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수년 전, 중국의 개발자 '양빙(杨冰)'은 "파이널 판타지 15"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그와 뜻을 같이하는 수 십 명의 개발자들이 함께했고 플레이스테이션의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 10여 년이 흐른 이제서야 세간의 평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긴 개발 기간은 의도했던 모든 것을 보여주기엔 여전히 부족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로스트 소울 어사이드'는 양빙이 처음 품었던 꿈처럼 빛나는 부분도 있지만, 이미 색이 다 바랜 것처럼 낡고 매력 없게 느껴지는 것들도 많았으니까요. /작성=깐(게임 리뷰어), 편집=김승주 기자

# 미형의 캐릭터로 단조롭게 진행되는 진부한 이야기
'로스트 소울 어사이드'를 보자마자 떠오르는 건 "파이널 판타지 15"의 주인공 '녹티스'입니다. 캐릭터 디자인은 파판 세계관의 등장 인물로 나와도 이질감이 크게 들지 않을 정도로 특유의 헤어 스타일과 미형의 외모가 닮아 있습니다. 거의 9등신인 더 길쭉한 비율에 깜찍한 행동들을 일삼지는 않는 데서 파판과는 다른 세계의 이들로 느껴지지만요.
이야기는 주인공이 다른 차원에서 온 침략자들이 수확해 간 동생의 영혼을 구해오는 과정을 다룹니다. 오랜 시간 실험실에 갇혀 있던 용을 닮은 동료와 협력해 여러 가지 기술도 익혀나가면서요.
진행 방식은 아주 단조롭습니다. 다섯 개의 파트마다 각 지역에서 영혼을 한 조각씩 회수해 오면 되는데, 지나칠 수 없는 잡몹들을 처리하고 몇 번의 플랫폼과 퍼즐 구간을 지나면서 보스를 처리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 고속 전개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탐험
스토리는, 흥미로운 구석도 없고 전개가 뜬금없는 경우가 많지만 다행히 진행 속도가 빠른 편입니다. 마치 치트를 쓴 것처럼 이동 속도도 빠르고요. 하지만 빠른 진행마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주인공의 모험은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없습니다.
임팩트 있어야 할 지역의 여러 보스들은 대부분 가면을 쓰고 있어 개성 없게 느껴지고, 전투의 동기와 사후 대처마저 거의 똑같은 레퍼토리를 보여 줍니다. 필드에서 만나는 적들의 생김새와 공격 방식도 이렇다 할 차이가 별로 없고요.
탐험하고 수집할 요소도 없습니다. 메인 루트에서 조금씩 벗어나면 얻을 수 있는 노란색 아이템들은 물약의 제작 재료들이지만 수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엔딩을 볼 때까지 물약은 단 하나도 만들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문서와 보물 상자도 조금은 있지만 마찬가지로 플레이에 영양가가 없다 보니 언제나 다음 목적지를 즉시 알려주는 친절한 파란색의 가이드를 따라 달려나가게만 됐습니다.


# 빠른 이동 속도마저 감당할 수 없는 답답한 조작
그런데 그렇게 빠르게 달리는 길에도 불쾌한 브레이크가 종종 있었습니다.
각 지역에는 기믹이 다른 퍼즐들이 등장합니다. 꽃을 타고 점프를 하기도 하고 갈고리를 잡고 넘어다니기도 하죠. 하지만 빠른 이동 속도와 상반되게도 너무 느린 점프와 긴 체공 시간은 모든 플랫포머 구간을 답답하게 만들었습니다. 좁은 카메라 시야와 제약이 심한 공중 조작, 공중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굴러버리는 착지까지 더해져 정교하게 컨트롤하기엔 불편한 부분도 많았고요. 설상가상으로 한 번만 실수해도 처음부터 다시 시도해야 해서 그리 어렵지 않은 곳인데도 재시도를 몇 차례 하기도 했습니다.
또 수시로 등장하는 연출들은 카메라를 움직일 수 없게 고정시켜 둬 뒷덜미를 잡히는 느낌이 자주 들었습니다. 배경 대화가 나오고 있을 땐 아무런 상호 작용도 할 수 없어서 가만히 서서 기다려야 했고요. 이렇다 보니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빠른 이속에도 불구하고 원치 않는 제자리걸음이 계속돼 답답해지곤 했습니다.



