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획자의 테크 트리
우선 저번의 허접한 제 글에 보여주신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본의 아니게 학벌론으로 파급이 되어서 안타까웠습니다만, 그것도 다른 한편의 현실이겠지요...
하지만 지망생분들이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제 주위의 현업자분들은 학벌을 그리 따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1차 서류 지원 단계에서 학벌만 보고 탈락시키지도 않구요.
어쨌든 오늘은 새 떡밥으로...
바로 '게임 기획자의 테크 트리'가 되겠습니다.
여전히 글이 길고, 이 주제 저 주제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에 산만할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다른 직군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드러날 수 있으므로 기획자 분들 외에는 신경에 거슬리실 수도 있습니다. 암튼 이만 본론으로 들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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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의 기획자분들은 게임 기획자로서 향후의 경력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해 다들 고민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만 그런가요? -.-;)
이런 기획자의 진로 찾기?에 관련해서 '기획자가 되기까'와 '된 후'로 나누어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획자 되기
1. 신입 기획자로 출발
2. 타 게임 개발 업무에서 기획자로
3. 비 게임 개발 업무에서 기획자로
간단히 기획자가 되는 과정부터 보지요.
1번 신입으로 기획자가 되는 건 일단 패스하구요.
2번은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디자이너 같이 다른 영역의 일을 하다 게임 기획자로 전직하는 것인데요, 프로그래머에서 전직하시는 분들은 은근히 있는 편입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력이 좋기 때문에(당연히;) 기획자로서 잘하면 꽤 인정받는 사람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픽의 경우에는 주로 원화나 배경 디자이너에서 전직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획에서 레벨디자인이라는 영역이 이런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혹은 인력이 적은 곳에서는 배경을 맡으신 분이 기획적인 일을 겸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죠. 이런 부분적인 경험을 거쳐 완전히 기획자로 전직하시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이런 전직을 하기 위한 요건은 사실 하나입니다. '나의 이해와 상대의 이해가 일치하는지' 즉, 기획에서 프로그래머 경력자, 원화가, 배경 디자이너 등을 뽑기를 원하는지, 그리고 해당 사람이 기획으로 전직하고자 하는지, 이런 이해가 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면 사실 무작정 기획자로 전직하기는 어렵지요. 뭐 단순한 이야기입니다만 간혹 '어떡하면 기획자가 될 수 있냐'고 단순하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그런 고로 이런 타 직군에서 기획자로 전직하시려면 평소에 자신이 가진 경력이 기획적으로 어떻게 장점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혹시나 그런 기회를 기다리거나 찾았을 때는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확실히 어필해야 합니다. 서버 프로그래머로서 AI에 대한 이해를 자신하고 있으며, 이런 경력이 던전을 디자인하는데 어쩌구저꺼구 등등
3번은 게임 회사에서 GM이나 마케팅, 사업, SE 류의 일을 하다 기획자로 전직하는 경우입니다. 흔히 GM의 경우 '게임을 만들고는 싶은데,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일단 GM 테크트리를 다볼까'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거 정말 곤란합니다. 무슨 얘긴고 하니 면접볼 때 행여나 저런 소리를 입밖에 내면 다로 탈락이라는 거죠; 설마 이런 사람이 있느냐고 하실 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존재합니다... ;ㅅ;
사실 GM혹은 QA에서 기획자로 전직하는 경우는 실제의 건수가 많죠. (해외에서도 많습니다.) 그만큼 해당 직종 자체를 기획자가 되기 위한 입문으로 생각하기도 쉽지만, 행여나 그런 걸 입밖에 내서 욕먹지 마시란 얘깁니다. 기획자로서의 GM 경험은 나름 긍정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고객의 요구 사항을 최전방에서 받아들이고 있으며 무엇보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요. 다만 이런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지나치게 친 유저 성향을 발휘하면 객관적인 판단을 그르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시다시피 개발자들이 워낙 그런 걸 싫어해요;;)
2번과 3번의 경우, 진정으로 전직을 하시려면 단순한 열정가지고는 좀 힘들기 때문에, 어딘가에 지원을 하실 때는 나름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습니다. 예컨테 자신이 몸담고 있던 해당 게임의 기획 내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나 개선점 등을 적은 보고서를 작성해서 포트폴리오로 제출하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단순히 '이제는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라고 적어서 이력서 제출하시는 게 제일 곤란하다는... (이런 분들 많습니다;)
그리고 전직하신 분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 '기획일이 생각보다 참 어렵구나'라는 것입니다. 아마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보시기에 기획자는 말로만 먹고 사는 것처럼 보이나봐요. (물론 실제로 그런 사람도 있죠. 뜨끔~) 하지만 조금이라도 제대로 만들어 보고자 한다면 고민해야 할 게 너무 많기 때문에 그 결과물의 양이나 질과 상관없이 피곤한 일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얘기는 여기서 일단 접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지요. (휴 길다)
기획자가 된 후의 테크 트리
1. 실무 전문가 (테크니컬 디자이너?)
