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과 같은 2.5D 쿼터뷰를 고수하면서도 시점을 살짝 아래로 내려 캐릭터를 줌업하는 기능을 지원하고, 그래픽 퀄리티가 눈에 띄게 향상된 <디아블로 3>. 풀 3D 게임보다 PC 사양을 덜 요구할 것 같지만, 여러 화려한 이펙트나 세세한 부분의 텍스처를 보면 아주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특히나 속도감 있는 액션 게임에서 프레임이 떨어지는 것은 치명적이다. 원할한 게임 플레이를 위해서 PC 사양은 어느 정도가 필요하고, 게임 내에서 옵션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궁금한 유저가 많을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게임 품질과 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비디오 옵션에서 각 항목이 어떻게 작용하고,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좋은지 살펴보겠다.
<디아블로 3> 베타 버전의 비디오 옵션 설정 화면.
■ 세부 옵션 설명
① 화면
전체 화면, 창 모드, 전체 창 모드를 지원한다.
창 모드가 전체 화면보다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즉, 다른 작업을 동시에 하지 않는다면 전체 화면 모드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다.
② 해상도
해상도가 높을수록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전체 화면 모드나 전체 창 모드라면 최대 해상도를 쓰는 것이 게임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 창 모드라면 해상도에 따라 창 크기가 조절되니, 플레이어에게 가장 편한 해상도를 찾자.
③ 레터박스
옵션을 활성화하면 모니터 비율에 상관 없이 와이드 해상도로 게임 화면을 보여준다. 4:3이나 16:10 모니터에서도 16:9 화면으로 보여줌으로써 풀 HDTV나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아래 스크린샷은 1680x1050(16:10) 해상도에서 옵션을 적용한 것이다.
화면을 약간 넓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글자 가독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꺼짐’ 상태로 설정돼 있다.
레터박스 옵션 활성화. 상하에 검은 여백이 생기면서 화면 비율을 조정한다.
레터박스 옵션 비활성화. 16:10 화면을 꽉 채웠다.
④ 수직 동기화
수직 동기화는 게임에서 지원하는 프레임과 모니터의 주사율을 동기화해서 부드러운 화면을 얻는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그래픽 카드는 열심히 일을 해서 게임을 150 FPS 수준으로 돌려주는데, 대부분 모니터는 60Hz로 작동한다고 하자. 쉽게 말해서 그래픽 카드는 1초에 150장의 그림을 만들어 내는데, 모니터는 그중 60장밖에 보여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면 가끔 모니터가 아직 앞 프레임을 처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 프레임이 밀려와 그대로 뿌려주면서 화면이 깨져보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화면을 급격하게 돌리거나 표현할 텍스처 수가 많을 때 가끔 화면이 깨진 듯한 선이 보일 때가 있다.
이때 수직 동기화 옵션을 켜주면 그래픽 카드가 모니터 주사율에 맞춰서 일을 하게 돼서 이런 현상이 사라지고 화면이 부드러워진다. 그래픽 카드 성능이 항상 60 FPS 이상을 뿌려줄 정도로 좋지 않다면, 그냥 꺼두면 되겠다.
단, 이때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통한 입력이 살짝 느려지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간단하게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키를 눌렀을 때 1프레임에 적용된다고 하면, 반응 속도가 수직 동기화를 켰을 때 1/60초, 켜지 않았을 때 1/150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응 속도에 민감하고 보기 불편할 정도로 화면이 깨지는 것이 아니라면 이 옵션은 꺼두자.
⑤ 최대 FPS
최대 포어그라운드 FPS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을 때 최대 FPS 수치를 제한하는 옵션이다. 백그라운드 FPS는 반대로 게임을 실행해놓고 다른 작업을 할 때 게임 내 최대 FPS 수치를 제한하는 옵션이다. 그래픽 카드가 무리하게 많은 일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옵션으로, 성능에 민감한 플레이어라면 적당히 조절하자. 기본 설정에서 건드리지 않아도 좋다.
⑥ 텍스처 품질
게임 내 물체를 표현하는 텍스처의 품질을 조절하는 옵션이다. 주로 바닥이나 필드 오브젝트가 얼마나 세밀하게 표현되는지 결정한다. 옵션은 ‘높음’과 ‘낮음’이 있는데, 높음은 텍스처의 질감이나 무늬들을 더 선명하게 표시하고 낮음은 흐릿하게 뭉개진 모양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큰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니라서, 게임 성능을 우선하려면 낮게 설정해도 무방하다. 텍스처 품질은 그래픽 카드 메모리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실제 게임 화면에서 품질 차이를 확인해보자.
텍스처 품질 높음(좌)과 낮음(우). 바닥에 깔린 카펫과 벽돌 무늬를 비교해보자.
텍스처 품질 ‘낮음’. 바닥의 무늬가 흐릿하게 표현된다.
⑦ 그림자 품질
광원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의 품질을 나타낸다. ‘높음’, ‘중간’, ‘낮음’, ‘없음’ 4단계로 설정할 수 있으며, 품질이 높아질수록 성능은 저하된다. 반대로 그래픽 품질을 내릴수록 큰 성능 향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그림자 품질이 높을수록 점점 진하고 선명한 그림자가 구현된다.
왼쪽부터 없음, 낮음, 중간, 높음.
