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음알음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게임 장르라고 봐도 될까?
2024년 4월, <러스티의 은퇴>(Rusty's Retirement)라는 이름의 한 게임이 스팀에 출시됐다. 게임플레이 자체는 천천히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는 이렇다 할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PC 윈도우 바탕화면 하단에 화면을 별도로 띄워 다른 게임 혹은 웹서핑을 즐길 수 있다는 독특한 장점으로 인해 1만 여개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필자는 평소 취미로 스팀 게임에 대한 정보를 별도로 정리해 오고 있는데, <러스티의 은퇴> 출시 이후 1년이 지난 2025년 5월부터 다양한 윈도우 방치형 게임이 본격적으로 스팀에 출시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러스티의 은퇴>가 최초의 윈도우 방치형 게임은 아니지만, 분명 이 게임의 성공이 인디 및 소규모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 하나는 확실해 보인다. 이에 스팀에 출시된 윈도우 방치형 게임 11가지를 정리해 봤다. /작성=유형권(게임 블로거),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1. <러스티의 은퇴> (Rusty's Retirement)
키워드 : 2D / 윈도우 / 레트로 / 방치형 / 농사 / 시뮬레이션 / 탑뷰 / 자동화 / 수인 / 판타지 / 공상과학
개발 : Mister Morris Games (에스토니아)
출시일 : 2024년 4월 26일
유저 평가 : 12,325개 / 96% 긍정
가격 : 7,800원
방치형 게임의 재미는 시간을 들여 성장시킨 것들을 '보는 것'에 있다. 이는 방치형 게임이 사실상 '꾸미기 프로그램'이란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Rusty's Retirement> 는 이 점을 상당히 잘 살려냈다. 윈도우 작업 표시줄이 있을 장소에 농작물이 자라고, 일을 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으로 바뀐다. 게임을 실행한 상태에서 인터넷 창을 열어 웹서핑을 하거나 작업을 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을 뿐더러, Alt + Tab 키를 사용할 것도 없이 농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더블 모니터를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서브 모니터에 게임을 배치하는 것만으로 전체화면이 요구되는 다른 게임과 병렬로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잔잔한 음악과 평화로운 일상 농사 환경이 내 모니터 한 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1인 개발작인 Rusty's Retirement는 스팀에서 1만여 개 이상의 긍정적인 유저 평가를 받는 쾌거를 달성했다.
2. <언더 더 블루 호라이즌> (under the blue horizon)
키워드 : 2D / 윈도우 / 방치형 / 건설 / 시뮬레이션 / 사이드뷰 / 수족관 / 힐링 / 수인 / 판타지 / 캐주얼
개발 : DEVDUP
출시일 : 2024년 8월 9일
유저 평가 : 168개 / 80% 긍정
가격 : 6,500원
아니나 다를까, <러스티의 은퇴>가 출시되고 4개월이 지나는 시점에서 비슷한 설정을 가진 게임 <언더 더 블루 호라이즌>이 출시됐다. 바다 속을 꾸미는 게임으로, 꾸민다는 시점에서는 <러스티의 은퇴>와 다른 느낌의 청량감을 주고 있지만, 시설을 만들고 물고기를 키우는 시스템 전반이 너무나 유사하다는 유저 평가를 받아서인지 높은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참고로 스팀 윈도우 방치형 게임 중에는 드물게 무료 이용 버전이 있어 접근성이 높은 편에 속한다.
3. <로푸카의 한가한 섬> (ROPUKA's idle island)
키워드 : 2D / 윈도우 / 방치형 / 클리커 / 탑뷰 / 정원 / 힐링 / 개구리 / 수인 / 판타지 / 캐주얼
개발 : Moczan, Little Chmura, Begona Pereda (폴란드)
출시일 : 2025년 1월 29일
유저 평가 : 2,200개 (96% 긍정)
가격 : 4,500원
윈도우 한 쪽에 무언가를 켜 놓고 잔잔한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용자가 만족할 수 있다면 굳이 넓은 필드를 만들고 복잡한 시스템을 구성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로푸카의 한가한 섬>은 다른 게임과 비교해도 윈도우 바탕화면 내 차지하는 면적이 매우 작은 편이고, 캐릭터에게 별도로 지시할 만한 것이 없는 게임이다. 그저 개구리가 잠자고 잔디를 깎으며 돈을 버는 과정을 화면 너머로 보면 된다.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은 잔디 깎아 번 돈으로 개구리의 능력치를 올려주거나 스킨을 구매하는 것이 전부다.이것이 게임인지 아닌지를 논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플레이어가 관여하는 요소가 적어졌다는 것이 아무래도 흠이지만, 작업하거나 공부할 때 사용하는 배경 음악 / 꾸미기 프로그램에 게임 요소를 접목시킨 결과라고 보여진다.
