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디스이즈게임 독자 여러분,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디스이즈게임의 창간 9주년을 맞아 ‘막나가는 실험실’이 돌아왔습니다! (얼쑤 좋구나) 지난 2006년 7월에 첫 실험을 선보인 이후 어느덧 8번째 실험입니다. 이 속도라면 약 87년 후인 2101년에 100회 특집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세월 참 빠르지 않습니까?
시간이 오래 흐른 만큼, 막나가는 실험실에도 소소한 변화도 생겼습니다. 폭정과 갈굼을 일삼는 사악한 깨쓰통 실장 밑으로 연구원도 생긴 것인데요. 네, 제가 바로 그 깨 실장의 폭정 아래 고통받는 연구원 겸 마루타인 달식입니다. (꾸벅) 그럼 오늘의 막나가는 실험을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 여전히 막가 실험실은 마루타의 인권 및 인격, 초상권을 보장하지 않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및 각종 규제 법안을 개의치 않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줄여서 롤(LOL). 랭크 게임의 심오한 세상이여….
2014년 3월 현재, 명실상부한 국민 게임으로 칭송을 받고 있으며, 또한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수많은 게이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AOS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이 <LOL>에는 유저들의 실력을 매기는, 수능보다도 더 잔인한 시스템인 '랭크 게임' 제도가 있다.
오늘도 전국의 <LOL> 유저들은 더 높은 랭크를 차지하기 위해, 그래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 승급전의 문턱에서 좌절과 시련을 겪고 있다. 거듭되는 좌절과 시련 속에서도 묵묵히 랭게임(랭크 게임)의 심해에 허우적대는 숭고한 유저들의 모습을 보고 과거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고도 한다. “랭게임하는 데 이유가 어디 있어? 그냥 하는 거지”
…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고. 아무튼, 지난 1월에는 드디어 <LOL>에서 시즌 4가 시작되었다. 시즌 2 랭크 점수 1300대, 시즌 3에서는 브론즈 3를 찍으며 심해의 짠맛을 봤던 달식은 시즌 4를 맞아 새 인생을 시작하고자 배치 고사를 달리기 시작했다.
달식: 아…. 배치 6승 4패인데 브론즈 2라니 (ㅠㅠ)
권스텔: 선배 ㅋㅋㅋㅋ 저 9승 1패로 골드인데 ㅋㅋㅋㅋ
달식: 뭣이? 너따위가 골드고, 내가 브론즈라니…. 내가.. 내가.. 심해어라니…!!
권스텔: 좌절하지 마시고, 혹시 알아요? 프로게이머들한테 코치를 받으면 새 인생을 살 수 있을지….
달식: 그래, 그거야! 프로…. 프로 게이머를 보자!
권스텔: (틀렸어. 이미 제정신이 아니야….)
그리하여 결정된 오늘의 실험!
과연 ‘<LOL>에서 프로게이머의 오더를 받으면 심해를 탈출할 수 있을까?’
(부제: 프로게이머 아바타 플레이)
디스이즈게임은 인크레더블 미라클(이하 IM)의 선수들을 실험조교로 특별 초빙해 즉각 실험에 돌입했다.
실험 준비물과 개요
실험 재료
- 동색 심해어 1마리, 골드 리거 1마리
- 프로게이머 선수 '님' 3분
(IM 1팀의 미드라이너 박용우(미드킹), 원거리 대미지 딜러 임두성(바이올렛) 선수와 IM 2팀의 원거리 대미지 딜러 이승민(벳쿄) 선수)
실험 방식
‘자타공인 트롤러’ 브론즈 달식 1마리와 ‘버스 의혹 가득한’ 골드 리거 권스텔 1마리에 건강하고 튼튼한 멘탈과 실력을 겸비한 프로게이머 2명을 끼얹고 잘게 다지...는건 아니고, 결과를 관찰한다.
달식과 권스텔이 ‘듀오 랭게임’을 시작하고, 프로게이머는 심해어의 옆, 뒤에 앉아 상황을 관찰하며 입으로 지시를 내린다. 프로 게이머가 대신 플레이 해 줄 수는 없다.
실험 전에 예상한 결과
프로게이머의 지시를 받으면 인간적으로 1g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게임을 준비하기에 앞서, 키보드를 세팅하는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달식.
대망의 첫 경기
첫 경기에서 달식에게는 미드킹 선수가, 권스텔에게는 바이올렛 선수가 각각 오더를 내리기로 했다. 2인 랭크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호흡을 발휘할 수 있는 봇 듀오를 가기로 하고, 달식은 긴 사정거리가 장점인 원거리 대미지 딜러 ‘케이틀린’, 권스텔은 안정적인 서포터 ‘소나’를 꺼내 들었다.
