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을 근거로 지난 4월 애플에 5억 유로(약 8,123억 원), 메타에 2억 유로(약 3,249억 원) 등 총 7억 유로(약 1조 1,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가운데, 결국 애플이 유럽에서 백기를 들었다.
6월 26일 애플 개발자 페이지에는 추가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유럽 지역에서 새로운 수수료 체계 등을 담은 앱스토어 규정을 마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수수료 대폭 인하'와 '외부결제 유도 허용'이다.

수수료율도 기존 30%에서 최대 10%대로 대폭 인하된다. 수수료는 기능 활용 범위에 따라 2단계로 나뉘는데, 기본적인 앱 배포 및 안전 기능만 제공받는 1단계는 5%, 앱스토어의 모든 기능을 활용하는 2단계는 13%의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중소기업 및 1년 이상 정기구독 개발사는 10%의 수수료율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은 이번 개편이 "DMA 준수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EU 집행위가 부과한 5억 유로 과징금에 대해서는 항소할 계획임을 밝혔다.
지난 2021년 전 세계에서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법안을 제정한 나라가 우리나라였다. 이를 근거로 2023년 10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애플과 구글에 각각 205억 원, 47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당시 방통위는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건강한 앱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용자의 실질적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안 제정 이후 애플은 앱 내 외부결제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허용했지만, 수수료율을 26%로 책정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방통위가 과징금액을 최종 확정하고 집행하려면 회의를 열고 심의 및 의결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장들은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 사태 등을 겪으며 자진 사퇴했다. 2인 이상 정족수가 필요한 주요 안건 심의가 1인 체제로 운영되는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가 지속되며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
새 정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집에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보완 입법으로 앱마켓 글로벌 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앱마켓이 외부결제에 차별적 조건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국회에서도 인앱결제 강제 문제를 신고한 사업자에게 앱마켓이 불이익을 주는 '영업 보복'을 금지하는 '앱마켓사업자 영업 보복 금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아직까지 국내에선 공약과 법안 발의는 이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26%로 높은 수수료율의 반쪽짜리 외부결제만 있는 셈이다. 유럽에서의 이번 사례처럼 애플이 한국에서도 기존 정책을 변경할 것인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