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화(바로가기)에서 프리미엄 패키지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발견과 신뢰의 구조"를 먼저 설계하는 일이라고 적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제가 계속 드나든 현장에서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일'과, 그 게임이 처음 어떤 인상을 주는지는 점점 분리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어디에서 어떻게 발견되나요?”
작은 팀의 입장에서 이 질문에 답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좋은 게임을 만들면 된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SNS든 광고 집행이든 "마케팅을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로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스팀에서는 더 그랬습니다. 제가 점점 확신하게 된 것은, 발견이 알고리즘의 비밀보다 브랜드의 문제에 더 가깝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른바 ‘알고리즘’은 존재하고,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유저는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 먼저, 그것이 어떤 게임인지부터 가늠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브랜딩은 로고나 슬로건, 키비주얼 같은 그래픽 디자인을 뜻하지 않습니다. 게임이 무엇을 약속하는지, 유저가 첫눈에 무엇으로 이해하는지, 왜 믿을 수 있다고 느끼는지를 만드는 모든 일을 말합니다./기고=스튜디오 BBB 임권영 대표,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편집자 주: <슬레이 더 스파이어> 1편으로 장르 토대를 새로 세우고, 최근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2편까지 연이어 흥행시킨 메가 크리트가 대표적인 예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덱빌딩이라는 장르에 기대하는 바를 확실하게 충족시켜주는 기본기가 탄탄한 1편과 2편이죠.
#1. 그 전에, 이 글에서 말하는 ‘인디’는 무엇인가
'인디 게임'이라는 말은 꽤나 넓게 쓰입니다.
비영리 취미 프로젝트, 학생 과제, 부업, 포트폴리오용 작품, 소규모 상업팀, 투자받은 독립 스튜디오, 대형 스튜디오의 소규모 프로젝트까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 자신을 인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들 중 무엇이 '진짜 인디'인지 구분하는 것은 여기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번 시리즈에서 제가 상정하는 인디는 이렇습니다. 창작을 계속하기 위해 출시와 비즈니스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작은 팀입니다. 취미처럼 시작했더라도, 어느 순간부터는 "어떻게 계속 만들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팀 말입니다. 저희도 바로 그 위치에서 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전제를 먼저 적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발견이라는 주제는 사실 "어떻게 알릴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더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영리 목적이 아닌 취미 프로젝트라면 발견은 선택일 수 있지만, 회사를 세우고 게임을 업으로 삼은 팀에게는 발견이 곧 '생존'이 됩니다.
▲ 편집자 주: 취재를 하면서 만난 대부분의 인디 개발사들은, 자금 상황 및 시간의 압박 등으로 인해 "살아남기 위한" 선택과 타협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팀을 꾸리고 전업으로 임하는 순간,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니까요.
사진은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표현하기 위해 인용해온 <낙원: LAST PARADISE>의 클로즈 알파 테스트 모습입니다.
#2. 스팀에서 유저는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 먼저 "파악"한다
스팀은 이미 공급 과잉 시장입니다.
SteamDB 기준 2025년 출시작은 2만 개 안팎이었고, 관련 보도들에 따르면 그중 거의 절반이 리뷰 10개 미만에 머물렀습니다. 이 정도 규모에서는 "좋은 게임이면 결국 알아준다"는 말이 점점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과, 그 게임이 어떤 첫인상을 남기는가는 별개의 문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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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평균 50개 이상의 신작이 들어오는 환경에서, 유저가 각 게임의 상세 페이지를 정독할 리 없습니다.
대부분은 캡슐 이미지(유튜브 썸네일 같은 스팀 게임의 작은 대표 이미지)와 태그를 훑고, 몇 초 안에 "이건 나한테 맞는 게임인가"를 판단한 뒤 넘깁니다. 스팀의 구조는 이 현실 위에 있습니다.