⑧ 물리 품질
물리 품질은 캐릭터 유닛이 타격했을 때 피격 효과, 물체가 부서지는 모양이나 파편의 궤적 등 충돌과 중력에 의한 물리적 사실성을 결정한다. 높게 설정할수록 더 사실적으로 표현되지만, 그만큼 CPU의 연산이 많아져서 성능이 낮아진다. 실제로 플레이했을 때는 높음과 낮음에서 큰 차이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⑨ 사물 표현 밀도
풀이나 나뭇잎 등 지면 사물을 표현하는 거리나 밀도를 제어하는 옵션이다. ‘높음’, ‘중간’, ‘낮음’, ‘끄기’ 4단계로 설정할 수 있으며, 높게 설정할수록 멀리 떨어진 사물까지 또렷하게 보이지만 그만큼 성능은 저하된다.
⑩ 계단 현상 방지
흔히 안티 앨리어싱(Anti-Aliasing, AA)라 불리는 옵션이다. 사물의 외곽선에서 곡선이나 비스듬한 선을 표현할 때 생기는 거칠고 깨져보이는 패턴을 부드럽게 다듬어주는 기능이다. 비교적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옵션으로, 옵션을 해제하면 큰 성능 향상을 보인다.
캐릭터의 어깨와 머리, 무기 부분의 표면을 잘 보면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⑪ FX 낮춤
각종 이펙트에 사용되는 입자의 수를 줄이는 옵션이다. 실제 플레이에서 이 옵션에 따른 이펙트 차이는 거의 느낄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옵션을 켰을 때 전투시 FPS가 5~10 정도 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PC 사양이 낮은 유저가 게임 퀄리티를 떨어뜨리지 않고 성능 향상을 보기에 가장 좋은 옵션이 아닐까 한다.
■ 사양에 따른 옵션 설정
세부적인 옵션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했으니, 여기서는 크게 상옵, 중옵, 하옵으로 나눠서 보도록 하자. 그래픽 품질과 시스템 성능에 가장 중요한 부품인 CPU와 그래픽 카드를 <디아블로 3> 구동 환경에 맞게 3단계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중: Intel 쿼드코어 Q시리즈, i3, i5(AMD 페놈 II X4), 9800GT(라데온 HD4770, 5670) 이상
하: Intel Pentium D 2.8GHz(AMD 애슬론 64 X2 4400+), 7800GT(라데온 X1950 Pro) 이상
상옵은 모든 옵션을 ‘높음’으로 선택하고 계단 현상 방지까지 켜고도 60 FPS 이상을 꾸준히 뽑아줄 수 있다. 중옵은 상옵에서 몇 가지 옵션만 타협을 보면 원할한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하옵은 가능한 모든 옵션을 ‘낮음’ 혹은 ‘끄기’로 선택하고 성능 위주로 세팅하자. 왠지 전작과 같은 느낌이 들더라도 어쩔 수 없다.
모두 상옵으로 설정하고 신나게 게임을 돌리기만 하면 좋겠지만, 버벅이는 현실 앞에 몇 가지 옵션은 타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온다. 아무 옵션이나 내리면 물론 성능 향상은 조금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갑자기 확 떨어진 품질에 마음이 상할 것이다.
가능한 게임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성능 향상을 볼 수 있는 옵션은 무엇이 있을까?
① FX 낮춤
약 10 FPS 정도의 성능 향상을 볼 수 있으면서 게임 플레이에 어색함은 거의 느끼지 않는 옵션이다.
② 사물 표현 밀도
바쁘게 움직이는 액션 게임에서 발 밑에 풀이 보이는지 보이지 않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풀 한 포기도 놓치지 않는 매의 눈을 가진 플레이어라면 모르겠지만, 성능을 위해서 풀 정도는 포기해도 좋지 않을까?
③ 그림자 품질
그림자 품질은 광원의 방향과 지형, 캐릭터의 움직임 등 다양한 요소가 연산에 적용되기 때문에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어느 게임에서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림자 품질을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효과가 좋다.
<디아블로 3>도 그림자 품질을 낮춤으로써 상당한 성능 향상을 볼 수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림자가 옅어질수록 점점 캐릭터의 몸이 공중으로 뜨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 베타 테스트에서 일부 유저가 이 부분에서 어색함을 느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공중부양 효과가 크게 어색하지 않다면, 조절하라는 뜻에서 우선 순위를 3번째로 뒀다. 물론 하옵 플레이어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 캐릭터 발이 땅에 닿지 않더라도 향상된 FPS에 만족하며 위안삼자.
그림자가 사라졌을 뿐인데, 공중부양!
나머지 옵션은 성능이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래픽 카드 메모리가 512MB 이하라면 텍스처 품질을 ‘낮음’으로 설정하거나, CPU 성능이 많이 떨어진다면 물리 품질을 ‘낮음’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성능 향상을 조금 볼 수 있다.
중옵에 해당하는 ‘i3 530, 9800GT’ PC에서 테스트해본 결과, 모든 옵션을 ‘높음’으로 뒀을 때 30 FPS 이상은 유지했지만 전투시 약간 버벅이는 현상이 있었다. 그림자 품질을 ‘중간’으로 내리고 FX 낮춤 옵션을 설정했더니 움직임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50~60 FPS를 유지했다.
위에서 소개한 세 가지 옵션만 잘 조정해도 게임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디아블로 3>는 옵션을 조금 내리더라도 품질에서 눈에 띄게 차이가 나지 않으니, 거부감도 덜할 것이다. 굳이 새로운 PC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적절한 옵션 설정으로 원할한 게임 플레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