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모바일게임 시장은 예측 불허였다.
예상치 못한 ‘복병’ 외산 게임이 시장을 잠식했고, 빈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높은 퀄리티의 대형 회사의 게임들은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졌다. 시장이 뜨거워 질 수록 생존을 위한 개발사들의 전략도 다양해 졌다. 올해의 모바일게임 시장의 이슈를 디스이즈게임이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1. ‘아랫목 내주다’ 중국·일본 글로벌 1위의 한국 공습
2014년 모바일게임 시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넷마블게임즈의 강세속에 넥슨∙게임빌∙컴투스 등 대형 퍼블리셔들도 성장곡선을 그렸다.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수준 높은 양질의 외산 게임의 공습 때문이다. 하반기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1위는 핀란드 기업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의 독주로 마침표를 찍었다.
레드오션이 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외산 게임의 공습으로 더욱 척박해졌다. <클래시 오브 클랜>의 성공 이후 중국의 <도탑전기>, 일본의 <몬스터 스트라이크> 등 각 시장의 1위를 달리던 게임들이 한국에 들어왔다. 눈여겨 볼 부분은 외산 게임 대부분이 한국 현지 회사 도움 없이 직접 유통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 단일 마켓이 모바일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어 게임 출시 과정이 어렵지 않다. 슈퍼셀·믹시를 비롯해 가이아·추콩·쿤룬·4399·이펀 등 외국 개발사들은 한국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담당팀을 꾸려 게임을 서비스했고, 고스란히 매출을 가져갔다. 지난 16일 출시해 중국 시장을 점령한 <마스터탱커2>도 2015년 개발사 로코조이가 직접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 검증을 마친 외산 게임은 양과 질 어디에서도 국산게임에 뒤지지 않는다.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클래시 오브 클랜>은 2012년 작이며,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중국의 <도탑전기>도 약 1년 가까이 서비스됐다. 이들이 축적해온 콘텐츠의 볼륨은 국내 신작 게임이 따라올 수 없다.
덕분에 콘텐츠 소비속도가 빠른 한국 유저의 입맛의 맞는 업데이트도 어렵지 않다. 독창적이고 수준 높은 게임성은 오히려 한국 개발사들이 ‘베끼기’에 급급할 정도였다.

2. "마케팅 없인 못살아" 부익부 빈익빈 격차 심화
외산 게임이 더욱 위협적인 이유는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 때문이다. 슈퍼셀은 <클래 시 오브 클랜>의 한국 론칭 당시 ‘100억 마케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지하철∙버스정류장 등 옥외는 물론 극장과 공중파 TV CF까지 광고를 도배했다. 업계에서는 “<클래시 오브 클랜>때문에 광고가 슬롯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전례가 없는 ‘광고 폭격’이다.
물론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물량공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본격적인 모바일게임 시대가 열린 지난해부터 넷마블·넥슨 등 대형 퍼블리셔는 인기 아이돌이나 유명인을 내세운 마케팅을 집행해 왔다. 그러나 지급수수료 문제로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오르지 않자, 2013년 실적 발표 당시 대부분의 업체들이 마케팅 전략 수립에 고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문제는 슈퍼셀의 전략이 통했다는 점이다. <클래시 오브 클랜>은 지난 7월 광고집행 후 구글 플레이 스토어 10위 안에 진입했고 10월 1위를 점령한 이후 좀처럼 왕좌를 내주지 않고 있다. 간혹 업데이트를 진행한 일부 게임이 매출 1위를 빼앗았지만 대부분 1일 천하로 돌아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대형 퍼블리셔 역시 마케팅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광고선전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넷마블게임즈는 옥외광고와 더불어 계열사의 극장 및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광고 노출에 힘썼다. 네시삼십삼분과 넥슨은 공중파 CF 방영도 주저하지 않았다. 컴투스의 마케팅 비용도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늘어난 마케팅 비용은 중소 게임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발에만 집중하기도 힘든 환경에서 막강한 자본력을 내세우는 대형회사의 전략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실패할 경우 고스란히 회사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사업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클래시 오브 클랜> 출시 이후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심화됐다. 생존을 위해서 광고는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3. 플랫폼의 진화, PC-모바일의 경계 무너졌다
대규모 광고 집행 없이 마케팅 효과를 거두는 방법이 있을까? 게임빌과 넥슨은 유명 IP(지적 재산권)에서 답을 찾았다. 성공한 PC 온라인게임를 모바일로 옮겨오는 방법이다. <크리티카: 천상의 기사단>(이하 크리티카 모바일) <피파 온라인3 > <포켓 메이플스토리>가 대표적인 예다.
온라인게임을 활용한 모바일게임은 단순한 광고효과 외에도 개발기간과 비용을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원작의 리소스와 핵심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티카 모바일>이나 <포켓 메이플스토리>는 풍부한 콘텐츠와 원작과 흡사한 그래픽 수준을 자랑하지만 개발에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15년 본격적인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을 앞둔 엔씨소프트는 지난 지스타 2014에서 PC와 모바일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각오를 비췄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앞으로 PC만을 위한 게임은 없을 것이다”고 못박으며 신작 MMORPG <리니지이터널>의 클라우드 버전과 메카닉 TPS <프로젝트 혼>의 모바일 버전을 선보였다. CBT를 마친 <MXM> 역시 모바일 버전을 예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외에도 PC 온라인게임을 원작으로 한 모바일게임이 물밑에서 활발하게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가오는 2015년에는 플랫폼을 넘나드는 모바일게임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티카 모바일>은 출시후 구글 20위 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마켓에서도 의미있는 성적을 거뒀다.
4. “미워도 다시 한 번” for Kakao 재론칭 열풍
21%라는 높은 수수료와 까다로운 심사로 논란의 대상이었던 카카오 게임 플랫폼의 열풍은 2014년에도 식지 않았다. 중소 개발사와 상생을 외친 카카오가 심사를 완화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오히려 카카오 게임 ‘재론칭 열풍’이 불었다.
특히 위메이드의 <신무>와 넥슨의 <영웅의 군단>이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자체 서비스로 최고 매출 순위 17위에 그쳤던 <신무>는 카카오 버전을 출시해 한동안 매출 10위~20위를 상회했다. <영웅의 군단>은 자체 서비스 버전과 카카오 버전이 나란히 10위 권을 이어갔다.
<신무>가 두 버전의 비지니스 모델이 달랐고, 구 버전의 매출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동일한 게임으로 나란히 동반상승을 이룬 <영웅의 군단>의 성공은 의미가 다르다. 두 게임의 성공 이후 쿤룬·이펀·4399 등 중국 개발사들에서 카카오 재론칭이 이어졌다.
높은 수수료를 감수하고 카카오 게임을 선택하는 이유에는 마케팅 효과의 영향이 크다. 대규모 유저풀을 바탕으로 단기간 많은 노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론칭’이라는 이슈로 신규 유저를 유입할 수 있다. 대규모 마케팅이 어려운 추콩, 4399, 쿤룬 등 중소 중국 게임사가 카카오 재론칭을 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하반기에 들어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국내 많은 퍼블리셔들이 ‘글로벌 원빌드’ 전략을 내세우고 있어 2015년은 탈 카카오 열풍이 다시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영웅의 군단>은 두 버전이 나란히 구글 매출 13위, 14위에 올라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