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서는 킹넷 측이 위메이드 지분 39.33%에 시장 가격의 3.6배, 약 9,200억 원을 제시한 배경과 그 의미를 다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이 거래를 밀어붙인 인물, 킹넷 회장 진펑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이번 거래의 핵심 인물은 킹넷 회장 진펑(38세)입니다. 그의 이력을 따라가면 이번 인수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납득하실 수 있을 겁니다.
/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전기 유저의 니즈를 가장 잘 아는 사람

1988년생인 진펑(가운데 젊은 인물)은 저장성허 네트워크에서 제품 매니저로 출발해 마케팅 팀장, 사장, CEO를 거치며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의 이름을 중국 게임업계에 알린 게임은 <람월전기>(2016)였다. 웹게임 시장이 이미 저물기 시작한 시기에 등장한 이 게임은 기존 전기류 게임의 문법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진펑이 개발자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프로그래머도 기획자도 아닌 제품 매니저였다. 그럼에도 <람월전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전기류를 즐기는 유저들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답답해하는지를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전기류 게임은 전사·법사·도사, 이른바 ‘전·법·도’ 3직업 체제를 오랫동안 고수해 왔다. <람월전기>는 이 틀을 깼다.
모든 플레이어가 하나의 캐릭터로 전사의 체력, 법사의 마법, 도사의 회복·디버프 능력을 동시에 쓸 수 있는 ‘단일 직업’ 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업 선택의 부담이 사라져 초보자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법사가 전사에게 강하다’는 식의 직업 상성 문제가 사라지면서 승패가 오직 장비·조작·전략으로만 갈리는 훨씬 공정한 PvP 환경이 만들어졌다.
장비에 붙어 있던 직업 제한도 없앴다. 획득한 장비를 무엇이든 바로 착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투력이 빠르게 오르는 쾌감과 쓸모없는 장비를 파는 데서 오는 아쉬움을 동시에 해결했다.
여기에 그는 ‘쾌감’이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 게임 전체를 다시 손봤다.
기존 게임보다 몇 배 빠른 공격 속도로 사냥 자체를 훨씬 짜릿하게 만들었고, 필드 이동 시 로딩 화면을 없애 보스를 쫓거나 적을 찾아다니는 흐름을 끊김 없이 이어지게 했다.
AI 영웅을 소환해 함께 싸우는 ‘영웅 합격’ 시스템은 혼자 플레이해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면서, 분노 게이지가 차면 함께 강력한 합격기를 쓰는 전략적 변수까지 더했다.
옛 게임을 그래픽만 바꿔 복각한 것이 아니라, 진입 장벽을 낮추고 쾌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장르 자체를 다시 설계한 셈이다.
그 결과 <람월전기>는 다음과 같은 성과를 냈다.
| 구분 | 성과 |
|---|---|
| 최고 월매출 | 2억 위안 |
| 누적 매출 | 38억 위안 |
| 원화 환산 | 약 7,600억 원 |
이 성공을 발판으로 저장성허는 2016년 지분 20% 인수를 시작으로 2017년 51%까지 확보한 킹넷의 핵심 자회사가 됐고, 2023년 나머지 지분까지 인수해 완전자회사로 편입됐다.
진펑은 킹넷이 저장성허의 최대주주가 된 다음 해인 2018년, 킹넷 이사와 부회장, 공동회장을 거치며 경영 전면에 다시 등장했다.
하나의 공식을 반복하는 사람
진펑의 스타일은 일반적인 게임계 경영자와 다르다.
2020년대 많은 게임사는 새로운 IP를 만들고 확장하는 데 더 관심을 뒀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는 성공한 IP를 활용하고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전기' IP에 MOBA 장르를 가미한 <용등전기>(Dragon Legend, 2025)
그의 경력을 시간순으로 들여다보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의 경력은 <람월전기>(2016)로부터 시작한다. 전기 IP 활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 <원시전기>(2021)
- <열혈합격>(2021)
- <왕자전기>(2017)
- <용등전기>(2025)
<원시전기>와 <열혈합격>은 ‘원조의 맛’을 중시하는 2D 도트 스타일의 정통 복각판이었다. <왕자전기>는 경량판 모바일게임이었고, <용등전기>는 MOBA 장르를 가미한 신작이었다.
게임 개발에 그치지 않고 그는 2021년 전기류 게임을 쉽게 만들 수 있는 996엔진과, 그 엔진으로 만든 게임들을 포함해 흩어진 전기류 게임을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 ‘996전기박스’를 내놓았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는 이용자를 모으고 개발사·퍼블리셔를 끌어들이며 기반을 다지는 시기였다. 2025년 7월 열혈전기·전기세계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 커뮤니티에 대한 독점 개발·운영권을 확보하면서 이 플랫폼은 비로소 본격적인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
여기서 그의 시선은 다시 한 단계 위로 올라갔다.
