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중국 충칭에서는 위챗(微信) 미니게임(小游戏) 개발자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이날 발표에서 텐센트는 미니게임의 MAU(월간 활성 사용자)가 5억 명에 달하고 있으며, 한 분기에만 1,000만 위안(약 19억 원)을 벌어들이는 게임이 300개를 넘어섰으며, 약 70여 개의 게임이 100만 DAU(일일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최근 미니게임은 중국 게임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슈퍼앱을 표방하는 위챗에서 게임은 핵심 콘텐츠로 소개됩니다. 2023년 중국 내 미니게임 매출액은 200억 위안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약 400억 원 위안의 시장 규모를 보이면서 연 평균 182.3%의 폭발적인 복합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텐센트는 여러 개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40만 개가 넘는 개발사를 돕고 있습니다.
미니게임: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위챗 같은 슈퍼 앱 안에서 곧바로 실행하는 게임

지난 4월 관련 보고서를 낸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비즈니스센터는 "미니게임 시장규모의 빠른 성장으로 인해 앱 내 광고 매출액도 2022년 30억 6,000 만 위안에서 2024년 124억 6,900만 위안으로 증가해 전체 매출액의 31.3%를 차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리에게는 '틱톡'으로 알려진 더우인(抖音)에서도 미니게임은 활발하게 서비스 중입니다.
말하자면 <검은 신화: 오공>과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게임이 시장에서 AAA급 위상을 차지하고 있고, '2차원'(서브컬처) 게임이 시장의 한 쪽 날개를 차지하고 있다면, 이들 미니게임은 캐주얼 분야에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니게임은 기기에 다운로드 없이 슈퍼 앱(위챗 또는 도우인)안에서 간편하게 실행되며, 방치형게임과 하이퍼 캐주얼 게임 플레이에 적격입니다.

미니게임은 많은 유저를 끌어올 수 있는 테스트베드이기도 합니다.
한국에 넘어온 중국산 모바일게임 중 다수가 위챗 미니게임에서 한 차례 검증을 마친 것으로 확인됩니다. <탕탕특공대>, <버섯커 키우기>, <탑 워: 배틀 게임>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근 <빵빵좀비단>(向殭屍開炮)도 비슷한 방식으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결제 모델을 도입하지 않고, 인앱 광고만 가지고 있다면 판호를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곧장 마켓에 게임을 실을 수도 있습니다.
미니게임이라는 단어에는 '다운로드 없는 하이퍼 캐주얼'이 느껴지고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만, 이 안에는 미들코어 게임은 물론 MMORPG까지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위챗과 더우인의 미니게임은 사실상 하나의 게임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한 개발자는 "한국에서는 한물 간 것으로 취급되는 HTML5, 웹게임 포털이 중국 슈퍼 앱 안에서 부활했다"고 평했습니다.

물론 중국에서의 비즈니스가 대체로 그러하듯이 언제 미니게임 시장을 향한 문이 막힐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중국 시장의 규제 리스크는 언제나 큰 고민거리입니다. 일단 지금은 그 문이 열려있고 많은 개발사들이 수확을 거둬가고 있습니다. (텐센트와 지분 관계가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모바일게임사 중 한 곳인 슈퍼셀은 이미 지난달 컨퍼런스에서 <브롤스타즈>와 <클래시로얄>의 위챗 입점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 문을 열고 들어간 게임사가 드뭅니다. 그라비티 정도가 특기할 만한 케이스인데, 이들은 HTML5 기반 방치형 MMORPG <라그나로크: 여명>(仙境传说: 破晓)을 중국에서 미니게임으로 출시해 매출 8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밖에 웹젠의 <뮤> IP를 활용한 미니게임이 일부 서비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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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며 iOS며 할 것 없이 위챗이라는 '슈퍼 앱'에서 게임이 실행되고 있는 환경입니다. 양대 사업자인 구글과 애플은 지속적으로 광고 추적 금지, 수수료 인하, 외부 결제 허용의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구글과 애플 두 회사에 적잖은 수익을 안겨준 한국 시장에서도 조금씩 변화는 감지됩니다.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면서 PC 결제를 유도하거나, 제3자 결제 방식을 열어주면서 말이지요. 아래 사진 속 <마비노기 모바일> 사례처럼, 크로스 플레이가 일반화되면서 굳이 구글과 애플 빌링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토스 또한 슈퍼 앱 노선을 천명한 이후 넵튠과 손을 잡고 캐주얼 모바일게임을 토스에 싣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중국 시장을 석권해버린 위챗과 더우인의 파급력을 이제 막 금융 앱을 넘어서 슈퍼 앱으로 거듭나려는 토스와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힘들겠지요.

지금 전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조사 업체 비즈니스 오브 앱(Business of Apps)의 자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적으로 구글플레이에서 발생한 매출 중에 70% 이상이 게임 분야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슈퍼 앱과 제3자 결제가 빼앗아갈 파이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양대 플랫폼은 대응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구글은 독립형 앱 인스턴트 게임즈(Instant Games)를 만들어 미국, 라틴아메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는 H5 게임 수십 종이 수록되어 기기 내 추가 다운로드 없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과거 구글은 유튜브에서 H5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서비스를 발표했지만, 큰 반향을 이끌지 못했습니다. 다가올 미래에는 '압박'의 영향으로 자기 생태계 안에서 게임을 하기 바라는 플랫폼 사업자의 바람이 더 간절해질 것입니다.

애플도 새로운 통합형 게임 앱 '애플 게임'을 새로운 맥 OS에 추가할 계획이라고 지난 WWDC에서 밝혔고, 한국 게임사들이 파트너로 거론됐습니다. <붉은사막>과 <인조이>가 '애플 게임'에 수록될 것이라고 합니다. (당장 아이폰에서 이들 게임이 플레이되기는 어렵겠죠.) 또 애플은 창사 이래 최초로 게임 개발사를 직접 인수했는데, 애플아케이드에 수록된 <스니키 사스콰치> 개발사를 합병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미니게임에 iOS 결제 시스템을 넣기 위해 텐센트와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주요 게임사들은 슈퍼 앱/미니게임으로 재편되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기자가 접촉한 여러 게임사들이 당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위챗 미니게임을 모르고 있거나, 진출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중국에서 한 차례 검증된 미니게임은 다듬어져서 한국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늦는 걸까요? 조심스러운 걸까요? 아니면 특별한 계획이 없는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