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서 일본 게임 시장을 알아보는데 있어서 플랫폼의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단순 플랫폼의 비율만으로 그 나라의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너무 무모한 일이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게임 시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 비율과 더불어 그 시장에 있는 유저의 특성이다.
많은 해외 개발사들은 "일본 유저는 경쟁을 싫어한다"는 오래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일본 시장에 접근한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고 미묘하며, 이 고정관념은 성공적인 현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다. 일본 유저들이 거부하는 것은 '경쟁' 그 자체가 아니라, '경쟁의 방식과 성격'이다.
가장 먼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할 것은 PK(Player Killing)와 PVP(Player vs. Player)의 문화적 뉘앙스 차이다. 일본 유저들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공격받는 PK에 대해 문화적으로 깊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내가 조용히 게임의 세계를 즐기고 있는데, 왜 아무런 이유 없이 다른 플레이어에게 죽임을 당해야 하는가?"라는 정서가 팽배하다
▶ <오징어 게임>의 룰은 PK와 PVP 중 어디에 가까울까?
[관련기사]
▶ 2025년 일본 게임 시장 전략 분석 ① 플랫폼 시장의 변화
▶ 2025년 일본 게임 시장 전략 분석 ② 일본의 게이머 공략(현재기사)
▶ 2025년 일본 게임 시장 전략 분석 ③ 콘텐츠의 딜레마: IP, 서사
▶ 2025년 일본 게임 시장 전략 분석 ④ 일본 시장 진출 청사진
# 'Pay-to-Win'을 넘어: 일본 유저를 위한 경쟁의 재해석
이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를 극도로 꺼리는 일본의 '메이와쿠(迷惑)' 문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PK는 원치 않는 부정적 상호작용이며, 개인의 즐거움을 침해하는 무례한 행위로 간주된다. 따라서 오픈월드에서의 무차별적인 PK 시스템은 일본 시장에서 거의 예외 없이 실패한다.
반면, 구조화된 PVP에 대한 피로감은 경쟁 자체에 대한 혐오가 아닌, 그것이 구현되는 방식의 '불공정성'과 '피로감'에서 비롯된다. 유저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을 들여 애정을 갖고 성장시킨 캐릭터의 가치를 한순간에 떨어뜨리는 잦은 메타 변경과,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과격한 'Pay-to-Win(P2W)' 모델에 극도로 지쳐있다.

일본에서 만난 다수의 관계자들은 일본 유저에 대해 이런 분석을 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닌텐도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콘솔 게임을 통해 '과정'과 '공략'의 재미를 체득한 일본 유저들은 돈으로 결과를 사는 P2W 방식에 본질적인 거부감을 느낀다. 콘솔 게임은 전통적으로 명확한 규칙 아래 기술과 노력, 전략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완성된 도전을 제공한다.
P2W는 이 모든 과정을 생략시키고 결과를 돈으로 구매하게 만듦으로써, 그들이 수십 년간 내재화해 온 핵심적인 게임 가치관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경쟁이 아니라 '경쟁의 성격'이다. 일본 유저들은 시스템이 공정하고, 자신의 실력과 노력이 유의미한 결과를 낳으며, 다른 유저를 약탈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느낀다면 기꺼이 경쟁 콘텐츠에 참여하고 즐긴다.
▶ 실력으로 결과를 얻는 경쟁은 재미라는 요소를 반영한다.
따라서 개발사들은 PK와 같은 일방적이고 약탈적인 경쟁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스코어 어택, 타임 트라이얼, 혹은 공정한 매치메이킹이 보장된 아레나형 PVP 등 명확한 규칙과 목표가 있는 구조화된 경쟁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초점은 타인을 지배하기 위한 제로섬 투쟁이 아닌, 개인의 성장 확인과 선택적인 도전에 맞춰져야 한다.
공정한 경쟁은 환영받지만, 불공정한 경쟁은 외면받는다. 이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일본 시장에서 경쟁 콘텐츠를 성공시키는 핵심이다.
▶ <승리의 여신 니케>의 대표적인 경쟁 콘텐츠 '아레나'
# 팬덤은 필수, 소통이 핵심 플레이 루프다
2025년 일본 시장에서 게임의 장기적인 성공은 단순히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을 중심으로 뭉친 충성도 높은 '팬덤'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는 근본적인 소통 방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과거처럼 업데이트 공지사항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저와 개발사가 함께 게임을 만들어간다는 인식을 주는 양방향 대화가 필수적이다.
▶ 게임에서 팬덤은 소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기적인 라이브 방송, 방송 전에 유저들의 질문을 미리 취합하여 개발자가 직접 답변하는 Q&A 세션, 그리고 주요 업데이트 후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는 '앙케이트'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운영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활동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유저들에게 "우리들의 목소리를 개발사가 진지하게 들어주고 있구나"라는 깊은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스마일게이트 재팬의 이규하 실장은 성공적인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운영을 일본의 계절별 축제인 '마츠리(祭り)'에 비유했다. 마츠리는 지역 주민들이 참여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반복적인 커뮤니티 행사다.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게임은 유저들에게 자연스러운 공동체 활동처럼 느껴지는, 고유의 이벤트와 소통의 '리듬'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

매월 정해진 시기에 라이브 방송을 하고, 분기별로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주기적으로 오프라인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예측 가능하고 꾸준한 리듬을 통해 유저들이 게임의 생명력을 믿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이러한 커뮤니티 활동을 단순한 비용으로 간주하고 소홀히 하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다.
