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서 잘됐다고 해서 PC와 콘솔에서도 같은 방식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플랫폼이 바뀌면 유저가 바뀐다. 유저가 바뀌면 콘텐츠가 바뀐다. 콘텐츠가 바뀌면 크리에이터 전략도 바뀐다. 모바일식 마케팅 문법을 그대로 들고 PC·콘솔 시장에 들어가면 좋은 게임도 제대로 설명되지 못할 수 있다. /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스팀 위시리스트는 모바일에 없던 핵심 지표다
PC 게임 마케팅에서 스팀 위시리스트는 선택이 아니다. 출시 전에 수요를 만들고, 그 수요를 측정하고, 출시 시점의 초기 반응을 끌어올리는 핵심 지표다.
모바일 마케터에게는 낯설 수 있다. 앱스토어 사전예약과 비슷해 보이지만, 스팀 위시리스트가 PC 게임 커뮤니티에서 갖는 의미는 다르다. 이용자가 관심 있는 게임을 저장하고, 출시 알림을 받고, 할인과 업데이트를 따라가는 구조 속에서 위시리스트는 장기적인 수요의 축적 장치가 된다.
지난해 게임인플루언서와 캠페인을 한 렐루게임즈의 <미메시스>는 스팀 넥스트페스트에서 4위에 올랐다.
따라서 PC 게임의 인플루언서 캠페인은 단순 조회수가 아니라 위시리스트 추가를 핵심 목표로 설계해야 한다. 특히 출시 전 단계에서는 모든 콘텐츠가 “관심을 위시리스트로 바꾸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콘텐츠 형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모바일 게임 콘텐츠는 짧고 즉각적일 때 효과가 좋다. 하지만 PC·콘솔 게이머는 더 많은 맥락을 원한다.
그들은 게임을 구매하기 전에 크리에이터를 통해 먼저 경험하고 싶어 한다. 15분 이상의 유튜브 영상, 몇 시간짜리 스트리밍, 게임플레이와 메커니즘에 대한 심층 분석, 세계관과 빌드에 대한 설명을 본다. 아래 <미메시스> 영상처럼 누군가가 실제로 시간을 들여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며 구매를 결정한다.
30초짜리 모바일 클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획이다. PC·콘솔 게임은 크리에이터에게 게임을 충분히 보여줄 공간을 줘야 한다. 게임의 깊이, 세계, 조작감, 반복 플레이의 재미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모바일식 짧은 광고 문법만으로 접근하면 PC 게임 크리에이터는 협업을 꺼릴 수 있다. 자신의 채널과 맞지 않는 콘텐츠를 억지로 만들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르마다 크리에이터 전략이 다르다

수집형 RPG라면 캐릭터가 핵심이다. 배경 이야기, 디자인, 전투 시스템, 캐릭터의 매력을 짧은 콘텐츠로 빠르게 보여줄 수 있다. 30~60초 영상은 훅을 만들기에 좋다. 다만 세계관과 시스템의 깊이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장편 영상과 스트리밍도 함께 필요하다.
소울라이크 액션 게임이라면 일회성 캠페인보다 장기 프로그램이 어울린다. 이 장르의 팬들은 도전, 실패, 성장, 승리의 서사를 즐긴다. 크리에이터가 매주 영상을 올리고, 보스를 넘고, 빌드를 바꾸고, 실패와 성취를 기록하는 과정이 콘텐츠가 된다. 이 장르는 크리에이터와 게임, 시청자 사이의 관계가 시간을 두고 쌓일수록 힘을 얻는다.
메트로바니아 스타일의 인디 스팀 게임이라면 분위기와 발견의 경험이 중요하다. 크리에이터가 카메라 앞에서 세계를 처음 탐험하고, 비주얼과 음악과 레벨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장면이 콘텐츠의 핵심이 된다. 예술성과 게임 디자인을 높이 평가하는 크리에이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장르가 다르면 설득 방식도 달라진다. 모든 게임을 같은 인플루언서 패키지로 팔 수 없는 이유다.