Valve의 문서를 보다 보면, 스팀이 스토어 페이지를 단순 판매 화면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일찍부터 출시 예정 페이지를 열어두고, 짧은 설명과 이미지, 영상들을 보여주며, 유저와의 첫 접점을 설계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위시리스트는 출시나 할인 시점에 알림을 보내고, 개발자/퍼블리셔 홈페이지는 한 조직 아래의 여러 게임을 묶어 보여주며, 프랜차이즈 페이지는 시리즈 단위의 관심과 팔로우를 관리하게 합니다.
이런 기능들은 "지금 당장 사게 만드는 것"보다 "다음에 다시 보게 만드는 것"을 전제로 설계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스팀은 개별 상품을 진열하는 상점이면서도, 동시에 게임과 개발사가 유저의 기억에 남아 다음 시리즈로 이어지게 만들 수 있는 공간입니다.
▲ 편집자 주: 3월 10일 기준 스팀 최고 인기 게임 리스트. 작은 캡슐 이미지에서의 인상부터, 개별 게임 페이지에서의 경험까지, '첫인상'이 많은 걸 좌우합니다.
스팀이 스토어 자산 문서를 세세하게 두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크린샷이 실제 게임 플레이를 보여줘야 하고, 콘셉트 아트나 수상 이력, 마케팅 문구로 플레이 경험을 대신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스크린샷은 상점 페이지뿐 아니라 스팀 홈 등 다른 노출 면에서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스팀은 단지 게임을 올려두는 공간에 머물지 않습니다. 게임이 “어떤 약속을 하는지” 여러 위치에서 일관되게 증명하길 요구하는 플랫폼입니다.
캡슐 이미지, 제목, 짧은 설명, 스크린샷, 태그, 트레일러 첫 장면이 만드는 '첫 문맥'이 선명하면 다음 단계로 이어지고, 흐릿하면 유저는 떠납니다.
▲ 편집자 주: 호평을 받고 잘 팔린 게임의 예시를 살펴보면 그 디테일이 보입니다. <바이오하자드 레퀴엠>은 캡슐 이미지에서부터 '그레이스', '레온' 더블 주인공 체제임을 보여주고 있고, 스크린샷의 배치 순서에서도 '그레이스'가 먼저 나오게 하면서, 결코 그 비중이 작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공포 게임다운 분위기가 선명한 것 또한 스크린샷만 봐도 잘 느껴지게 설계해뒀죠.
게임쇼 현장에서 저는 이런 장면을 자주 봤습니다.
어떤 게임은 부스에 사람이 몰리기도 전에 이미 "아, 저건 내가 좋아할 것 같다"는 반응을 끌어냅니다. 반대로 어떤 게임은 분명 공들여 만들었는데도, 첫 몇 초 안에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워 유저들이 그냥 지나칩니다.
차이는 미묘하지만 큽니다. 게임 자체가 재밌어야 한다는 전제는 바뀌지 않습니다. 다만 그 재미가 전달되려면, 유저가 처음 접하는 몇 초의 인상이 먼저 해결돼야 합니다.
작은 팀에게 불리한 부분은 분명합니다. 신작이 너무 많고 경쟁은 치열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정말 중요한 건 자본의 양보다 "우리를 어떻게 이해시키는가"의 문제로 수렴합니다. 이 지점에서는 작은 팀도 설계로 싸울 여지가 있습니다.
▲ 편집자 주: 팀 규모 차이가 있어도, 잘 하는 팀들은 핵심을 놓치지 않습니다. 최근 얼액을 시작한 <슬더스 2> 스팀 페이지를 보면, 스크린샷처럼 1편엔 없던 '신규 캐릭터'가 있고,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는 2편의 핵심 기능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슬더스> 1편의 분위기나 구조가 이어진다는 것도 바로 직관적으로 알 수 있죠. 요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우측의 게임 소개글도 매우 짧죠) 턴제 게임 축제 이벤트 프로모션 페이지도 상단에 있습니다. 들어가보면 <슬더스> 1편을 75% 할인하는 것을 곧바로 볼 수 있죠.
#3. 브랜딩은 “무엇을 먼저 이해 받을지” 정하는 일이다
브랜딩이라는 말을 하면 종종 “좋아 보이게 만드는 일”을 떠올립니다. 예쁜 키 아트, 세련된 로고, 잘 만든 트레일러 같은 것들입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다만 작은 팀에게 브랜딩은 더 냉정한 문제입니다.
