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온라인 게임을 기다리며
이 글은 정말 색다른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지 적당히 기존과 비슷한 아류게임 하나 만들어서 중박 정도 치고 싶어하는 경우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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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게임이 출시되면 개발사에서는 홍보시 그 게임의 새로운 특징들에 대해서 나열을 한다.
기존의 게임에 비해서 우리는 이게 다르고 저게 다르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색다름은 명명법의 차이이거나 순서의 차이 등일 뿐이지 핵심의 차이는 미미한 수준이다.
마치 같은 댄스곡을 나이트클럽 버전으로 편곡하거나 펑키하게 바꾸거나 하는 수준이다.
소위 2006년의 빅3로 일컬어졌던 게임들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겠다.
다른 경우를 보자.
대학교에서 수업을 해보면 같은 과제에 대한 제출물이 학생들끼리 서로 비슷한 경우가 많다.
원본은 2-3개로 압축될 수 있고 나머지는 다 그 원본의 파생물이다. (때로 그 원본도 전년도 원본의 파생물인 경우도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내 눈에 보이는 한국게임들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학생의 입장에서 자신의 제출물은 원본과는 확연히 달라보일 것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채점자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한 때 유행하던 개인홈페이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기소개, 자유게시판, 방명록.. 남들 다 있는거 제로보드 써서 그냥 비벼넣고..
이쁘장한 스킨 구해서 좀 꾸미거나 실력이 되면 자기가 만들고..
툴을 쓰지 말고 게시판부터 시작해서 모든 근간을 자기 손으로 만들어야한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홈페이지의 목적이 우선 정해지고 거기에 맞추어서 필요한 것들을 이용해서 만든 홈페이지와 남들 있는거 다 넣고 시작하는 홈페이지는 방문자입장에서 느껴지는게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디스이즈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다.)
개발자들은 말할 것이다.
사정이 이러이러해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고..
그렇다면 나는 말하겠다.
그렇게 하면 아류게임이 되는 길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시장이라는 것이 개발사의 사정을 봐주는가?
"이 개발사는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으니 내놓은 게임은 진부하고 캐안습이지만 우리가 그 사정을 참고해서 열심히 플레이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이런 유저군을 기대하는 것인가?
잡히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함은 나도 안타깝지만 선장의 유창한 변명이 가라앉는 배를 다시 끌어올릴 수는 없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왜 유저들은 1분짜리 소개 동영상만 보고서도 몇년간 개발되어온 그 게임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나?
기존의 틀에 안주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님 개발자들이 학원에서 배운 것을 심하게 벗어나는 경우에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기본기가 딸리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눈을 돌려 한국영화를 한 번 보자.
무명시절에는 색다른 영화를 만들던 사람들도 지원이 빠방한 영화를 시작하면 삽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돈이 들어간 경우 감독들은 본전회수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
어느 한 연령대나 관객층을 상대로 얘기를 진행해서는 본전회수가 힘들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면 감독의 자기 화법은 희석되고 다양한 계층을 위한 내용들이 곳곳에 삽입되고 결국 영화는 이도저도 아닌 걸레가 된다.
게임산업이 역사가 쌓이다보니 이제 게임들은 장르뿐만이 아니라 표현방법도 정형화되는 경우가 보인다.
색다른 게임과 아류게임의 차이점 중 하나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은 이거니까 이런 그래픽을 쓰는 것이 적당하겠군' 하고 접근하는 경우와 '이런 그래픽이 유저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아 보이니 그래픽은 일단 이걸로 가자'라고 생각하는 출발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열에 하나 정도는 색다른 게임이 만들어지는 한국게임산업이 되기를 고대한다.
내가 생각하는 색다른 게임은 뭐가 있냐구?
<마비노기> 챕터1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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