4. <마이 리틀 라이프> (My little life)
키워드 : 2D / 윈도우 / 레트로 / 방치형 / 생활 / 시뮬레이션 / 사이드뷰 / 현대기술
개발 : 9FingerGames (영국)
출시일 : 2025년 1월 31일
유저 평가 : 750개 (95% 긍정)
가격 : 6,700원
윈도우 바탕화면을 기반으로 한 방치형 게임들 중에서는 제법 복잡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의식주 환경을 다지기 위해 직업을 설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각종 가구의 배치를 신경쓰지 않으면 캐릭터들이 힘들어 하며 돈을 벌어주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환경 조성에 성공하면 거주민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각자가 좋아하는 악기를 주기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무엇보다도 기타 / 베이스 / 드럼 / 신디사이저 등으로 악기를 나누어 합주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5. <데스크탑 아기 동물 목장> (Tiny pasture)
키워드 : 2D / 윈도우 / 레트로 / 방치형 / 클리커 / 농장 / 시뮬레이션 / 사이드뷰 / 힐링 / 동물 / 판타지
개발 : CaveLiquid (미국)
출시일 : 2025년 2월 18일
유저 평가 : 4,500개 (92% 긍정)
가격 : 6,000원
잔잔하고 힐링할 수 있는 분위기도 좋지만, 본래 무언가를 꾸밀 때 가장 자주 사용되는 테마로 '귀여움'이 빠질 수는 없을 것이다. '데스크탑 아기 동물 목장'을 실행한 유저의 모니터 하단에 자그마한 동물들이 왔다갔다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더 이상의 월페이퍼 교체는 필요없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 맛을 톡톡히 보았는지 지난 5개월 사이 4,500명의 스팀 유저 평가를 받으며 Rusty's Retirement 다음으로 사랑받는 윈도우 방치형 게임이 되었다.
필자도 이 게임을 입문해 모든 도전과제를 클리어 할 정도로 오래 즐겼는데, 동물들끼리 교배해 새 품종을 만들며 수집 목록을 채우는 시스템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색깔이 바뀌는 것 이외 겉모습이 크게 바뀌지 않으면서도 필요 이상의 클릭 노가다가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윈도우 방치형 게임 본연의 재미는 “단순하고 보는 것”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작게나마 하게 됐다.
6. <데스크탑 캣 카페> (Desktop car cafe)
키워드 : 3D / 윈도우 / 방치형 / 경영 / 시뮬레이션 / 탑뷰 / 동물 / 고양이 / 애니 / 현대기술 / 캐주얼
개발 : samyam, lockyaw
출시일 : 2025년 3월 7일
유저 평가 : 60개 (79% 긍정)
가격 : 11,000명
<데스크탑 아기 동물 목장>의 출시 3개월 이후 등장한 게임이다. 시스템은 비슷하지만, 이제는 동물들이 그저 떠돌아다니지 않고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다른 동물들과 담소를 나누는 것이 특징이다. 이 게임은 11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여성 게임 개발자 Samyam이 269일을 들여 홀로 개발한 게임이다. 1인 개발자가 1년이 되지 않는 개발 기간으로도 이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교보재로 볼 만하다. 확실히 윈도우 방치형 게임은 1인 개발자가 적은 기간으로도 충분한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다.
7. <코너폰드> (Cornerpond)
키워드 : 2D / 윈도우 / 레트로 / 방치형 / 낚시 / 시뮬레이션 / 사이드뷰 / 자연 / 현대기술 / 여주인공
개발 : foolsroom
출시일 : 2025년 4월 22일
유저 평가 : 1,375개 (96% 긍정)
가격 : 3,400원
조용히 분위기를 만끽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소재 중에는 '낚시'도 있다. 찌를 던져놓고 입질이 붙는 것을 기다리는 사이 다른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보관고에 물고기가 가득 찬 모습을 볼 수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로푸카의 한가한 섬>과 비슷한 화면 공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낚시 게임으로서 최소한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랫동안 화면에 켜두어도 리소스 소모가 적으면서도, 물고기 수집에 열의를 붙이면 생각 이상으로 플레이어의 손을 많이 탄다. 참고로 이 게임을 시작으로 낚시를 콘셉트로 삼은 윈도우 방치형 게임이 스팀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8. <몰티즈와 복실복실 온천> (Maltese's Fluffy Onsen)
키워드 : 2D / 윈도우 / 방치형 / 클리커 / 사우나 경영 / 시뮬레이션 / 동물 / 힐링 / 현대기술 / 캐주얼
개발 : Sinkhole Studio, Moonlab Studio (한국)
출시일 : 2025년 5월 14일
유저 평가 : 1,050개 (93% 긍정)
가격 : 6,700원
윈도우 방치형 게임에 대한 열풍이 국내 개발자에게도 영향을 미쳤는지, <오구와 비밀의 숲'>을 개발한 '싱크홀 스튜디오'가 선보인 윈도우 방치형 게임이다. 동물들이 찾아오는 목욕탕을 운영하면 되는데, 이전에 플래시 게임으로 인기를 끌었던 비비빅의 <때부자>가 떠오르는 면도 있다.
