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사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WWDC 2025를 통해 게임 전략 강화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그간 게임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온 애플은 이번에 게임 앱 개편과 게임사 인수를 수반한 보다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몸짓하고 있다. 애플이 자사 플랫폼 내 게임 비중 확대를 시사한 가운데, 한국 게임사들의 타이틀이 WWDC 키노트에서 소개됐다.

애플 WWDC에서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등 다수의 한국 게임이 맥OS로 시연되는 모습이 공개됐다. (펄어비스 제공)
이번 WWDC 키노트에서 애플 소프트웨어 수석 부사장 크레이그 페더리기는 macOS 차기 버전 ‘타호(Tahoe)’에 게임 중심 앱 ‘애플 게임(Apple Games)’이 기본 탑재된다고 밝혔다. 기존의 ‘게임 센터’는 이 앱에 통합되며, 보다 정돈된 UI와 소셜 기능, 런처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은 게임 중 퍼포먼스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오버레이 기능, 개발자용 3D 그래픽 API ‘메탈4(Metal 4)’ 업데이트도 발표했다. 메탈4는 하드웨어 기반의 레이 트레이싱, HDR, 업스케일링 기능을 포함하며, 애플 M 시리즈 칩셋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메탈4는 다이렉트X 12 울티밋이나 Vulkan API와 경쟁을 앞두고 있다.

새로워진 맥OS에는 통합, 강화된 게임 앱을 만날 수 있다.
WWDC 개막 직전, 애플은 구독형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에서 인기리에 서비스 중인 <스니키 사스콰치> 개발사 RAC7을 인수하면서 회사 역사상 최초로 게임사와의 M&A를 진행했다. <스니키 사스콰치>는 2인 개발 어드벤처 게임으로 현재 애플 아케이드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이다.
과거 애플은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구분했다. 애플TV와 애플아케이드에는 애플 밖의 제작사들이 만든 콘텐츠들이 서비스됐다. 이번에 애플은 자사 구독 서비스 강화 흐름 속에서 콘텐츠 확보에 직접 나선 것이다. 이번 인수는 애플이 실험적으로 게임 콘텐츠의 직접 확보에 나선 사례로, 향후 유사한 시도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애플은 창사 이래 최초로 게임사를 직접 인수했다. 아직은 실험적 성격의 M&A로 평가되지만, 향후 귀추가 주목되는 행보다.
이번 WWDC에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애플이 한국 게임들을 다수 소개하며 K-게임과의 협업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키노트에선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크래프톤의 <인조이>,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붉은사막>에 대해 페더리기 부사장은 "애플 실리콘이 구현한 몰입형 비주얼로 압도적인 오픈월드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인조이>에 대해서는 "플레이어 주도형 스토리텔링을 새롭게 정의하며, 깊은 커스터마이징과 아름다운 그래픽을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이들 게임은 메탈FX 업스케일링, M3/M4 기반 레이 트레이싱 등 최신 그래픽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맥OS에서 사전 판매를 시작한 <인조이>
애플은 그간 구글과 함께 모바일게임 시장을 양분해왔다. 그러나 최근까지 벌어진 에픽게임즈와의 반독점법 소송 공방의 여파로 제3자 앱스토어나 외부 결제 허용 등 제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용자 보호를 이유로 시행 중인 추적 광고 금지의 영향 또한 플랫폼을 소유한 애플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규제 압력 속에서 펼쳐지는 이번 '구애작전'이 과거보다 절실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애플은 자체 생태계의 통합형 게임 유통망과 그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OS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세계적으로 23억 대 이상의 애플 기기가 활성화된 만큼, 애플이 모바일 중심의 게임 생태계를 넘어 PC·콘솔급 게임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WWDC에서 게이밍 전략 강화를 천명한 애플, 글로벌 진출이 절실한 K-게임은 애플과 함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