# 유저는 소비자가 아닌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소속감
특히 오프라인 이벤트는 핵심 유저들에게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소속감과 자부심을 부여하며, 이들은 자발적으로 커뮤니티의 리더이자 브랜드의 충성스러운 전도사 역할을 하게 된다
일본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전반에 걸쳐 등장한 단어는 '신뢰(信頼)'였다. 이는 게임의 장기 흥행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특히 우리가 중국의 모바일게임에 가졌던 인식과 비슷하게 해외 게임은 서비스를 조기에 종료할 수 있다는 불신을 기본적으로 안고 시작한다.
이 불신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꾸준하고 진정성 있는 양방향 소통뿐이다. 유저들을 피드백과 Q&A를 통해 게임 운영 과정의 일부로 참여시키고, 이벤트를 통해 공유된 경험을 창출함으로써, 유저들이 안심하고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수 있는 강력한 사회적 자본을 구축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2025년 일본 시장에서 커뮤니티 관리는 더 이상 마케팅이나 운영팀의 지원 업무가 아니다. 그것은 게임 업데이트만큼이나 중요한, 서비스의 핵심 기둥이다. 기업들은 일본 커뮤니티 및 라이브 운영팀에 상당한 자원과 전략적 중요성을 부여해야 하며, 이 팀이 '먼저 듣고, 나중에 말하는' 원칙하에 유저들과 직접적이고 진솔하게 소통할 수 있는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해야 한다.
▶ 페이퍼 게임즈의 <샤이닝 니키>의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종료 선언이...
# X(트위터) 팩터: 일본의 디지털 광장은 개념이 다르다
일본 게임 시장에 대한 깊이 있는 전략적 이해 없이 X(구 트위터)를 운영하는 것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X는 단순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아니라, 일본 게임 커뮤니티의 중추 신경계이자 모든 정보와 소통이 모이고 확산되는 디지털 광장이다. 특히 X는 일본에선 필수적인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중요한 것은 X를 운영하는 방식이 한국이나 서구권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곳은 기업이 공지사항을 게시하는 일방적인 게시판이 아니다. 이에 대해 인터뷰이 중 한명인 스마일게이트 재팬의 이규하 실장은 성공적인 X 전략은 세 가지 핵심 요소를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출시 전부터 최소 하루에 한 번 이상 포스팅하는 압도적으로 높은 빈도. 둘째, 유저들의 참여를 끊임없이 유도하는 상호작용형 이벤트(캐릭터 인기 투표, 경품 행사, 해시태그 캠페인 등). 셋째,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닌, 바이럴을 통한 유기적 확산을 목표로 치밀하게 설계된 콘텐츠 기획이다.
X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기능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본의 마케팅 환경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유기적인 사용자 확보를 이끌어내는 '바이럴 루프'를 생성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신규 게임의 성패를 출시 초반 공식 X 계정을 얼마나 진지하고 전략적으로 관리하는지를 보면 거의 예측할 수 있을 정도다. X는 커뮤니티가 단순히 정보를 얻는 곳이 아니라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이곳에서 최신 소식을 얻고, 자신의 게임 성과를 공유하며, 다른 유저 및 개발사와 직접 소통한다. 부실하게 관리되는 X 계정은 일본 시장에 대한 의지 부족의 명백한 신호로 읽히며, 서비스 조기 종료에 대한 유저들의 잠재적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된다. 반면, 활기차고 상호작용이 활발한 계정은 성공에 필수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도구다.
▶ 133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블루아카이브> 일본 공식 계정
따라서 기업들은 단순히 글로벌 공지사항을 번역해서 올리는 주니어 담당자를 배정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지 유저 문화와 밈(meme)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유저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창의적인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일본 X 전략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역할은 단순한 소셜 미디어 관리를 넘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브랜드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궁극적으로 비즈니스의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포지션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 플랫폼 | 전략적 목표 | 핵심 활동 | 권장 주기 | 피해야 할 함정 |
|---|---|---|---|---|
| X (트위터) | 유기적 바이럴 및 커뮤니티 허브 구축 | 상호작용 캠페인(투표, 콘테스트) 세계관/캐릭터 포스팅 유저 멘션에 응답 | 매일 | 일방적 공지 불규칙한 포스팅 딱딱한 기업 톤 |
| 라이브 방송 | 신뢰 및 투명성 구축 | 유저 질문 사전 취합 향후 로드맵 발표 핵심 개발자 참여 | 매월 (정기) | 준비된 홍보 문구만 낭독 어려운 질문 회피 비정기적 방송 |
| 유저 설문 | 유저 의견 경청 증명 | 업데이트 만족도 조사 IP 콜라보 선호도 투표 | 주요 업데이트 직후 | 피드백 무시 결과 및 조치 계획 미공유 |
| 오프라인 이벤트 | 핵심 팬덤 역량 강화 | 팬미팅 기념일 이벤트 상품 부스 운영 | 연 1~2회 | 단순 비용으로 간주 참가자에게 독점적 경험 제공 실패 |
다음기사인 2025년 일본 게임 시장 전략 분석 3 - '콘텐츠의 딜레마: IP, 서사, 그리고 게임성' 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