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한낮의 TGS 취재후기 ① 찍는 자와 막는 자

도쿄게임쇼 2009 1일차 취재 후기

안정빈(한낮) 2009-09-25 07:29:44

드디어 기다리던 TGS 2009 1일차가 밝았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난 디스이즈게임 취재팀도 서둘러 여행길(?)에 올랐죠. 굳이 여행길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도쿄 역의 환승 구간 때문입니다. TIG 취재팀이 묵었던 시나가와에서 마쿠하리를 가기 위해서는 도쿄역에서 케이요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요, 갈아타는 구간이 약 500미터입니다.

 

. 캠코더에 삼각대에 노트북까지 각종 취재 장비를 죄다 짊어진 후 걸으면 상쾌한 기분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취재팀 사이에서도 포탈이 열고 싶다’, ‘환승구간에 부분유료화 워프 아이템을 팔면 잘 팔릴 거다등 전혀 건설적이지 않은 의견들이 오갔죠.

 

이런 통로를 3개 지나고 층을 옮기고 다시 통로를 지나고...

 

회장에 도착하니 상황은 더욱 아찔해집니다. 줄이 끝이 없어요. 한정된 인원만 참여 가능한 비즈니스데이가 이 정도면 평소에는 어떻다는 건가요. 다크지니 선배의 말에 따르면 그나마 이게 매우 줄어든모습이랍니다. -_-;

 

뒤에 보이는 검은 점들도 모두 줄을 선 기자들입니다. 그 뒤에도 사람이 있죠.

 

 

■ 찍는 자와 막는 자

 

매년 TGS와 동시에 시작되는 재미난 진풍경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찍는 자와 막는 자 사이의 소리 없는 영상촬영 전쟁입니다. 주로 인기작이 출현한 시연대 부근에서 진행되는 이 전쟁은 업체 관계자나 기자, 둘 중 하나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이어지죠.

 

올해라고 다를 리 없습니다. 가장 많은 신작이 공개된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스는 그야말로 눈치와 게릴라전의 극을 보여줬죠. 그 전에 TGS의 독특한 촬영허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넘어갈까 합니다.

 

바로 이 스티커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TGS에서는 게임이나 영상을 촬영하기 전에 부스에 사전등록을 해야 합니다. 간단한 절차를 밟고 명함을 제시하면 프레스라고 쓰인 완장이나 스티커를 주죠. 촬영 시에는 반드시 이것을 붙이고 있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어떻게 되냐고요?

 

카메라를 들기가 무섭게 주변에 있는 스태프란 스태프가 모두 몰려드는 훈훈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광역 도발이 뭔지 실제로 보고 싶은 분은 TGS를 찾아간 후 한 번 실험해 보세요. 물론 결과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프레스 마크를 달더라도 찍지 못하는 영상이 수두룩하다는 겁니다. 신작이나 조금 따끈따끈한 작품은 죄다 취재 불가 딱지를 붙여 버리니 이건 대체 왜 프레스 표시를 주는지 모를 정도에요.

 

TGS 2009 1일차 '촬영가드상'에 빛나는 <엔드 오브 이터니티> 소니에서 안 막으면 MS가 막고 MS가 안 막으면 스퀘어에닉스에서 파견까지 나와 막습니다. -_-;

 

 

어디선가~ 누군가의~ 카메라만 보이면~

 

그렇다고 포기할 기자들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집요하게 달라붙어서 영상을 촬영하고 유유히 사라지죠(…) 심지어는 노골적으로 영상을 찍은 후 스태프가 제지하러 오자 그대로 다른 부스로 달려간 기자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유명 부스 곳곳에는 스태프와 기자들의 술래잡기가 이어집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편법전쟁!

 

온갖 편법도 난무하죠. 재미난 점은 편법과 방지책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는 겁니다.

 

이번 TGS 2009에서는 대부분의 부스가 사람이 보이게 찍을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어차피 촬영을 금지할 수 없을 바에야 화면이 나오는 건 최대한 줄이고 대신 자신들의 게임을 열심히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내보내겠다는 취지인 듯합니다.

 

그런데 영상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화면을 가리는 사람의 머리처럼 얄미운 것이 또 없지요. 그래서 나온 방법이 먼 거리에서 줌으로 당겨서 찍는 것입니다. 사람과 영상을 같이 찍는 것처럼 위장하면서 실은 화면만 영상에 담는 거죠.

 

물론 부스 측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해뒀습니다. 최근 LCD 모니터가 없는 카메라가 없다시피 하니 촬영하는 사람 뒤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모니터를 보고 화면만 찍는 자를 적발해내는 것입니다.

 

스태프의 물량으로 승부를 본 소니의 부스. 정말 돌아가며 한 번씩 지적 당하는 그 기분이란...

 

이를 피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제가 사용한 방법은 덩치를 이용해 모니터 자체를 가려버리는 방법이었습니다. 카메라를 가슴에 바짝 붙임으로써 뭘 찍고 있는지를 주변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셈이죠. 디스이즈게임에 올라온 <나인티 나인 나이츠 2> 영상이 그런 식입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LCD모니터를 접어 놓은 카메라 앞을 아예 몸으로 막아 섭니다. 결국 이 꼬리에 꼬리를 문 싸움은 깨쓰통 기자가 일단 머리가 나오게 촬영한 후 화면만 잘라내는 방법을 고안해 내면서 일단락됐습니다.

 

찬양하라! 이 뛰어난 방법을!

 

그 동안 저는 소니 부스에서만 총 17번의 제지를 받았고요. 한 스태프분은 나중에 아예 절 알아 보더니 부스에만 제가 다가서면 밀착마크를 하시더군요.

 

온갖 방법을 고안해내며 TGS 1일차를 무사히 치러낸 그들. 내일은 또 어떤 사건들이 벌어질까요? 내일도 오늘처럼 평온한(?) 취재가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도쿄(일본)=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최신목록 351 | 352 | 353 | 354 | 355 | 356 | 357 | 358 | 359 | 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