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몰타 _ 업무편 : 부분유료화 게임은? 서비스!!!
빅포인트의 본사가 있는 독일 함부르크를 처음 방문했을 때다. 나는 미팅 일정보다 2일 먼저 도착했다. 가끔(?) 길을 잘 못 찾는 경우가 있어 본사 주변과 캐주얼 커넥트 행사장과 주변의 위치를 먼저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럽 캐주얼 커넥트(Casual Connect)는 매년 2월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행사다. 주로 부분유료화(Free to Play) 게임 개발사, 퍼블리셔 그리고 소셜 게임 개발사들이 모여 컨퍼런스나 비즈니스 미팅, 부스 전시 등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2011년 2월에 열린 캐주얼 커넥트 행사의 주요 강연 목록
주어진 하루의 자유 시간. 나는 간만에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향했다. 그러나 사진을 찍기에는 날씨가 너무 추웠다.
함부르크에서 가장 붐비는 곳인 알스터 하우스. 식당, 쇼핑몰 등이 몰려있다.
알스터 하우스 주변. 추운데도 산책을 나온 '강한' 함부르크 사람들….
호텔로 다시 돌아와 몸을 따뜻하게 녹일 무렵, 보스(롭 올렛, Rob Ollett)로부터 저녁 미팅을 제안하는 메일을 받았다. 보스도 함부르크에 도착했나 보다. 후딱 약속 장소로 나갔다.
몇몇 본사 사람들이 보스와 함께 테이블에 자리잡고 있었다. 닐스 헤닝(Nils Henning, 빅포인트 공동 설립자이자 CMO - 한국에 여러 번 방문하면서 나와 친구가 됐다.)과 줄리앙(Julian, 현 SevenOne Media 프로젝트 매니저)이 보였다.
간단한 샐러드 류를 다 먹어갈 무렵, 조금씩 무거운 이야기들이 오고 가기 시작했다. 핵심은 클라이언트 기반 게임의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안들이었다.
이 내용은 내가 빅포인트에 입사하기 전부터 관심가졌던 부분이다. 웹게임을 통해 크게 성장한 빅포인트가 한국의 온라인 게임을 어떻게 서비스하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서비스를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상당히 궁금했다.
빅포인트는 2007년 자체 개발 웹게임인 <다크 오빗> <시파이트> <디폴리스> 등을 나란히 선보이면서 크게 성장했다. 이들은 2D 웹게임이지만, 게임의 서비스 기간이 4년 이상이나 된 주력 타이틀로 여전히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1년부터는 3D 웹게임인 <배틀스타 갈락티카> <드라켄상 온라인> 등을 메인 게임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당시(2010년 1월 말~2월 초)의 빅포인트는 고민이 있었다. 세븐원 미디어(SeveonOne Media) 함께 퍼블리싱하는 한국 온라인 게임인 <드리프트 시티>(한국명 스키드러쉬)와 <원더킹>의 매출을 향상시켜야 했고 차기 라이센싱의 방향을 그려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빅포인트는 거대 미디어 그룹인 NBC 유니버셜과 함께 전략적으로 추진한 3D 웹게임 <배틀스타 갈락티카>가 클라이언트 기반 게임보다 높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더군다나 3D 웹게임은 내가 소속된 몰타 오피스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웹게임 개발과 함께 클라이언트 기반 게임의 매출 신장이라는 과제는 무겁게만 느껴졌다.
그 때 누군가가 자리에 끼어들었다. 나를 빼고 다들 너무 잘 아는 사이인 듯 보였다.
“안녕하세요? 몰타 빅포인트 인터내셔널에서 라이센싱 담당하는 켈리에요.”
“아~ 그 켈리? 반가워요, 얘기 많이 들었어요. 하이코에요.”
그 켈리라니? 하이코? 낯선 이름이 아닌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모두 다시 자리에 앉고, 몇 잔의 칵테일과 함께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하이코는 잠시 이전 대화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를 바라보며 클라이언트 기반 게임 퍼블리싱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평소 유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중요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유저친화적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
“패키지 게임과 달리, 클라이언트 기반 온라인 게임은 매뉴얼이 오프라인으로 동봉되지 않기에 게임과 친해질 수 있는,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타 등등, 기타 등등.”
“……”
혼자 열심히 떠들고 있는 기분이었다. 보스는 옆에서 내 이야기를 보충 설명해 주고 있었으나 하이코는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었다. 이해가 안되었나? 좀 다르게 표현해 볼까?
“부분 유료화(Free to Play) 온라인 게임은 게임이 아니라 서비스로 봐야 합니다. 유저들의 기호를 파악하고,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그리고 다시 한번 “서/비/스”라 말했다. (양 손의 두 손가락을 사용하여 강조의 동작을 취하고 지적하기. 강한 자신감도 보여주고, 기타 등등.)
“하하하.” 모두가 웃었다.
“오케이, 켈리. 서/비/스/~.”
순간 보스가 나에게 조용히 건네는 말 “하이코, 사장님….”
나는 ‘하하하’ 웃으며, 물 한잔을 순식간에 들이켰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낯익은 이름, 하이코(Heiko Hubertz). 설립자이자 사장님…. 그 날 사장님과 처음 인사를 그렇게 했다.
‘서/비/스’라는 핵심어로 인상을 깊게 남긴 탓에 아직까지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간단히 저녁을 마치고 앞으로의 즐거운 날들을 위해 모두가 함께 클럽으로 향하며 그 시간을 마무리 했다. 하이코 사장님 소~쿨(So~ Cool)!!!
빅포인트의 설립자이자 CEO, 하이코 후버츠(Heiko Hubertz). 현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접 개발과 마케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