2. 관리자 : -> 중간 관리자
-> 관리자
-> 디렉터
-> 프로듀서
이번에는 실제의 주제로 돌아와 기획자가 된 다음의 테크 트리를 보죠.
기획자의 진로는 크게 위와 같이 실무자와 관리자의 두 가지 path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각 업무의 역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겠습니다. '팀장'이 개발자인가 관리자인가 하는 주제도 있지만 본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그런 게 아니니 일단 패스하지요.)
테크 트리라고 했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사실 정해진 순서는 없습니다. '팀원 -> 새끼 팀장 -> 팀장 -> 디렉터'로 착실히 코스를 밟는 경우도 있고, GM -> PD라는 환상의 코스를 밟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 회사의 실제 사례;)
그런데 문제는 아직은 우리 나라에서 관리자로 가지 않고 '대우'(정확히는 출세겠죠?)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관리에 더 어울리거나 실무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의반 타의반 관리자가 되지 않으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없을 경우, 이로 인해 원치 않게 관리자가 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다들 잘 아시잖아요, 멀쩡하던 사람이 관리자가 되더니 인간 망치는 그런 케이스.
그런데, 이게 비단 게임 업계의 문제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문제입니다. 이공계가 천대받고, 기술직이 천대 받는 것과 동일한 연장선상의 문제입니다. 관리자가 되는 것 외에 회사에서 도태되지 않고 인정받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저의 대답은 솔직히 아직은 힘들다라는 것입니다. 특히나 기획자의 경우에는 말이죠...
한마디로 '팀장보다 연봉 많이 받는 팀원'이라는 게 별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거죠. 특히나 기획자의 경우에는
(IT쪽의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결국 게임 회사의 재산은 사실상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런 인적 자원에게 선택지가 없고, 회사에서 개인 차원의 비전 제시나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면 과연 우수한 인재가 게임업계에 남거나 유입이 될 수 있을까요?
통상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이직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건 (경제적인 대우 외에) 회사에서 개인에게 비전, 정확히는 선택의 기회를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큰 규모의 회사고, 회사 내에 프로젝트가 많다면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회사에서 단일 프로젝트만 진행하고 이미 창립 멤버가 권력을 꽉 쥐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앞날이 뻔하겠죠...
이번엔 재밌는 자료를 하나 보도록 하지요.
게임 디벨로퍼에서 조사한 2007년 개발자들 연봉 통계입니다. 직군별, 연차별로 평균 연봉을 통계낸 것이지요.
전에 디스이즈게임에 나간 기사는 연차를 무시하고 직군별 통계를 낸 것인데 원 자료는 연차를 3년 이하, 3~6년, 6년 이상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원문은 링크를 할 테니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들어가서 보시기 바랍니다.
(원문 The Game Industry Salary Survey 2007 보기)
(좌측부터 기획자군/그래픽군/프로그램군/PD군입니다. 다운받으시면 제대로 보실 수 있습니다.)
