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지쳤다.” 김윤종 대표가 네오플을 떠난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재충전이 필요했다. 5년 동안 살인적인 업데이트 일정을 소화하고, 이어서 차기작(사이퍼즈)에 몰입하면서 그는 지쳐 있었다. 그렇게 그는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새롭게 시작한 A-스톰(www.astorm.co.kr)에는 김윤종 대표를 포함해 <던파> 초기 멤버들이 모여 있다. 그들은 좋은 게임을 만들어서 유저들이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는 데 열광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성공해 본 경험’과 ‘자금’을 갖췄다. 외부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에, 무엇보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열중할 작정이다.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네오플을 떠나게 된 이유와 과정이 궁금하다. 2010년 3월까지 일하고 4월부터 회사를 나와 쉬었다. <던파>만 바라보고 달려 오며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에도 일을 많이 했다. 허민 대표가 나간 이후에 개발 쪽 일만 한 것이 아니라 이사로 승진했기 때문에 경영에도 신경 써야 했다.
그렇게 게임 개발이 아닌 일들을 많이 해야 했다. 회사 일을 70% 정도 하다 보니까 좀 지치더라. 개발을 더 하고 싶었다.
그만두던 시점에 다음 계획은 있었나. 있었다. 게임회사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쉬고 나서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은 있었다. 쉬던 9개월 동안 <문명 5>와 <풋볼 매니저>에 푹 빠져 있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게이머로서 나는 마니아 타입이다.
에이스톰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올해(2011년) 1월 10일에 출근을 시작했고, 뭘 만들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여서 팽이를 돌리고 놀았다(웃음). 게임도 이것저것 같이 해 보고 그랬다. 지금은 나를 포함해서 8명인데 <던파> 초기 멤버들이다. 클라이언트 프로그램·기획·그래픽 고루 있다. 프로토타입을 제작 중인데, 방향성을 확정한 것은 아니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실험해 보고 있다.
네오플이 인수되면서 돈을 많이 번 것으로 안다. 오히려 개발에 방해되지 않나. ‘살아야겠다’고 해서 나오는 정신과 ‘살 만한데’라고 해서 나오는 정서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영향이 있다. 대신 장점도 있다.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면 조급해서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도 봤고…. 대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을 잘 살리고 싶다.
이런 경우가 있었다. <던파> 시즌2 업데이트를 하고 전체적으로 결과가 안 좋았다. 밤을 새우며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업데이트를 개발했다. 그때 인수가 됐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건 느낌이 별로 없고, 시즌2 결과가 안 좋으니까 속상했다. 결국, 살아 가는데 나에게 필요한 에너지와 재미는 게임을 잘 만들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돈을 많이 벌었으니 좋은 게 있을 텐데.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가족들이 다 먹고 살기 쉽지 않았는데, 그런 것을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그게 ‘마음의 짐’이었다. 해결돼서 기쁘다.
그리고 책을 마음껏 살 수 있어서 참 좋다. 예전에 고시원에서 지낼 때는 책을 마음껏 살 수 없어서 도서대여점에서 빌려야 했다. 그런데 고시원에서 산다고 하면 갖고 도망갈까봐 잘 빌려 주지 않았다.
옛날에 방황했던 시기도 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개발자로의 삶만 생각하고 있나. 지금은 다른 일을 하는 것은 별로 안 맞을 것 같다. 게임을 개발할 때 즐거운 상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완성해서 선보였을 때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유저들이 있다. 블로그나 반응을 보면 <사이퍼즈>나 <던파>를 좋아해 주는 유저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또 하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모여서 얘기할 때다. 나 혼자서는 해결할 때는 5 정도밖에 생각할 수 없는데, 모여서 이야기하면 굉장히 잘 나올 때가 있다. 같이 일하는 즐거움이 있다. 게임 개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과정이다. 개인적으로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는 두 가지 경험을 하지 못 했다.
이런 것을 <던파>를 하면서 많이 느끼고 배웠다. 지금은 게임을 만드는 게 제일 행복하다.
개발 총괄로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잘 활용하는 편인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스타일은 유지할 것이다. 지금 (A스톰에서) 만드는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로 강점이 있고 얘기해서 개발한다. 나는 여전히 <풋볼 매니저> 같은 걸 만들고 싶다(웃음).
성공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외부의 시선에 대한 부담은 받지 않는 편이다. 잘되면 다시 모여서 뭔가를 만들 수 있으니까, 그것에 대한 열망이 더 크다. 물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같은 부담은 있다. 같이 일하자고 해서 모아 놨는데 부담이 있다.
같이 하는 <던파> 초기 멤버들은 어떻게 다시 모였나. 나보다 먼저 퇴사했던 동료도 있고, 그만두고 방황하던 친구도 있고,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해서 온 친구들도 있다. 외인구단 같이 다시 모였다(웃음). 지금은 좋은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프로그램과 그래픽 인력이 필요하다.
에이스톰에서 내세우고 싶은 장점은 무엇인가. (다 그렇진 않지만) 신생 개발사는 보통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게임을 어떻게 만드는지 잘 모르거나, 어떤 부분은 알지만 어떤 부분(수익성)은 모른다거나 하는 등의 결여 때문에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 비하면 <던파>와 <사이퍼즈>를 해 봤기 때문에 개발과 시장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성공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또, 자금 문제 때문에 중단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투자를 받거나 하게 되면 흔들릴 수도 있다. 우리는 자금적인 면에서는 충분히 여유가 있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점까지 노력할 수 있다.
그리고 잘됐을 때의 분배에 대한 이야기다. 에이스톰은 주식회사 방식의 분배 시스템보다 더 많이 나눌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이제는 내가 대표이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도 직접 스토리를 쓸 생각인가. 그렇다. 게임 개발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물론 더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맡길 생각도 있다. 개인적으로 콘텐츠를 많이 본다. SF나 판타지 소설은 괜찮은 것들을 대부분 찾아서 본다. 좋은 작가의 미번역 책은 원서를 사서 보기도 한다. 최근 <얼음과 불의 노래>를 다시 읽고 있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데, 경영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나. 인원이 8명까지는 쭉 증가한 상황이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거나 밥을 먹거나 함께할 수 있다. 아직은 게임 개발 외의 업무에 대한 이슈는 거의 없다. 게임 쪽에만 신경을 쓸 수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일할 수 있다.
회사명칭은 어떻게 정했나. <던파> 개발팀이 ‘A(아드레날린)-쇼크’였다. 유저들에게 아드레날린 쇼크를 주자는 의도였다. 여러 가지 팀 이름을 짓는 회의를 했는데, 그중에서 결정된 것이다. 이번에는 아드레날린을 여러 번 주자는 취지에서 ‘A(아드레날린)-스톰’이라고 지었다.
향후 인력 충원 계획은 어떻게 되나. 올해는 30명까지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