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신중한 전술, 철저한 역사적 고증. 우리가 알던 <월드 오브 탱크>의 흥행 공식이 신작 <월드 오브 탱크: 히트>(이하 히트)에 이르러 완전히 뒤집혔다. 전차 대신 고유의 스킬을 다루는 '요원'을 전면에 내세우고, 파괴되어도 다시 전장에 투입되는 부활 시스템을 도입해 '히어로 슈터' 특유의 빠르고 역동적인 난타전을 구현해 낸 것이다.
앞선 체험기를 통해 이처럼 파격적인 시리즈의 변신을 직접 맛본 뒤, 자연스레 게임의 기저를 이루는 여러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정통 기갑전의 명가는 왜 실험적 기술이 난무하는 가상의 세계관과 히어로 슈터 요소를 도입했을까? 시대가 다른 전차들 사이의 공정한 밸런스는 어떻게 조율하고 있으며, 플레이 과정에서 느꼈던 다소 불친절한 튜토리얼은 향후 개선될 여지가 있을까?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고 새로운 전차전의 탄생 배경을 깊이 있게 들어보기 위해, 프로젝트에 합류해 요원 및 전차 콘텐츠 개발을 이끌고 있는 헤드릭 오펜베르크(Hedrik Offenberg) 수석 게임 디자이너에게 직접 물었다.
▶ 헤드릭 오펜베르크(Hedrik Offenberg) <월드 오브 탱크: 히트> 수석 게임 디자이너
# "정통 전차전의 변신" 빠르고 역동적인 '히어로 슈터'를 품다
Q. <히트>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실험적인 기술들이 지배하는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기존 <월드 오브 탱크> 시리즈가 고수해 온 역사적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이러한 대체 역사 및 근미래적 설정을 도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A. 헤드릭 오펜베르크: <히트>는 본질적으로 요원과 전차의 고유한 플레이 스타일을 강화하는 게임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20세기 후반에 개발된 더 많은 실험적인 기술로 이어졌다. 우리의 주된 목표는 독특한 게임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고 각 요원이나 전차를 차별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차 게임인 만큼, 모든 것이 현실에 기반을 두도록 실제 사례와 기술을 게임에 접목했다. 예를 들어, 초퍼(Chopper)의 M1E1 전차에 탑재된 능동 방어 시스템(APS)이 있다. 추가적인 임시 포탄 요격 기능을 갖춘 전차를 만들고 싶었고, 1980년대에 개발된 실제 시스템인 APS를 통해 게임플레이와 현실을 잘 조화시킬 수 있었다.
Q. 기존 <월드 오브 탱크>와 비교해 게임의 호흡이 상당히 빨라졌고, 요원과 전차의 고유 능력을 활용하는 '히어로 슈팅' 장르의 요소가 더해진 점이 인상 깊었다. 이러한 변화를 시도한 의도는 무엇이며, 게임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A. 헤드릭 오펜베르크: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곧 <히트>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월드 오브 탱크>는 전략적인 요소가 큰, 다소 느리고 신중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10년 넘게 팬들을 만족시켜 왔다. 반면 <히트>에서는 끊임없는 액션을 선호하는 전차 전투 팬들을 겨냥했다. 그래서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스킬을 도입하고, 측면 공격을 장려하는 개방형 지도를 만들었다.
이는 히어로 슈터 게임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동시에 어려움도 따랐다. 여전히 핵심은 '전차 슈팅 게임'이기 때문에, 빠른 이동이나 엄폐물 활용과 같은 히어로 슈터의 익숙한 메커니즘을 전차로 구현하는 것은 훨씬 더 까다로운 일이었다. 균형을 맞추는 것은 분명 어려운 과제이지만, 결과적으로 각 요원과 전차는 서로 다른 요소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어떤 전차는 기동 및 운용에 특화되어 있는 반면, 다른 전차는 더 강력한 스킬 구성을 갖추고 있는 식이다.

Q. 게임을 플레이하며 경험한 다양한 맵들의 시각적 디테일과 완성도가 매우 훌륭했다. 전장을 디자인할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무엇인가?
A. 헤드릭 오펜베르크: 20세기는 이념 대립이 극에 달하고 기술적 발전이 눈부셨던 시대였다. 아트 및 레벨 디자인 팀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지도에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모든 지도에는 다른 전장과 차별화되는 핵심 구조물이 있으며, 이는 지도의 테마를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유저들은 지도를 쉽게 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도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받는다.
Q. 여러 게임 모드 중 '거점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특정 거점 방어에 성공하면 해당 거점에 폭격이 떨어지며 거점이 사라지는 구조가 독특했는데, 이러한 레벨 디자인을 기획한 의도가 궁금하다.
A. 헤드릭 오펜베르크: 모든 전차는 지형에 따라 장단점이 다르다. 플레이어들이 지도상의 특정 지역을 두고 전투를 벌일 때, 전차 지휘관은 자신의 전차 성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때로는 특정 전차가 다른 전차보다 더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장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이러한 이점은 일시적인 것이 되며, 균형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도록 유도한 것이다.
Q. 큰 틀에서는 <월드 오브 탱크> IP를 공유하지만, 게임의 구조나 진행 방식은 확연히 다른 새로운 게임이다. <히트>가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는 유저층은 누구인가?
