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과 게임 문화,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에 관한 도서가 늘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습니다. 놓치기 아까운 지식, 재미를 담은 '게임 책'을 디스이즈게임이 한 권씩 선정해 보려 합니다. 출판사가 직접 제공한 자료를 정리·편집해 전달하는 '게임과 책', 이번에 살펴볼 책은 <오늘도 게임하는 화학자>입니다.

# 간단 책 소개
<오늘도 게임하는 화학자>는 대학의 교수이자 진성 게이머인 저자들이 집필한 '덕업일치'의 결과물이다. 두 교수는 <엘든 링>의 연금술부터 <스타크래프트>의 핵반응까지, 총 10개의 챕터에 걸쳐 가상 세계에 숨은 화학적 요소를 전문가의 시선으로 포착해 낸다.
저자들은 깊은 '게임 내공'을 증명하는 동시에 게임의 맥락을 완벽히 짚어내며 과학적 접근의 문턱을 낮춘다. 친숙한 게임 밈(Meme)을 곁들여 진성 게이머임을 인증하고, 포션 제조나 폭발 같은 게임적 허용을 실제 화학 이론으로 연결하며 전문가의 면모를 보인다. 게임의 재미를 지적 탐구의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싶은 독자에게 흥미로운 가이드가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하지만 게임의 진짜 매력은 직접 세상을 구성하고 실험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엘든 링>, <젤다의 전설>, <마인크래프트>, <문명>과 같은 게임들은 고도로 정교하게 설계된 가상의 세계를 통해 새로운 규칙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생생하게 살아 보는 경험을 제공해 줍니다. 게임은 하나의 작은 ‘우주 생성 실험’이며, 가끔은 그 실험을 통해 오히려 현실 세계의 원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 프롤로그 ‘들어가며’ 중에서, 9쪽
<엘든 링>의 주인공, 즉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게임 내에서 빛바랜 자(the Tarnished)라 불립니다. 이는 과거부터 납(Pb)을 상징하는 표현이었으며 연금술에서 물질 변환의 첫 단계에 해당합니다. 광채를 뽐내지 못하고 둔탁하게 빛바랜 잿빛 금속처럼 가치 없고 흔한 존재라는 암시를 주는 셈입니다. 납에서 금을 만들어 낸다는 연금술의 이미지처럼, 작중에서 빛바랜 자는 황금의 군주에 이르기 위한 여정을 이어 나갑니다.
- 2장 ‘연금술로 그려진 세계 <엘든 링>’ 중에서, 41쪽
물체를 잡고 던지고 밀고 기어 올라갈 수 있는 물리 엔진이 있다면, 오브젝트가 불타거나 변화하는 등의 화학 반응을 구현하는 ‘화학 엔진’은 없을까요? 화학 엔진은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표현이겠지만, <야생의 숨결>을 이 이야기의 시작으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본격적으로 화학 엔진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야생의 숨결>이기 때문입니다.
- 5장 ‘현실 같은 게임, 게임 같은 현실 <젤다의 전설>’ 중에서, 106쪽
화학에서 가장 강렬하고 궁극적인 파괴는 ‘폭발’로 연결됩니다. (중략) <마인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가 공들여 만든 집과 구조물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는 이 폭발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는 희극인 반응입니다. 이러한 폭발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존재가 바로 크리퍼(Creeper)입니다. 스스로 폭발하는 이 적대적인 몬스터는 우리에게 자연과 습격에 대항하는 인류의 본질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 7장 ‘폭발하는 픽셀, 폭발하는 세계 <마인크래프트>’ 중에서, 155쪽
<테트리스>의 몰입은 뇌가 가장 좋아하는 패턴을 정교하게 자극하는 방식에 그 비밀이 있습니다. <테트리스>는 일정한 속도로 블록이 떨어지며 플레이어에게 일정한 수준의 긴장을 부여하고, 줄을 맞추면 블록이 제거된다는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뇌는 일종의 성취 루프를 형성하게 됩니다.
- 9장 ‘뇌가 게임을 즐기는 방식 <테트리스>와 <포켓몬스터>’ 중에서, 201쪽
스팀팩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공개된 설정에 따르면 스팀팩은 진통제와 각성제, 흥분제 성분이 복합된 일종의 전투 칵테일이라 볼 수 있습니다. 진통제 역할은 엔도르핀(endorphin), 각성제는 아드레날린(adrenaline), 그리고 흥분제는 아마도 메스암페타민이 유력하다고 추측됩니다.
- 10장 ‘우주와 미래의 화학 <스타크래프트>’ 중에서, 219쪽

# 저자 소개
지은이_장홍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광운대학교 화학과 교수로 일하며 하드코어 화학 유튜브 채널 ‘화학하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화학 연대기>, <나노화학>, <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 등이 있습니다. 여가를 책임지는 게임 취향을 고백하자면 <둠>, <데드 스페이스> 그리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입니다.
지은이_강경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에서 학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현재 경희대학교 응용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생화학과 유기화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화학 대중서 집필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여느 대한민국 80년대생처럼 <스타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그 오브 레전드>와 대학교 및 대학원 시절을 함께했습니다.
#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 소개
세상에 나쁜 게임은 없고
세상에 따분한 화학은 없다
게임을 사랑한 화학자들의
흥미진진 화학 공략법
과연 화학자는 어떻게 게임을 할까? 화학자이면서 동시에 게이머인 장홍제, 강경태 교수는 게임이 그저 재미만을 추구한다는 편견에 도전장을 내민다. <오늘도 게임하는 화학자>는 게임 속 가상 세계에도 현실의 화학 지식들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책이다.
생명의 탄생과 진화를 다룬 <스포어>를 통해 생화학을, 화학을 태동시킨 연금술을 배경으로 한 <엘든 링>과 화학 혁명을 다룬 <어쌔신 크리드>를 통해 화학의 역사를 짚어 본다. 그 밖에도 <마인크래프트>, <포켓몬스터>, <스타크래프트>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게임들과 함께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화학 원리들을 넘어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미래의 화학까지 폭넓게 살펴본다.
게임 속의 세계가 현실의 과학적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게 될 때, 새로운 관찰의 즐거움이 게임을 하는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게임과 지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고 싶다면 지금이야말로 <오늘도 게임하는 화학자>와 함께 게임의 화학, 화학의 게임을 시작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