2024년 1월부터 킹넷은 자회사 하이난기병을 통해 전기 IP 보유사인 셩취게임즈의 모회사 세기화통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였다. 2025년 말까지 누적 약 17억 위안을 투자해 약 1.5%의 지분을 확보했다. 또한 탄완게임즈와 합작한 자싱쉬카이를 통해 1.09%를 보유하고 있다. 합작사의 지분의 절반 정도를 소유 중이라고 본다면, 킹넷 측이 보유 중인 세기화통의 지분은 2.045% 수준으로 왕지, 텐센트 등에 이어 5번 째 대주주가 된다.
게임 하나에서 시작해 개발사, 플랫폼을 거쳐 권리자의 지배구조 안쪽까지 걸어 들어간 셈이다.
그리고 2026년, 그는 이 권리자 자체인 위메이드를 사려 하고 있다.
게임에서 개발사로, 개발사에서 플랫폼으로, 플랫폼에서 권리자의 지분으로.
이 흐름을 따라가면 위메이드 인수는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걸어온 계단의 마지막 칸에 가깝다.
검증된 IP를 집요하게 활용하는 공식은 전기류 바깥에서도 반복된다.
먼저 <전민기적>(한국명 <뮤 오리진>)으로 인연이 깊은 뮤 IP다.
킹넷은 2025년 5월 웹젠의 정식 라이선스를 받은 <뮤 이모탈>의 북미와 유럽 서비스를 시작했다. 같은 달 중욱미래와 ‘기적’, 즉 뮤 IP를 포함한 게임을 공동 개발하는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달 뒤에는 웹젠, 동남아 퍼블리셔 플레이파크와 함께 <뮤: New Dawn>의 동남아시아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열혈강호’ IP도 진펑의 빼놓을 수 없는 카드다.
2025년 7월 킹넷이 개발한 <전민강호>(한국명 <열혈강호: 귀환>)는 엠게임 및 글로벌 퍼블리셔 파이펀게임즈와 공동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한국의 신지게임즈가 개발 중인 <열혈강호: 진>의 중국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장항준 감독과 유해진 배우가 홍보하는 <열혈강호: 넥스트>의 퍼블리셔도 킹넷이다.
망가진 회사를 일으켜 세우기
트렌드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20년 넘은 낡은 게임들을 붙들고, 그 안에서 반복 가능한 플레이북을 계속 다듬고 빌드업하는 이 패턴은 꾸준히 성과로 연결됐다.
킹넷의 매출은 다음과 같이 증가했다.
| 연도 | 매출 |
|---|---|
| 2020년 | 15억 4,300만 위안 |
| 2021년 | 23억 7,500만 위안 |
| 2022년 | 37억 2,600만 위안 |
| 2023년 | 42억 9,500만 위안 |
| 2024년 | 51억 1,800만 위안 |
| 2025년 | 53억 2,500만 위안 |
순이익은 같은 기간 1억 7,800만 위안에서 19억 400만 위안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왕웨 사태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주가가 2위안대까지 떨어졌던 회사가, 매년 40~200%대 이익 성장을 기록하는 회사로 바뀐 것이다.
저장성허를 비롯해 진펑이 직접 키운 개발사들이 이 회복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전기박스는 2025년 12억 2,000만 위안의 매출을 올리며 회사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특히 이 플랫폼 사업은 이익률이 88.94%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이 매우 높아, 향후 이익 성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개선은 고스란히 주가로도 이어졌다.
(상)편에서 다룬 것처럼 2019년 2.58위안까지 무너졌던 주가는 2026년 7월 10일 16.92위안까지 회복됐다. 6배 넘게 오른 수치다.
같은 패턴, 위기를 기회로
여기까지가 진펑이 누구이고 무엇을 이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제부터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지분을 손에 넣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위메이드 지분 인수 과정은 그가 킹넷의 지분을 인수하던 과정과 놀랍게도 닮아 있다.
그는 위기의 순간, 즉 대주주가 위기에 처하고 주가가 가장 낮은 구간을 노린다.
2019년, 진펑은 회사가 가장 흔들리던 순간에 지배권을 확보하는 패턴을 처음으로 만든다.

그해 3월 킹넷 창업자 왕웨가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가 증권시장 조작 혐의로 공안에 구속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왕웨가 보유한 지분은 동결됐고, 인수한 자회사들과의 분쟁이 이어졌으며, 킹넷은 대규모 적자를 냈다. 주가는 한때 2위안대까지 떨어졌다.
[관련기사] 실종됐던 중국 킹넷의 억만장자 창업주, 구치소에서 발견되다
진펑은 바로 그 시기에 회장이 됐다.
