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한 효과를 발휘하는 포션을 만든다는 건 어떤 면에서 보면 인간의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포션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들을 수집해 알맞은 레시피에 따라 제조 과정을 거치는 이 모든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대단히 흥미롭게 다가올테니 말이다.
물론, 포션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약물에 해당되는 물건이니만큼 포션 제조 역시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포션 퍼밋(Potion Permit)>에서는 질병에 걸린 마을 주민들을 치료하기 위해 공식 의료 협회에서 포션을 제조하는 약사를 따로 파견했을 것이고, <포셔노믹스(Potionomics)>의 주인공 실비아 역시 주기적으로 라이센스를 갱신해야 했을 것이다.
이렇듯 포션을 제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막강한 힘과 그만큼의 큰 역할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그런 막강한 힘이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가짐으로 발휘된다면, 그리고 그런 힘을 발휘한 이들로부터 따뜻한 응원과 찬사를 받을 수 있다면 그 역시도 재미와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을 것이리라. 마녀 학교를 차석으로 졸업했을 만큼 충분한 역량을 지닌 수습 마녀의 활약이 담긴 게임 <숲속의 작은 마녀(Little Witch in the Woods)>라면 충분히 그런 게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의: 일부 스포일러가 되는 묘사나 스크린샷이 있습니다.
# 작은 소녀의 마을 복구하기
<숲속의 작은 마녀>는 기차를 타고 대도시로 향하던 도중 모종의 이유로 작은 마을에 정착하게 된 수습 마녀 엘리의 이야기를 담은 캐주얼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엘리를 조종해 신비로운 숲속의 여러 생태계를 탐험하고 포션 및 사탕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수집하며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포션과 사탕을 제조하며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사방에 뒤덮인 가시덤불로 인해 부서진 건물을 다시 짓고 떠나간 주민을 불러와 마을을 복구해나가야 한다. 밝고 산뜻한 색감의 픽셀 그래픽과 명랑한 배경 음악은 정겨운 구석이 있어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편안해지며, 재료 채집과 포션 및 사탕 제조,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 위주로 진행되는 게임 플레이는 별다른 위기나 갈등이 없어 매우 평화롭다.
마을을 뒤덮은 가시 덤불을 제거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포션과 사탕을 제조해야 한다. 그리고 포션과 사탕의 제조에는 그에 걸맞는 재료와 레시피가 동원되기 마련이다. 포션 및 사탕 제조에 필요한 재료는 신비로운 숲속의 여러 환경에서 살고 있는 각기 다른 생명체로부터 채집할 수 있다.
신비로운 숲속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생명체는 대부분 공격성을 띄지 않아 지극히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랑하며 시간대와 구역에 따라 마주칠 수 있는 생명체도 달라진다. 처음 마주친 생명체는 조사를 통해 도감을 작성하여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마치 생태계를 조사하는 생태학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 나름 흥미롭게 다가온다.
더욱 흥미로운 건 각 생명체마다 채집 방식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시간과 공간에 따라서만 채집 가능 여부가 갈리는 것이 아니라 채집에 필요한 도구와 구체적인 방법이 다른데, 이를테면 그냥 다가가서 줍기만 하면 되는 재료가 있는가 하면 각 생명체의 습성이나 주변 환경을 적극 활용해야 비로소 채집할 수 있는 재료가 존재한다.
나아가 특정 포션을 활용해 채집의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생명체와 재료가 존재하기까지 한다. 방대하고 세밀하진 않아도 고유의 특성을 지닌 생명체와 나름의 생태계가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일부 재료를 채집하는데 있어 각 구역의 지형지물을 활용해야 하는 (그야말로 퍼즐에 가깝게 접근해야 하는) 방식이 존재한다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다.
채집한 재료를 활용해 포션과 사탕을 만들기 위해선 여러 장치를 활용해 재료를 다듬고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솥에 재료를 투여하여 조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레시피의 경우 첨가되는 재료의 종류와 더불어 불의 세기와 국자를 젓는 방향까지 적혀있는데, 각 레시피에 따라 재료 첨가와 불 조절, 국자를 젓는 방향의 순서가 조금씩 다르다.
또한, 불 조절과 국자 젓기의 경우 방해 요소들이 종종 나타나 이를 잘 대처할 필요가 있으며 별 탈 없이 포션을 잘 만들어 제조 점수를 높게 획득하면 이따금씩 포션의 제조량이 늘어날 때도 있다. 기껏해야 순서가 바뀌는 정도가 아니냐고 생각할 여지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만으로도 충분히 마녀가 되어 포션과 사탕을 제조하는 기분은 충분히 느낄 수는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제조하는 포션과 사탕은 그 종류가 꽤나 다양하게 준비돼있다. 보편적인 판타지 장르의 게임에서 흔히 보일 법한 체력 회복 물약이나 공격력 상승 물약 같은 건 없지만, 그 대신 잡초를 제거하는 물약이나 작은 구역에 비를 내리는 물약, 물건을 던지는 거리를 늘려주는 물약 같은 다소 실용적인 부류의 물약으로 가득하다. (이는 사탕 역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놀랍게도 이런 실용적인 물약과 사탕이 메인 스토리나 주민들의 서브 퀘스트에서 굉장히 쏠쏠하게 활용되며, 나아가 앞서 언급했던대로 재료 채집의 효율을 올리는 데에도 활용된다. 독특하면서도 재치가 넘치는 한 포션과 사탕의 종류, 그리고 그런 포션과 사탕의 실용적인 활용을 유도하는 메인 스토리와 서브 퀘스트가 꽤나 돋보인다.
