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인들은 게임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 지난 해 말 원희룡 의원과 김영춘 의원이 팡야 대결을 펼쳤고, 이달 초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상무 프로게임단 창설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또 얼마 전에는 국회의원 26명이 모여 e스포츠발전모임까지 만들었다.

음지에 있던 게임이 소위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했고, 마침내 여의도 의사당까지 입성했으니 99년부터 척박한 게임바닥을 박박 기었던 게임인의 한 사람으로 무척 기뻐해야 할 일임에 틀림 없다.

그런데 어째 찜찜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일 e스포츠협회 출범식에서 “400여 프로게이머들의 숙원인 상무 프로게임단이 창설되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왜 그랬을까?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을 위한 상무 게임단 창설의 적당성은 논외로 치자. 왜 통일부 장관이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젊은 표심을 잡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정치인은 그럴 수 있다. 정치인이 표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참 딱하다. 분명 아래 누군가가 써줬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 게임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인지 정말 궁금하다. 젊은이들이 스타크래프트 좋아하고, 프로게이머가 스타 대접 받으니까, 그렇게 하면 다들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런 혐의를 갖는 이유는 정 장관이 그 다음에 말한 대목 때문이다. 아무래도 통일부 장관이 게임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하기 미안했던지,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남한과 북한 청소년들이 게임으로 우정을 나누는 ‘남북 청소년 고구려 게임대회’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단다.

도대체 어떤 게임을 이야기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북한 컴퓨터 사양이 어느 정도인지 알면서 한 발언인지, 북한에서 어떤 게임을 즐기는지 아는지, 혹은 ‘그까이꺼 대충 깔고 하믄 되는거 아닌겨’ 하고 생각한건지.

이벤트 성격을 띠었던 원희룡, 김영춘 의원의 팡야 대결과 확연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이렇게 현실성 없이 나와도 되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한편 지난 14일에는 국회에서 26명의 여당 의원들이 e스포츠발전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중국과의 e스포츠 교류채널 강화를 첫번째 역점사업으로 삼기로 했다고 한다.

중국의 e스포츠 열기는 익히 아는 바이니, 나름대로 고심한 노력의 결과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중국 최대의 e스포츠 ‘카운터스트라이크’가 한국에서는 썰렁하고, 한국 최대의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가 중국에서는 한물 간 게임이라는 사실을 이 아저씨들은 알고 있을까.

너무 삐딱하게 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혹여 정치인들이 뭉치면 한국과 중국 게이머들이 같은 게임을 즐겨하게 될 것이라고 오판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냥 주위에 친한 국회의원이 같이 하자고 해서, 젊은 표심도 얻을 겸 모임에 가입한 게 아닐련지.

정말정말 삐딱삐딱하게 보면, 차기 대권주자로 유망한 정동영 장관이 게임에 관심이 있으니 그쪽에 줄을 서는 것 같기도 하고, SKT와 KTF가 e스포츠협회장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을 보니, 영양가 있는 곳이 아닌가 하고 발을 걸쳐 놓는 것 같기도 하다. (e스포츠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나마 제대로 게임을 이해하는 의원은 열린우리당 정창래 의원 정도밖에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