 대표를 만나서 온네트 USA로 오게 됐다.

 

(※ 편집자 주=배틀탑은 PKO와 함께 99~01년 사이 <스타크래프트> 등 프로게임 리그를 운영하던 회사. PC방 단위로 고만고만했던 <스타> 대회를 프로 리그로 격상시켰지만, 온게임넷과 MBC게임 등 게임 전문 케이블방송이 직접 리그 운영을 시작함에 따라 경쟁력을 잃었다.)

 

 

TIG> 현지 경험 전혀 없이 미국행을 택한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영어 공부를 해 본 적도 없는데, 김경만 대표가 영어 못해도 된다고 해서 왔다.(웃음) 게임업체 중에 브랜드에 가장 관심이 많았던 회사(네오위즈)에서 브랜딩 공부를 한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브랜드 공부를 할 때 차별화가 핵심이었다. 그래서 남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자로서 게임업계에서 일할 때 미국에서 일하면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TIG>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회사에 들어온 사연은?

 

더 도전적인 기회를 찾고 싶었다. 미국에는 한국에서 넘어온 회사와 미국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회사가 있다. 한국에서 넘어온 회사에는 비슷한 경력의 사람들이 많이 있다. ‘One of them’이 되기 싫었다. 미국 회사라도 한국에서 게임을 찾고 관계를 맺어야 하므로 한국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 회사에 가면 ‘Unique’(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면 차별화와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조현선 본부장.

 

 

TIG>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나?

 

한국은 경력직이면 입사 과정이 그리 복잡하지 않는데, 여기선 3개월 동안 9명의 면접관을 만났다. 한국과 굉장히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면접 준비를 하루 2시간씩 3개월 정도 했다. 면접에 끌려 다니는 것보다 이끄는 것이 합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서, 미리 시나리오를 짜놓고 영어로 연습했다. 그런 것이 돌발상황에 대처하는데 큰 힘이 된 것 같다. 인터뷰 때 중요한 것은 영어를 완벽하게 잘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어서) 뽑고 나서 속았구나하고 느꼈을 것 같기도 하다.(웃음)

 

 

TIG> 하하, 면접 연습만 하면 뽑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게임 회사에서 5년 이상 PM을 했던 경험을 아에리아가 높게 샀다. 그 쪽에 현장 경험과 성과가 있었으니까.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지만, 내가 만든 피망의 폭탄아이템은 당시 가장 많이 팔렸다. 회사 입장에서는 100 원짜리 잔돈을 걷는 통로였다. 네트워크나 브랜딩 업무를 봤던 배경도 도움이 됐다.

 

 

TIG> 들어와서 하게 된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사업개발(BD) 분야를 맡고 있고, 핵심 업무는 제휴와 라이선싱 분야다. 계약 후에도, 한국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한국과 중대한 이슈가 있을 때는 위험 관리 차원에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들어간다. 민감한 상황을 전달하거나 풀어주는 일을 하기도 한다.

 

대외적으로는 지난 6개월 동안 회사 인지도를 알리는 일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아에리아가 성과를 내고 있는데, 한국 업계 관계자들이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다. 개발사를 찾아가서 성과가 있다는 것을 알리니까, 그 뒤부터는 접촉이 많이 왔다.

 

 

TIG> 한국 회사와 비교해 미국 회사는 어떤가.

 

기회가 많다. 기회를 평등하게 주고, 하겠다는 의지와 성과를 보이면 다시 그 일을, 또는 더 큰 일을 할 기회가 커진다. 성과를 인정해 보상해 주는 것도 장점인 것 같다. 언어가 서툴러서 오히려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되는 점도 있는 것 같다.

 

회사 성향이 그래서 그런지, 진취적으로 나서는 사람을 좋아한다. 회사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공격적(aggressive)’였다. 또 시간이 자원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은 회사가 나서서 중단하라고 한다. 회사가 개인의 (중요하지 않은 업무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을 무척 아까워한다.

 

이를테면, 개발사에서 일정 지키느라고 테스트가 안 된 버전의 클라이언트를 넘겨주면, 한국 퍼블리셔는 관대하게 협력하는 편인데, 미국 쪽은 다음부터 그렇게 하지 말라고 엄격하게 말한다. 개발사가 퍼블리셔의 시간을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TIG> 아에리아의 임원진은 베트남 계다. 외부 편견은 없는가?

 

미국에는 베트남 계에 대한 대외적인 편견이 없는데, 한국 분들은 베트남 사람이 사장이라면서요?’ 하면서 물어 보는 경우가 있다. 다른 미국인과 다른 것은 없는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때 왔던 사람들이고, 줄곧 미국 교육 받아서 미국 사람 같다.

 

, 다른 점도 있다. 베트남 계여서 성공에 대한 집념이나 교육열이 높은 것은 장점 같고, 동양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비즈니스를 할 때 편한 편이다. 한국에서 술 따라 주는 방식에 대한 이해도 높고 거부감도 없고. 또 동양계인 나에게 미국 문화에 대해 잘 설명해 주고 배려해 줘서 고마운 부분이 많다.

 

 

조현선 본부장과 아에리아 게임즈의 다른 임원들.

 

 

TIG> 미국에서 한국 업체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점은?

 

한국의 경험을 해외에서도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는 문제가 있으면, 현지 퍼블리셔에게 컴퓨터가 어떤 거예요?’경로를 바꿔 보세요.’ 같은 식으로 이야기한다. 퍼블리셔는 바꿀 수는 있지만 유저는 바꿀 수는 없다. 그런 부분에서 한국 업체들이 다소 방어적인 것 같다.

 

한국은 초고속통신망이 발달해서 클라이언트나 패치의 다운로드 사이즈에 신경 쓰지 않지만, 이 곳은 다르다. 초고속망을 써도 평균 300Kbps~400Kbps 수준이다. 대부분 유저가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써서 액티브엑스를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과 달리, 이쪽에서는 액티브엑스를 쓰지 않는다. IE를 쓰지 않는 비율이 30% 이상이다. 한국 유저들은 경험이 많아서 설정 조정하는 것에 별 문제 없지만, 미국 유저들은 다 알아서 끄고 조절할 만한 경험이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 굉장히 특별한 나라다. 결코 보편적인 나라가 아니다.

 

 

TIG> 그런데 정말 영어 공부 안 하나?

 

영어 공부를 최근에 시작했다. 2~3년 후면 시장환경이 변할 것으로 본다. 현재는 7할이 한국이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다. 라이선싱 계약이라는 게 결국 협상인데, 좀더 영어를 잘 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또 요즘 여러 곳에서 비즈니스 관련 연락이 대부분 나한테 오는데,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일 하느라고, 영어 공부할 시간이 많이 없어, 라고 말하곤 했는데 게으른 나 자신에 대한 핑계였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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