당시 그가 직접 보유한 킹넷 지분은 표면상 없었다. 그는 2020년 3월 17일 향후 6개월간 5,000만~1억 위안 규모의 자사주 매수 계획을 발표하며 첫발을 뗐다.
그해 5월 7일 공개시장에서 주당 약 2.79위안에 3,480만 주를 사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5~6월에도 평균 단가 3.02위안, 3.43위안에 대규모 추가 매수를 이어갔다. 이를 통해 지분율을 6.89%까지 끌어올렸다.
동시에 왕웨가 보유했던 지분의 90%가 동결된 뒤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순차적으로 법원 경매에 부쳐지자, 진펑은 여러 차례 입찰에 참여해 이 물량을 사들였다.
2023년 12월부터 2024년 9월 사이에도 집중경쟁매매 방식으로 약 2,131만 주를 추가 매수해 직접 지분율을 13.78%에서 14.77%로 끌어올렸다.
이렇게 수년에 걸쳐 투입한 금액이 14억 위안, 약 3,106억 원 이상이다.
여기에 2023년 11월, 같은 사오싱 출신 사업가 진하이보가 보유한 사오싱안성의 지분과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직접 지분과 사오싱안성이 보유한 지분을 합쳐 킹넷 지분 19.01%를 통제하는 실질 지배주주가 된 것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왕웨의 지분이 동결되고 법원 경매에 부쳐졌다.
- 주가는 회사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 진펑은 장내 매수와 법원 경매를 오가며 지분을 사모았다.
- 사오싱안성의 지분과 경영권까지 확보해 실질 지배주주가 됐다.
그는 현재 사오싱안성의 지분을 합쳐 20.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관호 대표의 경우도 대주주가 궁지에 몰린 순간을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같은 패턴을 보인다.
킹넷의 창업자 왕웨처럼 구속된 것은 아니지만, 박관호 대표는 위메이드 주가가 하락하면서 담보로 맡긴 주식에 반대매매 경보가 켜졌고, 그 압박을 스스로 토로할 정도였다.
이 무렵 위메이드 주가는 2021년 11월 고점 24만 5,700원 대비 92% 넘게 증발한 1만 원대에 머물러 있었다.
2025년 11월 백기사로 등장한 중국계 자본 네오펄스는 2026년 6월 말 박관호 대표의 지분 39.33% 전량을 인수하기로 했다.
다만 왕웨 때와 달리, 이번에 진펑은 무너진 주가를 이용해 회사를 싸게 사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로, 이미 92% 증발한 자산에 시장 가격의 3.6배라는 웃돈을 얹어 제시했다.
표면적인 방식은 반대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같다.
상대가 가장 곤란한 순간에 나타나, 자신에게 필요한 지배권을 확보한다.
다만 이번에는 헐값을 부르는 대신, 박관호가 거부하기 어렵고 셩취도 따라올 수 없는 가격을 불러 거래를 반드시 성사시키는 쪽을 택했다.
헐값에 사들이든 프리미엄을 얹어 사들이든, 그가 움직이는 타이밍은 늘 상대가 가장 약해진 순간이었다.
진펑의 배후는 사오싱방?
진펑의 행보를 추적하다 보면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제품 매니저 출신의 30대 경영자가 어떻게 14억 위안이 넘는 자금을 마련해 상장사의 지배권을 확보했는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설명은 자기자금과 금융권 조달자금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자금 출처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물음 앞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은 저장성 사오싱, 그중에서도 성저우 출신 사업가들의 네트워크다.
진펑과 진하이보는 같은 성저우 간린진 출신이다. 저장성허의 주요 주주였던 진단량 역시 같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했다. 모두 진 씨다.
시내 곳곳이 연결된 운하가 아름다운 저장성 사오싱은 루쉰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중국 언론과 자본시장에서는 이들의 관계를 ‘사오싱방’, ‘성저우 자본’ 또는 동향 자본 네트워크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 네트워크의 존재를 짐작하게 하는 근거는 몇 가지로 쌓여 있다.
첫째, 저장성허 설립 초기의 지분 이동
진펑이 저장성허에 입사한 시기는 곧 그 회사의 설립 시기이기도 하다.
중국 일부 언론은 그가 초기 저장성허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었고, 2014년 이를 진단량에게 양도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저장성허 지분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남았다.
둘째, 지분 없는 진펑이 경영권을 잡은 과정
이 구도는 저장성허가 킹넷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한 번 더 반복된다.
인수 당시 저장성허의 최대주주는 진단량이었다. 그는 인수 대금의 일부를 킹넷 지분으로 받았지만, 정작 킹넷 경영진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저장성허에도 킹넷에도 지분이 전혀 없던 진펑이 2018년 이사와 부회장을 거쳐 이후 회장 자리까지 올라갔다.
