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니>의 아트 디렉터이자 <압주>와 <더 패스리스>의 디렉터로 이름을 알린 '맷 나바(Matt Nava)'는 자신의 게임을 통해 끊임없이 '움직임'에 대한 열정을 보여 왔습니다. 넓게 트인 길과 굽이치는 언덕을 유영하듯 움직이는 동작은 이동하는 방식부터 세부적인 연출까지 언제나 그의 게임들에서 강조되어 왔죠.
맷 나바가 공동 설립한 게임 스튜디오 '자이언트 스퀴드'의 최신작 <소드 오브 더 씨>는 그런 집요함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킨 야심작입니다. / 작성=깐(게임 리뷰어),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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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고 부드러운 보딩 질주
<소드 오브 더 씨>의 가장 큰 강점 역시 빠르고 부드러운 움직임에 있습니다.
전작인 <더 패스리스>의 경우에는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표적에 활을 쏴야만 했기 때문에 멈칫하면서 이동이 끊길 수밖에 없었고 이런 점이 때때로 답답함을 유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게임에서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빠른 속도를 내면서 움직임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속도를 내기 위해 달리는 중에도 할 수 있는 스케이트보드 스타일의 트릭을 쓰거나 수집한 위습을 이용하면 되거든요.
지속되는 속도감과 더불어 듀얼센스 컨트롤러의 햅틱 피드백으로 다양한 지형의 서로 다른 마찰도 전달됩니다. 사막의 모래 언덕을 미끄러지듯 질주하고 사슬을 타고 허공을 가로지르며 눈 쌓인 슬로프를 쏜살같이 내려오는 등 갖가지 순간들을 몸으로 경험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만끽하는 거죠.
비록 트릭 시스템에 깊이가 있다거나 특별한 재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방해받지 않고 환경을 탐색하면서 원한다면 콤보를 쌓을 수도 있는 자유로움이 있어 마치 게임이 거대한 스케이트파크 같았습니다.

▲ 디렉터의 전작인 <더 패스리스>에서는 속도를 내기 위해 표적에 화살을 맞춰야만 했지만

▲ 이번 작에서는 스케이트보드와 비슷한 트릭을 쓰거나

▲ 위습의 도움으로 달리는 중에도 멈칫하지 않고 곧바로 가속할 수 있다.
# 익숙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비주얼
게임은 퍼즐을 풀며 진행됩니다. 하지만 퍼즐보다는 퍼즐을 풀고 펼쳐지는 장면의 분위기에 더 힘이 실려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플랫포밍과 상호작용으로 퍼즐을 풀고 메마른 사막에서 물방울과 공명하면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깨어난 고대 도시는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높이 오를 수 있게 도와주는 해초가 자라나고 올라탈 수 있는 고래가 유유히 헤엄치는 평화롭고 알록달록한 장관은 매번 시각적인 감동을 줍니다.
해양 생태계를 되살리고 고대 문명의 흔적을 찾아내는 부분은 <압주>를 연상케 하기도 하죠. 사실 게임을 진행하며 등장하는 동행자와의 관계라든지 자연과의 연결을 보여주는 일부 상징들, 그리고 특징적인 연출의 구도들은 <압주> 뿐만 아니라 <저니> 이전부터 맷 나바가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보여줘 왔던 부분이기 때문에, 게임의 비주얼 아트와 테마는 매우 익숙합니다. 그의 고유한 스타일은 여전히 아름답고요. 하지만 다소 정체되어 있기도 해서 그의 게임을 전부 플레이 해 왔다면 그리 새롭지는 않아 아쉽기도 합니다.

▲ 물방울과 공명해 메마른 땅을 바다로 만들 수 있다.

▲ 해양 생태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여러 번 봐도 매번 멋지다.

▲ 생명력을 되찾은 지역은 더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도록 환경이 달라진다.

▲ 익숙한 색감, 익숙한 구도, 익숙한 연출이 조금 많기는 하다.
# 게임의 틈을 메워주는 신비로운 음악
비주얼에서 미처 채우지 못한 만족감은 '오스틴 윈토리(Austin Wintory)'의 훌륭한 사운드트랙이 보완합니다. 그도 역시 <저니>와 <압주>의 음악을 작곡하긴 했지만 이전 작품들보다 추상적인 부분을 보다 더 다채로운 음악들로 채워내 게임의 분위기를 남다르게 완성합니다.
환경이 변화하고 이동을 하는 템포에 따라 소리들이 중첩되는 상황이 많은데도, 움직임과 동기화 된 듯이 흐르는 적절한 음악들 덕에 어떠한 순간에도 어색함이 느껴지거나 신비로움이 사라지는 경우는 없더라고요.

▲ 환경의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마다 분위기를 완성하는 건 훌륭한 음악
# 짧은 플레이 타임과 부족한 감동
다만 줄지 않는 속도감과 흩어지지 않는 신비로움은 어쩌면 게임이 너무 짧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수집 요소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속도에 몸을 맡기며 플레이 한 결과 시작한 지 2시간을 조금 넘겼을 때 엔딩을 봤습니다.
짧은 플레이 타임은 모호한 서사와 더불어 맷 나바가 선보였던 이전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특징이기는 하지만, 전작들이 짧은 플레이 타임에도 불구하고 깨달음과 깊은 여운이 남는 감동을 준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아쉽게도 그만큼 마음이 동요하고 이끌리는 순간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래 등을 타고 이동하는 일부 구간에 한해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했는데 이전의 게임들과는 달리 매끄럽지 못한 경험을 주는 파트가 있다는 데 실망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PS5 노멀 버전에서 플레이 하면서는 약간의 프레임 드롭 등의 기술적 결함도 있었고요.

▲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끝나버린 여정

▲ 고래를 타는 구간은 멀미가 조금 날 정도로 부자연스럽게 움직임이 빨랐다.
# 총평
<소드 오브 더 씨>는 유려한 움직임에 아름다운 음악을 곁들여 한 편의 시와 같은 여정을 체험하게 하는 게임입니다. 환상적인 자연을 복원하며 보드를 타고 자유로이 서핑하는 감각은 복잡함과 거리를 두고 싶은 플레이어에게 만족을 줄 만합니다.
전작들과 차별화 된 신작이 아닌 종합편처럼 느껴진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더 패스리스>의 답답한 질주를 극복했고 <저니>와 <압주>에서 추구했던 명상하는 듯한 여정을 '보딩'의 방식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맷 나바의 게임들을 좋아했고 오롯이 분위기에 집중해 환경에 교감하고 싶다면 편안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선택일 겁니다. 마침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의 월간 구독 타이틀로 발매 첫 날부터 플레이가 가능해 부담을 덜어주는 선택지도 있고요.
-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비주얼과 연출
- 매 순간을 신비롭게 만드는 음악
- 공백이 지나친 서사와 세계관
- 깊이가 부족한 트릭 시스템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다양한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과 영상을 남겨 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