# 네 가지 무기와 화려한 이펙트로 폭발하는 콤보 액션
다만 '로스트 소울 어사이드'의 존재 가치는 전투에 있습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콤보 액션의 맛을 담은 빠르고 연속적인 전투는 탄생에 뿌리를 둔 '파이널 판타지 15'를 닮은 푸른 이펙트와 다이아몬드 같은 잔상 효과로 청량함을 느끼게 합니다. 공중 공격과 회피, 추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상황에 따라 반응해야 하는 액션들로 쉴 틈을 주지 않고요.
특히 순차적으로 얻게 되는 네 가지 무기인 검, 대검, 폴 블레이드, 낫은 서로 다른 콤보와 공격 스타일로 다양하게 활용해 보고 싶게끔 합니다. 무기마다 고유한 업그레이드로 콤보를 확장해 나가고 액세서리를 부착해 커스텀 강화를 할 수도 있습니다. 화염, 얼음, 뇌전 등의 상태 이상 효과도 있어 각각의 시너지를 고려해 무기를 바꿔가며 사용할 수도 있죠.



# 부실한 타격의 맛과 깊이 없는 시스템
시각 효과와 기본 시스템만 보면 이 게임이 얼마나 야심찬 액션을 추구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플레이 감각은 그 이상을 채워내진 못합니다. 화려한 연출에 비해 죄다 비슷한 사운드로 타격의 재미를 느끼기 어렵고, 바로 반응해야 하는 알림인데 다른 이펙트에 묻혀 시인성이 떨어집니다. 이론상 재밌어 보이는 상태 이상도 누적 현황이나 시너지의 발동 상태를 인지하기 어려워 활용도가 매우 낮고요.
제일 아쉬운 건 보스전으로, 보스나 엘리트 몹과의 전투는 회피와 반격에 집중하면서 태세를 깎고 강한 공격을 몰아치기만 하면 됐습니다. 패턴은 비교적 다양하고 새롭지만 딱 하나의 보스를 제외하곤 최종 보스마저 무지성 공격만으로 압살이 가능하니 패턴에 대응하는 공략이나 빌드를 다듬는 전략적 묘미는 깃들 자리가 전혀 없었습니다.
종합해 보면 화려하게 몰아치는 전투를 좋아한다면 어느 정도 즐길 여지는 있지만, 깊이 있는 시스템이나 성장에서 얻는 쾌감을 바란다면 만족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 총평
'로스트 소울 어사이드'는 개발팀의 10년에 걸친 헌신과 액션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진부한 서사와 생기 없는 캐릭터, 단조롭고 반복적인 구성 등 플레이에 몰입하기 위해 세부적인 면들을 파고들면 들수록 빈틈이 드러납니다.
기술적 완성도에 있어서도 업스케일링 기능을 적용하고 그래픽 세팅을 낮춰 타협을 보더라도, 평균 프레임은 부드러운 편이지만 간헐적으로 프레임 드롭이 일어나 매끄럽지 않은 구간이 많았습니다. 몇 차례의 보스전에서는 크래시가 일어나 재차 반복해야만 했고요.
안타깝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되어 온 상업적인 기대치와 현실적인 개발 능력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아쉬운 작품입니다.
- 네 가지 무기를 활용한 콤보 액션
- 친절한 이동 가이드와 미니맵
- 지나치게 단조롭고 반복적인 구성
- 전략이 깃들 여지가 없어 지루한 보스전
- 탐험의 동기를 주지 못하는 부실한 필드 보상!
- 답답한 조작감과 시야로 불쾌함을 주는 플랫폼 구간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다양한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과 영상을 남겨 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