참고로 윈도우 방치형 게임의 유행이 해외 개발자로부터 시작되어서인지 초기에는 한글화가 이루어진 작품이 상당히 적었다. 그렇기에 한글 폰트 + 귀여운 동물 + 게임 소재로는 다소 생소한 목욕탕 경영 컨셉이라는 3가지 매력 포인트를 가지고 있어 1,000개의 유저 평가를 넘었을 정도로 국내 유저들에게 어필하지 않았나 싶다.
작품이 출시된 이후 스팀 플랫폼에 출시되는 많은 윈도우 방치형 게임들 대부분이 공식 한글을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현재는 한국 유저들 또한 PC 방치형 게임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9. <피쉬 투 디쉬: 아이들 스시> (Fish to Dish: Idle Sushi)
키워드 : 2D / 윈도우 / 방치형 / 레트로 / 낚시 / 탑뷰 / 바다 / 힐링 / 수집 / 수인 / 판타지 / 캐주얼
개발 : Kygua Tech
출시일 : 2025년 6월 17일
유저 평가 : 475개 (94% 긍정)
가격 : 6,700원
<코너폰드>가 가만히 앉아서 하는 낚시였다면, Fish to Dish는 바다에서 하는 낚시다. 여기에 스시집을 경영하는 등, 방치형 게임 스케일이 커치면서 윈도우 화면을 차지하는 공간이 다른 게임과 비교해 큰 편에 속하게 됐다. 하지만 낚시, 조리, 판매 모두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기에 느긋하게 보는 맛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게임에는 변함이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10. <낫 먼데이 카페> (Not Monday Cafe)
키워드 : 2D / 레트로 / 윈도우 / 방치형 / 농사 / 시뮬레이션 / 탑뷰 / 카페 경영 / 수인 / 애니 / 판타지
개발 : Sunny Syrup Studio (대만)
출시일 : 2025년 6월 23일
유저 평가 : 260개 (97% 긍정)
가격 : 9,900원
Rusty's Retirement가 스팀 유저들의 높은 관심을 받은지 1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 단순한 아류를 넘어 더 풍성한 콘텐츠를 준비하는 게임이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가 되었다. Not Monday Cafe가 그런 게임 중 하나로, 농사 자동화 시뮬레이션은 기본에 카페 경영과 요리를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추가되었다. 여기에 귀여운 동물과 사람도 빠지지 않고 집어넣는 등, 빈틈 없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방치형 게임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11. <미니 코지 룸> (Mini Cozy Room: Lo-Fi)
키워드 : 음악 / 아늑함 / 아이들러 / 유틸리티 / 픽셀 그래픽
개발 : Tesseract Studio, Nugem Studio (한국)
출시일 : 2025년 3월 31일
유저 평가 : 736개 (97%)
가격 : 4,900원
국내 개발사에서 선보인 방치형 게임이다. 유튜브 등지에서 '일하면서 켜 놓기 좋은' 조용한 음악으로 크게 유행했던 'Lo-Fi' 감성을 점목시킨 게임으로, 나만의 작업실을 꾸미고 거기서 재생되는 음악을 듣는 게임이다. 출시 이후에도 여러 기능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며, 로파이 장르 음악 약 190개 이상을 게임 안에서 들을 수 있다. 기자가 종종 사용하고 있어 별도로 추가했다. - 기자 주
이처럼 몇몇 게임이 스팀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다양한 소규모 개발사가 방치를 콘셉트로 잡은 게임을 우후죽순 선보이는 상황이다. 이제는 스팀 검색창에 'Desktop(데스크탑)' 이라고만 작성해도 여러 게임이 검색된다. ‘데스크탑 방치형 게임’이라는 용어가 새롭게 탄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PC를 오래 사용하면서 방치형 게임에 관심이 많은 유저들에게는 좋은 소식일 것이다. 어떤가? 마음에 드는 게임은 있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