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라치기를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드래곤소드>가 더 좋았다고 보는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한 유저 반응 인용일 뿐이다. 사진은 <엔드필드>를 다룬 리뷰 영상의 댓글 중 일부다.
무려 3,500만 명이 사전 예약을 한 <명일방주: 엔드필드> 출시 하루 전, 국산 오픈월드 액션 RPG <드래곤소드>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전까지만 해도 <드래곤소드>가 일명 '명예로운 죽음'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너무 기대치가 높았거나 원하는 바가 달랐는지 <엔드필드>가 본인과 맞지 않았다는 사람도 꽤 있었고, 반대로 <드래곤소드>가 더 좋았다는 사람도 적지 않은 편이었다.
두 게임의 체급(개발 및 마케팅 비용), 각 개발사들의 전작에 대한 팬덤 규모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드래곤소드>가 선방한 지점이 있는 셈이다.
기자는 작년 상반기의 CBT 때도 <드래곤소드>를 꽤 긴 시간 재밌게 즐겼고, 이번 정식 출시 후에도 1.0 버전의 메인 스토리 및 콘텐츠를 모두 플레이해봤다.
<드래곤소드>는 특유의 오밀조밀하면서도 직관적으로 맞아들어가는 캐릭터 및 스킬 연계 시스템, 학습 난도가 높지 않은 각종 오픈월드 콘텐츠, 유쾌함과 진중함 사이에서 꽤나 분명한 감동을 전해주는 서사까지, 분명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게임 안팎의 지점들에서 아쉬움이 전혀 없다곤 할 수 없겠지만, <드래곤소드>는 자신만의 재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정말 많이 보였다. 한편으론, 그래서 더 씁쓸하다. 그 재미의 크기에 비해 평가절하되고 있는 지점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번 리뷰 기사에서는, 여러분이 이 게임을 꼭 한 번 플레이해보셨으면 하는 이유들과 함께, 기자가 느낀 솔직한 감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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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고 복잡하지 않아도 '재미'있다! 직관적인 탐험과 액션
악조건 속에서도 <드래곤소드>가 양대 마켓 인기 1등을 석권하고, 직접 플레이한 유저들에게 나름의 호평을 들은 데엔 다 이유가 있다. 개인적으론 "직관적이면서도 손에 붙는 맛"을 살린 게 가장 유효했다고 본다.
일단, '오픈월드 액션 RPG'라는 장르명을 봤을 때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에 대해선, 상당히 많은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편이다. 실제로 인게임의 탐험 및 상호작용의 상당수가 <원신>과 <젤다 야숨> 등의 게임에서 영향을 받은 흔적이 많이 보인다.
최근 들어 특히 많이 하는 생각인데,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으로 사람들을 매료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익숙한 시스템 안에서 생동감 있는 재미를 구현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드래곤소드>는 정말 대단한 도전을 해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신>, <야숨>의 경험보다 더 낫다고 말하긴 어려울지 몰라도, 그 베이스를 적절히 벤치마킹해 자신들만의 재미를 잘 쌓아올렸다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 탐험에서의 변주와 차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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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조각을 모아 완성했을 때, 부활 및 회복을 담당해주는 '여신상'의 앞에서, 이번 여신상은 사실 골렘의 함정이었다는 이벤트 전투가 벌어질 때의 모습이다.
RPG에서, 보물상자의 형상을 한 미믹이 등장하는 일들은 꽤나 자주 있는 편이지만, <드래곤소드>는 광물 채광, 여신상 등에 익숙해질 때쯤 한 번씩 적절한 변주를 주는 방식으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런 변주의 존재 그 자체보다는, 마주하는 시점이 꽤 흥미로운데, 플레이 호흡으로 정말 '여신상'이 간절히 필요할 때, 꽤나 강력한 형태(CBT 때의 골렘보다 더 강력했다)로 나타나, 플레이어에게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한 수준의 이벤트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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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것인 퍼밀리어도 마찬가지다. 맨 몸으론 닿기 어렵던 지점들을, 퍼밀리어는 넉넉한 스태미나로 대부분 갈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빠르게 달리기, 벽 오르기, 활공, 수영 및 잠수 등 정말 만능이다.
웬만한 고층 건물의 꼭대기, 높은 절벽은 거의 제약 없이 다 올라가볼 수 있는 환경이고, 정식 출시 버전에선 중후반부 기준으로 날개 달린 고양이 등 다른 퍼밀리어 해금 시점도 빨라진 편이라, 훨씬 더 쾌적한 탐험이 가능했다.
필드 구성도 1.0 버전의 메인 스토리를 다 진행해보신 분들은 다들 크게 공감하시겠지만, 출시 초반인 점을 감안해도 꽤나 넓고 다채로운 편이다. '오픈월드'의 광활함, 스토리 안에서 중요한 건물 및 지역의 웅장함 등을 느끼기엔 충분했다고 본다.
