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게임은 잘 만들었는데, 왜 안 되지?”
서구 시장에 도전한 한국 게임사들이 자주 마주하는 질문이다. 실패의 이유가 언제나 게임의 완성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은 괜찮았지만, 시장을 잘못 읽은 경우도 많다.
GameInfluencer 창립자 게오르크 브록스터만(Georg Broxermann)은 컴투스를 첫 고객으로 시작해 10년 가까이 한국 게임의 글로벌 마케팅을 지켜봤다. 그가 반복해서 목격한 실수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서구 시장을 하나로 뭉뚱그리는 것, 수익화에 대한 문화적 반응을 과소평가하는 것, 커뮤니티 없이 캠페인부터 시작하는 것, 그리고 현지 감각이 필요한 일을 서울에서 원격으로 통제하려는 것이다. /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유럽과 미국은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서구 시장”을 하나의 덩어리로 본다. 크리에이터도 비슷하고, 이용자 감성도 비슷하고, 캠페인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미국은 크고, 통합되어 있으며, 당장 더 매력적인 시장처럼 보인다. 반면 유럽은 국가별로 언어, 문화, 커뮤니티,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다르다. 그래서 더 복잡하다. 그러나 바로 그 복잡함이 전략적 자산이 되기도 한다.
한 국가에서 반응이 약하더라도 다른 국가에서 테스트할 수 있다. 특정 장르에 충성도 높은 게이머층이 존재하는 시장을 찾을 수도 있다. 미국만 바라보다 유럽을 통째로 놓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게오르크는 한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착각으로 “유럽과 미국을 하나의 시장처럼 보는 태도”를 꼽는다. 서구 시장은 하나가 아니다. 따라서 캠페인도 하나의 방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챠와 공격적인 수익화에 대한 반응을 과소평가한다
한국과 일본에서 익숙한 수익화 모델이 서구에서는 강한 거부감을 부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챠다.
물론 서구 이용자들이 모든 확률형 상품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용자가 “착취당한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그때 반응은 빠르고 강하게 확산된다. 커뮤니티에서 비판이 시작되고, 크리에이터들이 영상을 만들고, 리뷰가 흔들린다. 한 번 나쁜 여론이 형성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게오르크는 이 문제에 대해 단순하지만 중요한 원칙을 제시한다. 과도한 수익화를 피하라는 것이다. 적당한 금액을 지불하는 넓은 이용자층이, 혹사당하는 소수의 고과금 이용자층보다 장기적으로 낫다는 설명이다.
서구 시장에서는 수익화가 게임의 재미와 공정성을 침범하는 순간, 마케팅이 아니라 여론전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여론전의 중심에는 크리에이터와 커뮤니티가 있다.
커뮤니티 없이 마케팅부터 시작한다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커뮤니티 없이 캠페인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좋은 크리에이터들은 단순히 돈을 받는다고 게임을 소개하지 않는다. 먼저 조사한다. 이 게임이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개발사가 유저를 진심으로 대하는지, 업데이트는 꾸준한지, 초기 유저들의 반응은 어떤지 살핀다. 자신의 평판을 걸 만한 게임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에게 신뢰는 곧 비즈니스 모델이다. 자신이 진심으로 지지할 수 없는 게임을 홍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커뮤니티 기반이 없는 게임은 좋은 크리에이터일수록 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Reddit, Discord, X 등 타깃 이용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케팅보다 커뮤니티가 먼저다. 커뮤니티가 있으면 크리에이터는 참여할 이유를 찾기 쉽고, 시청자는 콘텐츠를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캠페인은 실제 반응 위에 올라선다.
반대로 커뮤니티가 없다면 캠페인은 허공에 돈을 뿌리는 일이 되기 쉽다.
현지 파트너 없이 원격으로 관리하려 한다
서울에서 미국과 유럽의 크리에이터 마케팅을 모두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흔한 착각이다.
크리에이터에 대한 접근성,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 콘텐츠가 현지 이용자에게 자연스럽게 보이게 만드는 감각은 문서나 데이터만으로 대체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수년 동안 쌓이는 것이다.

게오르크가 함께 일한 한국 기업 중 가장 현명했던 곳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했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현지 감각이 필요한 영역은 적합한 파트너에게 맡겼다.
반대로 실패한 기업들은 현지 문화와 크리에이터 생태계까지 내부에서 직접 통제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타이밍을 놓치고, 메시지는 어색해지고, 캠페인은 현지 이용자에게 이질적으로 보였다.
서구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번역이 아니다. 현지 접근성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단발성 실험으로 끝낸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해봤는데 효과가 없었다.”
이 말을 하는 기업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비슷한 패턴이 있다. 2만~3만 달러 예산으로 크리에이터 몇 명과 협업했다. 일부는 성과가 있었고, 일부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우리 게임에는 안 맞는다.”

게오르크는 이것을 잘못된 교훈이라고 말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다른 모든 마케팅 채널과 같다. 테스트하고, 반복하고, 효과가 있는 것을 찾은 뒤 확장해야 한다. 첫 캠페인은 최종 결론이 아니라 데이터다.
성공하는 기업은 첫 캠페인에서 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무엇이 통하고, 무엇이 통하지 않는지 배운다. 그리고 그 학습을 다음 캠페인에 반영한다.
서구 시장에서 막히는 한국 게임이 부족한 것은 때로 게임의 완성도가 아니다. 시장을 읽는 방식, 커뮤니티를 만드는 순서, 현지 파트너를 활용하는 태도, 그리고 실패를 데이터로 바꾸는 능력이다.
다음 편: 인플루언서 마케팅, 어떻게 써야 돈이 안 아깝나 — 크리에이터 구성, 예산 전략, 측정까지
[편집자 주] 이 시리즈는 GameInfluencer 창립자 Georg Broxtermann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 게오르크 브록스터만은 누구인가

게오르크 브록스터만은 2000년대 초부터 한국 온라인 게임을 주목해 왔다. 당시 유럽에서는 브라우저 게임에 과금을 붙일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였지만, 한국은 이미 무료 플레이와 아이템 판매 기반의 온라인 게임 모델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는 부르다 재직 시절 동료들이 유럽에 <라그나로크 온라인> 라이선스를 들여오는 과정을 지켜보며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이 사람들은 이미 미래에서 사업을 하고 있구나.” 그 기억은 이후 한국 게임사를 중요한 파트너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2008~2009년 아이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을 때 그는 또 한 번 변화를 직감했다. 스마트폰은 “모든 사람의 주머니 속에 들어간 새로운 게임 콘솔”이었고, PC 온라인 MMO에서 검증된 무료 플레이 모델은 모바일로 이동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2014~2015년, 소셜 미디어에서 크리에이터들이 거대한 팬층을 만들고 게임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유저 확보 채널이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에 특화된 인플루언서 마케팅 에이전시는 없었다. 그 공백이 'GameInfluencer'의 출발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