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몰타 _ 생활편 : 전직 아니면 업그레이드… 제2의 인생, '요리'
몰타와 한국은 서로 생소한 나라다. 특히 먹거리는 더욱 그렇다. 몰타의 음식은 이웃 나라 이탈리아와 많이 비슷하다. 따라서 파스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종류의 파스타와 함께 모짜렐라 치즈가 어우러진 담백한 피자들…. 그러나,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는 정말 신중해야만 한다.
첫날, 게임 프로듀서와 함께 참석하는 점심 식사 약속이 있었다. 영국에서 온 사람이라 우리 둘 다 메뉴 선택에서 모험을 해야만 했다. 몰타는 해산물이 유명하다며 추천해주는 식당 직원의 친절한 설명에 신선한 해산물 샐러드를 주문했고, 나온 음식의 모습은 정말 예뻤다.
몰타에서 먹은 첫 음식, 문어, 새우, 오징어 그리고 연어까지…. 잊을 수 없는 기~찬 그 맛.
보기에 좋은 음식은 맛도 좋다고…. 기대에 가득 차 새우와 문어를 샐러드에 싸서 한 입, 아 이건, 설마, 다시 연어를 살짝 레몬즙 짜서, 그러나 한 마디로… “짜다”.
황급히 물을 마셔봤지만 그 짠 맛이 계속 입안에 독하게 번지면서 해산물 특유의 비릿한 향이 감돌았다. 직원에게 항의하고 싶은 의욕마저 상실했다. 그리고는 테이블에 있는 빵으로 놀란 속과 허기를 달래주었다.
그래서 시작된 도전들…. 사무실 근처 식당의 파스타와 피자는 다 먹어본 거 같다. 봉골레, 연어 아스파라거스 파스타, 해산물 스파게티, 치즈 왕창 부은 펜네, 알 마레 등. 음식마다 배어 있는 독특한 향과 소금을 빼달라고 해도 강하게 느껴지는 짠 맛 때문에 적절한 음식을 먹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다,
다행이 몇몇 피자는 입 맛에 맞아 한동안 피자만 먹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이탈리아 피자를 먹으면 테이블에 얹어주는 상큼한 피클 따위를 기대할 수 있었는데, 몰타에서는 그런 정성 어린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입맛도 익숙해져 이제는 피클 없이 피자 먹기의 달인이 된 듯싶다. 2~3인용 피자를 혼자 뚝딱 할 정도로….
몰타의 주요 거리, 생 줄리앙(St. Julian)과 슬리마(Selima) 거리마다 식당들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경치를 옆에 두고 이제는 사무실에서 주로 버거왕, 만도날드, 그냥 그런 피자, 그리고 샌드위치 따위로 점심을 때워야만 하다니.
“한국 음식점은?”이라고 물어보는 분들에게 답변을 드리자면, 몰타에는 한식당이 없다. 더불어 “몰타에 사는 한국 사람?” 어쩌다 어학 연수 오는 학생들뿐이다. (왜 이곳에 어학연수 오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 신랄하게 파헤쳐 보려고 한다.)
중국집이나 스시집은 당연히 있으며, 스시는 이 곳에서 비싼 음식이다. 어느 스시집에서는 미소 (일본 된장국) 1인분에 6유로(약 9,000원) 정도 받으며, 곱게 다진 향차이를 고명으로 띄워준다. 독특한 센스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였다. 한국 음식이 그립지만 굳이 한국 음식이 아니더라도 몰타 스타일의 짠 맛과 알 수 없는 허브향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몇 번의 거듭된 실패 끝에 이제는 회사 사람들을 초대해 같이 즐기는 음식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나의 대표적 메뉴로는 소스와 모양마다 색다른 맛의 파스타, 샴페인과 치즈가 어우러지는 샴페인 리조또, 그리고 가끔 관자 와인 구이, 시저 샐러드, 영양보충을 위한 스테이크 구이 등이 있다.
가장 쉽게 만드는 파스타로 토마토 소스 반, 토마토 갈은 거 반 그리고 오레가노를 살짝 얹었다. 토마토를 너무 갈았나 보다. 키포인트는 올리브 오일과 천일염.
관자 구이다. 키포인트는 화이트 와인.
모짜렐라 치즈 샐러드와 연어 오븐 찜. 키포인트는 발사믹 소스와 레몬, 내가 정성스레 만든 피클. ^^
다음 목표는 한국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위에서 만든 음식과 달리 한식은 재료와 정성이 적절히 어우러져 맛이 나오는 거 같다. 몰타에서 한식 재료를 찾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준은 아니다. 양파, 마늘 등의 재료는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아직은 한국 음식을 선보이기에 부족한 실력이지만, 좀더 연습해서 사무실 사람들과 함께 먹고 싶다. 김밥을 보면 일본 스시 롤이 아닌 김밥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매운 맛과 순한 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그래서,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양파 다진 것과 혼합하여 찐만두(또는 군만두)를 만들고 싶고, 과일, 와인 향이 살짝 가미된 달달한 간장소스의 갈비찜과 피망에 고기소를 곱게 넣어 달걀 물 살짝 얹어 지글지글 익힌 피망 전, 그리고 당근 채 썬 것과 쫄깃한 버섯을 넣은 잡채, 특히 여름에는 살얼음이 살짝 낀 시원한 냉면, 김치가 있다면 보쌈.
앗, 그러고 보니 김치!!! 어렵게 김치를 구할 수는 있으나, 김치를 먹을 수는 없다. 나는 저녁을 주로 사무실 사람들하고 같이 먹는다.
하루는 한국에서 아주 작은 사이즈의 김치를 살짝 가져간 적이 있다. 처음으로 큰 마음 먹고 가져간 김치 봉투를 열자, 그날 같이 저녁을 먹던 몇몇 영국 사람들이 썩은 음식이라며 (자체검열) 김치를 홀대한 사건 이후로 김치를 먹지 않는다. (치즈를 즐겨먹으면서 김치에게는 썩은 음식이라니….) 그래서, 'Plan B'로 가끔 피클을 만들어 먹으며, 이것은 김치라고 마인드 컨트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