◆ 직관적이지만 정교한 전투
<드래곤소드>의 가장 매력적인 강점 하나만 제시해야 한다고 하면, '직관적이고 정교한 전투'를 꼽을 수 있겠다. 긴 설명보다 영상을 먼저 보시는 편이 이해가 빠를 것으로 보인다.
류트 영상 하나만이라도 꼭 한 번 시청해보시길 권장한다. 영상을 보고 나면 왜 이 게임의 액션이 정교하다고 하는지 바로 와닿을 것이다.
류트, 카스텔라, 아리아는 스토리에서도 '조니 용병단'의 멤버들인 주인공이자, 게임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3명의 캐릭터다.
기본 캐릭터들의 액션 시스템만 영상으로 보셔도 느끼실 수 있겠지만, 개별 캐릭터가 구사하는 액션이 굉장히 다채롭고 정교한 게임이다.
각 캐릭터의 스킬들은 다운, 에어본, 화상, 빙결, 감전, 기절(스턴), 출혈 등 여러 상태이상 게이지를 쌓을 수 있는데, 몬스터가 특정 상태에 빠졌을 때마다 후속 기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방식이다.
가령 류트로 다운을 시켜서 카스텔라로 연계기를 사용하고, 아리아로 에어본을 시켜서 다른 캐릭터로 또 후속 공격을 넣는 구조인데, 초기의 기본 캐릭터 3인방으로도 이러한 연계 시스템은 충분히 잘 느껴진다.
이번 정식 버전의 플레이에서 기자가 가장 많이 사용한 조합은 (픽업 캐릭터인) 세리스와 5성 캐릭터 레이나, 기본 캐릭터 아리아의 조합이었다.
3명의 캐릭터 모두 스킬로 에어본을 누적시킬 수 있어, 한 번 에어본의 시동이 걸리기만 하면, 몬스터를 공중에 띄운 채로 계속해서 기술을 이어가는 구조가 가능하다.
아리아는 폭발로 적을 띄우며 동시에 화상도 넣고, 세리스는 얼음 기술로 적을 띄우면서 빙결도 누적하며, 레이나는 직접 공중으로 날아올라 <데빌 메이 크라이>, <킹덤하츠> 시리즈처럼 공중 콤보 액션을 이어갈 수 있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여기까지의 설명만 들어도 눈치채셨겠지만, <드래곤소드>는 모든 캐릭터의 액션 스타일 및 세부 조작, 연계 방식이 전부 다른 게임이다. 3명의 파티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콤보 연계도 플레이 방식도 완전히 바뀐다는 의미다.
▲ 기본 캐릭터인 류트로 플레이할 때도 있는 '마운트 액션'도 <드래곤소드>의 재미를 크게 끌어올려주는 요소 중 하나다. 거대한 적의 머리, 등, 어깨에 올라타 공격을 꽂아넣는 액션이 박진감 넘친다.
온필드에 단일 캐릭터만 있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는 게 아니라서, 하나의 캐릭터로 올라탄 상태에서도, 다른 캐릭터로 교체해 지면에서 공격을 동시에 이어가는 방식도 적극 활용된다.
▲ 최후반 콘텐츠까지 기자가 가장 많이 사용한 조합은 세리스, 아리아, 레이나 조합이었다.
전투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상태 이상이 매우 직관적인 아이콘에 타원형 게이지가 쌓이는 방식으로 표시되는 걸 볼 수 있다. 이런 시인성이 매우 뛰어난 점도 <드래곤소드>의 강점이다.
참고로 지난 CBT 당시에는 레이나처럼 공중에 도약해서 공격하는 캐릭터들의 컨트롤이 조금 더 어려운 편이었는데, 정식 출시 버전에서 이런 조작감을 잘 개선한 것도 눈에 띄었다.
▲ 감전을 주로 사용하는 타르테, 시온 조합도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전기 구체를 깔고 공격하거나, 장판기로 필드 버프를 바꿔가며 공격하는 등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조합이다.
이렇듯 <드래곤소드>는 어렵거나 낯설지 않은 시스템 위에서도 충분히 자신들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하 다른 중제에서도 설명할 자잘한 '버그'가 탐색의 템포를 저해하는 순간들이 드문드문 있었고, 정교하게 연계되면서도 직관적인 '전투의 손맛'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왜 실제 플레이를 한 유저들이 칭찬을 하는지 100%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 숨지 말고 맞서라! 조니의 말은 <드래곤소드> 게임 자체에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드래곤소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지점은 '스토리'와 '주제'다.
이 게임은 주인공 '류트'가 우연한 기회로 '카스텔라', '아리아', '조니'와 함께 '조니 용병단'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한 활극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6영웅(용으로부터 세계를 지켜냈다던 과거의 영웅들)의 비밀과 왕궁, 상인, 성당, 다른 용병단들의 이야기들을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적절히 풀어내고 있다.