인디라면 예산보다 아이디어가 먼저다
예산이 제한된 인디 팀은 대형 퍼블리셔보다 커뮤니티 구축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처음에는 한 명의 플레이어를 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팬 한 명, 반응 하나, 디스코드 멤버 한 명이 중요하다.
출시 시점에는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크리에이터가 돈을 받지 않아도 이 게임을 다루고 싶어 할 만큼,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있는가?”
이 기준을 충족하면 예산의 제약은 훨씬 줄어든다. 크리에이터가 자발적으로 발견하고 싶어 하는 게임은 돈만으로 밀어붙이는 게임보다 훨씬 강한 콘텐츠를 만든다. 반대로 이야기할 만한 포인트가 없다면 아무리 많은 예산도 충분하지 않다.
출시 단계별 전략이 달라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출시 전, 출시, 운영 단계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것은 게임 마케팅에서 흔한 실수다.
출시 전에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모든 콘텐츠의 목표는 위시리스트 등록과 수요 창출이다. 이 시기는 깊은 스토리텔링보다 호기심과 긴박감을 만드는 단계다.
출시 시점에는 깊이 들어가야 한다. 게임이 가진 세계, 비주얼, 시스템, 플레이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는 몰입형 콘텐츠가 필요하다. 장편 영상과 스트리밍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동시에 이 단계는 테스트의 장이기도 하다. 어떤 크리에이터가 성과를 내는지, 어떤 콘텐츠 형식이 반응을 얻는지, 어떤 시장에서 수요가 올라오는지를 봐야 한다.

운영 단계에서는 규모와 효율이 핵심이다. 이미 무엇이 효과적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검증된 크리에이터와 형식을 확장하고, 효과가 없는 것은 줄이며, 게임이 계속해서 화제의 중심에 있도록 유지해야 한다.
처음부터 세 단계를 나눠 계획한 기업은 진행하면서 방법을 찾는 기업보다 훨씬 유리하다.
서구 진출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세 가지
게오르크가 글로벌 크리에이터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커뮤니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크리에이터 마케팅에 예산을 쓰기 전에 게임 주변에 커뮤니티가 있어야 한다. 이 기반이 없으면 캠페인이 발붙이기 어렵다.
둘째, 테스트하고 또 테스트해야 한다. 어떤 크리에이터가 맞을지 미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폭넓게 테스트하고, 빠르게 반복하며, 게임과 진정으로 맞는 크리에이터를 찾아야 한다.
셋째, 현지 파트너가 필요하다. 어떤 시장이 중요한지 결정했다면, 그 시장을 내부에서 이해하는 파트너와 일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크리에이터 마케팅을 서울에서 원격으로만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PC·콘솔 시장은 모바일보다 느리고 깊다. 대신 한 번 제대로 커뮤니티와 크리에이터가 붙으면 오래간다. 그래서 더더욱 플랫폼의 문법을 이해하고 들어가야 한다.
다음 편: 왜 게임 마케팅은 게임을 아는 사람이 해야 하나 — MCN, 일반 에이전시, 그리고 게임 전문 파트너의 차이
[편집자 주] 이 시리즈는 GameInfluencer 창립자 Georg Broxtermann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 2026년 이후, 무엇이 달라지나
게임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양극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10초 안팎의 짧은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된다. 시선을 즉시 붙잡고, 넓은 도달 범위를 만들고, 출시 전 수요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강하다.
다른 한쪽에서는 몇 시간짜리 스트리밍과 심층 분석 콘텐츠가 여전히 강력하다. 특히 PC·콘솔 게임, 코어 장르, 커뮤니티 기반 게임에서는 긴 호흡의 콘텐츠가 구매 결정과 장기 팬덤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미래는 숏폼이냐 롱폼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 어떤 형식을 쓰고, 어떻게 조합하느냐의 문제다. 여기에 10년치 캠페인 데이터와 AI 분석이 더해지면서, 어떤 장르의 게임이 어떤 시장에서 어떤 크리에이터와 맞는지를 더 정밀하게 파악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