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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나의 어머니 이야기 8

임상훈(시몬) 2016-10-31 14:53:27

소람한방병원 7층에 입원한 그녀는 한방 치료를 받았다. 면역력을 높이고, 염증을 줄이기 위해 산삼배양액 주사, 침 치료, 온열 치료 등이 진행됐다. 집중적인 치료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런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그녀는 하루에 한두 차례 통증을 호소했다. 남편은 아산병원에서 준 진통제 앱스트랄을 그녀의 혀 아래 넣어주었다. 15분~30분 정도 지나야 효능이 나타났다. 그 약으로 버티기 힘들면 간호사가 진통제가 들어간 주사액을 넣어줬다.


기력도 점점 떨어졌다. 입원할 때는 그럭저럭 걸어서 들어왔지만, 화장실에 가는 것도 힘겨워졌다.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있었다. 그녀는 불안해졌다. 불만이 생겼다. 병원에 와서 병세가 악화되는 경우는 이번이 두 번째였다.


한방병원에서는 혈액검사를 직접 할 수 없었다. 외부에 검사를 맡겼다. 오전에 채혈하면 오후에 결과가 나왔고, 오후에 하면 다음날 나왔다. 혈액의 밸런스가 무너진 환자에게는 적절치 않은 곳이었다.


그녀는 복수를 빼는 튜브를 지니고 소람병원에 왔다. 5일이 지났을 무렵  그 튜브가 막혔다. 복수가 나오지 않았다. 안에서 꺾인 것이다. 배가 불러왔다. 소람병원에서는 이런 시술을 할 수 없었다. 앰뷸런스를 불러 아산병원 응급실로 갔다.


3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아니었다. 응급실에 가면 늘 그렇듯 혈액검사를 먼저 했다. 튜브는 나중 일이었다. 이틀 동안 굶기면서 주사액 투여와 혈액검사를 반복했다. 칼륨, 나트륨, 염소 등 혈액 속 전해질이 정상값을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응급실 간호사는 큰 아들에게 간암이 당장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전해질 수치가 위험해지면 바로 위독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응급실은 48시간 이상 머물 수 없는 곳이었다. 전해질 수치를 어느 정도 조절하고 튜브를 시술한 그녀는 밤 10시가 넘어 퇴실했다. 응급실 간호사는 자주 혈액검사를 해서 전해질 수치를 교정할 것을 당부했다.


한방병원에서는 자주 혈액검사를 할 수 없었다. 이틀에 한 번 정도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첫째 아들은 응급실에서부터 완화병동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충실한 천주교 신자였다. 천주교 계열 병원의 완화병동을 먼저 알아봤다. 고속버스터미널의 성모병원 완화병동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 전화를 걸었다. 1달 이상 대기가 몰려있고, 외래진료 이후 입원을 결정하는 곳이었다. 당장 거동이 불편한 그녀에게 맞지 않았다.


아산병원과 협력 관계인 보바스 병원은 외래진료 없이 입원이 가능했다. 분당에 있어 그녀 딸과 막내 아들의 집에서 가까웠다. 큰 병원이어서 혈액검사나 튜브 시술 등이 가능했다. 1인실의 비용이 비싸기는 했지만, 간다면 그곳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방병원으로 돌아온 그녀는 하룻밤을 잤다. 아침 식사도 거르고 잤다. 응급실에서 제대로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점심과 저녁에는 죽을 먹었다. 밤 12시가 넘을 무렵 다시 복수가 나오지 않았다. 시술한 튜브가 다시 막힌 것이었다.


다시 아침에 앰뷸런스를 타고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에서는 처음엔 바로 퇴실할 것처럼 이야기했다. 혈액검사 결과가 나온 후 입장이 바뀌었다. 전해질 중 칼륨의 수치가 너무 높았다. 3.5~5.1의 값이 정상인데, 7을 나타냈다.


칼륨 값을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관장이었다. 그녀는 첫날 두 차례 관장을 했다. 이튿날에도 두 차례 더 했다. 그 자체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한 상태에서 기력도 계속 빠져나갔다. 계속 혈액검사를 하는 탓에 이틀 동안 물도 먹을 수 없었다. 칼륨 값은 내려갔지만, 여전히 높았다. 그녀는 관장을 거부했다. 남편도 거부했다.


주사액을 통한 칼륨 교정이 진행됐다. 혈당을 낮추는 부작용을 감수했다. 5일 동안 그녀는 죽 두 그릇을 먹은 게 전부였다. 칼륨 값은 7에서 6.4, 5.7로 떨어졌다. 여전히 5.1보다 높았다.


아들들에게는 두 가지 원칙이 있었다.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평온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다. 치료를 위한 최선이 제대로 결과를 못 봤다. 오히려 평온한 마무리를 막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들들은 한방병원으로 돌아가는 대신 보바스병원 완화병동으로 바로 가기로 했다. 입원에 필요한 사전 절차를 진행했고, 예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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