프로그래머 연봉이 제일 높은 거야 다들 아시는 거고, 기타 흥미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기획 직군을 디자이너, 라이터, 리드 디자이너로 나눈 거라든가, 테크니컬 디렉터가 리드 프로그래머나 프로듀서보다 연봉이 높다거나 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 표상에는 없지만, 이외에도 추가적인 소득(프로젝트 보너스, 연보너스, 스톡옵션 등)에 대한 조사 자료로 있습니다.
저 표를 왜 올렸는고 하니,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체로 기획자의 평균 연봉이 다른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건 우리 나라도 별반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단순히 '참 기획자가 욕도 제일 많이 먹고 돈도 제일 적게 받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런 예를 한 번 들어보지요. 프로 야구 선수와 일반 기업의 사무직 사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프로 야구 선수의 연봉이 더 높습니다. (벤치 멤버 빼고;;) 프로 야구 선수는 직업 내의 연봉 편차가 매우 심한 반면, 사무직의 연봉 편차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리고 프로 야구 선수의 현역 선수 생명 역시 매우 짧으며 (같은 분야 내에서) 향후의 진로에 대한 선택폭이 매우 좁습니다. (감독 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단 사무직은 좀 더 오래갈 수 있지요. (뭐 우리 나라에서는 좀 암울합니다만;;)
저 예를 든 이유는 인력 관리의 입장에서, 현역의 생명이 짧은 경우와 현역으로서의 생명이 긴 경우에 대한 차등적인 보수의 지급을 얘기하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갖다 붙이자면 야구 선수가 프로그래머라면 기획자는 사무직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스개로 같은 기획자 친구끼리 '그래도 기획은 나이먹어서도 오래 할 수 있잖아 (가늘고 길게~)'라는 말을 합니다.
거기에 역시 우스개에 가깝지만 '요즘 애들 그림 얼마나 잘 그리는데 (하물며 더 싸고)' '젊은 애들이 머리가 잘 돌아가니 코딩도 더 잘한다 (물론 더 싸고)' 라는 말도 합니다. 흠 실제로 모사에서는 모학교의 학생들을 긁어다가; 병특 주고 메인 프로그래머로 쓴다고 합니다. 왜냐구요? 싸고 똑똑하니까 :) 실제로 프로그래머로서의 한계를 느끼고 나이 먹은 후 기획으로 전직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휴, 구체적으로 쓰다보니 참 글이 길어지네요;
요점은 기획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에 대해 개인적으로 납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우리 나라'에서 적게 받는 만큼 상대적으로 현역으로 오래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아직 게임 산업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기도 하죠. 하물며 우리 나라에서 저런 규모로 연봉 조사한 적도 없잖아요?
기획자는 상대적으로 프로그래머에 비해서 '실무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얻기 힘듭니다. 잘난 기획자는 그냥 팀장해야 되는 거죠 뭐...더구나 우리 나라에서 회사에서 이런 가이드라인이나 경력 관리를 제시해주는 것도 아니고, 거의 전적으로 개인의 몫으로 귀결되고 맙니다. 슬프죠.
그래서, 우리 나라 게임 업계도 보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려면 개인에게 선택의 기회르 폭넓게 주고, 관리자와 실무 개발자 사이의 대우에 관한 형평성을 제고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과가 좋으면 팀장보다 연봉 많이 받을 수 있는 거죠 뭐 :)
글이 매우 길어졌는데 사실 요약하면 '기획자가 팀장 안되도 돈 많이 받는 업계 풍토가 자리 잡아야 우수한 인재도 많이 들어오고 게임 산업도 발전해욤'에 불과합니다. 쓰다 보면 이 얘기 저 얘기 다 집어 넣게 되는 버릇 좀 고쳐야겠네요 -_-;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기획자 분들 화이팅! 다들 대박 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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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러 BEST 11.12.19 10:39 삭제 공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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