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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오버워치 살려야 한다" 카플란의 두 번째 실험

경쟁전 · 오버워치리그 영웅 로테이션 엇박자에 불만, 짧은 로테이션 기간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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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상(무균) 2020-03-11 16:21:01
지난주 주말부터 제프 카플란의 두 번째 실험 '영웅 로테이션'이 오버워치 리그와 경쟁전에서 시작됐다. 사뭇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

2월 제프 카플란 <오버워치> 디렉터는 새로운 규칙 '영웅 로테이션'을 소개했다. 영웅 로테이션은 개발사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가 직접 일부 영웅을 금지하는 시스템으로, 제프 카플란 디렉터는 도입 취지에 대해 "고착화되는 메타를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유저가 개발사가 금지한다는 이야기 자체에 반발하며 논란이 일었다.

▲ '짜잔'으로 유명한 제프 카플란 오버워치 디렉터

<오버워치> 규칙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영웅 로테이션에 앞서, <오버워치>는 돌격군 3명 · 지원가 3명을 사용하는 '고츠 조합' 등 대세 메타를 해결하기 위해 역할군 고정을 시행했다. 역활군 고정 역시 많은 논란 속에 시행됐지만, 경기 퀄리티를 올리는 것에는 성공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게임 대기 시간이 크게 길어져 많은 유저가 떠나기도 했다.

영웅 로테이션 역시 많은 유저의 반발과 달리, 리그 5주차(3/7 ~ 9)부터 규칙을 적용한 오버워치 리그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버워치 리그의 첫 번째 금지 영웅은  라인하르트, 맥크리, 위도우메이커 그리고 모이라다. 리그를 지배하고 있던 방벽 메타를 저격한 금지다.

 

▲ 오버워치 리그 3-4주 차 등장한 영웅 중 픽률이 10%가 넘는 영웅 목록. 이중에서 금지 영웅을 선정했다.


# 솔저76이 오버워치 리그를 지배했지만...

제프 카플란 디렉터가 밝힌 금지 영웅 선정 방식에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있다. 

1. 최근 2주간 픽률을 바탕으로, 영웅 픽률이 10%가 넘어야 한다.

2. 2주 연속 같은 영웅이 금지되지 않는다.

3. 돌격군과 지원가는 1명씩, 공격군은 2명 금지된다.


세 개의 조건에는 유저와 선수들이 선호하는 영웅을 중심으로 금지하며, 메타를 강하게 뒤흔들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실제로 리그 5주 차에 금지된 라인하르트 역시 방벽 메타의 중심이고, 맥크리와 위도우메이커는 핵심 딜러로 많은 선수에게 선택받았다. 이들이 금지되자 애매한 포지션이었던 솔저76이 주요 딜러로 기용되고, 젠야타-브리기테 힐조합이 나오는 등 기존에 보기 힘든 조합이 등장했다. 제프 카플란의 의도였던 "메타 흔들기" 자체는 성공적인 셈이다.

▲ 솔저76이 리그를 지배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선수와 코치진이 짧은 로테이션 기간에 피로감을 호소해, 영웅 로테이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블리자드는 각 팀에게 전략 준비 시간을 위해 일주일 전 금지될 영웅을 미리 고지한다. 많은 선수와 코치진이 주어진 일주일 동안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스크림(프로 간 연습경기)을 진행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선수단의 고민은 곧 적용될 6주 차 영웅 로테이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5주 차 핵심 딜러로 기용된 솔저76은 6주 차 금지 영웅으로 선정됐다. 일주일 만에 전혀 다른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경쟁전 영웅 로테이션과 오버워치 리그 영웅 로테이션이 달라, 경쟁전을 통해 대회 준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 수년 만에 전성기를 맞이한 솔저76이 6주 차 금지 영웅으로 선정됐다. 단 일주일 빛났다

 

 

# 리그와 엇박자인 경쟁전, 메타 자체가 만들어지기 쉽지 않아

 

오버워치 리그는 눈에 띄게 메타가 변했지만, 경쟁전은 상황이 다르다. 

유저들은 지난 6일, 21번째 경쟁전에서 영웅 로테이션을 처음 마주했다. 경쟁전 첫 주에 금지된 영웅은 오리사, 메이, 한조 그리고 바티스트. 오버워치 리그 금지 영웅과 단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 경기를 준비하는 리그 프로게이머는 이 지점에서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필라델피아 퓨전 '포코' 가엘 구제시는 "연습할 곳이 없다"라며 금지 영웅 차이에 아쉬움을 밝혔다.

반대로 유저 역시 리그와 경쟁전 금지 영웅 차이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확실한 메타가 없는 경쟁전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오히려 자신이 잘하는 영웅 금지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 "내 오리사 돌려주세요 ㅠㅠ"

일반 유저와 프로 선수 차이를 고려하면 예정된 수순이다. 프로에게는 승리가 가장 중요한 가치다. 그들은 승리하기 위해서 가장 승률이 높은 조합을 찾을 것이다. 과거 '고츠 조합'도 '돌진 조합'도 그렇게 나왔다. 하지만, 일반 유저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유저는 승률이 높은 대세 조합이 있다면 따라 한다. 또, 프로게이머들도 로테이션 적응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상황에서 일반 유저가 메타를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 있는 많은 유저에게 영웅 로테이션은 메타를 흔들기에 성공한 블리자드의 정책보다는 원하는 영웅을 강제로 못하게 한 '금지령'에 가깝게 느껴지기 쉽다.

 

 

# "살려야한다" 역할군 고정에 이은 카플란 실험은 어디로?

 

프 카플란 디렉터는 <오버워치> 생명 연장을 위해 거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개발진 발표에 많은 논란도 생겼지만, 그들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오버워치>라는 게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다. 떠나버린 많은 유저와 실망하고 있는 플레이어에게 <오버워치>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실험 성공 여부에 대해 아직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개발진이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오버워치>에는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들의 노력과 관계없이, 영웅 출시 속도가 매우 느리다. 심지어 제프 카플란 디렉터를 비롯해 <오버워치> 개발진은 영웅 추가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고, 빠른 영웅 추가 통한 메타 변화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가장 최근에 추가된 영웅은 '시그마'로 지난해 8월에 등장했다.

▲ 시그마는 잘못한 게 없다. 오히려 시그마는 잘 만들어진 <오버워치>만의 영웅이다.

<오버워치>와 비슷한 시기에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팔라딘스>는 현재 플레이할 수 있는 영웅(챔피언) 수가 40종이 넘는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유저 입장에선 블리자드 업데이트 속도가 더 느리게 느껴진다. 일각에서는 <오버워치2> 개발로 인해 <오버워치>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어 신규 영웅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오버워치 리그 규모나 2019년 <오버워치> 매출을 고려하면, 크게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많은 정황이 유저들에게 불편한 상상을 하게 한다.

카플란의 실험은 어떤 결과로 끝이 날까? <오버워치> 영웅들이 재소집되듯, 유저들도 돌아올까.

 

▲ <오버워치2>가 아닌 <오버워치>를 사랑하는 유저는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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