▲ 주인공 일행들을 포함해, 국내 성우들의 연기가 정말 탁월한 게임이다. CBT 때부터 연기와 연출 때문에 주목했던 게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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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게임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던 카스텔라와 조니의 매력은 CBT에서의 강렬한 인상에 비해 조금 줄어들었다.
당시 일부 개그씬이나 성격 묘사 등이 과했다는 피드백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를 덜어냈다는 개발진의 답변을 미리 보긴 했어도 이렇게까지 덜어냈을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악당인지 좋은 사람인지 구분이 잘 안 가던 수준의, 막무가내의 성격이 카스텔라와 조니의 강렬한 매력이었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후 이어질 스토리에서 다시 이런 성격 묘사가 더 살아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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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브컬처 스타일의 '모에' 요소가 많은 캐릭터들을 기대한다면 아쉬워할 사람들도 있겠으나, <드래곤소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왕도물'의 스타일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캐릭터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JRPG 등의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드래곤소드>의 스토리 진행이 더 마음에 들 가능성이 높다.
▲ 앞서 조니와 카스텔라 등 감초 캐릭터들이 막무가내로 펼치던 자극적인 맛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줄어든 게 다소 아쉽다고 한 이유가 사실 더 있다.
굳이 스포일러를 하고 싶진 않지만(치명적인 내용은 본 기사에 언급하지 않았다), <드래곤소드>의 메인 스토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굉장히 많은 비밀과 반전이 드러나면서 그 몰입감을 더해가고 있다.
초반엔 조니 일행의 다소 황당한 매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중반부터는 주인공 '류트'의 비밀과 성장 서사로 이어지고, 후반에서는 6영웅을 비롯해 핵심 집단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거대한 결전에 한꺼번에 모이게 되면서 스케일을 크게 키우는 구조다.
CBT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개그씬들을 덜어낸 이후로, 아이러니하게 초반부의 매력이 조금 줄어들다 보니, 일부 매체 및 리뷰어들이 초반부만 플레이했을 때, 아쉽다는 평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반부와 후반부에서 보여주는 전개와 전달하는 주제가 결코 가볍지 않은 동시에, 웬만한 명작 RPG들에 못지 않게 이야기의 줄기가 좋은 편이니, 플레이 방식이 여러분의 취향에만 맞다면 꼭 일정 구간 이상 플레이해보시라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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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후반부의 한 장면으로, 오르비스 왕국을 위협하는 '진룡'에게 맞서는 과정에서,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칼시온' 왕자가 6영웅이 남긴 '결계'가 파괴된 상황을 아쉬워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주인공 일행인 '조니'는 굉장히 중요한 말을 던지게 된다. 6영웅이 남긴 결계가 오르비스 왕국을 60년 넘게 지켜왔다고 한들, 결계 뒤에만 숨어있어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6영웅이 결계를 만든 의도가, 결계 뒤에 영원히 숨어있으라는 뜻이 절대 아니었을 것이라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말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출시 시점이 시점이다 보니, 이 말은 <드래곤소드> 개발진 하운드13이 자신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엔드필드>가 아니라 그 어떤 역경이 오더라도, 꿋꿋이 우린 우리의 갈 길을 가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처럼 느껴졌다.
# 완벽하진 않아도 분명 해볼 만한 작품이다
앞서의 내용을 보셔서 느끼셨겠지만, 기자는 <드래곤소드>를 꽤 재밌게 즐겼다. 근 몇 년 사이에 스팀에서 7만 원, 8만 원 선에 판매된 웬만한 JRPG들보다 더 나은 지점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도전적인 동시에 직관적이기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QA(품질 보증 및 관리)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자유도가 높은 오픈월드 게임에 버그가 아예 없는 것은 무리겠지만, CBT 때 없던 버그가 새로 생겨난 부분도 꽤 있었다.
대표적인 예시가 마을 안에서 이동하다가 구획을 나눈 불투명 벽(벽이 없어야 할 자리)에 걸리는 버그(방향 전환을 했다가 나아가면 해결되긴 한다), 필드 탐색 과정에서 물건을 드는 액션을 할 때 드물게 상호작용이 안 되는 버그(다른 캐릭터로 교체하면 해결된다) 등이 있겠다.
일반적으로 버그 검수는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함께 하는 편이기에, 하운드13과 웹젠 모두 반성해야 할 지점이다.
그러나 <엔드필드>라는 거대한 파도나 부분적인 아쉬운 지점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드래곤소드>는 양대 마켓 인기 1위도 달성하고, 메인 스토리를 중반이나 끝까지 밀어본 유저과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오픈 초기부터 모두에게 호평을 받거나, 기존 작품들에게 위협적일 정도의 대세감을 보여주는 라이브서비스 신작은 매우 드문 편이다. 개발사의 전작인 <헌드레드 소울>도 짧지 않은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남겨주지 않았던가.
<드래곤소드>의 여정도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작년의 인터뷰에서 이후에 이어질 전개와 월드 특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들어뒀던 부분이 있기에, 앞으로의 서비스도 기대해보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