캐릭터와 스토리 역시 매력적이다. 게임의 주인공이자 마녀 학원을 차석으로 졸업한 수습 마녀 엘리는 언제나 언행이 조금 엉뚱한 구석은 있어도 늘 활기차고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게임의 분위기를 제대로 띄우고, 그런 그녀와 늘 함께하는 모자 정령 버질은 엘리의 언행에 적당히 태클을 거는 한편 게임 진행을 위한 단서를 넌지시 제시하는 등 동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
여기에 마을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소통하게 되는 마을 주민들은 그야말로 '무해하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대부분 성격이 선하고 따뜻하며, 그러면서도 메인 스토리에서의 적절한 비중 배분과 더불어 고유의 서브 퀘스트를 통해 각자의 사연과 개성을 충분히 드러낸다.
마을을 뒤덮은 가시 덤불을 제거하고 떠나간 주민을 불러와 마을을 재건하는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는 비록 별다른 위기나 갈등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반전 요소도 부족하긴 하지만, 마음씨 고운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더불어 가시 덤불이 생겨난 계기와 사라진 주인 마녀의 행방을 되짚어나가는 과정은 나름 납득할 만한 전개로 흘러간다.
특히 가시 덤불을 완전히 없애고 마을의 해당 구역에 모든 주민을 불러온 뒤 감상할 수 있는 축제 장면은 살짝 어설프고 우스꽝스럽긴 해도 정겨우면서도 잔잔한 감동이 있다. 무엇보다 쓸쓸했던 마을을 복구하는 데에는 수습 마녀 엘리와 그런 엘리를 조종한 플레이어의 공이 정말 크다보니 스스로 재건한 마을이 선사하는 감동은 더욱 남다르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 아쉬운 점
이렇듯 '물약과 사탕을 만들어 사람들을 돕는 마녀'라는 소재에 집중한 점은 분명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게임이긴 하지만, 아쉬운 점 또한 적지 않다. 우선 자잘한 버그와 오류가 많다는 점이 다소 거슬린다. 주민들과 대화 도중 갑자기 대화창이 사라지거나 생각지도 않았던 대화창이 갑자기 등장하는가 하면, 극초반에 등장하는 '아르덴의 재료 가방' 같은 일부 주민 퀘스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도 하고 재료 채집 시 엘리가 어색하게 움직이거나 입력이 씹히는 등 이런저런 버그를 생각보다 자주 접하게 된다. 이는 지속적인 패치와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런가 하면 전반적인 게임 디자인에 있어 미처 다듬어지지 못한 요소들이 보인다. 일단 인터페이스 환경의 경우 필요한 것들은 나름 갖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나 주민 호감도 화면은 살짝 불편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여기에 물약 및 사탕 제조와 주민과의 소통 이외에 낚시, 가구 제작, 길고양이 길들이기 등 추가 컨텐츠가 여럿 존재하는데, 다양한 컨텐츠를 도모한 것은 좋았으나 이런 컨텐츠 대다수가 어디까지나 곁다리에 가까운지라 개인적으로는 다소 산만하게 다가온다.
그 밖에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어떻게든 될 거야' 내지는 '좋은 게 좋은 거지' 식의 스토리 전개도 눈에 밟힌다. 워낙이 평화롭고 따뜻한 감성의 게임이라 크게 부각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개연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는 장면들이 조금씩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토리 전개에 의문을 느끼거나 제대로 몰입하지 못할 여지도 없잖아 있다.
작품의 감성을 분류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 도시 감성과 시골 감성으로 나누는 방법이 존재하는데, 숲속의 작은 마녀는 명백히 시골 감성에 해당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한눈에 보기 좋은 깔끔한 인터페이스라던가 정돈된 게임 디자인, 딱 떨어지는 깔끔한 스토리 같은 세련된 도시 감성은 부족하지만, 그 대신 물약 및 사탕 제조에 온전히 집중한 듯한 생태계 구축 및 게임 플레이와 온순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개성이 강렬하면서도 성정이 따뜻한 캐릭터 같은 시골 감성은 대단히 충만하다.
넓다고 보긴 어려워도 나름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생태계를 탐험하고 조사하면서 익숙해지는 과정, 그리고 실용적인 감각으로 가득한 포션과 사탕을 제조하는 과정의 재미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여기에 포션 및 사탕 제조와 더불어 주민들과의 소통과 가시 덤불 제거를 위한 모험을 통해 다 쓰러져가는 마을에 떠났던 주민들을 불러와 다시금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스토리에는 분명 따뜻한 감동이 있다. 생태계 탐험과 포션 제조라는 익숙하면서도 흥미로운 소재, 그리고 별다른 위기나 갈등 없이 평화로움으로 가득한 스토리를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꽤나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생태계 탐험과 재료 수집, 포션 제조 및 활용의 절묘한 균형
- 선하면서도 개성적인 캐릭터, 왕도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스토리
- 세련미가 조금 부족해 살짝 산만한 게임 디자인
- 호불호가 갈릴 만한 얼렁뚱땅식 스토리 전개
쿠타르크 (블로거)
2014년부터 10년째 인디게임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0건이 넘는 게임 리뷰를 작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