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게임아, 좀 나와다오!
오늘(27일) 오전 6시부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48시간 서버점검이 진행중입니다. 장비 교체 및 데이터 이전이 그 이유라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대부분의 와우저들이 손가락을 빨면서 무료한 시간을 죽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쪽에서 아쉬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게임을 하지 못해서 불만인 사람들이 아니라 손님이 없어서 투덜대는 PC방 업주들의 볼멘 소리입니다.
독과점(?)의 폐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현재 PC방에서 인기있는 게임들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올해 초 야심차게 선보인 게임들이 저조한 성적을 보이면서 상위권 게임들의 자리 굳히기 현상은 보다 더 심해졌는데요. 이 때문에 특정 게임의 서비스에 차질이 발생하면 그 여파가 시장에도 크게 전달된다는 점을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PC방 업주들의 불만도 그 중 하나입니다.
어쨌든 오랬동안 게임시장이 정체되다 보니 관련 산업은 엉뚱한 데로 발을 돌리기도 하였습니다. '바다이야기'를 앞세운 성인 게임장의 유행과 그에 필요한 개발인력의 이동과 더불어 신규 PC 및 업그레이드 수요가 관련업계를 먹여살렸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나방처럼 뛰어든 뒤의 후유증은 엄청났습니다.
단속이 이루어지자 전국의 중고 PC 시장에는 엄청난 매물이 쏟아졌고 현재 관련 물품의 시세는 한마디로 'X값'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며칠 전 만난 대구시 북구 소재 전자관 입주 업체의 한 직원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게임장 망하고 나니까 물건이 안돌아. 몇달 안쓴 21인치 중고 와이드 LCD가 10만원대 중반 하니 말 다했지.'
얼마 전 한 매체에서는 게임장에서 압수된 20여만대 PC의 처리 곤란을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단속이 이루어지기 전에 쏟아져 나온 중고 매물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 궁금해지기기까지 합니다. 결국, 한때의 호황이 된서리가 되어 돌아온 셈인데요. 앞으로도 이 후유증은 무척이나 오래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PC 부품업계의 호황은 업그레이드 수요에 그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윈도우 비스타가 출시되더라도 개인 이용자의 개별 부품 구매에 그칠 것으로 보여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 않을까 염려되고 있습니다. 이미 이들 업계에는 PC방의 수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문제는 현재 PC방의 신규 / 업그레이드 수요를 불러일으킬만한 요인이 없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PC방이 윈도우 비스타를 사용하는 대신, 기존의 운영체제를 유지할 것이며 연말에도 게임계의 고착화는 심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예전의 <리니지2>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블럭버스터 급의 게임들이 오픈베타나 상용화를 목전에 둔 것도 아닙니다.
█ 대체 게임의 필요성 증대
위에서 말한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대체 게임의 육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그것 또한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스페셜 포스>처럼 네오위즈와 인문협이 '짝짜꿍'해서 히트를 친 예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위권에 있는 게임들이 <카운터 스트라이크>처럼 몰락하지 않는다면 같은 방법을 거론할 수는 없는 일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보다 힘있는 업체의 잘 만든 작품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블리자드가 <월드 오브 스타크래프트>를 만들었을 때의 파급력과 맞먹는 작품이 있어야 현재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데요. 그러한 역량을 가진 게임으로는 엔씨소프트의 <아이온>과 미씩엔터테인먼트의 <워해머 온라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확실한 건 아닙니다.
먼저 <아이온>은 '탈(脫) 와우'가 선행되어야만 그 성공을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입니다. 현재 국내 MMORPG 시장에서 <리니지> 시리즈와 같은 내용을 가진 것도 아니고, <와우>보다 더 재미있지도 않다면 성공하기 만만치 않겠죠.
<아이온>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워해머 온라인>의 경우도 개발사의 전작인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처럼 불친절한 게임이 된다면, 라이트 게이머가 많은 국내의 특성상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니아들을 위한 게임으로 전락할 위험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비록 <울티마>의 제작진, EA 의 네임밸류에 기대고는 있지만 말입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들 게임밖에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R2>가 선전하고 있지만 블럭버스터라고 부르기에는 무엇인가 모자라다는 점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상용화까지 이어졌을 때 현재의 기세가 그대로 이어지리라고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워해머 온라인>은 어떤 성적을 거둘까요?
이밖에도 패키지 시장은 그동안 많은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방송사들의 <스타크래프트> 위주 편성 때문인지 아니면 그에 필적할 만한 게임성이 없어서인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분명 <스타크래프트>는 지고 있는 게임이 분명하지만 그 왕좌를 차지할 만한 차세대 주자는 국내에 들어오자마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결국 앞에서 말한 두 게임이 선보일 내년 이후에나 시장 상황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헬게이트: 런던>? <헉슬리>?
█ 게임업계가 2~3년 먹고살 거리
올해 초, 경기도 파주 LCD 산업단지 건설 현장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경기도민이 30년 먹고살 거리를 만들었다.'
매우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한번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연말에 오픈베타를 시작한 한 온라인 게임이 의외로 호평받으면서 동접자 수가 8만명을 넘어 9~10만명을 향해 간다고 칩시다. 관련 업계에서는 발빠르게 마케팅에 주력할 것입니다. 비디오 카드 회사와 키보드 회사가 제휴 마케팅을 펼치고 여기 저기서 게임 로고를 붙인 상품이 팔리겠지요.
게임이 잘 나가니 사양이 좋은 PC방을 찾는 손님들도 늘어납니다. 용산을 비롯한 각지의 PC 부품 상가에는 PC방 업그레이드 수요가 늘어납니다. 대금 결제가 여기저기서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에 돈이 돕니다. 수천, 수만명이 먹고살 돈이 돌아다닙니다.
게임은 상용화에 성공하여 한해 수백억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그 돈이 다시 여러 매체를 비롯한 관련 업계로 흘러들어갑니다. 이를 통해 또, 수백, 수천명이 먹고 삽니다.
일단 돈이 돌아다니고 숨통이 트이면 그게 바로 경기호황입니다. 그걸 누가 만들까요? 바로 게임업계입니다. 불과 수십, 수백명의 직원이 수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습니다. 다른 IT 산업과는 다르게 게임산업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지속적인 교류가 특징입니다. 업그레이드 수요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자본이 돌고 도는 것입니다.
이렇게 먹여살릴 식구들을 주렁주렁 단 게임들이 대충대충 만들어 수십명 먹을 거리로 전락해버리는 모습을 보면 무척 아쉽습니다. 기회를 왜 차버리는 걸까요? 그냥 제 바람입니다만 누군가 떡하니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와서 '봐라! 당신들이 몇년 동안 먹고 살 거리를 들고 왔다!' 라고 큰소리 치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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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러 BEST 11.12.19 10:39 삭제 공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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