작은 팀은 모든 사람에게 다 좋아 보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브랜딩은 무엇을 더할지보다, 무엇을 먼저 이해시키고 무엇을 의도적으로 뒤로 미룰지를 정하는 선택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이건 창업 초기에 회사의 비전과 포지셔닝을 정하는 일과 닮아 있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 오히려 아무것도 선명하지 않게 되는 것도 비슷합니다.
▲ <드렛지> 스팀 페이지
이 점에서 <드렛지(DREDGE)> 같은 사례는 참고할 만합니다.
뉴질랜드의 소규모 팀 Black Salt Games가 만든 첫 게임인데, 인상적인 건 첫 접점에서 게임의 정체를 거의 즉시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낚시라는 익숙한 장르와, 그 아래 흐르는 기묘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한 문장 안에서 동시에 보여줍니다. 스팀 페이지, 퍼블리셔 Team17의 소개, 개발사 공식 사이트 어디를 보더라도 같은 문맥이 반복됩니다.
아트의 완성도를 넘어, 개발사가 자신을 어떻게 알리고 싶은지 매우 잘 정리한 사례입니다.
▲ PC/콘솔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모바일로도 나온 <드렛지>입니다.물론 <드렛지>가 첫인상을 잘 설계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성공한 건 아닙니다. 게임 자체가 재밌어야 한다는 전제는 바뀌지 않고, 타이밍이나 장르의 빈자리 같은 외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첫 접점에서 유저가 어떤 게임으로 인식하는지가 그 다음의 기회를 여는 문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가독성 높은 기획은 발견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발견의 조건은 됩니다.
이걸 저희의 현실로 옮겨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우리 게임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무엇을 먼저 이해시켜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으로는 절대로 오해받고 싶지 않은가.
<모노웨이브>를 기준으로 보면, 저희가 먼저 보여주길 바라는 것은 감성적 분위기, 스크래치 톤의 비주얼 아트, '감정'이라는 테마입니다.
동시에 피하고 싶은 오해도 있습니다. "저연령 타겟 게임으로만 보이는 것", "예술성은 있는데 대중성은 없는 게임", "콘셉트만 독특하고 게임플레이가 정교하지 않은 게임"이라는 인상을 주는 일은 분명히 피해야 합니다.
실제로 행사장에서는 부스를 지나가며 “이거 아이들 게임이에요?”라고 묻는 분이 종종 계십니다.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저희가 원하는 것은 인상이 거기서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같은 화면인데도 반응은 갈립니다. 누군가는 그래픽 톤과 감정이라는 테마를 먼저 받아들이고, 누군가 점프와 이동, 퍼즐 구조를 먼저 봅니다. 어떤 분은 따뜻하다고 느끼고, 어떤 분은 의외로 난도가 높아 보인다고 말합니다.
같은 게임이라도 사람마다 먼저 받아들이는 요소가 다르고, 그 차이를 조정하는 일이 결국 브랜딩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편집자 주: <모노웨이브> 스팀 페이지. 스튜디오 BBB가 2026년 연내 출시 예정인, 감정을 테마로 한 퍼즐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브랜딩은 감성적인 수사를 덧붙이는 작업에 머물지 않습니다. 감정이라는 테마와 분위기가 먼저 다가가되, 동시에 퍼즐 플랫포머로서의 손맛과 구조도 함께 보여줘야 합니다. 이건 스팀 페이지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행사장에서는 게임 빌드만이 아니라 부스 벽면의 그래픽, 인쇄물의 디자인과 재질, 시선을 멈추게 하는 배치, 짧게라도 참여해볼 수 있는 이벤트, 심지어 판매용 굿즈까지 전부 같은 방향을 가리켜야 합니다.
게임 본편은 물론, 유저의 시선이 닿는 주변의 모든 요소가 이 게임의 결을 함께 증명해야 합니다.