참고로 설명하자면, 두 마루타는 모두 서포터가 주 포지션이다. 그나마 달식은 원딜로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기에 총대를 멘 것이다. 하지만 대망의 첫 경기 결과는….
프로게이머가 옆에서 오더를 내림에도 연출된 아름답기 그지없는 0킬...
1경기에서는 무려! 단 한 번의 킬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한 채 게임이 끝났다. 본래 이번 막가 실험실은 매 경기 과정과 결과를 영상으로 보여주기로 했지만, 도저히 영상으로 옮길 수 없는 수준의 저질 플레이가 끊임없이 이어졌기에 기사화하지 못한 점 독자 여러분들은 양해를 바란다.
… 네. 미안해요.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숨 쉬는 걸 반성할게요. 엉엉 (ㅠㅠ)
1경기는 연습 게임, 두 번째부터 본편!
애당초 1경기는 심해어 2마리의 특징과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한 연습경기였다. (뭔가 이 문장에서 위화감을 느끼셨다면 기분 탓이다) 그렇기에 1경기에서 드러난 심해어들의 문제점을 교정하고 바로 2경기에 나서기로 했다.
1경기에서 드러난 심해어들의 문제점은 바로 효율과는 담을 쌓아도 너무 높게 쌓은 룬과 특성 배치였다. 이에 프로 선수들의 세심한 세팅 끝에 먼저 룬 페이지와 특성 대 개편이 진행되었다.
한편 2경기에서는 미드킹 선수 대신 벳쿄 선수가 달식의 조종사를 맡아 실험이 진행되었다. 벳쿄 선수는 달식에게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한 ‘베인’을 추천했고, 권스텔은 그대로 자신 있는 챔피언인 소나를 플레이하기로 했다. 어떤 상황이 펼쳐졌는지는 글로 소개하는 대신 영상으로 보도록 하자.
이대로 끝낼 순 없다, 세 번째 게임
앞선 두 경기의 처참한 결과를 본 프로 선수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어떻게 이렇게 게임을 못 할 수 있을까’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할까? 마루타 달식은 케이틀린으로는 0킬, 베인으로는 20분이 넘어서야 겨우 1킬을 기록했을 정도였고, 정확한 오더를 내려도 몹쓸 손가락이 전혀 따라주지 못했다.
이제 대망의 마지막 경기. 벳쿄 선수는 달식에게 ‘이즈리얼’을 추천했고, 권스텔의 오더를 맡은 미드킹 선수는 권스텔에게 최근 떠오르는 대세 서포터인 ‘애니’를 추천했다.
이전까지는 프로 선수들도 나름 진지한 지시를 내렸지만,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는지 이제 자포자기의 기운이 사무실을 지배했다. 벳쿄 선수는 아예 이즈리얼의 첫 코어 아이템으로 ‘요우무의 유령검’을 고르라고 지시하며 액티브 효과를 강조할 정도였다.
자, 그렇다면 대망의 마지막 3경기는 어떤 경기가 펼쳐졌을까? 영상으로 확인해보자.
결국, 3경기에서도 달식은 상대에게 킬만 헌납한 채 팀의 ‘구멍’ 노릇을 톡톡히 했고, 아군 피오라의 백도어로 행운의 승리를 맛볼 수 있었다. 백도어가 아니었다면 당연히 질 경기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_-;)
실험 결론: 심해어는 프로의 조언을 받아도 소용없다. 자연의 법칙을 거역하지 말고 순응하며 살자.
결국 오늘 실험의 결론은 ‘심해어는 프로의 조언을 듣던, 다시 태어나던, 무슨 수를 쓰던, 그냥 심해어다’ 로 내려졌다. 전문용어로는 “포기하면 편해” 라고도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선수가 뒤에서 아무리 코치를 해 줘도 손가락이 따라주지 않으면, 실제로 실행할 수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을 뿐인 실험이었다.
옛말에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 심해어로 태어났으면 심해의 무거운 바닷물을 마시며 살아야 분수에 맞는 것이다. 그리하여 달식은 오늘도 브론즈의 심해를 헤엄치며 유유자적하게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보너스 영상] IM 선수들의 TIG 9주년 축하 영상
/영상 편집: 버징가 작성: (다음실험 언제일지 또 기약 없는) 막나가는 실험실 연구원 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