회사를 소유했던 사람은 경영에서 빠지고, 아무것도 갖지 않았던 사람이 그 회사를 지배하게 된 셈이다.
셋째, 사오싱안성을 통한 지배력 확보
킹넷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이름이 다시 등장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진펑은 2023년 11월 같은 사오싱 출신 사업가 진하이보가 보유한 사오싱안성의 지분과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직접 지분과 사오싱안성이 보유한 지분을 합쳐 킹넷 지분 19.01%를 확보하며 실질 지배주주가 된 것도 이 시점이다.
경영권을 동향 사업가로부터 넘겨받는 방식은 저장성허 때와 마찬가지로 반복됐다.
넷째, 다시 킹넷 지분을 사들이는 진단량
저장성허 지분을 진펑에게서 양도받았던 진단량은 2026년 들어 오히려 킹넷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2026년 3월 말 기준 그는 약 9,660만 주, 지분율 5.11%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한때 지분을 대신 들고 있었다는 의혹을 받던 인물이 다시 회사 지분을 늘리는 흐름을 우연으로만 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위메이드 지분 인수와 사오싱방 사이에도 관계가 있을까?
진단량이 보유했던 저장성허 지분이 사실상 진펑의 대리지분이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퍼져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지분을 가진 사람이 경영에서 빠지고 지분 없는 사람이 회장이 된 것도, 사오싱 출신 사업가들이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이며 킹넷과 위메이드 인수를 설계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니다.
확인되는 것은 진펑의 중요한 지분 인수와 경영권 확보 과정에서 같은 고향 출신 인물과 사오싱 소재 투자회사가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사실뿐이다.
이번 위메이드 인수에서도 킹넷 측이 9,200억 원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킹넷 상장법인이 직접 출자하는지
- 계열사와 진펑 개인이 참여하는지
- 별도의 중국 투자자들이 함께하는지
이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킹넷이 위메이드를 샀다’보다 ‘킹넷 측이 단독 또는 주도적으로 위메이드 인수 구조에 참여했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주식을 팔아온 사람 VS 주식을 모아온 사람
2020년 이후 위메이드와 킹넷의 주가 궤적이 정반대였던 것처럼, 같은 시기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와 진펑 킹넷 회장의 행보도 정반대의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박 대표는 지분을 팔거나 담보로 맡겨 위믹스를 샀다.
2022년에는 지분을 팔아 약 300억 원 규모의 위믹스를 매입했다. 그 이후에도 300억 원 이상의 위믹스를 더 사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렸다. 이는 결국 지분 매각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2026년 3월 주주총회에서도 그는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위믹스에 개인적으로 600억 원을 투자해 상당한 이자 부담을 지고 있다.”
“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고통스럽다.”

반면 진펑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속적으로 킹넷 지분을 사모았다.
2024년 7월 그는 “5년간, 2024년부터 2028년까지 배당금 전액을 자사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매번 배당이 나올 때마다 그 약속을 실행에 옮기며 지분을 늘려왔다.
2026년 6월 10일에도 배당금 약 4,404만 위안 전액으로 303만 2,500주를 사들였다. 이는 위메이드 인수 제안이 알려진 시점과 거의 겹친다.
인수 제안이 알려진 순간에도 그는 여전히 자사주를 사고 있었다.
위메이드 지분을 일부 팔거나 담보로 맡겨 왔던 박 대표는 결국 지분을 다 파는 선택을 했다. 반면 킹넷의 지분을 꾸준히 늘려 왔던 진펑 회장은 위메이드까지 인수할 수 있게 됐다.
한쪽은 어려울 때마다 회사에 다시 돈을 넣었고, 다른 한쪽은 어려울 때마다 코인에 돈을 넣다가 결국 회사를 떠났다.
9,200억 원짜리 거래의 양쪽에는, 이렇게 행보가 정반대였던 두 경영자가 서 있다.
박 대표는 주식담보대출의 압박에서 벗어났고 9,200억 원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미르 IP의 지배권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위메이드와 그 산하 여러 스튜디오의 미래도 함께 불투명해졌다.
병이었던 킹넷은 갑이었던 위메이드를 인수했다.
그 병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화려한 확장을 모색하거나 트렌드에 손대는 대신, 20년 넘은 낡은 게임을 붙들고 반복 가능한 플레이북을 다듬어 온 한 사람의 집요함이었다.
그는 게임을 그렇게 다뤘듯이, 돈도 그렇게 다뤘다.
위기에 처한 자산은 싸게 사들이고, 화려한 발표 대신 배당금을 재투자하며 조용히 지분을 늘렸다.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IP를 소유한 회사를 인수했다.
집요한 실용주의가 결국 승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