지금의 <모노웨이브> 페이지는 감정을 테마로 한 퍼즐 어드벤처라는 기본 축을 전달하고, 장르와 태그에서도 퍼즐, 플랫포머, 어드벤처, 감정적인 톤을 어느 정도 보여줍니다. 다만, 저희가 원하는 것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귀여운’, ‘아늑함(cozy)’ 같은 인상은 분명 장점이지만, 그것만 강해지면 게임의 구조와 밀도보다 가벼운 인상을 먼저 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퍼즐과 플랫폼의 구조를 너무 강조하면,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테마나 분위기의 결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무엇을 먼저 각인시키고 무엇을 그다음에 따라오게 할지 조정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의식적으로 보는 것은 이런 것들입니다.
캡슐 이미지에서는 게임의 정체성을 먼저 보여주는 구도를 택하는가.
핵심 태그에서는 감성적 분위기와 퍼즐 플랫포머의 구조를 함께 제시하는가.
트레일러에 플레이 장면을 충분히 포함했는가.
스크린샷 배치에서는 미감 중심 장면과 실제 플레이 구조가 드러나는 장면의 비율이 적절한가.
짧은 설명 문구에서도 ‘감성’만 남기지 않고, 이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하는지 자연스럽게 알려주는가.
게임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반대로 구조만 남기고 결을 잃어버리는 것, 둘 다 피해야 합니다.
아직 가설의 단계에 있습니다. 유저 피드백과 스팀 내부 지표를 대조하며 가설들을 수정하고 검증합니다.
작은 팀에게 브랜드는 시장의 반응에 맞춰 우리 게임의 위치를 끊임없이 재정립해 나가는 실험의 과정입니다. 결국 첫인상에서 무엇을 먼저 느끼게 만들지의 밸런싱은 이 치열한 실험 끝에서 결정됩니다.
▲ (이미지 출처: 이라스토야)
#4. 콘솔에서의 발견은 다른 문법으로 움직인다
스팀의 발견이 거대한 오픈 마켓 안에서 유저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는 문제라면, 콘솔은 조금 다른 문법을 갖고 있습니다.
발견과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플랫폼 홀더와의 관계, 플랫폼의 큐레이션, 품질 보증의 비중이 훨씬 큽니다.
닌텐도는 개발자 포털 등록과 자료 접근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ID@Xbox를 통해 승인된 개발자에게 셀프 퍼블리싱 도구와 지원을 제공합니다.
소니 역시 PlayStation Indies라는 이름으로 인디를 개발하고 발견하고 플레이하기 좋은 공간을 만들겠다는 방향을 공식적으로 밝혀 왔습니다.
이건 콘솔이 "누구를 생태계 안으로 들이고 누구를 전면에 세울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 ID@Xbox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스팀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거대한 오픈 마켓이지만, 그만큼 시장 안에서 유저에게 직접 정체성을 증명해야 합니다.
콘솔에서는 유저에게 좋아 보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플랫폼 홀더도 안심하고 전면에 세울 수 있는 팀이어야 합니다.
PlayStation Blog가 PlayStation Indies를 통해 주목할 인디를 별도로 큐레이션하고, Xbox가 ID@Xbox 쇼케이스나 파트너 프리뷰 같은 공간을 운영하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스팀에서는 유저가 먼저 판단하고, 콘솔에서는 플랫폼이 먼저 믿고 세우는 비중이 더 큽니다. 같은 "발견"이라도, 콘솔에서는 프레임 안정성이나 가이드라인 준수, 일정 신뢰 같은 것들이 팀의 브랜드로 직결됩니다.
저는 이 차이를 이해하면서, 왜 퍼블리셔와 플랫폼 파트너십이 작은 팀에게 여전히 중요한지가 선명해졌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쓰려 합니다.
▲ 편집자 주: PlayStation 블로그에서 인디 게임을 검증하고 적극적으로 알렸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이터나이츠>입니다. 이 게임은 스튜디오 사이 유재현 대표의 1인 개발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데이팅 액션 게임'으로, 여러 플랫폼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같은 게임을 단독으로 다룬 포스트가 PS 블로그에 여러 차례 올라왔던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5. 게임 브랜드가 먼저 쌓인 뒤 스튜디오 브랜드가 쌓인다
스튜디오 브랜드는 장기적으로 굉장히 중요합니다.