A. 헤드릭 오펜베르크: <히트>는 다소 느긋한 템포의 액션 슈팅을 즐기던 분들과, 속도감 있는 전차 슈팅 게임을 선호하는 분들 모두를 겨냥하고 있다. <월드 오브 탱크>가 조금 느리게 느껴졌다면, <히트>는 한층 빠른 속도의 전투와 처음 격파된 후에도 전장에서 계속해서 활약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강력한 기갑 전투를 좋아한다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 실험과 피드백으로 완성되는 전차 디자인
Q. 게임에 등장하는 전차들은 대부분 냉전 시대의 실제 전차들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실제 전차에 유도 미사일이나 레이저 장치 등 가상의 첨단 무기를 결합할 때, 기획적으로 염두에 둔 밸런스 기준이나 의도가 있었는가?
A. 헤드릭 오펜베르크: 우리는 PvP 게임을 개발하고 있고, 모든 플레이어가 동등한 승리 기회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게임에 등장하는 전차들은 수십 년에 걸친 시대적 배경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성능 차이가 상당히 큰 것은 당연하다. 전차를 설계할 때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전력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몇 가지 실험적인 기술을 추가했다. 덕분에 구형 전차를 조종하더라도, 그 기본적인 기술이 최첨단 전차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최신 전자 장치라도 고장 날 수는 있기 때문이다.
Q. 경쟁 중심의 슈팅 게임 특성상 밸런스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향후 요원 및 전차 간의 밸런스 패치는 어떤 방향과 주기로 맞춰갈 계획인가?
A. 헤드릭 오펜베르크: 우리는 게임플레이 방식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수시로 조정할 예정이다. 멀티플레이어 PvP 게임이기 때문에 공정한 전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게임의 재미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며,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밸런스를 지속적으로 세밀하게 맞춰나갈 것이다.
Q. 현재 출시 빌드에서는 공격수, 수비수, 저격수까지 총 3개의 역할군이 등장한다. 요원 선택 창 우측에 여백이 다소 남아 있는데, 향후 신규 역할군을 추가할 계획이 있는지?
A. 헤드릭 오펜베르크: 이미 향후 업데이트에서 플레이어 여러분께 어떤 흥미로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구상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역할군이 게임에 추가될지 여부를 확언하기 어렵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지금 당장은 기존 역할 내에서 새로운 플레이 방식을 추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 요원 선택 화면 우측의 여백이 눈에 띈다.
Q. 전차와 요원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겪은 기억에 남는 개발 비하인드나 일화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A. 헤드릭 오펜베르크: M60A1 전차를 개발할 당시, 원래는 기관총 사격 능력과 주포 명중률 향상 스킬을 기획했었다. 하지만 테스트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이 해당 전차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던 중, 한 디자이너가 전차를 돌격형으로 운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적을 향해 돌진하며 진형을 붕괴시키는 방식이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이 전차의 핵심 재미라 판단해 해당 방식을 완전히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기관총 사격 능력은 현재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돌격 스킬로 교체되었고, 돌격 효과를 강화하여 활용도를 크게 높였다. 이는 유저 테스트와 실험을 통해 얻은 실용성을 전차 디자인의 원동력으로 삼은 아주 좋은 예시라 할 수 있다.
Q. 현재 게임 내에서는 요원과 전차에 얽힌 배경 설정을 볼 수 없어 다소 아쉬웠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인 만큼 저마다의 서사가 깊을 것 같은데, 향후 인게임에서 이들의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콘텐츠를 추가할 계획이 있는가?
A. 헤드릭 오펜베르크: 앞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더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할 예정이다. 캐릭터들의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풀릴 예정이니, 곧 공개될 정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 유저 피드백을 반영해 강력한 돌진 능력을 얻게 된 M60A1
# "번역 오류 수정부터 튜토리얼 보완까지"… 적극적인 피드백 수용 약속
Q. 앞으로의 신규 요원 및 전차 업데이트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A. 헤드릭 오펜베르크: 모든 주요 업데이트에서 새로운 요원과 전차 콘텐츠를 출시할 계획이므로, 곧 다가올 콘텐츠들을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 아직 자세한 내용을 공유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전차에는 전장을 뒤흔들 만한 아주 흥미로운 기술들이 탑재되어 있다는 점만 귀띔해 드리겠다.
Q. 전차 전투라는 장르적 특성상 낯선 조작감과 전술에 적응해야 하는데, 현재 튜토리얼의 내용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 헐다운이나 티타임 같은 실전 전차 테크닉을 게임 내에서 배울 수 있는 심화 튜토리얼을 추가할 계획이 있는가?
A. 헤드릭 오펜베르크: 탐험과 실험은 우리 게임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길을 잃는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개선해 나갈 것이다. 유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집하여 튜토리얼 등 필요한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Q. 한국어 클라이언트의 경우, 'Fire'가 '발사'가 아닌 '화염'으로 표기되는 등 다소 아쉬운 번역 이슈가 있다. 향후 현지화 퀄리티 개선을 기대해도 좋을지 궁금하다.
A. 헤드릭 오펜베르크: 예리하게 지적해 주셔서 감사하다. 내부적으로 번역 오류를 인지 및 검토하고 있으며, 퀄리티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은 이미 수정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Q. 끝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A. 헤드릭 오펜베르크: <히트>로 한국 플레이어들과 만나게 되어 무척 기쁘고 설렌다. 공식 디스코드 채널 등을 통해 게임에 대한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남겨주시길 고대하고 있다. 다가오는 전장에서 꼭 뵙기를 바라며, 멋진 신규 콘텐츠를 많이 준비 중이니 앞으로도 계속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