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S장르는 사라져야 한다.
장르란 사전에서는 어떠한 특수한 유형, 양식, 내용에 따른 구성의 방식을 뜻합니다. 문학에서는 소설, 수필, 시, 극 등이 있으며 음악으로는R&B나 팝, 재즈 등을 장르라고 합니다.
이렇듯 장르는 거의 모든 컨텐츠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매체들은 상업화되어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생산되며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컨텐츠를 찾는 기준으로 장르를 고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장르라기보다 카테고리라고 표현해도 무색할 정도입니다.
이는 게임 역시 마찬가지로, 게임에서는 액션, RPG, 아케이드 등으로 장르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 장르를 잘 살펴보면 애매모호한 장르의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AOS장르 입니다.
카오스,도타와 같은 게임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도타2가 개발되는 시점부터는 슬그머니 AOS라는 장르가 드러났고,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의 성공 이후부터는 AOS라는 알 수 없는 장르가 공공연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현재에 있어선 전성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AOS장르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AOS의 기원을 살펴보면 Aeon Of Stripe라는 알 수 없는 이름의 약자입니다.
(사실 이것도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이름은 스타크래프트의 커스텀 유즈맵으로, 플레이어들이 두 팀으로 나누어 상대방의 건물을 먼저 부수는 쪽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이후 DOTA나 카오스 같은 현재의 공성전 게임이 등장하면서, “플레이어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각자 영웅을 선택하여 상대방의 모든 타워를 먼저 부수는 목적을 가진” 룰의 게임은 모두 AOS 장르라고 부릅니다. 즉, “영웅”, “팀플레이”, “공성전”이라는 세가지 요소를 가진 게임은 모조리 AOS 장르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 게임의 인터페이스, 시점, 게임의 주 요소를 모조리 배제한 채 말입니다.
<위 두 게임은 같은 장르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이건 기존의 장르의 구분을 완전히 무시하는 새로운 방식입니다. 단순히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게임의 이름”이 장르가 되고 그 구분은 “게임의 요소”가 된다?
이 뜻은 GTA또한 충분히 장르의 이름으로 쓰일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왜냐하면, GTA또한 AOS처럼 부르기 쉬운 약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AOS처럼 몇몇의 요소가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입니다. AOS에서 “영웅”, “팀플레이”, “공성전”이라는 요소가 있다면, GTA에는 “높은 자유도”, “넓은 맵”, “실제 도시를 카피한 맵”처럼 크게 부각 받는 요소가 있고, 이런 요소를 도입하여 성공한 게임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식으로 치면 생겨날 수 있는 장르는 한도 끝도 없을 것입니다. 아마 판타지 소설로 가면 드래곤 장르나 차원이동 장르도 나올 겁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AOS장르같은 엉터리를 없애고 장르, 특히 RPG의 개념을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AOS장르가 등장한 배경도 애매모호한 장르의 개념 때문입니다. LOL로 대표되는 AOS 장르는 따지고 보면 RPG, 역할 수행게임이라는 장르가 가장 적합합니다. 그러나 LOL을 RPG게임으로 부르자고 하면, LOL유저 뿐 아니라 LOL을 즐기지 않는 유저들도 반대할 겁니다. 왜냐하면, RPG는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퀘스트를 받으며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강해지는... 리니지나 블레이드앤소울같은 종류의 게임이 RPG로 구분되는 것이 현실이며, LOL이 이런 게임들과 같은 선상에 놓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RPG라는 장르의 뜻이 애초부터 “역할수행 게임”이며, 그 말은 팀플레이를 전제로 각 플레이어마다 맡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뜻하고 있습니다. 뜻을 풀이해보면 LOL에 이만큼 어울리는 장르가 없지요.
그러므로 LOL은 RPG장르가 맞습니다. 우리가 아는 리니지같은 게임은 RPG중에서도 MMORPG(Massive-Multi-playOnline)라는 요소를 한가지 더 포함하고 있을 뿐이며, LOL은 MORPG(Multi-play Online)라는 차이입니다. 스타크래프트와 프린세스메이커가 똑같은 시뮬레이션이지만, 스타크래프트는 전략이라는 요소를 포함했고, 프린세스메이커가 육성이라는 요소를 포함한 것과 같은 말입니다.
AOS장르 하나 때문에 굳이 힘들게 RPG장르의 범위를 늘리고, 개념을 바꾸고, AOS장르를 없애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인식하는 RPG장르는 참된 의미의 RPG가 아닐 뿐더러, 현재의 RPG 인식 때문에 장르를 전환하게 된 수 많은 게임들도
있습니다. 오히려 적합한 장르가 있는데도, AOS라는 말도 안되는 장르를 언급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은 공식적으로 AOS장르라는 카테고리가 없지만, 이 인기가 지속된다면 안 생길 수가 있을까요?
또한, 장르의 융합과 인기 요소를 끌어 모아 새롭게 조합하는 것에 주력을 하는 현재 게임 시장에서 AOS장르처럼 또다른 괴상한 장르가 등장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쩌면 미래의 게임시장에 서바이벌 게임 방식이 크게 인기를 끌어서, 서바이벌이라는 괴상한 장르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왜곡된 장르를 바로잡기 위해서, 미래에 자리잡아야 할 수 많은 게임을 위해서, AOS장르는 사라져야만 하고 그 대신 RPG장르가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 제 글의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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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러 BEST 11.12.19 10:39 삭제 공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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