스팀이 개발자/퍼블리셔 홈페이지와 프랜차이즈 페이지를 따로 운영하는 것 자체가, 개별 게임을 넘어 개발사와 시리즈의 관계까지 축적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Supergiant Games가 좋은 참고가 되는 이유는, <배스쳔>, <트랜지스터>, <파이어>(Pyre), <하데스>처럼 서로 다른 게임을 만들면서도 기대를 누적시켰다는 점입니다.
IP의 속편 효과 없이, "Supergiant가 만든 다음 게임"이라는 기대 자체가 브랜드로 작동한 셈입니다.(편집자 주: 같은 개발사의 타이틀 중 <하데스 2> 정도만 예외적인 사례입니다)
<파이어>의 소개글에서는 "<배스쳔>과 <트랜지스터>를 만든 팀의 게임"이라고 소개합니다. 이전 작품이 쌓아둔 기억이 다음 작품의 첫 관심을 훨씬 쉽게 만들어주는 구조입니다.
▲ 편집자 주: <파이어> 스팀 페이지입니다. 트레일러의 문구에서도, 우측의 게임 소개 문구에서도 <배스쳔>과 <트랜지스터> 제작진이 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슈퍼자이언트를 <하데스> 시리즈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지금은 더 많겠지만, <배스쳔>과 <트랜지스터> 출시 당시에도 게임 씬 안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잔뼈 굵은 개발사입니다.
작은 팀에게 이건 중요한 힌트입니다. 스튜디오 브랜드는 한 번에 세워지지 않습니다. 개별 게임이 먼저 정확히 전달되고 기억되는 경험이 반복될 때 뒤늦게 쌓입니다.
첫 게임을 준비하는 지금의 저희에게는, 스튜디오보다 게임이 먼저입니다. 유저는 처음부터 스튜디오를 사랑해주지 않습니다. 먼저 게임을 만나고, 그 게임이 기억에 남고, 그 다음에야 "이런 결의 게임을 만드는 팀이구나"를 알아차립니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 먼저 말해야 하는 것은 스튜디오 BBB라는 이름 자체보다, <모노웨이브>가 어떤 경험인지입니다. 그 게임이 명확한 인상을 남겨야, 비로소 "이 팀이라면 다음 게임도 보고 싶다"는 기억이 남을 수 있습니다.
#6. 결국 작은 팀에게 필요한 건 ‘더 크게 보이는 법’보다 ‘더 정확히 전달하는 법’이다
1화에서 저는 프리미엄 패키지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 결국 발견과 신뢰의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라고 적었습니다.
2화에서 그 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적어도 스팀에서는 발견이 알고리즘의 비밀보다 “유저에게 어떤 브랜드로 다가가는지”의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작은 팀에게 브랜딩은 꾸미는 일과 다릅니다. 무엇을 먼저 이해시키고, 어떤 오해를 줄이고, 어떤 약속을 끝까지 지킬지 정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생각보다 창업 초기의 회사 비전을 세우는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순간, 아무것도 선명하지 않게 되는 것도 비슷합니다.
저희는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게임처럼 보이기보다, <모노웨이브>가 어떤 경험인지 정확히 이해시키는 쪽을 택하려 합니다.
발견되기 쉬운 포장보다 오래 남는 약속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더 먼저 고민하려 합니다.
그 약속이 무엇인지 먼저 선명하게 정하는 일, 그것이 저희에게는 마케팅보다 앞서는 브랜딩의 문제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발견을 조금 더 실무적으로 이어가 보려 합니다.
퍼블리셔와 플랫폼은 작은 팀에게 신뢰와 발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어떤 파트너십을 맺고,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끝까지 쥐고 있어야 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스튜디오 BBB 임권영 대표
예술 전공을 바탕으로 HCI(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연구를 하다 인디 게임 스타트업을 창업해 배워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